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CNS] 레오 14세 교황이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인 6월 22일 로마 거리에서 성체 거동을 하며 “그리스도인들은 물질적, 영적으로 받은 은총을 나누며 예수님 사랑의 증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날 라테라노 대성당 밖에서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미사를 봉헌했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성체 거동은 믿는 이들의 가슴에 예수님을 드러내 보이는 길로서 신자들의 신앙을 더욱 굳건하게 하고,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그들 내면에 있는 궁핍함과 빵만으로 그 궁핍함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성찰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날 복음은 예수님이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수천 명의 군중을 먹이신 루카복음 말씀이었다. 교황은 “예수님은 배고픈 이들의 호소에 응답하시면서 눈을 들어 축복하시고 나눔의 표시로 빵을 쪼개 모든 이들을 먹이셨다”며 “주님의 행동은 어떤 복잡한 마술 같은 의식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감사, 성령에 의해 지속되는 자녀로서의 기도 그리고 형제적 일치를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예수님께서는 나눌 수 있는 빵과 물고기를 늘려 주셨고 결과적으로 모든 이들이 먹기에 충분했다”며 “사실, 모든 이들이 자신들의 몫을 먹고도 남은 조각들이 열두 광주리나 됐다”고 말했다. 교황은 ”오늘날 복음 속 군중과 마찬가지로 모든 민족들이 타인의 탐욕 때문에 배고픔 이상의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큰 부를 쌓은 소수의 사람들은 오만하게도 가난한 많은 사람들에게 무관심해 고통과 불의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특히 희년인 올해 우리는 실천과 봉사를 이끄는 주님의 모범을 따라 빵을 나누고, 희망을 키우고, 하느님의 나라가 오심을 선포해야 한다”며 “성체는 영원한 삶을 위한 빵이기 때문에 단지 육체적 배고픔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이를 죽음에서 구원하실 수 있다는 약속이 된다”고 말했다. 미사 후 교황은 최근 첫영성체를 한 어린이들을 포함해 수천 명의 사람들과 성체 거동에 나섰다. 교황은 성광 안에 축성된 성체를 모시고 라테라노 대성당에서 성모대성당까지 약 1.6km의 거리를 행렬했다. 교황은 성모대성당에 도착해 성체 강복을 주례했다. 교황은 성체 거동 중에 “모든 이들이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의 현존이 어떻게 자신들을 변모시키고 교회와 일치돼 예수님의 몸이 되도록 인도하는지 증거하자”며 “우리는 목자와 양 떼로서 함께, 성체를 모시고 공경하고 거리에서 성체 거동을 하면서 사람들의 눈과 양심과 마음 앞에 예수님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서해안고속도로 송악나들목을 나와 충남 내포(內浦)의 너른 평야를 달린다. 11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솔뫼성지 방문 이후, 이곳 내포는 교황 방문 성지로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솔뫼와 신리, 여사울 등 천주교 성지를 알리는 입간판들이 교차로마다 세워져 있는 걸 봐도 짐작할 수 있다. 18세기 말 내포의 사도 이존창의 전교로 싹튼 ‘내포교회’는 한국 천주교의 중심지이자 신앙 못자리라 불린다. 초기 조선교회 어느 곳보다 많은 신자가 공동체를 이뤄 신앙생활을 했고 때문에 신해박해(1791년) 이후 무진박해(1868년)까지 크고 작은 박해마다 수많은 순교자가 나왔다. 교회사에 등장하는 성직자 대부분도 이곳 내포를 터전으로 활동했다. 합덕삼거리에서 신리 방향으로 가다 보면 야트막한 언덕 위에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농촌의 여느 풍경과 전혀 다른 이국적인 모습. 대전교구 합덕성당이다. 내포가 한국교회 신앙 못자리라면 합덕성당은 내포교회의 중심이다. 그 수식어를 대변하듯 성당은 내포의 너른 평야를 바라보며 우뚝 서 있다. 아담한 성모동산이 ‘주님, 우리가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가겠습니까?’(요한 6,68)라 새겨진 비석과 어우러져 순례자를 맞이한다. 합덕본당의 역사는 1890년 충남 예산 고덕면 상궁리에 ‘양촌본당’(현 예산 양촌공소)이 설립되며 시작됐다. 이후 1899년 현재 자리로 성당을 옮기면서 본당 이름을 합덕으로 바꿨다. 현재 성당은 제7대 주임인 필립 페랭(Philippe Perrin, 백문필 필립보) 신부가 1929년 세운 것이다. 계단 맨 위 예수성심상과 하늘 높이 뻗은 두 개의 첨탑이 한 폭의 그림을 보듯 아름답다. 두 첨탑은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을 상징한다. 한 순례자는 두 첨탑이 마치 하늘 향해 두 손 뻗은 기도 손이라 표현했는데 직접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성당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주님께서 모세에게 하신 말씀,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탈출 3,5)라는 말씀 그대로다. 제대까지 줄지어 선 회색 기둥이 아치형 천장을 떠받치고 있다. 성가정을 주보로 모신 성당답게 제대 뒤에는 ‘성가정화’가 십자고상을 대신해 걸려 있다. 1930년대 당시 본당 주임이던 페랭 신부의 사촌이 그린 것이다. 좌우 스테인드글라스의 은은한 빛 머금은 성화를 마주하며 자리에 앉는다. 제대 우측으로는 성 김대건 신부, 성 앵베르 주교, 성 모방 신부, 성 샤스탕 신부의 유해와 페랭 신부의 유품인 십자가가 모셔져 있다. 성당을 나서 골고타 십자가의 길을 따라 옛 사제관 건물 뒤로 돌아가면 황석두(루카) 성인, 그리고 한국전쟁 때 순교한 페랭 신부, 총회장 윤복수(라이문도), 복사 송상원(요한)의 순교비와 봉분이 14처 곁에 자리하고 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합덕에서 30년째 사목하던 페랭 신부는 신자들의 피난 권유에도 “내 양들을 위해 내 목숨을 버리겠다”며 성당에 남아 있다가 8월 14일 고해성사 중 인민군에 체포됐다. 그때 곁에 있던 윤복수와 송상원 또한 자신들은 신부님을 모시는 사람들이니 “신부님과 함께 갈 것”이라며 페랭 신부를 따랐다. 체포 한 달 후 페랭 신부는 대전 목동에서 두 평신도는 당진에서 순교했다. 이들은 한국교회가 시복·시성을 추진하는 근·현대 신앙의 증인 81위에 속해 있다. 넓은 잔디마당의 느티나무와 팽나무가 성당의 오랜 역사를 증명하듯 푸르름을 뽐낸다. 고목(古木)만큼이나 오랜 세월, 합덕성당은 이 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성직자와 수도자를 배출해 냈다. 본당 출신 사제·수도자만 100명을 넘는다. 내포 순교자들의 신앙 열정이 이곳 합덕 사람들의 면면으로 이어져 결실을 이룬 것이다. 본당이 한국교회 ‘성소의 못자리’라 불리는 이유다. 미사를 마친 할머니들이 하나둘 교리실로 모인다. 레지오 회합을 위해서다. 지팡이와 보행기에 의지하는 불편함도 마다하지 않고 하나둘 모인 할머니들이 성모님 곁에 촛불 밝히고 묵주기도를 봉헌한다. 할머니 한분 한분의 정성 담긴 기도가 하늘에 닿아 합덕성당의 지금, 한국교회의 오늘이 있게 했음을 마음에 새긴다. 성가정의 어머니 성모상 바라보며, 할머니들처럼, 성모송을 봉헌한다. ◆ 대전교구 합덕성당 - 주소 : 충남 당진시 합덕읍 합덕성당2길 22 - 미사 : 주일 미사(오전 6시·10시, 토요일 오후 5시) 화 오후 5시, 수~금 오전 10시 - 문의 : 041-363-1061

“이 빵은 너희를 위하여 내어줄 내 몸이다.”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앞두고, 전북 김제 들녘에서 특별한 밀 수확이 있었다. 단순한 곡식 추수가 아닌, 성체의 첫걸음이었다. 우리농촌살리기공동네트워크(대표 심상준 아모스)는 6월 11일 제병을 만드는 데 사용할 우리 밀 품종 ‘고소밀’을 수확했다. 제병 전용 밀의 체계적 재배와 수확이 제병 전용 재배 단지에서 처음 구현된 사례다. 한국교회는 1991년부터 ‘우리밀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며 국산 밀로 제병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우리 밀은 수입 밀에 비해 제병처럼 얇고 균질한 반죽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이 박력분용 품종인 고소밀을 개발했고, 우리농촌살리기공동네트워크가 이를 제병 생산에 맞춰 재배한 것이다. 고소밀은 색이 밝고 단백질과 글루텐 함량이 낮아 과자용으로 적합하고 추위에 강해 국내 전역에서 재배할 수 있다. 특히 제병 제조에 필요한 얇고 균일한 반죽에 적합한 품종이라는 게 심상준 대표의 설명이다. 이번 수확은 한마음 영농조합(대표 장수용)과의 계약 재배를 통해, 농촌진흥청의 재배 설명서에 따라 비료의 양과 토양 상태까지 정밀하게 관리된 단지에서 이뤄졌다. 심 대표는 “이 밀이 제병용으로 쓰인다는 것을 알고 있어 작년 말 파종 때부터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키웠다”고 전했다. 우리농촌살리기공동네트워크는 이에 더해 2024년 전국에 네 곳의 우리 밀 전문 제분공장을 세웠다. 밀가루의 입도나 제분 방법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지는 특성을 고려해 제병에 최적화된 밀가루 가공 전문 시설을 갖춘 것이다. 고소밀은 제분공장에서 제병 맞춤형 밀가루로 가공된 후 전국 가르멜 수녀원에 공급된다. 가르멜 수도자들은 농부들이 정성껏 수확한 우리 밀가루에 기도와 정성을 담아 만든 제병을 전국 성당에 보낸다. 우리농촌살리기공동네트워크와 한마음 영농조합, 가르멜 수녀원은 향후 제병 전용 재배 단지를 확대하고, 고품질 우리 밀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심상준 대표는 “고소밀 수확은 제병을 만들기 위한 농산물 재배를 넘어 농민과 수도자, 유관기관 등 교회 공동체의 협력과 정성을 보태 신앙과 생명, 우리 농업의 가치를 지켜가는 노력의 결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밀 살리기 운동을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자급률은 2%를 넘지 못한다”며 “국산 밀로 만든 제병이 더 많은 신자에게 알려진다면, 우리 밀에 대한 신뢰와 소비도 함께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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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 성혈 대축일 특집] 포도주가 ‘미사주’ 되려면?

설탕이 든 포도주를 미사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요즘 유행하는 무알코올 포도주는 어떨까? 답은 원칙적으로 ‘사용 불가’다. 다만 우리나라 미사주 ‘마주앙’은 한국 포도 특성 상 주교회의 승인 하에 설탕을 첨가한다. 이처럼 미사주에는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성찬례 거행에 쓰일 포도주는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루카 22,18 참조) 것으로, 다른 물질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천연 포도주’여야 한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322항) 성경에 예수님께서 성찬례를 제정하실 때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사용하셨고 그 외 재료는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마태 26,27-29) 또한 포도주는 온전한 상태로 보존하여 시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고(「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323항) 부패하지 않아야 한다(「교회법전」 제924조).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신학대전」에서 “포도주가 부패해 식초가 되면 포도주의 형상은 남지 않기에 식초로 성사를 행할 수 없다”(제3부 문제 74, 제5문 반론에 대한 답변 2)고 했다. 예외적으로, 발효되지 않은 포도즙인 ‘무스툼(Mustum)’은 교구장의 인가를 받을 경우에 한해 사용할 수 있다. 교황청 경신성사부는 2017년 「성찬례에 쓰는 빵과 포도주에 관하여 주교들에게 보내는 회람」(제4항 ㄴ)에서 “신선한 포도즙이거나, 본질은 변화시키지 않고 발효만 막는 방법으로 보존된(예를 들면, 냉동) 포도즙(Mustum)은 성찬례 거행에 유효하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무알코올 포도주는 정상 발효된 포도주에서 인위적으로 알코올을 제거한 것이므로 허용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조건을 충족하는 포도주는 모두 미사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제조 과정을 완전히 통제하거나 세부 성분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교구장이나 교황청 인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롯데칠성의 ‘마주앙’ 브랜드만 미사주로 사용하고 있다. 포도주 소비와 종교적 수요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수십 종의 미사주 브랜드가 있다. 대형 회사뿐 아니라 수도회 와이너리 등도 소규모로 생산한다. 이탈리아는 지역 특화 브랜드가 많다. 시칠리아의 ‘Martinez’(마르티네즈) 등이 유명하다. 특히 바티칸은 교황의 여름 별장 부지 내 약 2만㎡ 규모의 포도원에서 자체적으로 포도주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 포도주는 2026년부터 교황청 라벨이 부착된 ‘HOLY SEE’ 브랜드 미사주로 사용될 예정이다. 한편 바티칸 인구 한 명의 평균 포도주 소비량은 연 약 79리터다. 영국의 세 배이자 세계 최고다. 이는 미사 전례와 공식 행사, 손님 접대 등으로 쓰이는 모든 포도주가 1000명에 미치지 않는 바티칸 인구가 소비한 것으로 집계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국 사회, ‘일상’에서부터 갈등 해소 노력해야”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에 기인한 한국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평화 교육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김주영 시몬 주교)는 수원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허현 요한 세례자 신부)와 공동으로 6월 12일 수원교구청 2층 대강의실에서 ‘2025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갈등과 평화교육’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분단국가가 안고 있는 사회 갈등의 유형을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평화 교육의 방향성과 교회의 역할을 함께 모색했다. 통일연구원 박주화 연구위원은 제1발제 ‘갈등심리와 평화 교육’에서 한국 사회 갈등의 근본 원인을 분단이 낳은 이분법적 사고와 ‘관용이 결여된 확신’에서 찾았다. 박 위원은 정치적 요인, 민족·문화 간 긴장, 일상 속 집단 간 갈등 등으로 갈등 유형을 구분했다. 특히 한국 사회의 갈등은 ‘고착화된 갈등’(untractable conflict)이라는 특징을 지니며, 이해관계의 충돌을 넘는 집단의 정체성, 역사적 기억, 감정적 구조와 일상의 신념 체계에 깊이 뿌리 내린,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갈등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갈등 유형을 한반도라는 특수한 지형에서 검토한 박 위원은 “사회에 필요한 평화 교육이, 분단으로 인한 불편함과 제약조차도 명확히 언어화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칫 추상적 당위나 도덕적 수사만을 반복하는 공허한 설교로 전락할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고착화된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평화 교육 전략으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 ▲체험과 성찰을 결합한 교육 방법론 활용 ▲공감과 비판적 성찰의 균형 있는 발달 ▲학교를 넘어 사회와 종교기관으로 확장하는 평화 교육 등을 제안했다. 특히 사회 갈등이 자기 확신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교회가 타인의 관점을 수용하는 겸손과 성찰의 자세를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심포지엄에서는 평화 교육이 실효를 거두려면 거시적 담론에서 벗어나 구체적 현장을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함세정 박사는 ‘단순한 해답 벗어나기: 지금, 여기의 평화 교육을 위한 전환’ 주제 발제에서 “거시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조망하려는 ‘새’의 시선이 아니라, 문제의 현장에 깊숙이 위치한 ‘벌레’의 시선이 필요하다”고 한국 사회 평화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함 박사는 한국 사회와 교회가 평화 교육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 역시 “‘지금 여기’의 현장을 쉽게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평화 교육의 답을 미리 정해 놓거나 수학 공식처럼 정형화시킬 것이 아니라, 갈등 현장에서 ‘현재성’을 만들어 나가며 평화 교육을 추동하고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역시 전체 토론과 질의응답에서 “인간성을 점점 잃어 가는 사회에서 가까운 이웃을 존중하지 못하면서 평화 교육이나 통일 논의를 할 수는 없다”며 “평화는 내 주변에서부터 먼저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학 전공자인 손서정(베아트릭스) 박사 또한 “한 개인 또는 집단 차원에서 평화로웠던 상태가 다른 개인과 집단 차원으로 옮겨 가면 폭력적인 모습을 띠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진단하고 “평화는 구체적인 관계성 안에서 교육해야 하며 인간의 실질적인 삶과 평화를 연관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안동교구, 최양업 신부 선종지 진안리성지서 시복시성 염원

안동교구는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 선종 164주년 기념일인 6월 15일 경북 문경 진안리성지에서 교구장 권혁주(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주례로 ‘희망의 순례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 시복시성 기원 미사’를 봉헌했다. 당초 교구는 신앙대회를 계획했지만 지난 3월 발생한 경북 지역 대형 산불로 피해를 입은 교구민·이웃들과 아픔을 함께하기 위해 행사를 취소하고 대신 미사를 봉헌했다. 권 주교는 강론을 통해 “최양업 신부님은 목숨이 다할 때까지 쉼 없이 길 잃은 양들을 찾아 나선 ‘길 위의 목자’이자 ‘땀의 순교자’였다”며 “여러분 모두가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에게 시복시성의 은혜가 내려질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오늘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 시복시성을 위한 전구 기도의 날을 맞아 전구 기도를 통한 치유의 은총과 기적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영성체 후에는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가 교구에 보낸 메시지를 사목국장 황영화(마티아) 신부가 대독했다. 가스파리 대주교는 “최양업 신부님의 삶과 사도적 열정은 시련 속에도 희망을 놓지 않고 서로 아끼며 살아가는 안동교구 신자들의 신앙 속에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다”며 “신부님이 하루빨리 복자품에 올라 온 교회의 공경을 받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이날 미사 중에는 최양업 신부 서한 필사자 150여 명이 필사본을 봉헌하고 권혁주 주교의 축복장을 받았다. 또 프랑스 가수 클레르 시몽(Clarie Simon)이 ‘사명’을 독창했으며 교구 문경지구 성가대 아마레(AMARE)와 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 수녀들이 ‘희망의 순례자들’을 합창했다. 예비신학생과 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 수련 수녀를 위한 축복기도와 십자가 수여식도 열렸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는 안동 가톨릭 미술가회와 가톨릭 문인회가 최양업 신부를 주제로 제작한 작품들도 전시됐다. 작품들은 7월 15일까지 안동교구청에서 전시된다.

의정부평협, 여성 사목회장 간담회 개최

의정부교구가 교구 여성 사목회장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어 평신도 여성 지도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앞으로의 교구 사목 방향에 반영하기로 했다. 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고진철 라우렌시오)는 6월 11일 교구청 회의실에서 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와 사제, 교구 여성 사목회장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여성 사목회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한국교회 안에서 여성이 사목회장을 맡는 것이 흔치 않은 현실 속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극복 과정, 그리고 봉사 안에서 느낀 기쁨과 보람을 나눴다. 아울러 여성 리더십의 강점과 전망 등 폭넓은 주제를 공유했다. 덕정본당 차순자(미카엘라) 사목회장은 “그동안 한 번도 여성이 사목회장을 맡은 적이 없는 본당이어서 신자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했다”며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신자분들도 이제 응원과 격려를 보내고, 무엇보다도 기도로 큰 힘을 얻어 지금은 자신감을 가지고 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발산본당 박미경(세라피나) 사목회장은 “신자들을 세심하게 돌보는 데 있어 여성 사목회장의 장점이 드러난다”며 “평일 미사 후 신자들이 찾아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때 그들의 사정을 섬세하게 살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참석자들은 본당에서 종종 요구되는 보수 공사나 건축 관련 업무처럼 여성에게 생소한 분야는 남성 신자들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손희송 주교는 “교회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길을 걸어가고 있다”며 “여성의 리더십 확대는 우연이 아니라 성령의 이끄심”이라고 했다. 이어 “교회는 갈등을 넘어 화합을 이루는 공동체로서 사회에 ‘본보기’를 제시해야 한다"며 "여성 사목회장님들이 가지고 있는 섬세한 신앙 감각으로 주님 안에 하나 되는 본당 공동체를 잘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종합

진료소로 변신한 성당…이주민 위해 열리는 ‘행복마을’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충청남도의 외국인은 15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의 약 7%로, 전국에서 외국인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이러한 현실에 발맞춰 충남 논산에는 성당을 울타리 삼은 이주민 지원 공동체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논산 행복마을’이다. 6월 15일 충청남도 논산부창동성당(주임 김창선 안드레아 신부). 이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나눔을 하는 행복마을(촌장 임인식 요한)이 열렸다. 현장은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들과 봉사자들로 북적였다. 임인식 촌장은 “논산뿐 아니라 충청도 전역에서 매월 100명 가까운 이주민이 찾아온다”고 전했다. 행복마을은 2017년부터 대전 포콜라레와 대전교구 가톨릭 간호사회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매월 셋째 주 주일 성당에서 이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내과·치과·물리치료·한방 진료와 미용 봉사를 제공하며, 교구 사회복지국 산하 푸드뱅크는 식료품과 생필품을 나눈다. 마을은 포콜라레 창시자 끼아라 루빅(Chiara Lubich)의 가르침과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 40)라는 복음 말씀을 토대로 이주민을 향한 사랑 실천에 목표를 두고 있다. 대전교구 이주사목부 대전모이세 전담 이성진(다미아노) 신부는 “행복마을은 어려운 이웃을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한 사례”라며 “우리 손이 닿는 곳까지 이주민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 한 사람의 어려움도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신앙을 가진 이주민들이 성사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영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교우들이 모국어로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각 나라 사제들을 모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행복마을을 찾은 이주민들은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이주민을 위한 보다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에서 13년째 거주하고 있는 파키스탄 국적의 샤자한(바오로·논산부창동본당) 씨는 “고물가 시대에 행복마을은 큰 도움이 된다”며 “그러나 한국어를 몰라 어려움을 겪는 이주민이 많지만, 배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은 정작 턱없이 부족하다”고 어려움을 표했다. 현재 논산시의 이주민 대상 한국어 교육은 15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선착순 4개 기업에만 제공돼, 7000여 명이 넘는 이주민이 거주하는 현실에서는 충분하지 않다. 소규모 사업장의 이주민은 지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봉사자들은 행복마을이 널리 알려져 보다 많은 이주민이 혜택을 받기를 희망했다. 20여 년간 의료봉사한 황관옥(프란치스카·대전교구 유천동본당) 간호사는 “이주민들은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 병원 방문을 주저한다”며 “행복마을은 미등록 이주민도 안심하고 올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원 30주년’ 대전교구 성모의 마을…“하나되는 공동체로”

대전교구 성모의 마을(시설장 남금숙 수산나 수녀)은 6월 10일 충청남도 논산시 상월면 선비로 1166 현지에서 ‘서로 존중하며 사랑으로 하나되는 공동체’ 주제로 개원 30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교구 총대리 한정현(스테파노) 주교 주례로 감사미사를 봉헌했다. 성모의 마을 장애인과 직원을 비롯한 행사 참가자들은 30년을 넘어 앞으로도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살아가는 공동체로서, 편견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성모의 마을은 원죄 없으신 성모의 기사 성 프란치스코 수녀회(원장 김석화 효임 골룸바 수녀)가 1995년 설립한 중증장애인 재활·돌봄 공동체다. 수녀회는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복음 말씀과 막시밀리안 마리아 콜베 성인의 희생과 사랑의 영성을 실천하고자 성모의 마을을 세웠다. 한정현 주교는 축사에서 “설립 당시 대전교구장이셨던 고(故) 경갑룡(요셉) 주교님의 관심과 배려 덕분에 성모의 마을이 지금의 터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며 “30년이 흘러 지금은 66명의 장애인과 50명의 직원이 동고동락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가족 공동체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분과 지자체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노후 시설을 보수할 수 있었던 점에 감사드린다”며 “성모의 마을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후원해 주신 모든 분의 가정에 하느님의 사랑과 축복이 늘 함께하시기를 기도드린다”고 전했다. 남금숙 수녀는 인사말에서 “공동체 가족들, 자립해 지역사회로 나간 이들, 이미 선종한 가족들까지 기억하겠다”며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기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 청담동본당, 이콘 동호회 작품전시회 개최

서울대교구 청담동본당(주임 양장욱 베드로 신부) 이콘 동호회(회장 전중정 마리아, 지도 서성훈 바오로 신부)는 6월 13일 성당 1층 로사리오 카페에서 이콘 축복식을 거행하고 18일까지 제5회 작품전시회를 열었다. 2018년 9월 출범한 이콘 동호회는 이콘이 교회의 소중한 자산이자 ‘기도의 그림’임을 알리고, 작업 과정에서 개인 지향 기도와 피정을 마련하는 등 회원들의 신심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이콘은 그리스어로 ‘모상’, ‘형상’을 뜻하며, 신앙과 성경의 내용을 표현한 성화로 제2차 니케아공의회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콘 동호회는 <예언자 엘리아>, <만딜리온>, <자비의 성모>, <전능자 그리스도>, <구원의 십자가> 등 작품 15점을 선보였다. 이콘을 올해 처음 접한 박민경(엘리사벳·청담동본당) 씨는 “이콘 선생님께서 작품 제작 기간 동안 개인 지향 기도를 바칠 것을 권유해서 매일 기도를 드렸다”며 “이콘 덕분에 하느님과 더욱 가까워졌고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작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진희(일리나·청담동본당) 씨는 “이콘을 제작하는 것은 수련 과정과 같다”며 “수사님들이 묵상하는 것처럼 작품 내용을 묵상하며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당은 현재 이콘을 비롯해 마리아 전례무용, 도자기, 수필 등 24개 동호회를 운영하며 신자들이 문화 활동으로 신앙과 더욱 가까워지도록 힘쓰고 있다. 양장욱 신부는 “이콘 제작 과정에서의 묵상과 기도는 깊은 신앙 여정”이라며 “10주년까지 활동을 이어가면서 신자들이 이콘으로 신앙을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동호회원들을 격려했다.

‘수도자·청년’ 함께하는 시간…“오세요”(OSEYO) 개최

‘축성생활의 해’를 보내고 있는 남·녀 수도회가 청년 세대와 친교를 나누고 신앙을 증진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한국 남자 수도회 사도 생활단 장상 협의회(회장 유덕현 야고보 아빠스)와 한국 천주교 여자 수도회 장상 연합회(회장 나현오 현오레지나 수녀)는 오는 9월 20·21일 양일간 충청남도 천안의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오세요’(OSEYO)를 개최한다. 대상은 비신자를 포함해 39세 이하 미혼 청년 200명, 축성생활자 200명 총 400명이다. ‘오세요’는 ‘Open Space Every YOuth’의 줄임말로, ‘교회 청년들에게 활짝 열려있는 축성생활자들의 마음 자리’를 의미한다. 의미에 걸맞게 청년과 수도자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함께 숨을 고르며 이야기를 나누고 하느님을 바라보는 시간으로 꾸며진다. 세부 일정은 ▲토크콘서트 ▲수도자 빌리지 ▲성시간과 고해성사 ▲함께 걷는 엠마오 ▲미사 등으로 구성됐다. ‘축성생활의 해 청년위원회’는 “축성생활자들과 청년들이 ‘숨’을 고르고 신앙생활의 본질과 의미를 되새겨 이들이 주님을 향해 함께 걷는 동반자로서 서로 관심과 사랑을 나누도록 주제와 일정을 정했다”며 “삶의 방향을 묻는 이들, 신앙 안에서 쉼을 찾고픈 이들이 길을 찾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 모집 기간은 6월 30일까지며, 축성생활자 모집은 오는 7월 1일부터 7월 20일까지 선착순으로 받는다. 참가비는 7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