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교회는 모국어로 미사를 드리며, 하느님 말씀을 모국어로 듣는다. 하지만 ‘소리’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듣는 사람들, 농인(청각장애인)에게는 모국어로 미사를 드리기가 쉽지 않았다. 모국어로 말하는 원어민 사제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20년 전 첫 농인 사제 박민서 신부(베네딕토·서울대교구 에파타본당 주임)의 탄생은 신앙에 목마른 농인 신자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 그리고 지난해 두 번째 농인 사제 김동준 신부(갈리스토·에파타본당 보좌 겸 애화학교 교목)가 탄생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서울대교구 에파타성당에서 우리나라에 단 둘뿐인 농인 사제들을 만났다. “소리가 없어도 하느님의 사랑은 들린다” 어떤 이들은 ‘미사를 본다’는 말을 두고 미사에 대한 정성이나 마음가짐이 부족한 표현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적어도 농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농인들은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사제를 ‘봄’으로써 하느님 말씀을 ‘듣기’ 때문이다. 손(手)으로 말씀(語)을 듣는다. 수어의 세상에서는 미사를 ‘보는’ 신자야말로 누구보다도 말씀에 귀 기울이는 신자다. “수어는 농인들에게 단순한 몸짓이 아니라 그들의 사고와 감정을 담은 ‘모국어’입니다. 수어 미사는 농인들이 통역 없이 하느님과 직접 대화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그들의 인격과 신앙적 주체성을 회복시키는 의미가 있습니다.” 박 신부는 “농인은 시각적 언어를 사용하므로, 전례의 모든 요소가 신앙 전달의 핵심”이라며 “시각적 정성을 다해 농인들이 눈으로 복음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신부도 “에파타본당에서는 모든 성사와 전례가 수어를 기반으로 이뤄진다”며 “이는 농인 신자들이 자신의 언어인 수어로 하느님을 만나고 신앙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박 신부님께서는 서울대교구 사제시지만, 사실상 전국 교구의 농인공동체가 교회 안으로 더 깊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농인들이 단순히 참여만 하는 수준을 넘어, 교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셨기 때문입니다.” 2007년 박 신부가 서품받을 당시만 해도 농인은 ‘사목적 배려의 대상’이었다. 혼자서는 미사 참례도 어려웠고, 공동체와 함께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김 신부의 말처럼 박 신부의 활동으로 서울뿐 아니라 전국의 농인 신앙공동체에 활기가 더해졌다. 농인은 스스로 전례 봉사를 하게 됐고, 본당 사목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등 ‘사목의 주체’로 우뚝 서게 됐다. 무엇보다 첫 농인 사제의 탄생은 농인 신자들에게 “우리도 사제가 될 수 있고, 우리 언어로 신앙을 증거할 수 있다”는 선교 의지를 심어줬다. 그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성소도 싹텄다. 김 신부가 사제의 길을 결심했을 때 무작정 찾아간 사람이 박 신부였고, 그 인연이 두 번째 농인 사제 탄생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김 신부는 “박 신부님 덕분에 교회의 변두리에 있던 농인들이 단순히 참여하는 수준을 넘어 교회의 중심에 들어와 더 깊이 활동하게 됐다”며 “저도 농인 사목의 선구자인 박 신부님의 길을 이어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두 번째 농인 사제의 탄생, 희망을 전하다 “‘앞으로 농인 사제가 또 나올 수 있을까?’, ‘첫 농인 사제이자 마지막일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을 경우가 있었는데, 그런 말을 듣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농인 사제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은데 말이죠. 그래서 김 신부님이 사제가 되신 것이 정말 기쁩니다.” 박 신부의 서품이 농인도 사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 김 신부의 서품은 농인 사제는 박 신부만의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또 다시 얼마든지 농인 사제가 탄생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첫걸음이었다. 박 신부는 “김 신부님 서품은 ‘농인 사제가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라 교회의 지속적인 일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평가했다. 두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 사제지만, 동시에 전국 농인 신자에게도 절실한 농인 사제다. 전국 농인공동체에서, 심지어 해외에서까지 박 신부의 방문을 요청하는 곳이 많았다. 또 청인(聽人,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의 본당이나 단체를 찾아야 할 일도 많았다. 그러다 보면 정작 본당의 농인 신자들을 돌볼 수 없는 것이 박 신부의 안타까움이었다. 하지만 김 신부가 본당에 오면서 서로 번갈아 가며 본당과 외부 일정을 소화할 수 있게 됐다. 두 신부의 활동으로 비단 서울만이 아니라 전국의 농인 선교가 더 활성화될 수 있었다. 후배로 함께하게 된 김 신부도 박 신부를 통해 힘을 얻는다. 김 신부는 “선배 사제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큰 힘”이라며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함께 고민하고, 때로는 말하지 않아도 이해되는 순간들 속에서 사목의 깊이도 더해지고, 본당 공동체도 더 안정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농인 사제의 존재는 교회가 모든 민족과 언어, 상태를 초월해 하나임을 보여주는 징표”라며 “사제직이 신체적 완벽함이 아니라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에 달려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더 넓은 포용성을 갖추게 한다”고 전했다. 다름을 넘어 함께하는 공동체로 두 농인 사제의 활약으로 많은 변화를 일궈 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교회 안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김 신부는 한 경청 모임의 모습을 예로 들었다. 교회 안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에 대부분이 그 당사자들이 자리했던 반면, 농인이 아닌 수어 통역 봉사자가 참석해 농인의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했던 것이다. 김 신부는 “장애에 대한 감수성도 높아지고 있고, 장애를 지닌 분들을 더 성숙하게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분위기도 곳곳에서 느껴진다”면서도 “사회에 비해 교회 안에서는 이런 변화가 다소 더디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비장애인 중심의 신학교 교육도 미래의 농인 사목을 위해 넘어야 할 벽이다. 벌써 농인 사제가 둘이나 탄생한 서울대교구조차도 농인을 위한 별도의 교수법이나 평가 기준, 이들을 전문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교수 등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농인 사제가 탄생해, 이다음 세대의 농인 사목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농인 성소자·신학생 양성이 필요하다. 박 신부는 “농인이 필담으로 모든 소통이 가능하다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한국어와 한글의 관계와 달리) 수어와 글은 마치 제2외국어처럼 서로 달라서 깊은 영적 대화를 나누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여전히 장애인을 ‘배려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분위기도 벽이다. 농인을 비롯한 장애인을 ‘도움 받는 사람’으로 규정하는 자세는 장애인을 ‘우리와 다른 누군가’로 만든다. 농인도 ‘우리 중의 한 명’으로 자연스럽게 섞이는 교회, 본당의 이름 ‘에파타(열려라)’처럼 활짝 열린 교회가 두 신부의 바람이다. “우리 공동체가 서로의 ‘다름’을 ‘틀림’이 아닌 ‘은총’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장애가 있든 없든, 우리는 모두 하느님께서 각기 다른 아름다움으로 빚어내신 소중한 지체들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속에 있는 장벽을 향해 함께 ‘에파타!’라고 외칩시다. 그 문이 열릴 때 우리는 비로소 소리를 넘어선 더 깊은 하느님 사랑을 듣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를 위해 늘 기도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카메룬 바멘다 OSV] 레오 14세 교황이 4월 16일 카메룬 북서부 분쟁 중심지 바멘다를 찾아 평화 모임을 주재하며 전쟁 중단과 화해를 강력히 호소했다. 성 요셉 대성당에서 열린 이날 모임에서 교황은 “나는 평화를 선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전쟁을 지속시키는 세력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파괴는 한순간이지만 재건에는 평생이 걸린다”며 “막대한 자원이 전쟁에 쓰이는 동안 치유와 교육을 위한 자원은 충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원을 착취한 이들이 그 이익을 무기에 투자하며 불안정과 죽음의 악순환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세상은 소수의 폭력에 의해 파괴되지만, 다수의 형제자매의 연대로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결코 버리지 않으셨다"며 “그분 안에서, 그분의 평화 안에서 우리는 언제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고 위로했다. 카메룬 영어권 지역에서는 2017년 이후 분리주의 세력과 정부군 간 충돌로 수천 명이 사망하고 수십만 명이 피란했다. 어린이들은 교육 기회를 잃고 공동체는 붕괴된 상태다. 이날 모임에서는 분리주의 무장세력에 납치됐던 수도자의 증언 등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이야기들도 이어졌다. 카린 탕기리 망구 수녀는 “사흘 동안 숲속에서 억류돼 잠도 자지 못하고 음식도 먹지 못했다”며 “희망을 지켜준 것은 묵주기도였다”고 말했다. 이슬람 지도자와 피란민 가족의 증언도 이어졌다. 한 이맘은 무장세력의 모스크 공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을 전했고, 피란민 데니스 살로 씨는 “이웃과 친구들이 살해되고 집이 불탔다”며 가족과 함께 삶의 터전을 잃은 경험을 전했다. 모임 후 교황은 성당 밖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를 날려보냈으며, 수많은 신자가 환호 속에 이를 지켜봤다. 이후 바멘다공항에서 봉헌한 미사에서 교황은 “하느님과 그분의 말씀에 자신을 맡길 때 상처 입은 마음의 치유와 사회의 변화가 가능하다”며 “이 나라와 대륙의 다양성과 풍요를 모아 일치의 모자이크를 회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요뉴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종교·사회적 맥락 속 ‘한국 사회 극우화’ 진단

한국 사회 극우화 현상에 대해 사회학적 관점에서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특히 2000년대 전후로 중산층화된 개신교회에서 이탈한 노년층이 극우화 집단이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의정부교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는 4월 11일 경기도 파주 민족화해센터에서 ‘평화의 눈으로 진단하는 한국의 극우화’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는 천주교를 비롯해 성공회 등 개신교, 불교 성직자들도 참석해 극우화 문제에 관심을 드러냈다. 개신교계 민중신학자 김진호 씨는 발제에서 “1990년대 이후 서울 강남권에 대대적으로 출현한 대형 교회들에는 한국사회 ‘파워엘리트’를 포함한 중상위계층이 몰려들었다”며 “이들이 개신교를 주도하면서 인맥, 자기 계발과 같은 ‘웰빙 신앙’이 대두됐고, 여기서 밀려난 중하위 계층의 청년 신자, 남성 노년 신자들에게 절망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렇게 이탈한 청년 세대는 주로 개신교계 이단인 신천지 교회로 대이동 했지만, 노년층의 경우 극우 집단으로 결집했다고 봤다. 김 씨는 “특히 교계에서 ‘아웃사이더’로 불리던 전광훈 목사 등이 열패감에 빠진 남성 노년층들을 흡수하면서 이들은 ‘아스팔트 우파’의 일원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신교 전체에서 이러한 극우적 분파는 일부에 불과하지만, 막대한 사회적 파급력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이는 종교의 관심과 돌봄에서 소외된 계층이 극우화에 빠질 수도 있다는 말로도 해석된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진격의 대학교」 등을 저술한 오찬호(요셉) 박사는 청년 세대 일부의 극우화에 대해서도 짚었다. 오 박사는 “경쟁에 유리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필요 없는 것으로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는 청년 세대가 약자들에 대한 사회적 이슈에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게 만들었고, 청년 세대가 극우화되는 ‘연료’가 됐다”며 “극우 청년들은 이주민이나 비정규직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국가와 사회가 배려하고 양보하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발제자들은 또 극우화된 청년·노년층이 열패감과 절망감을 극복하기 위해 ‘혐오의 대상’을 만든다고 공통적으로 전했다. 또 이러한 현상에 대한 비판에 앞서 사회적 배경을 이해하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편견을 깨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2024년 발생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를 옹호하고 이에 따른 파면의 정당성을 부정하면서, 청년 세대 등의 극우화 현상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 포럼은 극우가 어떻게 한국 사회에 자리 잡았고 성장했는지 교회 차원에서 되짚는 자리였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장 이은형(티모테오) 신부는 인사말에서 “요즈음 청년들을 비롯해 극우화 현상이 현대 한국 사회의 큰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다”며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함께 진단해 보고, 특별히 교회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고자 했다”고 전했다.

WYD 청주 교구대회 조직위, 묵주기도 3000만 단 봉헌운동 전개

청주교구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청주 교구대회 성공 개최를 위한 기도와 모금운동에 돌입했다. 2027 WYD 청주 교구대회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4월 5일 묵주기도 3000만 단 봉헌운동을 시작했다. 전국 교구에서 실시하는 묵주기도 10억 단 봉헌운동의 일환인 이번 행사는 외국 순례자들이 WYD에 안전하게 참여하고, 대회 기간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지낼 수 있도록 기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직위는 청주 교구대회 참가 외국 순례자를 3000여 명으로 예상하고, 순례자 1명당 묵주기도 1만 단을 봉헌한다는 의미를 담아 총 3000만 단 봉헌을 목표로 세웠다. 봉헌된 묵주알은 묵주로 제작해 외국 순례자들에게 교구 방문 기념품으로 증정할 계획이다. 조직위는 WYD 참가를 희망하지만 항공료와 참가비 부담으로 참여가 어려운 해외 청년들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주요 후원 대상은 교구와 오랜 교류 관계를 이어 온 필리핀 빠야따스 지역 청년들과, 교구 사제 4명이 파견돼 선교하고 있는 과테말라 청년들이다. 특히 빠야따스는 교구가 20년 넘게 또래사도 프로그램을 통해 교류해 온 지역이다. 후원자 모집 기간은 12월 31일까지다. 이 외에도 조직위는 2025년 12월부터 매월 첫째 주 토요일마다 ‘WYD 동행 월미사’를 봉헌하고, 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계십니다」를 교재로 WYD 봉사자 신앙교육을 하고 있다. 조직위는 “이번 기도와 모금운동으로 WYD가 일부 청년들만의 축제가 아닌, 교구 전체가 환대와 만남으로 세계 각국의 신앙 공동체를 맞이하는 뜻깊은 행사임을 널리 알리자”며 “모든 세대가 함께 준비하는 보편교회의 축제이자 순례이며, 복음 선포를 위한 중요한 선교의 기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구민 여러분의 작은 사랑과 나눔이 더해진다면, 전 세계 젊은이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희망의 순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든 생명은 금빛”…서울 도심서 생명대행진 열려

“Life is golden! 모든 생명은 금메달입니다!” 생명 사랑을 외치는 열다섯 번째 발걸음. 제15회 생명대행진이 4월 11일 서울 보신각 앞 광장과 종로, 을지로, 충무로, 명동 일대에서 펼쳐졌다.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 위원회가 주최하고 생명대행진 조직위원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는 ‘생명, 그 빛나는 이름 - 꺾이지 않는 생명의 빛, 모든 생명은 금메달입니다’를 주제로 열렸다. 특히 올해 생명대행진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모든 생명은 선물이며 타고난 그대로 빛나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은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정확히 7년이 되는 날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고 여성의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는 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생명대행진 조직위원회 차희제(토마스) 위원장은 “그동안 새로운 법은 제정되지 못한 채, 태아와 여성의 조화로운 동행을 추구하는 개정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급진적이고 일방적인 법안만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고 말하고 “또 다른 이슈인 낙태약 도입을 저지해 태아의 생명과 여성의 건강을 지켜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사 중에는 김찬주 교수(아가타·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가 낙태약의 위험성에 관해 강의했다. 김 교수는 낙태약의 주성분인 미페프리스톤, 미소프로스톨이 어떻게 태아를 죽이는 작용을 하는지 설명하고, 낙태약이 산모의 생명까지도 위협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시민단체, 청년단체, 종교계, 자원봉사단체 등 참가자들은 보신각에서 종로3가, 충무로, 명동, 을지로1가에 걸쳐 약 4km 거리의 도심을 행진했다. 유모차를 탄 어린아이와 가족,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이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태중에 아기를 품고 22개월 된 아이와 함께 참가한 박연경(수산나) 씨는 “아이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 참가했다”면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이런 행사를 통해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가정과 생명 위원회 위원장 문창우(비오) 주교는 이날 축사에서 “우리의 시선은 단순히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사회 모든 수준에서 대화하고 생명이 모든 단계에서 존중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며 “우리의 작은 실천들, 우리의 선택 그리고 우리의 목소리가 이 세상 속에서 생명의 빛을 밝혀갈 것”이라고 전했다.

“안전한 사회 위해 기억하자”…세월호 참사 12주기 추모미사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맞아 교회와 시민사회가 참사를 기억하고, 생명을 소중히 하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함께 모여 기도했다. 서울·인천·수원·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한국 천주교 여자 수도회 장상 연합회(이하 여장연) JPIC분과, 한국 남자 수도회 사도 생활단 장상 협의회(이하 남장협)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4개의 평신도 정의평화 단체와 400여 명의 시민들은 4월 13일 서울특별시의회본관 세월호 임시 기억관 앞에서 세월호 참사 12주기 추모미사 ‘기억하고 연대합니다’를 봉헌했다. 이번 미사는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앞두고 희생자를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하며, 참사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 건설을 촉구하기 위해 열렸다. 미사를 주례한 남장협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위원장 양두승 신부(미카엘·작은 형제회)는 강론에서 “세월호 참사로 많은 교훈을 얻고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에 경종을 울렸다고는 하지만, 지금 2026년을 살아가는 우리가 겪었던 것처럼 또 다른 참사들은 여전히 발생한다”며 “참사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고의 책임을 묻고 처벌하고, 참사나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과 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사 중에는 여장연 소속 수도자들이 추모곡 <꽃>을 불렀으며, 희생자 유가족도 참석해 참사 재발 방지를 요청하는 목소리를 전했다. 고(故)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 씨는 “또 다른 참사가 일어나지 않고 누구나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명안전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져 가족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생명안전기본법은 국민의 생명·안전·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사회적 참사와 재난을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의 의무와 시민의 권리 등의 기본사항을 규정한 법이다. 법안은 ▲안전권의 법제화 ▲독립적 조사 기구 설치 ▲피해자 권리 보장 ▲정보 공개 및 시민 참여 ▲안전 영향평가 도입 등을 담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로 제정 논의가 시작돼 2020년 11월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됐고, 2025년 3월 10일 제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됐지만, 현재까지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외에도 유가족들은 국가책임 인정과 공식 사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권고 이행과 추가 조사 약속, 비공개 기록 공개, 피해자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은 4월 10일 ‘세월호 참사 청와대 문건 목록 비공개 처분 취소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참사 당일 청와대 문건을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려,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또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 봉안 시설과 전시·교육 시설 등으로 구성된 4·16 생명안전공원은 2027년 조성될 예정이다.

종합

안동교구, 故 두봉 주교 선종 1주기 추모미사 봉헌

초대 안동교구장을 지낸 두봉(杜峰·프랑스명 René Dupont) 주교 선종 1주기를 맞아 그의 삶과 사목 정신을 기리며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는 추모미사가 열렸다. 안동교구는 4월 10일 농은수련원 성직자 묘원에서 교구장 권혁주(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주례로 ‘두봉 레나도 주교 선종 1주기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에는 교구 사제단과 수도자, 평신도, 파리외방전교회 부지부장 허보록(필립보) 신부를 비롯해 지역 유림 대표와 두봉 주교가 생전 머물렀던 경북 의성군 봉양면 ‘봉양문화마을’ 주민들도 함께했다. 미사 중 추모식에서는 지난 1월 2일 이재명 대통령이 두봉 주교에게 수여한 ‘국민훈장 모란장’을 교구 총대리 김학록(안셀모) 신부가 대리 수령했다. 훈장은 교구 역사관에 한시적으로 전시되며, 교구가 현재 의성군과 협력해 추진 중인 ‘두봉 주교 기념관’이 건립되면 그곳으로 옮겨 영구 보존될 예정이다. 추모식에서는 또 봉양문화마을 주민과 허보록 신부가 추도사를 낭독했으며, 고인의 생전 육성을 청취하는 시간도 가졌다. 권 주교는 강론을 통해 두봉 주교가 생전 가장 좋아했던 성경 말씀인 ‘진복팔단’을 설명하며, “주교님은 예수님의 복을 받아들이기 위한 여덟 가지 조건을 강조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주교님께서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남에게 행복을 주어야 하며, 따라서 행복이란 주어야 받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분”이라며 두봉 주교의 깊은 신앙을 되새겼다. 두봉 주교는 2025년 4월 10일 향년 96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1954년 한국 땅을 밟은 이래 1990년 퇴임할 때까지 농민들과 희로애락을 나누며 소박한 삶을 함께했고, 사회 정의를 위한 사목 활동에도 매진했다. 가난한 교회를 추구하며 사회적 약자들의 손을 잡았던 그는 퇴임 이후에도 교구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지역 신자들과 함께 어울리는 소탈한 모습으로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서울대교구 마곡수명산본당, 청소년문화공간 ‘마리아지트’ 개소

서울대교구 마곡수명산본당(주임 이동욱 토마스 신부)은 4월 12일 서울시 강서구 수명로 74 발산시티타워 201호 현지에서 교구 청소년 담당 교구장대리 이경상(바오로) 주교 주례로 청소년문화공간 ‘마리아지트’ 축복식을 열었다. 마리아지트는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아늑한 보금자리를 뜻하는 ‘아지트’와 성모 마리아의 합성어다. 성모 마리아의 자애로운 보호 아래 청소년들이 세상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마음껏 쉬며 각자의 소중한 꿈을 펼칠 수 있는 가톨릭 문화공간으로 이날 문을 열었다. 축복식에는 마리아지트가 문을 여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한 사회복지법인 안나의 집 대표 김하종(빈첸시오) 신부, 서울대교구 제17 강서지구장 윤정한(바오로) 신부, 이동욱 신부, 본당 사목회 임원 등이 참석했다. 마리아지트는 송수경(데레사) 씨가 2025년 5월 8일 김하종 신부에게 발산시티타워 식당 공간을 기증하면서 그 씨가 뿌려졌다. 본당은 청소년을 찾아가는 트럭 ‘아지트’를 운영하고 있는 김 신부와 협력해 식당 공간을 청소년들의 쉼터 겸 문화공간으로 운영하기로 뜻을 모으고 내부 리모델링을 거쳐 마리아지트를 마련했다. 마리아지트는 청소년들이 모여 다양한 문화활동과 회합을 하고 음악 밴드 연습도 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추고 있다. 향후 본당 청소년들은 물론 지역사회 청소년들까지 아우르는 영적 보금자리로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본당은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이완열(프란치스코)·홍수경(소화 데레사) 부부를 자문위원장으로 하는 자문위원회도 구성했다. 위원으로는 김상균(라우렌시오) 백석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 전임교수, 윤인복(소화 데레사)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교수, 이창우(제오르지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이 참여해 청소년들의 다양한 문화활동을 도울 예정이다. 이완열·홍수경 부부는 마리아지트에 청소년들을 위한 악기와 스피커 시설을 기부했다. 이경상 주교는 마리아지트 축복식을 주례한 후 “마리아지트는 공간을 기증해 주신 분과 서울대교구 제17 강서지구, 마곡수명산본당, 안나의 집 모두가 같은 뜻을 모아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렵고 힘든 시대에 청소년들이 하느님께 나아가 희망을 찾는 문화공간을 열었다는 것은 우리의 부활 신앙을 보여 준다”고 밝혔다. 이동욱 신부는 “청소년들이 마리아지트에서 활동하면서 각자의 재능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닮고, 자신이 받은 은총을 되돌려 주게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축복식 후 청소년 밴드 ‘피아트’ 단원으로 축하공연에 참여한 손유나(플로라·중2) 양은 “우리들의 활동 공간이 생겨 감격스럽고 감사하다”면서 “피아트 기타 연주자로서 더 열심히 밴드 활동을 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 주교는 피아트 단원들에게 “음반 내도 되는 실력”이라고 격려했다.

파티마 국제 순례 성모상 9년 만에 한국 온다

파티마 국제 순례 성모상(이하 성모상)이 9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 성모상의 한국 순례는 4월 26일 의정부교구 파주 파티마 평화의 성당에서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 한국 본부장 이한택(요셉) 주교 주례로 봉헌하는 환영미사로 시작된다. 성모상은 4월 30일부터 6월 24일까지 전국 15개 교구와 티 없으신 마리아 성심 수녀회, 부산교구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 한국 본부 등을 순회한 뒤 파티마로 돌아갈 예정이다. 세계 곳곳을 순례하는 목적으로 제작된 성모상은 포르투갈 파티마에서 성모 마리아의 발현을 목격한 가경자 루치아 수녀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이번 한국 방문은 1953년, 1996년, 1997년, 2000년, 2017년 이후 여섯 번째다. 특히 이번 순례는 1925년 스페인 폰테베드라에서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와 함께 루치아 수녀에게 발현한 사건의 1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가 있다. 성모 마리아는 이 발현을 통해 첫 토요일 다섯 번의 보속을 요청했다.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 한국 본부는 이번 방문으로 회원들이 첫 토요일 신심의 중요성을 기억하고, 봉헌의 삶을 쇄신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또한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와 죄인의 회개를 위한 기도와 희생, 보속 등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본부 이정숙(수산나) 회장은 “이번 순례가 한반도와 전 세계의 어둠을 몰아내고, 모든 이의 마음속에 주님 사랑의 불씨를 지피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며 “이 땅에 참된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고, 희생과 봉헌의 삶을 살며 복음의 증거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4월 22일은 ‘지구의 날’…전등 끄기 동참해요”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가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교구 공동체가 소등 행사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주관으로 전국에서 진행되는 소등 행사는 이날 오후 8시부터 10분간 실시되며, 지구 생태계와 에너지의 소중함을 되새기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환경사목위는 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 명의로 각 본당과 수도회, 기관에 요청문을 보내고 10분간 성당, 수도회, 사무실, 가정, 개인 공간에서 사용 중인 전등을 끄고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기도와 묵상에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 211항에서 “불필요한 전등을 끄는 것”과 같은 작은 실천들은 참다운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중요한 행동임을 강조하며, 우리가 공동의 집 지구를 돌보는 책임을 지닌 존재임을 일깨우고 있다. 환경사목위는 “소등 행사는 작은 실천을 통해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우리의 사명을 되새기고 생태적 회개의 삶으로 나아가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며 “모든 신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지구의 날은 1970년 4월 22일 미국 상원의원이 하버드의 한 대학생과 함께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 바라바에서 있었던 기름유출 사고를 계기로 지구의 날 선언문을 발표하고 기념행사를 개최한 것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 민간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행사를 추진했으며, 정부는 2009년부터 지구의 날이 포함된 주간을 ‘기후변화주간’으로 지정해 소등 행사, 잔반 없는 날, 탄소중립 실천 캠페인 등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