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1982년부터 대림 제2주일을 ‘인권 주일’로 지내며,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모든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기억하고 교회가 이 땅의 소외되고 약한 이들 곁에 가까이 서 있는지를 묻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106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담화를 통해 “이민과 실향민은 숫자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재하는 사람들”임을 상기시키며 “그들을 만날 때 우리는 더 잘 알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를 알 때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인권 주일을 맞아 전쟁을 피해 고향을 떠나 우리 곁으로 찾아온 난민들과 그들을 사랑으로 감싼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제주 ‘나 씨’ 다섯 남매 제주 시내 한 건물 꼭대기에 자리한 옥탑방. 해 질 무렵, 식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한 가족이 저녁 메뉴를 두고 왁자지껄하다. “오늘 저녁은 뭐야?” “오늘은 빵 먹을 거야.” “난 과자 먹을래!” 커다란 눈망울을 반짝이며 쉴 새 없이 떠드는 이들은 고향 예멘을 떠나 7년째 ‘제주살이’를 이어가고 있는 나디아(28)와 나데르(17), 누프(15), 나와프(14), 나덴(13) 오 남매다. 여느 저녁 풍경처럼 밝은 표정으로 각자의 하루를 나누는 다섯 식구의 얼굴 이면에는 다른 이야기가 있다. 이들은 2018년 예멘 내전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떠나 약 8000km 떨어진 제주에 발을 내디뎠다. 탈출 과정에서 어머니를 잃었고, 함께 온 아버지마저 인도적 체류 자격을 얻지 못해 1년 만에 강제 출국 명령을 받고 제주를 떠나야 했다. 언어와 음식, 문화 등 모든 것이 다른 땅에 남겨진 다섯 남매의 삶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맏이 나디아는 어린 동생들의 엄마이자 아빠가 됐다. 그는 “낯선 음식과 사람들의 시선으로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지만, 동생들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었어요”라고 회상했다. 나디아의 하루는 매일 아침 6시에 시작된다. 가장 먼저 일어나 동생들의 아침을 챙기고 출근길에 나선다. 귤 농장에서 귤을 따고 포장하는 아르바이트로 월세를 내고, 동생들에게 필요한 물건도 산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들기는 해도 동생들 얼굴만 보면 힘이 나요. 동생들은 제게 기쁨이자 자랑이에요.” 나디아의 돌봄 속에서 동생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라나고 있다. 둘째 나데르는 학교에서 스포츠 리더로 활동하며 친구들과 운동을 이끌고, 셋째 누프는 F1 드라이버와 헤어디자이너라는 전혀 다른 두 꿈을 놓고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학교 끝나고 친구들이랑 축구하고 왔어요”라고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넷째 나와프도 영락없는 10대 소년으로 자라고 있다. 처음 제주에 왔을 때 6살이던 막내 나덴은 어느덧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 인증 학교 교육 프로그램인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 초등학교 과정(PYP)에 참가해 친구들과 ‘빈곤 퇴치’를 주제로 발표해 상을 받기도 했다. 어떤 내용을 발표했는지 묻자 나덴은 “아프리카의 빈곤 퇴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로 ‘간식 안 먹기’를 발표했어요”라고 말했다. 제주, 남매들의 터전이 되다 지난 시간 동안 다섯 남매가 제주에서의 일상을 이어가는 데는 많은 이의 도움이 있었다. 교회는 남매들을 외면하지 않고 곁에서 손을 내밀었다. 제주교구 이주사목위원회 나오미센터(센터장 이건용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는 아버지를 타국으로 떠나보낸 이들을 찾아 정착과 생활 등 전반을 지원해 왔다. 현재 이들이 살고 있는 옥탑방도 센터가 마련해 준 공간이다. 센터는 동생들의 생활 지도를 맡아 곁에서 살피고 있다. 또한 처음 제주에 도착했을 때 다섯 남매를 집으로 들여 약 한 달 동안 함께 지낸 이선자(연희 마리아·제주교구 주교좌 중앙본당) 씨 가족과, 먼 미래를 위해 나디아에게 바느질을 가르치며 오버로크 기계와 재봉틀까지 선물한 부선자(아녜스·제주교구 주교좌 중앙본당) 씨도 곁을 지켜 온 이들이다. 이 씨는 “같이 생활하다 보니 언어와 문화가 다른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눈빛만으로도 마음이 통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남매들이 보통 사람들처럼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나데르는 “다들 우리 남매를 잘 챙겨 주신 덕분에 제주에서 잘 적응해 지낼 수 있었다”며 “자신감을 갖고, 뭐든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는 말이 지금까지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섯 남매의 삶이 완전히 안정된 것은 아니다. 이들은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채 ‘인도적 체류’ 자격으로 머무르고 있다. 1년마다 체류 연장을 신청해야 하며, 취업과 장기적인 미래는 물론 이곳에서 얼마나 더 지낼 수 있는지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들이 키우고 있는 꿈은 분명하다. 바로 이곳에서 정착해, 가족이 함께 사는 것이다. 나디아가 동생들의 저녁을 챙기고 난 늦은 시간에도 재봉 연습실을 찾는 이유다. 알록달록한 무늬의 천들을 자르고, 바느질하기를 반복하며 밤 10시가 돼서야 하루를 마감한다. 그리고 나디아 곁에는 그의 꿈을 가장 가까이서 응원하는 동생들이 있다. “직접 만든 손가방과 소품들을 언젠가 판매하고 싶어요. 이곳에서 동생들과 함께 살고 싶어요.” “커서 안정적인 직업을 얻고 싶어요. 그동안 우리를 위해 고생한 누나에게 맛있는 음식들을 잔뜩 사 줄 거예요.” 제주 이주민들의 삶을 밝히는 ‘나오미센터’ 제주교구 이주사목위원회 ‘나오미센터’는 제주 지역 이주노동자와 난민, 다문화 가정을 위한 상담과 의료 지원, 교육, 통역, 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센터는 방과 후 아이들을 돌보며 한국 생활을 돕고 있다. 한국어와 모국어 교육은 물론 독서·논술, 영화, 미술, 악기 등 아이들의 정서·학습 발달을 위한 교육도 한다. 이 외에도 가족 캠프, 심리치료와 생활 전반 지도를 통해 아이들이 학교와 지역사회에 잘 적응해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센터명 ‘나오미’는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서 살아가던 룻이 안전하게 정착하도록 보살피고 이끌어 준 성경 속 나오미에서 따왔다. 나오미가 룻을 도왔듯, 센터는 제주에 찾아온 이들이 새로운 삶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2004년 필리핀 이주여성들의 미사 요청에 따라 영어 미사를 개설하고, 미사 후 의사와 약사 등의 무료 진료까지 펼친 것이 센터의 초석이 됐다. 교회의 ‘환대’와 ‘연대’의 정신을 바탕으로 국적과 종교를 구분하지 않고 이웃을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하며, 2018년 제주에 예멘 난민 500여 명이 입국했을 당시 교구와 함께 난민들의 거처 마련과 생필품 지원, 긴급구호 등을 맡았다. 나오미센터 김상훈(안드레아) 사무국장은 “더 나은 삶을 찾아서 움직이는 건 모든 인간의 권리이자 본능일 것”이라며 “우리를 찾아온 이가 난민이든, 이주노동자든 누구나 너그럽게 품어 줄 수 있는 센터를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전례력으로 한 해가 시작되는 대림 시기와 연말의 분위기가 교차하는 이때 특히 자주 연주되는 작품들이 있다.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의 오라토리오(Oratorio) <메시아>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이다. ‘음악의 어머니’와 ‘악성’이라 불리는 두 작곡가가 남긴 명작들은 서로 다른 성격을 가졌지만, ‘기다림’과 ‘희망’을 전하며 대림과 연말을 채운다. 두 곡에 담긴 의미와 주요 공연들을 소개한다. 오라토리오는 성경을 비롯한 종교적 내용을 합창과 독창, 기악 등으로 표현하는 종교음악이다. 헨델이 1741년 완성한 오라토리오 <메시아>는 ‘예언과 탄생’, ‘수난과 속죄’, ‘부활과 영생’ 총 3부, 53개 곡으로 구성돼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통한 구원의 역사를 담은 작품이다. 특히 제1부는 메시아의 도래를 예언하고, 그리스도의 탄생을 그려 대림의 의미를 관통한다. 이사야서(40,1-4)의 예언이 담긴 <위로하라, 나의 백성을(Comfort ye my people)>, <모든 골짜기 높아지리라(Ev’ry valley shall be exalted)> 등의 테너 독창을 비롯해 <한 아기가 우리들을 위해 태어났도다(For unto us a child is born)>(이사 9,5)와 같은 합창이 연이어 나오며 기쁨과 희망을 노래한다. 제2부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부활과 승천을 다룬다. 특히 작품의 하이라이트 <할렐루야(Hallelujah)>는 힘찬 합창과 팀파니, 금관악기 연주가 어우러지며 그리스도의 부활과 통치를 선포한다. 제3부에서는 <죽임 당하신 어린양(Worthy is the Lamb that was slain)>과 <아멘(Amen)> 합창으로 그리스도의 부활과 영원한 생명을 노래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은 1824년 작곡된 그의 마지막 교향곡으로 구상부터 완성까지 약 30년이 걸린 대작이다. 교향곡 최초로 합창을 도입하는 등 서양음악사에서 손꼽히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작품 초연 당시 이미 청력을 완전히 잃은 베토벤이 무대 아래 청중의 환성과 박수를 느끼지 못해, 악장이 그를 관객에게 뒤돌아 세웠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 일화는 <합창>이 지닌 희망과 환희, 인류애의 메시지를 그대로 보여 준다. <합창>은 1~3악장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거쳐 4악장 ‘합창’으로 이어진다. 시인 프리드리히 쉴러의 「환희의 송가」를 발췌한 합창은 ‘기쁨이여, 신들의 아름다운 불꽃이여’로 시작해 ‘모든 사람은 형제가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인류 보편의 우애와 평화, 종교를 넘어선 연대를 제시한다. ■ 헨델 <메시아> 주요 공연 ◎ 12월 9일(화) 19:30, 서울 예술의전당, 서울모테트합창단 ◎ 12월 10일(수) 19:30, 서울 KBS홀, 서울오라토리오 ◎ 12월 16일(화) 19:30, 서울 예술의전당, 국립합창단 ◎ 12월 17일(수) 19:30, 경기 부천아트센터, 부천시립합창단 ■ 베토벤 <합창> 주요 공연 ◎ 12월 9일(화) 19:30, 고양 아람누리 아람음악당, 고잉홈프로젝트 ◎ 12월 16일(화) 19:30,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대전시립교향악단 ◎ 12월 18·19일(목·금) 20:00, 서울 예술의전당·서울 롯데콘서트홀, 서울시립교향악단 ◎ 12월 24·27·28·30일, 고양 아람누리 아람음악당·서울 예술의전당·세종예술의전당·서울 세종문화회관, KBS 교향악단
필리핀 산악지대의 신앙 공동체가 한국교회와의 긴밀한 친교와 연대를 희망하고 있다. 필리핀 북부 ‘뱅겟(Benguet)’의 1600m 고지대에 자리한 바기오교구 돈보스코본당에는 한국인 이상원 신부(베다·필리핀 바기오교구)와 선교사의 길을 지원한 두 신부가 함께 사목하고 있다. ‘필리핀의 히말라야’라고 불릴 만큼 첩첩산중에 구름이 어우러진 이곳에서 사제들은 경제적 여건은 넉넉하지 않지만 오히려 단순함 속에서 깊은 신심을 지닌 공동체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특히 지난 18년 동안 인천교구 등 한국의 여러 교구 신학생이 교구를 찾아 이상원 신부의 지도로 프락티쿰(사목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책으로는 배울 수 없는 생생한 ‘환경사목’ 현장을 체험하고 있다. 2012년, 광산 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놓인 원주민 신자들은 광산 반대 운동으로 맞섰다. 이 신부도 원주민들의 땅과 생명을 지키는 일에 투신했다. 4년간의 반대 운동에서 원주민들은 광산 개발 반대 법안을 마련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눈물과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이들은 동시에 하느님께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일을 계기로 원주민들은 생태적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며, 한마음한몸운동본부와 성필립보생태마을의 지원으로 교구 전체에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펼칠 수 있었다. 바기오교구는 이런 경험을 토대로 한국교회와 더욱 깊은 친교 안에서 서로 은총을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바기오시에 약 1만 명의 한국인이 거주하는 현실에서, 교구는 11월 1일부터 매주 토요일 주교좌대성당에서 한국어 미사를 봉헌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교구는 한국교회가 필리핀의 맑은 자연과 원주민 공동체를 통해 선교사 양성, 청년 피정, 수도자·신학생 연수, 사제 휴식과 재충전, 문화 교류 및 영어 연수 등을 펼칠 수 있는 거점으로서 ‘한국-필리핀 교류센터’(가칭)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이 같은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한국교회의 지원이 절실하다. 한국-필리핀 교류센터뿐 아니라 ‘현지인 성소자 양성’과 ‘공소(경당) 건축’은 시급한 과제다. “원주민들의 삶 속으로 자유롭게 들어가지 못한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큰 아픔으로 다가왔다”며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필리핀 사람이 된 이상원 신부의 사례가 현지인 사제의 절실함을 말해준다. 대부분 공소 신자가 깊은 산길을 몇 시간 동안 걸어가 인근 초등학교나 유치원 등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현실 또한 공소 경당 건립이 얼마나 절실한지 보여주고 있다. 이 신부는 “현지인 사제 한 명의 탄생은 100명의 신자에게 다가가는 1000개의 발걸음을 대신하는 은총”이라며 해외 선교사가 절대로 대신할 수 없는 ‘육화 사목’의 힘을 한국교회에 당부했다. 아울러 공소 경당 건축에 대해서도 “한국교회가 과거에 받았던 은총이 이제 ‘나눔’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흘러갈 때, 그것은 단순한 건축 지원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역사를 잇는 영적 순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후원계좌 하나은행 138-910129-87307 이상원 신부
수원교구에 10명의 새 사제가 탄생했다. ‘2025 사제서품 미사’가 12월 5일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교구 주교단과 사제단, 새 사제의 가족과 출신 본당 신자들, 수도자, 신학생 등 2500여 명이 참례한 가운데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주례로 봉헌됐다. 이날 미사 중 열린 사제서품 예식에서 10명의 부제가 사제품을 받음으로써 교구 사제는 총 592명으로 늘었다. 사제서품 예식은 후보자 소개 및 선발로 시작됐다. 교구 사무처장 윤재익(바르톨로메오) 신부가 사제로 서품될 이들을 호명하자 “네, 여기 있습니다”라고 답한 부제들이 제단 앞에 섰고 이용훈 주교는 선발된 후보자들을 사제품에 올리겠다고 수락했다. 이어진 예식은 ▲강론 ▲뽑힌 이의 서약 ▲성인 호칭 기도 ▲안수와 사제서품 기도 ▲제의 착의식 ▲손의 도유와 빵과 포도주 수여 ▲평화의 인사 순으로 진행됐다. 예식을 통해 수품된 사제들은 이용훈 주교와 함께 제단에 올라 성찬의 전례를 공동집전했다. 이용훈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사제는 말씀을 선포하는 교도직, 성사를 집전하는 성화직, 목자 역할의 통치직을 통해 하느님 백성이 서로 사랑하면서 하나되도록 돕는 사람”이라며 “언제나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안에서 성령의 뜻을 분별하며 교회를 친교와 사랑의 공동체로 세워가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시노달리타스 여정을 걸어가는 데 있어서의 사제의 역할도 강조했다. 이 주교는 “하느님 백성 전체가 서로 존중하고 경청하며 한 몸으로 복음의 사명에 참여하는 시노달리타스적 교회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사제는 특별한 역할을 맡는다”며 “사제는 신자들 위에 서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그들 가운데서 섬기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며 섬김과 봉사의 정신 위에 굳건히 서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새 사제들이 언제나 주님 안에서 기쁨과 평화를 누리며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세상을 섬기고 백성들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어놓는 참 사제의 길을 걷도록 기도해달라”고 신자들에게 요청했다. 12월 7일 대림 제2주일에 출신 본당에서 첫 미사를 봉헌한 새 사제들은 12월 16일부터 첫 사목지에 부임한다. 이날 미사는 수원교구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으며, 영상은 조회수 2만 회를 넘으며 큰 관심을 받았다. 한편 이날 사제서품 미사에 앞서 12월 4일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거행된 ‘2025 부제서품 미사’에서는 민경태(시몬·제2대리구 용호본당) 신학생을 비롯한 5명이 부제품을 받았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이주아동을 지원하는 ‘희망 날개’ 첫해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위원장 유상혁 요한 세례자 신부)가 주관한 이번 사업은 11월 17일 기준 총 163건의 지원 사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특히 수요가 많았던 임신출산비 지원은 예산이 조기 소진돼 9월 종료됐다. 정부나 지자체조차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는 미등록 이주아동 가정은 단속이 두려워 고립된 채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희망 날개’는 전국 각 교구 이주사목위 네트워크를 활용해 도움이 절실한 가정을 발굴하고 지원해 왔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유상혁 신부는 “통계조차 존재하지 않는 미등록 이주아동 가정을 얼마나 더 많이 찾아낼 수 있는지가 큰 과제였다”며 “내년에는 교회 밖 관계 기관과도 협업해 더 많은 이주민 가정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사업에서는 ▲아동 응급·중증 의료비 81건 ▲소액 의료비 28건 ▲임신·출산비 54건 등이 지원됐다. 사업 담당 신진희(수산나) 씨는 “보통 의료 지원에도 포함되지 않는 임신과 출산의 특성상 미등록 이주아동 가정에게 임신출산비를 지원하는 사업은 국내에 거의 없다”며 “올해 지원 통계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지원 대상을 확대할 수 있도록 계획을 보완했다”고 전했다. 임신출산비 외에도 긴급한 의료 지원이 필요했던 가정들도 도움을 받았다. 의료비 지원을 받은 베트남 국적 쌍둥이 엄마 흐엉 씨는 “쌍둥이가 모두 선천적인 안검하수로 수술이 필요했지만 건강보험 가입이 안 돼 의료비 부담이 매우 컸다”며 “아이들이 건강한 눈을 되찾게 돼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사무국은 ‘집에서 홀로 출산한 이주민 산모와 신생아의 의료비 지원 및 쉼터 연계’ 등 주요 사례를 소개했다. 교회 내 네트워크를 활용한 지원 대상 발굴이 점차 효과를 보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관리와 관심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 신부는 “교회가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는 생명”이라며 “특히 미등록 이주 아동들은 자신의 의지와 선택의 기회 없이 태어날 때부터 ‘미등록’인 만큼, 이들에 관한 관심과 지원이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24년 10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시행한 ‘희망 날개’ 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된 서울 이주사목위는 사업의 규모와 확장성을 고려해 올해 2월 전국 각 교구 이주사목위와 사업 진행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올해 사업은 12월 22일 종료할 예정이며, 현재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2026년 2년 차 사업계획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는 11월 28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4층 강당에서 한국에너지공단과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재생 에너지 보급 및 이용 확산’ 업무 협약을 맺었다. 협약을 통해 양 기관은 ▲한국 천주교회 내 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 ▲재생 에너지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및 교육 협력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참여 확산 노력 등에서 다양한 협력 사업을 전개한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천주교 시설과 기관을 위한 RE100 이행 컨설팅 및 제로에너지빌딩 컨설팅 지원 ▲성당·교육·문화·복지 시설의 재생 에너지 설비 설치 보조금 지원 ▲교구 기관의 태양광 발전 산업 지원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실천을 위한 어린이·청소년·성인 신자 대상 탄소 중립 교육 지원 ▲한국에너지공단 지역 본부와 각 교구 생태환경위원회의 소통 사업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박현동 아빠스는 “한국에너지공단이 가진 전문적인 기술력과 정책 노하우가 가톨릭 공동체의 생명 존중 정신, 전국적인 네트워크와 만난다면 놀라운 시너지를 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며 “오늘 이 자리가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있어, 종교계와 공공기관이 협력하는 가장 모범적이고 아름다운 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국에너지공단 이상훈 이사장은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와 적극 소통하며, 기후위기 시대에 고통받는 이들과 연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해 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협약은 지난 11월 11일 확정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 이행의 핵심 요건인 재생 에너지 보급 활성화를 위해 추진됐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시민사회 참여 확대의 일환으로 한국교회와의 협업을 제안했다.
‘엄률시토회 수정의 성모트라피스트 여자수도원’(이하 수정 수도원)이 대수도원(Abbey)으로 승격됐다. 수정 수도원은 11월 24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수도원 성당에서 마산교구장 이성효(리노) 주교가 주례하고 박현동 아빠스(블라시오‧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장)와 유덕현 아빠스(야고보‧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수도회 고성수도원장) 등이 공동집전한 가운데 대수도원 승격미사를 봉헌했다. 수정 수도원 모원장인 프란치스코 하시모토 아빠스(일본 등대의 성모트라피스트 수도원)도 이날 미사에 참례해, 미사 중 대수도원 승격을 발표하고 수도자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이성효 주교는 강론을 통해 “대수도원 승격은 이 수도원이 다른 공동체를 낳고 돌보고 이끌 수 있는 ‘어머니 수도원’이 될 수 있음을 교회가 인정했다는 것”이라며 “더 깊은 기도, 더 성숙한 공동체성, 더 충실한 양성과 봉사를 통해 이 초대에 매일 새롭게 응답하는 삶을 살아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수정 수도원은 1987년 설립된 봉쇄수도원으로, 현재 22명이 생활 중이다. 엄률시토회에서 대수도원으로 승격되기 위해서는 ▲성대서원자(종신서원자) 12명 ▲경제 자립 ▲성소자의 가능성과 성대서원자 대다수가 자국인일 것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수정 수도원은 10여 년 전 이미 이 조건들을 갖추고 생활해오다, 2024년 수도회 총장 방한을 계기로 승격을 신청해 올해 9월 아시시 총회에서 승인을 받았다. 수정 수도원은 11월 26일 선거를 통해 홍명선(엠마누엘) 수녀를 대수도원장으로 선출했다.
무제한 낙태 허용 등을 담은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이수진 의원 대표 발의)과 국정과제로 채택된 낙태 약물 도입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중앙의료원(의료원장 민창기 이냐시오)은 11월 28일 가톨릭대 성의회관에서 제5차 가톨릭 의료윤리 심포지엄 ‘생명의 시작과 가톨릭 의료윤리’를 개최하고, 모자보건법 개정안의 법적·윤리적 측면에서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심포지엄 발제에서 방선영 변호사(올리바·서울대교구 가톨릭생명윤리 자문위원)는 약물 낙태가 안고 있는 의학적 위험을 먼저 짚었다. 그는 “필수 관리 요건 없이 약물 낙태가 이뤄질 경우 치명적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2023년 미국산부인과학회 역시 약물 낙태가 시술 낙태보다 합병증 위험이 더 크다는 점을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물 낙태가 초래할 심리적·인권적 문제를 우려했다. 방 변호사는 “여성이 태아 배출 과정을 직접 목격하고 감당해야 하는 만큼 정신적 트라우마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강압이나 속임수에 의한 약물 투여 등 새로운 위험 양상을 초래하고, 여성을 의료의 보호망 밖으로 밀어내는 ‘의료적 방임’이자 ‘인권의 후퇴’”라고 비판했다. 불법 유통 피해를 막기 위해 약물을 양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단속을 강화해야 할 문제이지, 제도적으로 양성화해 보장하는 것은 논리가 뒤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약 문제를 합법화로 해결하자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방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이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는 자기낙태죄의 목적이 태아 생명 보호에 있고 적합한 수단임을 인정했다”고 설명한 그는 “개정안은 이러한 보호 의무를 완전히 방기하고 있으며, 헌재가 일정 부분 처벌 필요성을 밝힌 바와 달리 사실상 ‘전면 허용’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개정안이 법체계의 기본 구조와도 어긋난다고 했다. 그는 “일반법인 형법 개정 없이 특별법인 모자보건법만으로 낙태 전면 허용을 시도하는 것은 편법적”이라며 “시기·사유 제한이 없는 구조는 정합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방 변호사는 낙태 수술의 건강보험 적용과 ‘임신 중지’라는 용어 사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낙태가 국민건강보험법이 규정하는 ‘질병의 치료’나 ‘건강증진’ 범주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용어 변경을 통해 비범죄화 흐름을 앞당기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기 결정권의 올바른 실현을 강조했다. “태아의 생명을 희생시키면서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겠다는 것은 결국 타인의 인간적 가치를 부정하는 일”이라며 “여성이 낙태를 선택하지 않도록 돕는 입법과 사회적 환경을 마련하는 데 국가가 힘써야 한다”는 제언이다. 민창기 의료원장은 심포지엄 축사에서 “최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통해 인공 유산을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며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연약한 생명을 더욱 위협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성구현실장 김평만(유스티노) 신부는 “인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본래의 책무를 망각하고 외벽 흔드는 매우 중대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심포지엄을 주관한 가톨릭중앙의료원 윤리위원회 의료윤리전문소위원회의 중앙의료윤리사무국장 박은호(그레고리오) 신부는 인사말에서 “수정되는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변하지 않는 인간 생명의 가치를 확인하는 자리로 이번 시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가톨릭광주사회복지회(회장 김재중 베드로 신부, 이하 복지회)는 12월 1일 ㈜김치타운에서 ‘주교님과 함께하는 사랑의 김장 나눔’을 진행했다. 복지회는 경제·신체적 어려움으로 직접 김장하기 힘든 저소득 가정을 돕고, 하느님 백성으로서 지역사회 안에서의 연대감을 강화하고자 올해 처음으로 이 행사를 마련했다.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를 포함해 50여 명의 봉사자·수도자가 함께한 이날, 김장김치는 열악한 환경에서 운영되는 소규모 사회복지시설 10곳과 수도회가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4곳 등 총 14곳에 전달됐다. 옥 대주교는 “배추가 뿌리째 뽑히고 소금에 절여지는 등 여러 차례 ‘죽음’을 겪듯, 우리가 양념을 버무리는 일도 작은 죽음을 체험하는 것”이라며 “순이 너무 많이 죽으면 버무릴 수 없듯, 겸손한 마음으로 죽음의 의미를 묵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7 WYD 수원 교구대회를 준비하는 과정과 대회 이후 교구의 청소년·청년 사목 청사진을 그려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2027 WYD 수원 교구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문희종 요한 세례자 주교, 사무국장 현정수 요한 사도 신부)는 ‘그리스도교 희망과 젊은이 사목-WYD와 오늘의 교회’ 심포지엄을 11월 29일 경기도 의왕시 가톨릭교육문화회관 강당에서 개최했다. 박상일 신부(대건 안드레아·2027 WYD 수원 교구대회 조직위원회 사무국 부국장)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게서 배우는 젊은이 사목의 희망적 요소들’을 주제로 발표했다. 세계청년대회(WYD)를 시작하면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젊은이들이 신앙 안에서 용기 있게 자신의 소명을 발견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박 신부는 교황이 제시한 젊음의 네 가지 표지를 ▲질문하는 능력 ▲성소(존재 자체의 부르심) ▲타인을 위한 존재 ▲주체성으로 요약했다. 박 신부는 “교구대회 준비 과정은 단지 행사 운영을 위한 조직적 역량을 점검하는 차원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젊음 안에 심어주신 네 가지 은총의 표지들이 교회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고 서로를 일깨우는지 세심히 바라보는 신앙의 체험이 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경청과 참여와 식별이라는 하느님 백성의 본질적인 방식을 통해 교회의 시작을 다시 기억하고 그 젊음의 영성을 오늘의 청소년·청년 사목 안에서 새롭게 재현하는 복음적 사건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2027 서울 WYD의 주제인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에 나타난 그리스도교 희망의 현대적 의미를 주제로 발표한 한민택 신부(바오로·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는 “희망의 부재 시대를 사는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희망의 증인인 한국교회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준비도 필요하다”며 “우리 스스로 순교자들이 암흑의 시기를 버텨낼 수 있었던 이유를 찾을 수 있을 때, 전 세계 청년들을 확신에 찬 기쁨으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교 소장(스테파노·다음세대살림연구소)은 ‘WYD와 성소사목’ 발표를 통해 교구대회 안에서 청소년·청년의 성소를 식별할 방안을 논의했다. 2012년 미국 주교회의가 조지타운대학교 응용사도직연구센터(CARA)에 의뢰해 미국 미혼 신자들의 사제·봉헌생활 성소 고려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WYD에 참가한 남성 응답자의 38%가 사제와 수도성소를, 여성 응답자의 22%가 수도성소를 다소 혹은 매우 심각하게 고려한다고 답했다. 정 소장은 이같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WYD 참여자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사제나 수도성소를 고려한다는 답변이 네 배 이상 많다는 결과는 WYD의 경험이 성소 계발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대회 기간 고해성사나 경청의 공간을 만들어서 성소를 식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회 이전에는 피정이나 영적 독서 등 영성적 준비도 병행해야 한다”며 “다문화 사회를 맞아 성소 사목의 대상으로 이주배경 청소년을 포함시켜 2027 WYD 수원 교구대회에서 동행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주교구 개갑장터순교성지는 11월 28일 성지 내 외양간성당에서 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 주례로 다목적실과 순례자 숙소인 ‘무아의 집’ 축복 미사를 봉헌하고 축복식을 거행했다. 전북 고창군 공음면 선운대로 91 성지 안에 자리한 건물은 건축면적 355.5m²(약 107평)의 단층 구조로, 숙소 5개실과 식당,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김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순교복자들을 더욱 현양하고 하느님께 영광과 찬미를 드릴 수 있는 순례자 숙소를 봉헌하게 됐다”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성지를 관할하는 한국 순교 복자 성직 수도회 강석진 신부(요셉·최여겸 마티아 수도원장)는 “순교자들의 고향인 성지에서 축복식과 미사를 봉헌함에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