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메니코 아가소 지음/이재협 신부 외 3인 옮김/224쪽/2만원/가톨릭출판사 수도회 입회·선교사 활동 등 통해 향후 행보 및 사목 방향 전망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이후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은 깊은 상실감 속에서 새로운 시대를 기다렸다. 그리고 교회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의 선출을 통해 다시 한번 하느님의 뜻을 드러냈다. 미국 출신의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사제,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새 교황으로 선출되며 ‘교황 레오 14세’라는 새 시대가 열렸다.
「교황 레오 14세」는 이 흐름을 정리하며 긴장감 넘치는 콘클라베 순간부터 새 교황의 삶과 사목 철학을 따라가는 첫 전기다.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라는 인물이 선교지, 수도회, 주교직을 거쳐 교황 선출에 이르기까지 걸어온 여정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책은 새 교황이 품은 교회의 방향성과 사목적 비전을 가장 빠르고 깊이 있게 전하는 기록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바티칸 전문 기자 도메니코 아가소는 새 교황의 연설과 강론, 담화, 인터뷰 등을 발 빠르게 수집해 교황의 인생 여정과 사목 방향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서전 「희망」을 번역했던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이재협(도미니코) 신부와 바티칸뉴스 한국어 번역팀이 참여한 번역 또한 책의 완성도를 높였다.
“저는 아무런 공로도 없이 뽑혔습니다.”
즉위 미사에서의 이 한마디는 전 세계 신자들의 마음에 울림을 줬다. 레오 14세는 교황으로서의 권위 이전에 ‘한 형제로서 함께 걷겠다’는 사목자의 자세를 드러내며, ‘사랑과 일치’를 향한 여정을 선포했다. 교황이 선택한 사목 표어 ‘한 분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In Illo Uno Unum)’는 그가 추구하는 일치와 평화의 가치를 잘 드러낸다.
레오 14세 교황의 삶은 특별한 정치적 배경이나 명성을 지닌 길이 아니었다. 미국 시카고의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수도회에 입회하고, 페루 오지에서 선교사로 봉사하며, 치클라요교구의 주교로 지내 온 삶이다. 그러나 그 일상의 시간 속에서 복음의 정신을 온몸으로 살아낸 그의 면모는 책 속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콘클라베의 침묵, 즉위 후 첫 강론, 수도자로서의 고백, 선교지에서의 헌신 등 교황이 살아온 여정의 여러 장면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한다.
교황이 ‘레오’라는 이름을 선택한 이유는, 산업혁명 시대에 사회적 정의를 강조한 레오 13세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다. 그는 기술 혁명과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서 교회의 사회 교리를 통해 인간 존엄성과 정의, 노동의 가치를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저는 레오 14세라는 교황명을 택했습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레오 13세 교황님께서 역사적인 회칙 「새로운 사태」를 통해 제1차 산업 혁명의 상황에서 사회 문제를 다루셨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도 교회는 인간 존엄성과 정의, 노동의 가치를 지키는 데 새로운 도전이 되는 또 다른 산업 혁명과 인공 지능 발전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이에게 사회 교리라는 교회의 유산을 내어놓고 있습니다”(75쪽)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추천의 글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어떤 문제 앞에서도 ”예"라고 응답하며, 겸손하게 순명하시는 그분의 모습이 무엇보다 인상 깊었다"며 “새로운 시대를 위한 교회의 응답이, 레오 14세 교황님의 목소리를 통해 세계 끝까지 널리 퍼져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