레오 14세 교황은 5월 8일(로마 현지시간)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후 전 세계 가톨릭신자들의 지도자로서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의 발걸음에 14억 신자들은 물론 세계인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향후 교황직 수행에 대한 의지와 방향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는 교황 선출 직후의 행보를 따라가 본다. ◎…레오 14세 교황은 5월 9일 로마 시스티나 경당에서 전 세계에서 모인 추기경들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교황으로서 첫 미사를 주례했다.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비웃음을 사거나, 반대에 부딪히거나, 경멸당하거나 동정심을 얻는 곳이 가톨릭교회의 선교가 가장 절실히 필요한 장소”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그리스도교 신앙이 불합리하다고 평가되거나 약자들이나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종교로 여겨지기도 하고, 사람들은 기술과 돈과 성공, 권력, 쾌락을 선호하지만 이 같은 세상에서 우리는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도 가톨릭교회에 같은 가르침을 주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교황은 첫 미사를 주례하기 위해 시스티나 경당에 입장하면서 전통적으로 교황들이 신었던 빨간색 구두가 아닌 검정 구두를 신었다. ◎…5월 10일에는 교황청 뉴시노드홀에서 추기경들에게 첫 공식 연설을 하며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인공지능(AI)을 대하는 자세,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시했던 가치들을 이어가야 하는 과제에 대해 언급했다.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발표한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제시한 핵심 가치들인 시노달리타스, 신앙감각,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 세상과의 용기 있는 대화 등을 인용한 뒤 “하느님의 자비로운 얼굴은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난다”며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 살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AI가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 정의, 노동의 가치를 위협하는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며 인류는 AI를 선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추구했던 개혁 노선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뜻도 교황은 밝혔다. 이어 자신의 교황명을 ‘레오’로 택한 이유에 대해 “레오 13세 교황이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를 통해 당대의 사회문제에 응답했던 것처럼 오늘날의 교회도 AI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간의 가치를 보호하는 데 응답해야 한다”고 청했다. AI 시대에도 가톨릭 사회교리는 여전히 중요하고, 인간을 위한 복음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할 수 없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교황은 10일 오후에는 로마 외곽 제나차노의 ‘착한 의견의 성모 성지’를 방문했다. 교황 선출 후 첫 외부 일정이었다. ‘착한 의견의 성모 성지’는 1200년부터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가 관할하고 있다. 교황은 “교회가 나에게 맡긴 새로운 사명을 안고 이곳을 꼭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교황이 미니밴을 타고 성지에 도착하자 시민들은 교황을 향해 환호했다. 교황은 성지 성당에서 ‘착한 의견의 성모님께 드리는 기도’를 봉헌한 뒤 성모송과 ‘살베 레지나’를 불렀다. 교황은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총장으로 선출된 2001년 이곳을 찾은 것을 회고하며 “그때 나의 삶을 교회에 봉헌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교황청으로 돌아오는 길에 로마 성모대성당을 찾아 프란치스교 교황의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바쳤다. ◎…5월 11일 오전 교황은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지하 초대 교황 성 베드로의 무덤에서 기도를 바친 후 무덤 앞 제대에서 미사를 주례했다.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총장 알레한드로 모랄 안톤 신부가 미사를 공동 집전했다. 이후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로 이동해 교황 선출 후 처음으로 주일 정오 부활삼종기도를 바치며 “우크라이나와 가자 지구,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 분쟁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성 베드로 광장에는 수만 명의 군중들이 모여 교황의 기도에 귀를 기울였다. 교황은 “오늘날 제3차 세계대전이 단편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은 더 이상 안 된다”며 특히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인질 석방을 요청했다. 교황은 성소 주일을 맞이한 신자들에게 “사제들과 봉헌생활자들이 사랑과 진리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청했다. 또한 청년들에게는 “두려워 말고 교회와 예수님의 초대에 답하라”고 당부했다.

교황청립 로마 한인신학원장 정연정(티모테오) 몬시뇰이 콘클라베 시작부터 새 교황의 선출과 발표 순간까지 성 베드로 광장에서 만끽한 설렘과 감동, 환희의 순간을 기록해 전해 왔다. 정 몬시뇰은 “수많은 사람들이 한순간에 숨을 멈추고 마음을 활짝 열어 새 교황의 축복에 흠뻑 빠져들었다“며 ”예수님 마음을 지닌 사목자를 새 교황으로 선출한 하느님의 섭리가 참으로 놀랍다”고 전했다. 지난 4월 28일 콘클라베 날짜가 공지됐다. 성 베드로 광장 주변에는 언론사 기자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성직자부 앞에 만들어진 스탠드형 부스에 공간이 부족하여 맞은편 주교부 앞에도 기자들이 장사진을 치기 시작했다. 공식적으로 등록한 취재진이 5천 명가량이라고 했다. 광장에서 ‘천사의 성’으로 연결되는 ‘화해의 길’에는 성 베드로 대성당을 배경으로 좋은 화면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되는 명당 자리를 선점하느라 언론사들 경쟁이 뜨거웠다. 기자들은 언어와 관계없이 취재에 응할 대상들을 섭외하느라 사방으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일반 군중들도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거나 나름의 특종 사진을 만들어 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졌다. 군중들의 얼굴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빈 자리를 채워줄 착한 목자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드디어 5월 7일 오후 4시 30분에 새 교황의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에 들어가는 133명의 추기경 행렬이 시작됐다. 새 교황을 뽑을 추기경들이 시스티나 경당으로 입당하고 개별적인 선서 장면이 방송으로 중계되는 것을 보면서 하느님의 성령이 교회를 돌보고 있음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누구나 예상했듯이(?) 콘클라베 첫 번째 투표에서 새 교황은 선출되지 않았다. 이날 저녁 9시 무렵에 무려 10분여 동안이나 시스티나 경당 굴뚝에서 콸콸 터져 나온 시커먼 연기를 보면서도, 절망스러운 장탄식을 단 한 마디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모두가 밝은 미소로 덕담을 주고받으면서 같은 색깔의 기대감을 안고 내일을 약속하며 흩어졌다. 다음 날인 5월 8일 오전 11시 50분쯤 시스티나 경당의 굴뚝에서 희미한 연기가 스멀스멀 흘러나오더니 이내 순식간에 시커먼 검은 연기가 뿜어 나왔다. 결국 콘클라베의 세 번째 투표까지도 새 교황 선출은 무산됐다. 그런데 전날 저녁때와는 달리 검정 연기의 양이 적었고 연한 흰색을 띤 잿빛 연기로 끝나는 것을 보면서 조금은 막연했던 기대감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추기경들의 표가 거의 한쪽으로 모였다는 생각이 스쳐 갔다. 중천의 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한 저녁 6시가 채 안 되어 성 베드로 광장에 운집한 약 4만 5천 명의 군중들의 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귀가 찢어질 듯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동시에 곳곳에서 태극기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국기들이 펄럭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굴뚝에서 흰 연기가 펄펄 쏟아져 나왔다. 약 1시간 후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의 장막이 열리고, 도미니크 맘베르티 수석 부제 추기경이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을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장엄하게 선포했다. 그런데 많은 이의 예상과 달리 뜻밖의 이름이 호명되자 주위가 술렁였다. 조금 후 군중들 사이에서 새 교황은 미국 출신 프레보스트 추기경이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곧이어 새로 선출된 교황 레오 14세가 군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라는 첫 마디에 이어 새 교황은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 즉 ‘로마와 온 세상에’ 첫 축복을 했다. 발 디딜 틈 없이 광장을 가득 메운 수많은 사람들이 한순간에 숨을 멈추고 마음을 활짝 열어 새 교황의 축복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번 콘클라베에 들어가는 아프리카 출신 추기경한테서 “예수님의 마음을 지닌 사목자에게 투표하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양 냄새 나는 목자’로 표현했고, 그 모습으로 선종하기 바로 전날까지 교황직을 수행했다. 새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가 페루에서 주교로 사목할 때 작은 말을 타고 산 위에 사는 신자들을 찾아다니던 모습과 엘니뇨로 인한 수해 때에 긴 장화를 신고 피해당한 신자들에게 달려갔던 사진들을 보았다. ‘예수님의 마음을 지닌 사목자’를 새 교황으로 선출한 하느님의 섭리가 참으로 놀랍다고 생각했다. ‘논 세데 바칸떼, 체 일 파파(Non Sede vacante, c’è il Papa).’ 이탈리아어로 ‘(교황좌는) 공석이 아니다. 교황이 있다!’는 뜻이다. 새 교황의 선출로 ‘슬픔과 절망’이 ‘기쁨과 희망’으로 바뀌었다. 이 짤막하고 단순한 표현 안에 교회의 신비, 신앙의 신비, 부활의 신비가 담겨 있다. 이제 새 교황 레오 14세의 사목 표어인 ‘‘한 분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In Illo uno unum)된 모습으로 ‘기쁨과 성령으로 가득 차(사도 13,52 참조), 우리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묵시 7,17 참조), 주님을 알고 따라야 한다(요한 10,27).’ 천상의 프란치스코 교황과 지상의 레오 14세 교황이 두 손을 마주 잡고 우리를 앞서 걸어가면서 ‘희망의 순례자’로 이끌고 있다. 글 _ 정연정 티모테오 몬시뇰(교황청립 로마 한인신학원 원장)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감개무량하고 희망이 가득합니다!”(Floored, stunned, and full of hope) 희망의 희년 순례 차 5월 6일부터 로마에 체류하고 있는 미국 캔자스시티대교구장 윌리엄 숀 맥나이트 대주교는 레오 14세 교황 선출되자 캔자스시티 지역 언론과 영상 인터뷰로 기쁨의 메시지를 전했다. 맥나이트 대주교는 “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이 나왔다는 건 우리 북미뿐 아니라 중·남미 모두에게 ‘짜릿하게 기쁜’(exhilarating) 소식”이라며 활짝 웃었다. 미국교회 전역이 맥나이트 대주교처럼 환희로 들썩이고 있다. 미국 주교회의는 5월 9일 의장 티모시 P. 브롤리오 대주교(군종대교구장) 명의로 레오 14세 교황 선출을 축하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전 세계 가톨릭신자, 선의를 지닌 모든 이를 섬기는 자가 된 이 나라(미국)의 아들에게 우리는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텍사스주 엘패소교구 곳곳의 성당에서 9일 열린 축하 미사에는 냉담 교우들도 자발적으로 참례해, 평일이면 거의 비기 일쑤던 장의자들을 채웠다. 샌프란시스코대교구 등 진보적인 서부 지역(Bay Area) 교구 신자들도 SNS를 통해 새 교황이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이어받아 사회 정의와 국제 통합, 인간 존엄 수호에 앞장 설 것으로 기대했다. 교황이 태어나 성장기를 보낸 미국 시카고 교외 마을 돌턴(Dolton)은 축하 열기가 특히 뜨겁다. 시카고대교구는 9일 오전 8시 주교좌대성당에서 총대리 로렌스 J. 설리번 주교 주례로 축하미사를 봉헌했다. 교황이 40여 년 전 물리학·수학 과목 임시 교사로 머물던 돌턴 소재 ‘카시아의 성녀 리타’ 고등학교 교장 존 도나휴 부제와 학생들은 지역 언론을 통해 “교황님께서 곧 바빠지신다는 걸 알아도 다가오는 졸업식 초대장을 보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교황이 20년 동안 활동했던 페루교회 신자들은 교황에 대한 경의, 오랜 헌신에 대한 감사, 돈독한 유대감을 뜨겁게 표현하고 있다. 교구장을 역임했던 치클라요교구 성당들은 교황 선출 소식이 알려짐과 동시에 타종했다. 치클라요교구 주교좌 성모대성당 앞에도, 수도 리마 중심부의 리마대교구 주교좌 대성당 앞 아르마스 광장에도 수많은 신자가 한낮 뙤약볕에도 모여들어 교황의 사진을 들고 환호했다. 페루 주교회의는 의장 카를로스 엔리케 가르시아 카마데르 주교 명의로 축하 메시지를 발표하고 “적시에 위로의 말씀을 건네던 교황의 따뜻한 마음, 사회적 약자를 위한 헌신은 페루교회와 사회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고 강조했다. 바다 건너 아시아 교회에서도 환영의 물결이 일고 있다. 싱가포르대교구 신자들은 교구 홈페이지 열린 게시판에 교황에게 응원과 경의를 담은 기도문을 각자 써서 올리고 있다. 대만 신주교구는 SNS로 “모두를 환영하는 교회를 가꾸자고 당부한 새 교황은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를 발표하는 등 노동자를 위하던 레오 13세 교황의 사랑과 정의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레오’의 한역 글자인 ‘량’(良, 어질다)의 의미대로 교회를 어질게 이끌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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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 레오 14세] 새 교황은 누구인가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가톨릭교회 역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이다.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5월 8일(로마 현지시간) 교황청 시스티나경당에서 열린 콘클라베 네 번째 투표에서 교황으로 선출된 후 교황명으로 ‘레오 14세’를 택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콘클라베가 열리기 전, 미국 추기경들 중 성 베드로의 후계자가 될 가장 큰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 세계 가톨릭교회를 이끌게 된 레오 14세 교황은 누구인지 알아본다. 최초의 미국 출신 대통령 콘클라베가 열리기 전인 4월 25일, 이탈리아의 유력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La Repubblica)는 프레보스트 추기경을 조명하며 “국제적이면서도 수줍음이 많고, 보수적인 동시에 진보적인 인물로 여겨진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라 레푸블리카의 이러한 분석처럼, 레오 14세 교황은 콘클라베에 들어설 당시부터 다른 추기경들과 폭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추기경들은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 교황청 주교부 장관으로 활동해온 그의 이력은 예외였다. 레오 14세가 걸어온 삶의 여정과 성직자로서의 경력은 그를 자연스럽게 국제적인 인물로 성장하게 만든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1955년 9월 14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올해 만 69세다. 레오 14세 교황이 스스로 명확하게 말한 적은 없지만, 그는 흑인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레오 14세 교황의 외할머니 루이스 바쿠이에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난 서인도제도 혼혈 흑인으로 알려졌다. 레오 14세 교황의 모계 가족은 20세기 초까지 흑인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크레센트에서 거주하다가 시카고로 이주했다. 교회법 전공하고, 페루에서 20년 넘게 활동 레오 14세 교황은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운영하는 빌라노바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해 학사 학위를 받았고, 1977년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소재 ‘착한 의견의 성모 관구’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에 입회해 수련기를 시작했다. 이후 1978년 9월 첫 서원, 1981년 8월 장엄 서원을 한 뒤 1982년에는 시카고 가톨릭 신학원에서 신학 학위를 받았다. 또한 수도회로부터 파견받아 로마 교황청립 성 토마스 아퀴나스 대학교에서 교회법을 전공했다. 로마에서 체류하던 중 1982년 6월 19일 사제품을 받았으며, 학업을 계속 이어가 1984년에 교회법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85~1986년 페루 피우라주 출루카나스에서 선교활동을 했고 1987년에는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에서 지역 장상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논문으로 성 토마스 아퀴나스 대학교에서 교회법 박사학위를 받았다. 레오 14세 교황은 1987년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착한 의견의 성모 관구 성소 책임자 겸 선교 책임자로 선임됐지만, 1988년 페루 트루히요 선교지로 파견돼 1999년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시카고 관구장으로 선출될 때까지 주로 페루에서 활동했다. 이어 2001년 열린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총회에서 총장으로 선출됐으며, 2007년 총회에서 연임됐다. 2013년 10월,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시카고 관구로 돌아온 레오 14세 교황은 양성 책임자 겸 관구장 대리로 봉직하던 중 2014년 11월 3일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페루 치클라요교구장 서리로 임명돼 11월 7일 취임했다. 이어 12월 12일 과달루페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에 페루 북부 치클라요교구 주교좌성당에서 주교품을 받았으며, 이듬해 9월 26일 치클라요교구장 주교로 임명됐다. 2020년 4월 15일에는 페루 카야오교구장 서리로도 임명돼 2021년 5월까지 재임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선교사와 주교로서 페루에서 활동한 기간은 20년이 넘는다. 미국과 페루 시민권 모두를 가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레오 14세 교황은 2023년 1월 30일 교황청 주교부 장관 겸 교황청 라틴아메리카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대주교가 됐고 그해 9월 30일 추기경에 서임됐다. 레오 14세 교황은 교황청 주교부 장관 외에 복음화부의 첫복음화와 신설개별교회 부서, 신앙교리부, 동방교회부, 성직자부, 축성생활회와 사도생활단부, 문화교육부, 교회법부, 바티칸시국위원회 위원도 역임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2023년 5월 주교부 장관으로서 주교들의 역할에 대해 역설하며 특히 교회 일치를 증진할 의무를 강조했다. 교황은 “일치의 부족은 교회에 매우 고통스러운 상처를 준다”며 “교회의 분열과 양극화는 교회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주교들은 교회의 일치와 친교 증진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교들은 하느님과 동료 주교들, 사제와 모든 하느님의 백성과 친밀해야 하고, 홀로 떨어져 있으려는 유혹에 약해지거나 사회나 교회에서 특정 수준을 정해 놓고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레오 14세 교황은 미국과 페루, 지역교회와 보편교회에서 다양한 역할과 문화를 체험하면서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에 능통하고, 라틴어와 독일어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한 언어 구사 능력을 지니고 있다. ■ 레오 14세 교황 약력 1955년 9월 14일 미국 시카고 출생 1977년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입회 1978년 9월 첫 서원 1981년 8월 29일 장엄 서원 1982년 6월 19일 사제수품 1984년 교황청립 성 토마스 아퀴나스 대학교에서 교회법 석사학위 취득 1985~1986년 페루 피우라주 출루카나스에서 선교활동 1987년 교황청립 성 토마스 아퀴나스 대학교에서 교회법 박사학위 취득 1988~1998년 페루 트루히요 선교지 파견 1999년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시카고 착한 의견의 성모 관구장 선출 2001~2013년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총장 재임 2013년 10월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시카고 관구 양성 책임자 겸 관구장 대리 2014년 12월 12일 주교수품 2015년 9월 26일 페루 치클라요교구장 주교 임명 2020년 4월 15일 페루 카야오교구장 서리 임명 2023년 1월 30일 교황청 주교부 장관 겸 라틴아메리카위원회 위원장 임명 2023년 9월 30일 추기경 서임 2025년 5월 8일 제267대 교황 선출

[새 교황 레오 14세] 사진으로 보는 새 교황 탄생의 순간

새 교황 탄생 과정은 한 순간 한 순간 숨가쁘고 감동적이었다.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 시스티나경당 굴뚝만을 바라보며 새 교황 선출의 순간을 누구보다 빨리 맞이하려던 신자들이나 속보로 전해지는 기사들을 숨죽여 기다리는 이들이나 마음은 같았다. 착한 목자로서 전 세계 가톨릭교회를 이끌고 동시대를 사는 지구촌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새 교황이 탄생하기만을 기도했다. 그 기다림이 마침내 5월 8일(로마 현지시간) 이뤄졌다. 미국 출신으로 페루에서 오랜 시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사목했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시스티나 경당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나올 때 아쉬운 탄성을 쏟아내던 군중들은 8일 오후 6시7분경(한국시간 5월 9일 새벽 1시7분경) 흰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자 환희에 휩싸였다. 이어 오후 7시12분 교황청 수석 부제 추기경인 도미니크 맘베르티 추기경이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축복의 발코니에 나와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우리는 새 교황을 가졌습니다”(Habemus Papam)라고 선포했고, 레오 14세 교황이 처음으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다. 레오 14세 교황 탄생의 순간들을 사진으로 전한다.

[새 교황 레오 14세] 한국교회, 사회 각계각층 한 목소리로 ‘새 교황 탄생 축하’

새 교황 레오 14세의 선출에 한국교회와 사회 각계각층에서도 잇달아 축하 메시지를 발표했다. 주교회의를 비롯해 서울·광주·대전교구 등은 5월 9일 메시지를 발표, 새 교황 선출에 기쁨과 축하를 전하며 새 교황과 함께할 것을 약속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레오 14세 교황은 우리에게 하느님 안에서 하나 되어 용기 있게 앞으로 나아가며 서로를 이어주는 다리를 세우자고 말씀하셨다”며 “교황님의 바람대로 온 인류가 염원하는 세계 평화를 이룰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세계가 갈등 속에서 평화를 갈망하고, 우리 사회 안에 인간 존엄성이 더욱 절실해진 이때, 새 교황님께서 하느님의 자비와 정의를 더욱 강력히 선포하시리라 믿는다”며 “새 교황님께서 한국 교회와 아시아, 나아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시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는 “레오 14세 교황님이 첫 연설에서 하신 평화의 인사가 우리들의 마음속뿐만 아니라 모든 민족과 온 세상에 전해지기를 바라셨다”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남기신 평화와 사랑,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포용의 정신을 이어받아 인류의 화합과 평화 증진에 큰 역할을 해주시라 믿는다”고 밝혔다. 대전교구장 김종수(아우구스티노) 주교는 “새 교황님은 오랜 기간 선교사로서 활동을 하시며 가난한 삶을 기쁘게 사셨고, 2023년부터 교황청 주교부 장관으로 직무를 훌륭하게 수행해 온 분”이라며 “참으로 좋은 목자를 새 교황으로 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린다”고 전했다. 대구대교구는 5월 11일 계산주교좌성당에서 총대리 장신호(요한 보스코) 주교 주례로 레오 14세 교황 선출 감사미사를 봉헌했다. 장 주교는 “교황님은 시노달리타스의 교회, 평화·사랑을 추구하는 교회, 특히 고통받는 이들에게 가까이 있기를 추구하는 교회를 이루도록 성모님께 전구를 청하셨다”며 “새 교황님께서 하느님 뜻에 따라 맡겨주신 양떼를 잘 보살피실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정치·종교계도 일제히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레오 14세 교황에게 축전을 보내 “앞으로 대한민국과 교황청 간의 협력과 교류가 더욱 증진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분열이 있는 곳에 평화와 화해의 길을 내고, 고통받는 이웃을 지키는 진정한 관용과 용기의 든든한 방파제가 되기를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교황님의 첫 일성은 희망의 메시지였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 인권 문제에 교황님의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종생 목사는 “세계 가톨릭교회가 더욱 공고히 이웃과 주변부를 돌보며 ‘모두를 위한 교회, 모두를 포용하는 교회’로서 하늘과 세상을 잇는 교회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고통받는 이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평화와 연대의 정신이 온 세계에 널리 퍼지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대한불교천태종 총무원장 덕수 스님은 “(교황이) 전쟁과 갈등, 대립으로 힘겨워하는 인류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하셨다”고 말했다.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은 “레오 14세 교황의 선출은 시대의 변화와 다양성을 포용하는 세계 종교의 새로운 기점으로 남을 것”이라 했고, 천도교중앙총부는 “레오 14세 교황의 사도 여정에 한울님의 특별하신 감응 있기를 심고(한울님께 마음으로 고하는 것)한다”고 전했다. 특별취재팀

[새 교황 레오 14세] 로마와 전 세계에 보내는 첫 강복(전문)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 말씀은 하느님의 양 떼를 위하여 당신 목숨을 내주신 착한 목자이며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하신 첫 번째 인사였습니다. 저 또한 이 평화의 인사가 여러분 마음속으로 들어와, 여러분의 가족과 모든 곳에 있는 모든 이, 모든 민족과 모든 땅에 가닿기를 빕니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이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평화입니다. 이는 무기를 내려놓은 평화,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 겸손하고 인내하는 평화입니다. 평화는 아무 조건 없이 우리 모두를 사랑하는 분이신 하느님께로부터 옵니다. 로마를 축복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가냘프지만 언제나 담대했던 목소리가 아직도 우리 귓가에 머물러 있습니다! 로마를 축복하신 전임 교황님께서는 주님 부활 대축일 아침에 세상을, 온 세상을 축복하셨습니다. 저 또한 그 축복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사랑하십니다. 악은 결코 지배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손안에 있습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하느님과 또 우리 서로 손에 손잡고 하나 되어 앞으로 나아갑시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제자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앞장서 가십니다. 세상은 그리스도의 빛을 필요로 합니다. 인류는 하느님과 하느님의 사랑에 우리를 이어주는 다리이신 그분을 필요로 합니다. 여러분 또한 저희를 도와, 그리고 서로서로 도와 대화와 만남으로 다리를 건설하고 모두 하나가 되어, 언제나 평화를 누리는 한 백성이 됩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베드로의 후계자가 되어 여러분과 함께 걸어가도록 저를 뽑아 주신 형제 추기경님 모두에게도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언제나 평화와 정의를 추구하면서, 두려움 없이 복음을 선포하고 선교사가 되고자 예수 그리스도께 충실한 사람들로서 언제나 노력하는 하나 된 교회가 될 것입니다. 저는 성 아우구스티노의 아들,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수사입니다. 성인께서는 “여러분을 위하여 저는 주교이지만, 여러분과 함께 저는 그리스도인입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마련해 주신 하느님 나라를 향하여 우리는 다 함께 걸어갈 수 있습니다. 로마 교회에 특별한 인사를 전합니다! (박수 소리) 우리는 사명을 수행하는 하나의 교회, 다리를 놓고 대화를 하는 교회, 이 드넓은 광장처럼 언제나 열려 있고 받아들이는 교회가 되는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 우리의 사랑, 우리의 현존, 대화와 사랑이 필요한 모든 이를 [받아들이는 교회 말입니다]. 그리고 허락해 주신다면, 페루의 모든 이들에게, 특히 사랑하는 치클라요 교구에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곳의 겸손한 사람들은 자기 주교와 동행하고 믿음을 나누며 계속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충실한 교회가 되기 위하여 많은 것을 내어놓았습니다. 로마와 이탈리아, 그리고 전 세계의 모든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 걸어 나가는 교회, 언제나 평화를 구하는 교회, 언제나 애덕을 추구하는 교회, 특히 고통받는 사람들 곁에 언제나 가까이 있고자 노력하는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폼페이의 성모님께 전구를 청하는 날입니다. 우리의 어머니 마리아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걷고, 우리 곁에 계시며, 당신의 전구와 사랑으로 우리를 돕고자 하십니다. 저 또한 여러분과 함께 기도하고 싶습니다. 이 새로운 사명을 위하여, 온 교회를 위하여, 세계 평화를 위하여 함께 기도합시다. 우리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 이 특별한 은총을 청합시다. (성모송) 2025년 5월 8일 레오 14세

종합

[새 성당 봉헌 축하합니다] 서울대교구 항동본당

서울대교구 항동본당(주임 박명근 클레멘스 신부)은 5월 18일 오후 3시 서울시 구로구 연동로 170 현지에서 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주례로 새 성당 봉헌식을 연다. 2023년 2월 1일 신설된 항동본당은 2024년 2월 3일부터 새 성당을 짓기 시작해 2월 11일 완공했다. 새 성당은 대지면적 960.2㎡, 건축면적 379.53㎡, 연면적 1663.21㎡,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다. 주요 시설로는 지하 1층에 주차장, 지상 1층에 사무실과 만남의 방, 2층에 대성전, 4층에는 교리실과 사제관 등을 갖추고 있다. 교황청에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대리석상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한 한진섭(요셉) 작가가 항동성당 제대, 독서대와 성수대, 지붕 십자가 등을 제작했다. 박정석(미카엘) 작가는 유리화, 한창규(요한 사도) 작가는 십자고상과 성모상, 선종훈(프라 안젤리코) 작가는 십자가의 길 14처 성화 제작에 참여했다. 새 성당은 항동(航洞)의 의미를 살려 전체적으로 배 모양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본당 주임 박명근 신부와 사목위원들은 건축비용 마련을 위해 서울대교구 12개 본당에서 모금활동을 펼쳤고, 항동성당 건축 소식을 접한 재미교포 어르신이 미화 1000달러와 함께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본당 신자들은 건축 기간 동안 묵주기도 100만 단을 바치며 정성을 모았다. 박 신부는 “항동본당 설립 2년여 만에 드디어 새 성당을 완공하고 성당 곳곳에 성 미술품을 설치한 것이 꿈만 같다”며 “성전에서 예수님 고상과 십자가의 길 14처 성화를 보며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 북토크, “교황 방북 프로젝트 재가동, WYD가 기회”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다리를 놓는 사람’(Pontifex, 라틴어로 사제)으로서, 평화의 겨자씨 한 줌을 가톨릭 황무지에 가서 뿌리고자 하셨습니다. 선교 정신에서 방북 의사를 밝히셨죠.” 2018년 10월 18일 문재인(티모테오) 전 대통령이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저는 (언제든) 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Sono disponibile)”라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화답하자 교황청에서 교황의 방북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당시 문재인 정부 외교관으로서 교황의 평양 방문을 성사시키고자 노력했던 이백만(요셉) 전 주교황청 대사는 “방북은 시기상조라고 말하는 사제들에게 교황님은 ‘나는 교황이기 이전에 선교사’라고, ‘사제가 없으니 갈 수 없는 게 아니라 사제가 없기 때문에 가야 한다’고 피력하셨다”고 회상했다. 국제가톨릭평화운동 단체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Pax Christi Korea, 상임대표 이성훈 안셀모)는 4월 29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이 대사를 초청해 북토크를 열었다. 북토크는 이 대사가 교황청에서 지켜보고 동참했던 교황 방북 프로젝트 과정을 기록한 「나는 갈 것이다, 소노 디스포니빌레」를 주제로 열렸다. 이 대사는 “교황의 방북 의도는 자신의 방문을 계기로 북한을 외교 고립에서 벗어나게 하고 개혁·개방의 길로 유도해 북한 사람들을 구해 내려는 것이었다”며 “핵심 쟁점은 북한으로부터 선교의 자유를 받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청은 북한에 ▲가톨릭 공동체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교황청이 인정하는 사제의 미사 집전을 허용하고 ▲북한 신자들이 탄압 걱정 없이 미사에 참례할 수 있게 하고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힌 이들을 석방하고 ▲종교 단체의 인도적 지원을 허용할 것을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 “비오 11세 교황은 소련의 스탈린과 협상하며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단 하나의 영혼이라도 구원할 수 있고 더 큰 해악을 막는 일이 중요하다면, 우리는 악마와도 협상할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교황 방북 프로젝트는 2019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 후 결렬됐지만, 이 대사는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가 다음 교황의 방북 프로젝트 재가동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북미 관계 회복 의지를 보이는 미국, WYD에 북한 청년들을 초대하고자 하는 한국교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이어가려는 교황청의 뜻이 답지하면 후임 교황이 평양과 서울을 잇따라 방문하는 미래는 얼마든지 상상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희망의 순례자’ 본당 공동체, 이웃에게 희망을] (1) 서울대교구 구의동본당 지역 사각지대 종합 돌봄 실현 사업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진호 베드로 신부, 이하 복지회)는 지역사회에서 사회복지 활동을 전문적으로 하려는 서울대교구 내 본당들을 발굴해 매년 ‘본당사회복지 공모지원사업’을 열고 지원하고 있다. 가톨릭 사회복지의 풀뿌리 공동체인 각 본당은 복지회의 도움으로 어떤 발전적 사회복지 활동을 펼치고 있을까. 올해 공모지원사업에 선정된 본당들이 지역사회에 희망을 심고 있는 모습을 소개한다. 서울대교구 구의동본당(주임 이종환 요셉 신부)은 ‘구의동 지역 사각지대 종합돌봄사업’ 통해 지역사회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 이웃들을 보살피고 있다. 법적 문제로 수급권이 주어지지 않았거나, 정부와 민간단체로부터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없는 취약계층들을 발굴·지원하는 사업이다. 단순한 구호를 넘어 가난한 이웃을 스스로 찾는 ‘실천’을 행함으로써 가톨릭적 본당 사회복지사업의 표준 모델을 구축하는 한편 지역사회 복지 지평을 확대하고 있다. 본당 각 구역 신자들이 공동체와 연결되기 어려운 취약계층 이웃들을 발굴하고 본당 사회사목분과에 지원 대상자로 추천하고 있다. 성당 주변에 분포한 노후 다세대주택에는 홀몸노인, 다문화가정, 취약계층 1인 세대가 많이 살고 있다. 특히 홀몸노인은 자녀(법적 부양가족)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정부·민간 복지 단체로부터 지원받지 못하는 일이 많다. 또 지역 복지시설의 후원을 받더라도 병원비와 약값 등 지속적인 큰 지출 때문에 더 큰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 신앙 공동체이자 지역사회 일원이기도 한 본당이 이러한 이웃들을 찾아나서면, 최소한 그들이 고립과 단절로까지 고통받지는 않게 된다. 본당 사회사목분과 실무자 양정혜(베로니카) 씨는 “약소하더라도 면밀하고 지속적인 돌봄이 결국 심적으로도 힘이 될 것이기에 결국 일회성 지원은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35개 복지 사각지대 가정이 사업을 통해 ▲격주 반찬 나눔과 두 달에 한 번 쌀 지원 ▲김장 나눔 ▲설·추석·어버이날 선물 지원을 받고 있다. 반찬은 본당 사회사목분과 반찬나눔팀 구성원들이 직접 만든다. 고기 및 생선 반찬과 국을 포함한 4가지 반찬을 보온·냉 가방에 담아 대상자들의 집을 찾아 손수 전달한다. 이는 대상자들에게 물질적 도움을 넘어 ‘나를 잊지 않은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심리적 지지 체계도 제공한다. 4월 24일 반찬 지원을 받은 장점자(83) 씨는 “고립된 나를 기억해 주고 계속 찾아와 주니 가슴속 먹구름이 한 꺼풀 걷힌 느낌”이라고 전했다. 시력이 온전하지 않은 장 씨는 “하느님을 잘 알지는 못해도, 나보다도 힘든 이웃을 위해 기도하도록 마음을 녹여주시는 분임은 똑똑히 안다”고 말했다. 이날 장 씨 등 복지사각지대 이웃들 집을 곳곳 다니며 반찬을 배달한 본당 신자 신혜선(사비나) 씨는 “그냥 밥과 반찬처럼 보일지 몰라도, 우리는 하느님 사랑을 지역사회에서 전파하며 ‘실천하는 신앙’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구의동 지역 사각지대 종합돌봄사업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진호 베드로 신부)의 ‘2025년 본당사회복지 공모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올해부터 더 큰 나눔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본당 신자들은 집수리와 청소 등 홀몸노인들의 주거환경 개선 활동과 매달 1회 미용 봉사도 펼칠 예정이다.

서울 개봉동본당, 유가족 회복 프로그램 ‘사랑골’ 마련

서울대교구 개봉동본당(주임 윤성호 아우구스티노 신부)은 사고사나 돌연사로 사별을 경험한 유가족의 회복을 돕는 ‘사랑골’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4월 23일 첫 모임을 시작한 ‘사랑골’ 프로그램은 6월 11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2~5시 개봉동성당 마리아홀에서 총 8회가 열린다. 총 7명의 유가족이 참여하고 있는 ‘사랑골’은 사별 유가족 돌봄 전문가인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손영순(카리타스) 수녀의 강의, 미술, 음악, 동작 테라피 전문 강사 교육 등으로 구성된다. 손영순 수녀는 4월 30일 강의에서 갑자기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들이 겪게 되는 심리상태를 설명하고 자가 진단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손 수녀는 “배우자나 자녀를 잃은 가족들이 가슴에 품는 아픔은 시간이 지난다고 사라지거나 완전히 치유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유가족들이 그 아픔에 끌려다니지 않고, 자기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울고 싶을 때 울면서 사별의 아픔을 인정하는 삶을 살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별 가족 중에는 술에 의존하거나 다른 가족을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랑골’은 정상적이고 긍정적인 방법으로 사별의 아픔을 덜어내면서, 건강한 지지체계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윤성호 신부는 개봉동본당에서 ‘사랑골’을 실시하는 이유에 대해 “가족을 잃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차라리 빨리 죽고 싶다’는 감정을 갖고 사는 분들도 많은데 본당 사목자들의 관심은 크지 않다”면서 “‘사랑골’ 프로그램에 참여한 유가족들이 처음에는 흙빛 얼굴로 왔다가 5주차가 넘어가면 묵혔던 감정이 조금씩 풀리고 점차 얼굴에 웃음기가 생겨난다”고 밝혔다. 이어 “일주일에 하루 모임을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본당 수도자가 모임이 없는 날에도 유가족들과 전화로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모임이 모두 끝난 후에는 유가족들끼리 후속 모임을 하거나 같이 여행을 떠나는 등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