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종합] 레오 14세 교황이 6월 6일부터 12일까지 스페인을 사목방문해 소외 계층을 위로하고, 청년들에게는 변치 않는 진리를 추구하라고 당부했다. 또한 정부 관계자와 지도층 인사들에게는 분열을 피하고 화합을 이루라고 촉구했다. 교황의 스페인 방문은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11년 8월 스페인을 찾은 이후 15년 만에 이뤄졌다. 6일 오전 스페인에 도착한 교황은 스페인 왕궁에서 스페인 정부 관계자와 시민사회 대표단 그리고 외교사절단과 만나 분열을 부추기지 말고 화합을 증진하라는 내용을 요지로 연설했다. 교황은 이 연설에서 스페인을 사목방문한 목적에 대해 “신자들이 복음에 충실해지도록 격려해 영감을 불어넣고, 이 나라의 다양한 구성원들 사이에 더욱 깊은 화해와 협력이 이뤄지도록 도모하고자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늘날, 양극화를 부추겨 인기를 얻으려는 유혹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커지고, 인간 존엄성은 끊임없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모든 이가 사회 현실과 역사를 분열시키고 양극화시키는 담론에서 벗어나, 진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무의미한 단순화를 넘어 복합적인 사회의 풍요로움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교황은 방문 첫날 오후에는 마드리드 루세로 지역 사회복지 시설 ‘세디아 24 오라스’를 찾아 사회적 약자들과의 연대와 인격적 만남을 강조했다. ‘세디아 24 오라스’는 노숙 상태에 있거나 여러 취약한 상황에 놓인 이들을 돕기 위해 24시간 운영하는 시설로서 잠자리와 심리적 지원, 생활 기본 서비스 제공 등을 하고 있다. 교황은 마드리드대교구장 호세 코보 카노 추기경과 시설 이용자들을 만나 “세디아 24 오라스의 활동은 가장 작은 이들에게 한 일이 곧 당신에게 한 일이라고 가르치신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르는 것”이라고 격려했다. 교황은 첫날 마지막 일정으로 마드리드 리마 광장에서 청년들을 포함해 약 60만 명의 신자들과 밤 기도를 바치면서 청년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도 가졌다. 교황은 특히, 청년들에게 “우리의 욕망을 속이고, 우리를 사로잡는 수많은 목소리 속에서 영원히 남는 진리를 찾으라”며 “겉모습을 추구하기보다 온전히 인간답고 신뢰할 수 있는 얼굴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부나 쾌락, 권력이 아니라 삶의 참된 맛을 좇으라”고 요청했다. 교황은 7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에는 마드리드 시벨레스 광장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성체 성혈 대축일 행렬을 이끌었다. 시벨레스 광장에는 120만 명의 신자들이 운집했다. 9일에는 이번 사목방문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인 바르셀로나 성가정 대성당의 가장 높은 탑인 ‘예수 그리스도의 탑’ 축복식을 주례했다. 이날 축복식은 성가정 대성당을 설계한 가경자 안토니오 가우디 선종 10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교황은 스페인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11일에는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이주민들이 거쳐 가는 거점인 카나리아 제도를 찾아 이주민 수용과 지원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이들을 격려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5월 25일 인공지능(AI) 시대의 인간 존엄을 주제로 한 첫 회칙 「고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를 반포했다. 물리학자이자 사제로, AI 시대 교회의 역할을 성찰해 온 김도현 신부(바오로·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의 특별기고를 통해, 첫 회칙의 반포 배경과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지난 5월 25일 반포된 회칙 「고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는 ‘인공 지능 시대에 인간 존엄성 수호에 관한 교황 레오 14세 성하의 회칙’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제에서 드러나듯 인공지능(AI) 시대에 인간 존엄성을 수호하는 것이 바로 이 회칙의 주제입니다. 이미 지난 주에 설명해 드린 바와 같이, 이미 우리에게 다가온 AI 시대는 AI의 오남용으로 인해 유물론적 관점의 확산과 대량 실업, 전쟁 활용과 환경 파괴 등 여러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여러 문제는 복합적으로 하느님을 닮은 고귀한 존재인 인간이 지닌 고유한 가치에 흠집이 생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레오 14세 교황은 자신의 첫 회칙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하느님에 의해 창조된 고귀한 인류는 오늘날 중대한 선택에 직면해 있습니다. 새로운 바벨탑을 건설할 것인가, 아니면 하느님과 인간이 함께 지내는 도시를 세울 것인가 하는 선택 말입니다.”(1항) 여기서 교황은 이 회칙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두 가지 성경적 이미지를 사용하는데, 그 하나는 바벨탑 건설 이야기(창세 11,1-9 참조)이고, 다른 하나는 예루살렘 성벽 재건 이야기(느헤 2-6장 참조)입니다. “사람들은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창세 11,4) 탑을 건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들은 온 땅에 흩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여 자신들의 안정과 힘을 보장하고, 무엇보다도 ‘이름을 날리기’를 원했습니다. … 하지만 그 계획 안에는 깊은 위험이 숨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과 관계없이 구상된 프로젝트였으며, 다양성을 제거하는 획일성에 의존했고, 친교보다는 동질화를 선택한 계획이었습니다. … 따라서 바벨탑은, 아무리 거창해 보이는 노력이라 하더라도 자기 과시에서 비롯되고, 효율성을 위해 인간 존엄성을 희생하며, 하느님의 축복 없이 하늘에 도달하려는 모든 시도의 한계를 드러냅니다.”(7항) “바빌론 유배 이후, 일부 백성은 예루살렘으로 돌아왔지만, 도시는 여전히 폐허였고, 성벽은 무너져 있었으며, 성문들은 불타 있었습니다.(느헤 1-2장 참조) … 느헤미야는 윗자리에서 해결책을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각 가문을 불러 모아 각자 맡은 구간의 성벽을 재건하게 했고, 그들의 우려를 들으며 노력을 조율하고 반대에 대응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도시가 한 사람의 주도로 다시 세워진 것이 아니라 모두의 공동 책임을 통해 되살아났음을 보여 줍니다. … 그것은 하느님을 중심에 둔 사업이었고, 돌을 다시 쌓기 전에 먼저 관계를 재건하는 일이었습니다.”(8항) 이어서 교황은 이 회칙이 작성된 의도를 다음과 같이 드러냅니다. “추상적으로 볼 때 기술 자체는 인간 문제의 해결책도 아니고, 본질적으로 악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실제로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것을 구상하고, 자금을 지원하며, 규제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핵심적인 선택은 기술에 대해 ‘예’ 또는 ‘아니요’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바벨탑을 건설할 것인가 아니면 예루살렘을 재건할 것인가의 선택입니다. 곧 하늘을 지배하려는 권력의 길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하느님 현존 안에서 형제적 공존의 성벽을 함께 재건하는 백성의 길을 택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9항) 회칙은 AI를 절대로 거부하지 않습니다. AI의 개발과 사용을 거부할 것을 교황의 이름으로 신자들에게 명령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AI의 선용을 통해 우리가 다 같이 ‘하느님의 도성인 예루살렘을 재건’하도록 촉구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AI의 오남용으로 인해 생겨난 여러 문제가 정리되고 인간 존엄성이 제대로 수호될 수 있을 거라고 교황은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황은 AI를 무장 해제시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제가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무장 해제(disarm)’라는 표현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 무장 해제란 기술적 힘이 자동적으로 지배할 권리를 부여한다는 가정을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무장 해제는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110항) 그래서 이 회칙은 총 245항에 걸쳐 마지막까지 ‘예루살렘 재건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상기시키는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예루살렘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재건의 길 중간에 놓인 여러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고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회칙의 본문에서는 AI 시대에 생겨난 다양한 문제를 자세히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이 회칙은 레오 13세 교황의 「새로운 사태」의 연장선상에서 사회 교리를 다루는 회칙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그래서 회칙의 앞부분은 레오 13세 교황부터 프란치스코 교황까지의 사회 교리의 발전 상황을 요약 정리한 후에 사회 교리의 여러 중요한 원리들 즉 인간 존엄성, 공동선, 보조성, 연대성 등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 후 교황은 AI 시대에 들어선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인간 존엄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조합니다. 지적된 문제 중에서 특별히 중요하게 언급된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트랜스휴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 실업, AI 시대의 새로운 노동력 착취, 전쟁에 악용되는 AI, 외교적 다자주의의 위기 등. 회칙은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핵심은 하나입니다. 바로 ‘AI 시대에도 인간을 우선에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리도 느헤미야처럼 경청과 용기, 기도와 책임을 결합하도록, 그래서 기술 관료적 사고방식이나 당파적 이해관계가 우세해 보일 때조차도 인간의 도시가 살기에 더욱 적합한 곳이 될 수 있도록 부르심을 받은 것입니다.”(241항) 우리 모두는 AI 시대에도 인간 존엄성이 수호되는 예루살렘을 재건할 소명을 받은 이들인 것입니다. 글 _ 김도현 바오로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청년들을 주축으로 한 ‘WYD 홍보단’이 국내뿐 아니라 일본·스페인 등을 방문하며 세계 청년들을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로 초대한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은 한국무용과 케이팝(K-POP) 등 한국 문화 콘텐츠를 통해 국내외 청년들에게 서울 WYD를 알리고 참여를 이끄는 홍보단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홍보단은 서울 WYD 개최지인 서울대교구 청년들이 직접 세계 청년들을 초대하는 활동이다. 특히 2025년 로마 젊은이의 희년에 참여했던 청년들이 중심이 돼, 세계교회 안에서 받은 환대의 경험을 서울 WYD를 향한 초대로 이어 간다는 데 의미가 있다. 홍보단에 합류한 청년 20여 명은 대부분 무용이나 춤을 전문적으로 배운 경험이 없지만, 2025년 11월부터 매주 주말을 반납하며 케이팝과 한국무용을 익혀 왔다. 이들은 4월 군종교구 청년대회와 5월 서울대교구 주일학교 교리교사의 날에 공연을 선보였으며, 6월과 7월에는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앞마당에서 WYD 초대 국내 홍보 활동을 이어 간다. 특히 7월과 8월에는 일본과 스페인에서 세계 청년들을 만날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후쿠오카, 쿠마모토 등지 성당을 비롯해 현지 학교와 일반 공연장 등에서 공연하며 신앙의 유무를 넘어 서울 WYD를 알릴 예정이다. 스페인에서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주요 거점을 역순으로 방문하며, 세계 각지에서 순례길을 찾은 청년들과 소통한다. 홍보단은 공연과 홍보 부스 운영으로 서울 WYD를 소개하고, WYD 공식 홈페이지 QR코드가 담긴 부채를 기념품으로 전한다. 홍보용 부채는 젊은 세대가 SNS 인증사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투명한 디자인으로 제작됐다. 홍보단과 동반하는 윤상현 신부(비오·청소년국 유아부 담당)는 “청년들이 직접 세계 청년들을 만나고, 우리가 가진 가장 한국적인 것을 보여주는 일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무용과 케이팝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서울 WYD가 열릴 한국교회의 젊은 얼굴을 보여주고, 세계 청년들에게 먼저 건네는 초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홍보단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은송(아가타·23·서울대교구 창5동본당) 씨는 “한국무용은 한국의 과거를, 케이팝은 한국의 현재를 보여주고, WYD는 한국과 세계가 함께 나아갈 미래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홍보단의 활동을 통해 많은 청년이 서울 WYD에서 함께 신앙 공동체를 이뤄 가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경원(사무엘·19·서울대교구 수유동본당) 씨도 “매주 주말마다 연습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함께 기도하고 준비하면서 서울 WYD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낀다”며 “현지 청년들도 서울 WYD를 고대하는 설렘과 기쁨을 함께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의 전력·용수 수요가 급증하며 사회적 논쟁이 커지는 가운데, AI 시대 전력 수급 문제를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계와 생태적 한계를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와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6월 8일 대전교구 주교좌 대흥동성당에서 ‘인공지능 시대, 전력 수급 어떻게 해야 하나?’ 주제로 2026년 정기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장은 ‘인공지능 부상과 생태적 한계’를 주제로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비 문제를 짚고,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그린 AI’ 활용을 제안했다. 김 소장은 그린 AI에 대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전제로 지구 생태계 한계 안에서 자원 사용을 줄이고, 기술 사용 과정에서 기득권을 규제하며, 기후 한계 안에서 AI 활용을 논의하는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의 인공지능법처럼 AI 기본법에 ‘환경 보호’를 포함해야 환경적 고려가 기본값으로 반영될 수 있다”며 “정부의 인공지능 기본계획에도 기후 환경 영향에 대한 대처를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에 이어 열린 토론에서는 AI 시대 전력 수급을 지역 주도의 지속 가능한 균형발전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물과 전기가 많이 필요한 에너지 다소비 기업이 재생에너지 생산 지역으로 직접 내려와야 한다”며 “국가 전력망 체계와 산업 입지 정책의 근본적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수도권에서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비수도권에서는 산업단지를 분산 배치해 지역 균형발전과 재생에너지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도 AI 전력 수급 문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기후위기와 사회정의 차원에서 ‘분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대표는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지 않은 지표로 확인됐다”며 “경제성장주의에서 벗어나 ‘안 하고, 줄이고, 분산하고, 자급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식량위기”라며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인구든 시설이든 분산하고 공공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반도체 국가산단의 지방 이전 논의 자체를 비판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재각 대전녹색당 운영위원장은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을 지방으로 이전하더라도, 반도체 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말하는 문제는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쓰이는 각종 화학물질이 생산 설비 노동자와 협력업체 노동자, 지역 주민과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위험까지 포함한다. 한 위원장은 “반도체 산업, 나아가 AI 기술을 맹목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아닌지, 그 속에서 누가 이득을 독차지하고 누가 희생을 강요받는지 따져 봐야 한다”며 “반도체 산업의 막대한 수익은 전력과 물을 값싸게 사용하는 구조, 노동자와 지역 주민에게 전가되는 위험을 낮은 비용으로 처리해 온 결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레오 14세 교황의 첫 회칙 「고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의 발표장인 교황청 시노드홀에 크리스토퍼 올라가 참석한 것에 관해 논란이 없지 않았다. 비판자들은 그 불협화음을 지적했다. 회칙이 규율하고자 하는 바로 그 기술을 만드는 기업 가운데 하나인 앤트로픽의 공동창업자가 추기경들과 신학자들 사이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는 이를 정당화의 위험으로 보았고, 윤리라는 외피를 두른 로비로 보기도 했다. 그런 우려는 매우 타당해 보인다. 올라는 서른세 살의 캐나다 출신 억만장자이다. 그는 앤트로픽의 해석 가능성 연구, 곧 인공지능(AI) 모델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이해하려는 연구를 이끌고 있다. 그는 외교관도 철학자도 아니다. 그는 그것을 만드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회칙 발표장에서 한 일은 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공사장 바깥에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는 냉소가 섞이지 않은 현실감으로, 자신이 속한 회사를 포함해 모든 최첨단 인공지능 연구소가 해야 할 일과 일을 하면서 충돌할 수 있는 다양한 유인 속에서 움직인다고 말했다. 충돌 요인으로서는 상업적 압력, 지정학적 압력, 그리고 가장 오래된 압력인 자만과 야망을 들었다. 올라는 이러한 유인들이 휘어 놓을 수 없는 외부의 목소리를 요청했다. 그리고 그는 교회를 가리켰다. 그 태도가 중요하다. 올라는 안심시키거나 물건을 팔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그는 하나의 한계를 고백하기 위해 왔다. 우리 시대의 가장 강력한 기술이 그 어떤 내부 윤리 강령만으로는 상쇄시킬 수 없는 힘들 안에서 발전하고 있다는 한계 말이다. 그가 필요한 견제추로 교회를 지목했다는 사실이야말로, 이 행사에서 가장 큰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다. 인식론적 차원에서 그의 발언은 참으로 흥미로워진다. 올라는 인공지능 모델을 우리가 모든 부분을 이해하도록 돕는 다리(bridge)와 같은 공학적 산물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는 그것을 인간 두뇌를 본뜬 발판 위에서 자라나고, 인류의 사유와 언어 유산을 먹고 자란 구조물로 설명한다. 그것들은 우리로, 우리의 말로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이는 그것을 훈련시키는 이들에게조차 여전히 신비로 남아 있다. 이는 필자가 오래전부터 주장해 온 것을 확인시켜 준다. 인공지능의 문제는 윤리적 결과를 낳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기술적 함의를 지닌 영적 문제라는 것이다. 올라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째는 가난한 이들이다. 인공지능이 거대한 규모로 노동을 대체하는 반면, 그 혜택은 부유한 나라들에 집중될 위험이다. 둘째는 인간의 온전한 번영이다. 생성형 모델이 세계 곳곳에 스며든 시대, 곧 인공지능을 더 이상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거주하게 되는 세계에서 충만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하는 문제다. 셋째는 모델들의 본성에 관한 것이다. 그는 그 안에서 계속 신비로운 것들을 발견하고 있으며, 그것들이 지속적인 식별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교회의 목소리가 필요해진다. 신학이 인공 의식(artificial consciousness)에 관해 준비된 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교회가 영적인 것을 식별하고, 참된 것과 참됨을 흉내 내는 것을 식별해 온 천년의 전통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모방하는 것은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모방은 효과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창조는 책임을 함축한다. 올라의 참석에 대한 반론들은 이해할 만하지만, 그의 발언은 정직했고 시의적절했다. 이는 앞으로를 위해 성찰할 가치가 있는 특이한 사례다. 교회의 소명은 산업계를 축복하거나 단죄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경계가 다시 그어지고 있는 바로 이 순간, 교회는 인간에 대해 사유하라고 부름받고 있다. 글 _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 예수회 사제로 교황청 문화교육부 차관보로 일하고 있다. 예수회 잡지 ‘라 치빌타 카톨리카’의 편집장을 지냈으며, 저서로 「SNS 시대의 신학」과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대담을 엮은 「교황 프란치스코: 나의 문은 항상 열려있습니다」가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이 6월 5일 병원 본관에서 영성부원장 신희준(루도비코) 신부 주례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이하 센터) 개소 축복식을 거행했다. 센터는 정부와 의료계가 제기한 소아청소년 응급환자를 위한 전용 인프라 필요성에 따라 마련돼 5월 15일부터 본격 진료에 나섰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2025년 발간한 ‘2024년 응급의료 통계연보’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응급환자는 전체 응급실 환자의 약 17%를 차지했다. 센터는 권역 내 소아청소년의 의료 접근성 향상과 체계적인 응급진료 체계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센터는 성인 환자와 분리된 독립 공간에 구축됐다. 이는 소아청소년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2차 감염 위험을 차단하고, 환자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한 조치다. 또한 소아 응급의료 전문 의료진이 24시간 상주해 신속하고 정확한 초기 진단과 치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장 배우리 교수는 “소아 응급환자는 성인과 달리 증상 표현이 제한적이고 상태 변화가 빨라, 첫 대응이 예후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다”며 “핫라인 운영과 원내 패스트트랙을 확대해 중증 소아 응급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장 정낙균 교수는 “센터에서 초기 진료를 마친 환아들이 어린이병원의 세부 전문과로 원활히 연계돼 치료받을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행사에는 행정부원장 최예원(시몬) 신부, 병원장 이지열 교수, 진료부원장 곽승기 교수, 응급의료센터장 오상훈 교수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외신종합] 모잠비크 켈리마네교구장 오소리우 시토라 아퐁수(Osório Citora Afonso, IMC) 주교가 6월 6일 새벽(현지 시각) 주교관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선종했다. 향년 54세. 최근까지 북부 카보델가두 지역의 폭력 사태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해 온 아퐁수 주교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보편교회와 아프리카교회가 깊은 충격에 빠졌다. 모잠비크 국가범죄수사국(SERNIC)에 따르면,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괴한들이 이날 새벽 주교관에 침입해 총격을 가했으며, 아퐁수 주교는 가슴에 총상을 입고 숨졌다. 수사 당국은 사건 경위와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배후 세력이나 범행 목적은 밝혀지지 않았다. 아퐁수 주교는 최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는 카보델가두주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온 교회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는 5월 교황청 복음화부 선교소식지 피데스(Fides)와의 인터뷰에서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로 보인다”며 주민들의 고통을 전했다. 이어 사목방문 중에는 “우리 형제자매들이 닭처럼 죽어가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며 폭력 중단을 촉구했다. 아퐁수 주교는 카보델가두의 폭력 앞에서 교회가 침묵할 수 없다며 피해 주민과 피란민들을 위한 관심과 연대를 호소해 왔다. 외신들은 현재까지 이번 피살 사건과 카보델가두 무장세력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된 것은 아니라고 전하면서도, 아퐁수 주교가 폭력과 불의에 침묵하지 않았던 목자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스페인 사목 방문 중 아퐁수 주교의 소식을 접하고, “이 혼란의 시간에 모잠비크교회, 그리고 모잠비크 국민과 함께 기도한다”며 “주님께서 그들에게 위로를 주시고, 사랑 안에서 모든 남녀를 지켜 주시며, 폭력의 손길을 멈추게 해 주시기를 청한다”고 전했다. 교황청 복음화부 첫복음화와 신설개별교회부서도 6월 6일 성명을 내고 아퐁수 주교의 선종을 애도했다. 복음화부는 “선교사이자 사제 그리고 주교였던 아퐁수 주교를 주님께서 당신 나라의 영원한 평화 안으로 맞아 주시기를 기원한다”며 “부활과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 안에서 그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한다”고 밝혔다. 아퐁수 주교는 1972년 모잠비크 남풀라 리바우에에서 태어나 콘솔라타 선교회에 입회했다. 2002년 사제품을 받은 뒤 본당 사목과 신학교 양성, 선교회 직무를 맡았고, 로마 교황청 성서대학 등에서 수학했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는 교황청 복음화부 첫복음화와 신설개별교회부서에서 일했다. 2023년 마푸투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돼 2024년 1월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주례로 주교품을 받았으며, 2025년 7월 켈리마네교구장에 임명됐다. 올해 4월부터는 베이라대교구 교구장 서리도 맡았다. 아퐁수 주교와 함께 2017년부터 2023년까지 교황청 복음화부에서 함께 일한 한현택 몬시뇰(아우구스티노·교황청 복음화부 첫복음화와 신설개별교회부서 국장)은 페이스북에 게시한 추모글에서 “아퐁수 주교님은 참으로 하느님의 사람이었다”며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아퐁수 주교를 위한 기도를 청했다. 한 몬시뇰에 따르면, 아퐁수 주교는 한국 후원자들이 모은 성금을 모잠비크 신학생들의 식비로 전달받은 일도 있었다. 당시 아퐁수 주교는 “이 돈이 한국에서는 얼마나 큰 돈인지 모르지만, 여기서는 여러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돈”이라며 모잠비크교회를 잊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한 몬시뇰은 “휴가 때 모잠비크에 꼭 오라고 여러 번 초대해 주셨는데, 이제는 기도 안에서만 만나야 하는 분이 되셨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모잠비크 대통령 다니엘 차포도 성명을 통해 아퐁수 주교의 죽음을 “모잠비크 사회와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라고 애도했다. 그는 아퐁수 주교가 평생 겸손과 사목적 헌신, 평화와 화해의 가치를 증거해 온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아퐁수 주교는 선종 닷새 전인 5월 31일 사목방문에서 그리스도인의 삶은 경쟁이나 고립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는 신앙의 여정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폭력과 불의 앞에서 침묵하지 않았던 젊은 목자의 죽음은, 카보델가두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라는 마지막 호소로 남고 있다.
경북 경주와 포항 지역 본당의 모 본당인 대구대교구 경주 성동본당이 설립 100주년을 맞았다. 성동본당은 5월 31일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주례로 설립 100주년 미사를 거행했다. 이날 미사에는 교구 4대리구 교구장대리 최환욱(베다) 신부를 비롯한 교구 사제단과 본당 출신 사제단과 신자 1000여 명이 참여했다. 특히 이날 99명의 신자가 견진성사를 받았다. 조환길 대주교는 “천년고도 경주를 찾는 많은 신자와 관광객이 성당을 찾아 성미술을 관람하며 묵상하고 하느님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지난 100년 동안 본당과 지역 사회 복음화에 헌신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리고 앞으로의 100년도 주님께서 본당 공동체와 함께하시길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본당은 1926년 5월 30일 ‘경주공소’에서 경주본당으로 승격됐다. 당시 55명의 신자로 공동체를 꾸린 본당은 2026년 3월 기준 2500여 명이 넘는 공동체로 성장했다. 교회가 직면한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더불어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한때 주일미사 참여자가 600명 이하로 줄어든 시기도 있었지만, 가두선교를 펼치며 복음화에 매진했다. 그 결과 해마다 50여 명의 새 신자가 탄생했고, 주일미사 참여자 수 또한 800명 대를 넘어섰다. 지난 100년 동안 여러 부침도 있었다. 특히 1992년 발생한 화재로 성당이 전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또 2016년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으로 성당 건물 일부가 무너져 내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본당은 경주 11개 본당, 포항 17개 본당을 분가하며 지역 복음화의 기틀이 됐다. 본당은 100주년을 앞두고 노후화된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그 과정에서 본당 신자인 한국 수묵화의 거장 소산 박대성(바오로) 화백의 작품, 성미술 작가 정미연(아기 예수의 데레사) 화백의 십자가와 14처, 스테인드글라스 등 여러 작품을 성당 곳곳에 설치했다. 한편 이날 본당은 국내 순례 중인 ‘파티마 국제 순례 성모상’을 모시고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 이어 오후 6시부터 ‘파티마 성모님과 함께하는 고리 기도’도 봉헌했다.
원주교구 성령쇄신봉사회는 5월 30일 구곡성당에서 ‘너희는 위로부터 태어나야 한다’(요한 3,7)를 주제로 2026 성령쇄신 교구대회와 성령 대피정을 개최했다. 강의와 파견미사 순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정남진 신부(안드레아·원주교구 은총의 성모마리아 기도학교 주임)가 ‘자비와 은총의 공동체’, 홍성남 신부(마태오·서울대교구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가 ‘슬기로운 신앙생활’을 주제로 각각 강의했다. 파견미사는 원주교구장 조규만(바실리오) 주교가 주례하고 봉사회 안경진(스테파노) 지도신부를 비롯한 사제단이 공동집전했다. 조미경(루치아) 성령쇄신봉사회 회장은 “공동체 안에서 일치와 기쁨을 찾고 빛과 희망으로 나아가는 신앙 여정이 되기를 바라며 올해 성령쇄신 교구 대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인천교구는 5월 30일 교구 하늘의 문 묘원 성직자 묘역에서 교구장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 주례로 제2대 교구장 최기산 주교(보니파시오, 1948~2016) 선종 10주기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참례자들은 동료 사제와 수도자들을 믿고 품어준 자비로운 사목자이자 14년간 교구를 이끌며 신앙 내실화와 사회 복음화에 힘쓴 최 주교의 헌신을 되새기고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했다. 정 주교는 강론에서 “2010년 연평도 포격 당시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을 찾아 평화를 위해 기도하셨던 것처럼, 주교님은 어려운 이들과 거리낌없이 함께하셨다”며 “우리도 그분의 헌신적인 삶을 이어받아 복음을 증거하는 공동체를 이루자”고 전했다. 최기산 주교는 1948년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나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1975년 사제품을 받았다. 1999년 교구 부교구장 주교로 임명돼 주교품을 받았고, 2002년 초대 교구장 고(故) 나길모 주교에 이어 착좌해 교구를 이끌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교육위원회·성직주교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2016년 5월 30일 향년 68세로 선종했다. 교구 첫 한국인 교구장인 최 주교는 교구 설정 50주년 준비와 순교 신앙 계승, 해외 교포 사목 확장에 힘썼다. 제물진두 순교기념경당 봉헌, 이승훈 베드로 성지 성역화 사업도 추진했다. ‘노동자 주일’을 기념하며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쏟았고, 2008년에는 서해안 기름 유출 피해지역을 찾아 복구 활동에 참여했다. 북한이탈주민 청소년을 위한 장학금 지원과 대북 인도적 지원에도 힘썼다. 한편 인천교구는 최 주교 선종 10주기를 맞아 최 주교를 기억하는 사제·수도자들의 증언과 회고를 담은 추모 다큐멘터리 영상 ‘故 최기산 보니파시오 주교 10주기를 추모하며’를 제작, 유튜브에 배포했다.
서울 공릉동 경춘선 숲길. 폐철길을 공원으로 조성한 이곳에 남녀노소 신자 600여 명이 초를 들고 묵주기도를 봉헌하며 행진한다. 산책 나온 시민들은 신기한 듯 이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행렬 중인 성모상을 보고 한 아이는 “저게 뭐예요?”라고 엄마에게 묻는다. 서울대교구 공릉동·태릉본당이 함께한 특별한 ‘성모의 밤’ 풍경이다. 두 본당은 5월 30일 공릉동성당에서 출발해 태릉성당까지 경춘선 숲길 약 800m를 행진하는 ‘세인트 메리 퍼레이드(Saint Mary Parade)’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신앙 공동체가 성당 안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 속으로 나아가 천주교를 알리고,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홍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후 6시 공릉동성당에 모인 신자들은 시작 예식과 말씀의 전례를 봉헌한 뒤 조별로 성당을 나섰다. 행렬의 앞에는 십자가가 섰고, 뒤쪽에는 성모상이 함께했다. 신자들은 초를 들고 묵주기도를 바치며 경춘선 숲길을 따라 태릉성당으로 향했다. 초와 기도, 성모상이 이어진 행렬은 평소 산책로였던 숲길을 잠시 기도의 길로 바꾸어 놓았다. 카페에 앉아 있던 청년들과 운동을 나온 부부, 산책하던 어르신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행렬을 바라보거나 사진을 찍었다. 신자들의 조용한 기도와 시민들의 시선이 오가는 가운데, 성모의 밤은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와 만나는 시간이 됐다. 행진 후 태릉성당에서는 성모의 밤 예식이 이어졌다. 헌화회가 꽃바구니를 성모상 앞에 봉헌했고, 참석자들은 함께 성모 호칭 기도를 바쳤다. 이어 성모님께 드리는 편지 낭독과 두 본당 연합 성가대의 특송이 마련돼 성모 신심의 의미를 되새겼다. 공릉동본당 주임 최용진(레미지오) 신부는 이번 행사가 지역사회와의 만남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최 신부는 “서울 노원구의 신자 비율은 9%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서울 WYD에 참가하는 외국인 청년들이 대규모로 서울을 방문했을 때 지역 주민들이 낯설게 느끼거나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부터 지역사회와 교류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천주교를 알리고자 하는데, 이번 ‘성모의 밤’도 그중 하나”라고 밝혔다. 태릉본당 주임 김아론(아론) 신부는 “한국교회가 그동안 많은 발전을 해 왔고 신자 수도 늘어났지만, 아직 신앙을 개인의 영역에 머무는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며 “오늘 성모의 밤을 통해 우리가 만나 연대하고 힘을 모아 공동체로서 그리스도의 몸을 이룬다는 것을 모두 느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신자들도 이번 행사가 두 본당 공동체가 지역사회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했다. 한도연(미카엘·공릉동본당) 씨는 “행렬 전에는 혹시 시민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걱정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바라봐 주셨다”며 “서울 WYD를 준비하는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두 본당이 앞으로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며 복음을 선포하는 공동체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