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브레드 주교가 구한말 남긴 편지…「드브레드 주교 서한집」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조한건 프란치스코 신부)가 ‘서울대교구 설정 200주년 자료 총서’ 서한집 세 번째로 「드브레드 주교 서한집」을 간행했다. 서한집에는 파리 외방 전교회 드브레드(Émile Alexandre Joseph Devred, 한국명 유세준(劉世俊), 1877~1926) 주교의 신부 시절 서한, 부주교로 임명된 이후의 서한과 관련 문서 등 총 164건이 수록돼 있다. 드브레드 주교가 파리 외방 전교회 선교사로 한국교회에 파견될 때부터 선종하기까지 쓴 여러 서한은 물론, 연례 보고서, 주교 축성식 팸플릿, 소포 수령증, 전보, 사망증명서, 선종 추도사 등 다양한 문서들을 볼 수 있다. 또한 드브레드 주교의 연보와 함께 전남대학교 사학과 윤선자(도미니카) 명예교수의 해제와 주석을 실어 당시 시대와 교회 상황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조한건 신부는 간행사에서 “이 서한집을 통해 당시의 교회 모습을 좀 더 생생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고, 다소 잊혀 있던 드브레드 주교의 활약상이 더 자세히 드러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드브레드 주교는 1899년 9월 23일 파리 외방 전교회에서 사제품을 받고 같은 해 11월 15일 한국 파견 선교사로 임명됐다. 1900년 5월 13일 원주본당(현 원주교구 주교좌원동본당) 주임으로 부임했다. 1906년 8월 8일 용산 예수성심신학교 교수로 임명됐다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며 징집명령을 받고 1914년 8월 9일 프랑스로 귀국해 참전했다. 이후 1919년 10월 15일 용산 신학교에 복귀했다. 1920년 8월 20일 계승권을 가진 조선대목구 부교구장으로 임명됐으며, 1926년 1월 17일 점심 식사 후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져 그 이튿날 선종했고, 1월 21일 서울 용산 성직자 묘역에 안장됐다.

「리추얼, 하루의 리듬 」…‘멈춤’으로 내면의 평화 찾는 방법

우리는 종종 삶의 중심을 잃고 방향 없이 흔들린다. 바쁜 일상, 감정의 소모, 회복되지 않은 관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에 끌려다니며 하루하루를 소진해 간다. 이런 삶에서 우리는 문득 질문하게 된다. 지금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무엇에 이끌려가고 있으며, 정작 내 안의 목소리는 얼마나 듣고 있는가? 저자 안셀름 그륀 신부는 이런 현대인의 질문에 ‘멈춤’을 강조한다. 호흡이 들어오고 나가는 그 찰나의 멈춤에 많은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잠시 멈추어 내 마음을 바라보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하며, 이런 과정을 ‘의식’, ‘리추얼’이라고 부른다. “의식은 우리의 일상이 순리대로 이어질 수 있게 하며, 삶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줍니다. 또 시간의 신비를 깨닫게 합니다.”(6쪽) 그가 말하는 ‘의식’은 단지 종교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 아침의 샤워, 정성스러운 식사, 계절에 맞춘 산책, 잠들기 전의 묵상과 감사 같은 소박한 행위들이다. 이런 실천을 통해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하느님의 현존에 눈뜨게 된다는 것이다. 책은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하루를 축복하며 살아가는 법을 소개하고, 계절에 따라 흐르는 삶의 흐름을 우리의 삶에 조화롭게 연결 짓는다. 또 내면의 중심을 지키고, 타인과의 친교 속에서 진정한 관계를 가꾸는 방법을 다룬다. 이어서 삶과 휴식의 균형, 삶과 죽음이라는 인생의 신비, 그리고 전례력에 따른 신앙인의 시간 사용법까지 폭넓게 알린다. 단지 삶을 효율적으로 살아가는 요령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어떻게 ‘살아 있음’을 느끼고 존재할 수 있는지를 안내한다. 그륀 신부는 “의식은 거창하지 않아야 한다고, 오히려 단순한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고 집중할 때 그 안에 진정한 변화의 씨앗이 숨어 있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아침 샤워를 정화 의식으로 삼고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내는 행위로 여기는 순간, 그 평범한 행위는 영적인 실천이 된다. 또한 밤에 하루를 돌아보며 ‘오늘 하느님을 만난 순간은 언제였는가?’를 묵상하는 시간은 평범한 하루를 은총의 하루로 바꿔 놓을 수 있다. 본문에는 매일 실천할 수 있는 의식들이 담겨있다. ‘성호 긋기’, ‘두 손을 하느님께로 들어올리기’, '나에게 괜찮다라고 말하기', ‘내 몸을 살피기’, '부정적인 목소리와 마주하기' 등은 바쁜 하루 중 실천하는 단 몇 분의 의식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지 경험하도록 한다. 저자는 실천 목록만을 나열하지 않고, 각자가 자신만의 의식을 찾아가기를 권한다. 그러면서 삶에 맞는 리듬, 고유한 삶의 무늬를 만들어 가는 여정을 안내한다. 결국 그가 말하는 리추얼, 의식은 하루의 리듬을 되찾게 해주는 도구이자 하느님과의 만남을 여는 문이며, 삶의 고통이나 혼란 속에서도 내면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영적 실천이다. “복잡한 생각은 잠시 내려놓고, 들이쉬고 내쉬는 숨에 집중하세요. 숨을 내쉬면서 지금 당신을 사로잡는 것들을 내려놓으세요. 그저 당신이 숨을 쉰다는 것만 생각합니다. 당신은 이렇게 내면에 이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것이 바로 나다.’ 이 말을 하면서 당신은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95쪽)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15면

[이준형 클래식 순례] 칼다라 <그리스도 발밑의 막달레나>

7월 22일은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입니다. 성경은 성녀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고’ 주님의 수난과 매장, 부활을 직접 목격한 증인이었음을 증언합니다.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에 대한 공경은 아주 유서 깊은 전통으로, 중세 후기 성녀의 삶에 관한 여러 가지 전설이 퍼질 정도로 유럽 전역에서 ‘막달레나 컬트’가 크게 유행했습니다. 특히 루카 복음에 나오는 ‘죄 많은 여자’를 성녀와 동일시하면서 성녀는 ‘회개한 죄인’의 상징이 되었고, 이를 표현한 수많은 예술 작품이 만들어졌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 교회 미술이나 음악 작품은 성녀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중세 시대 찬가부터 르네상스 대가들의 모테트와 미사곡을 거쳐 19세기 작곡가 쥘 마스네가 쓴 <마리아 막달레나>까지,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를 소재로 한 음악 작품은 대단히 많습니다. 하지만 성녀를 주제로 한 가장 인상적인 작품들은 역시 바로크 시대에 만들어졌습니다. 당대 오라토리오 작품은 수잔나, 유디트, 에스터 등 강렬한 개성을 지닌 여주인공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는데,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는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소재였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작품은 안토니오 칼다라(Antonio Caldara)의 <그리스도 발밑의 막달레나(Maddalena ai piedi di Cristo)>입니다. 칼다라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신으로, 베네치아를 비롯해 만토바와 바르셀로나, 로마 등 유럽 각지에서 궁정 악장과 인기 있는 오페라 작곡가로 활동을 펼친 후 1716년부터 빈의 황실 악장이 되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머물며 오페라와 오라토리오 작곡가로 전 유럽에 명성을 떨쳤습니다. 소실된 작품을 포함해 그는 40여 편의 오라토리오를 썼는데, 작품 수로 보나 높은 수준으로 보나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나 헨델과 더불어 후기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오라토리오 작곡가라고 할 만합니다. <그리스도 발밑의 막달레나>는 칼다라의 초기작으로, 1697년에서 1700년 무렵 고향인 베네치아에서 초연된 듯합니다. 음악은 마리아 막달레나가 ‘지상의 사랑’과 ‘천상의 사랑’ 사이에서 겪는 내적 갈등을 다룹니다. 대본은 풍부한 상상력으로 성녀의 내면을 묘사합니다. 심지어 예수님도 등장해서 바리사이를 꾸짖고 마리아 막달레나를 격려하는 멋진 노래를 부르죠. 칼다라는 서로 다른 음악 형식을 적절하게 조합하고 가사에 색을 입혔으며, 가수들의 뛰어난 기교를 강조하는 동시에 강렬한 감정을 담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상의 사랑’이 마리아를 달래며 잠재우는 노래에 등장하는 최면적인 베이스 음형, 마리아의 내면적 고뇌를 묘사하며 계속 되풀이되는 16분 음표, 그녀의 눈물을 상징하는 모티브, 세속적인 즐거움을 상징하는 가보트 리듬은 마치 음악으로 그린 그림 같다는 느낌입니다. 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14면

세계에 ‘조선교회’ 알린 물품들…100년 만에 공개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관장 원종현 야고보 신부)이 1925년 바티칸 선교박람회 100주년을 기념해 특별기획전 ‘Anima Mundi(아니마 문디), 세상의 영혼들’을 연다.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후원으로 마련됐으며, 9월 14일까지 이어진다. 바티칸 선교박람회는 비오 11세 교황(재위 1922~1939)이 1925년을 성년으로 선포하며 개최됐다.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교회의 노력이 담긴 대회로, 세계 각국 교회의 모습을 선보임으로써 다양한 문화에 대해 상호 이해와 존중을 갖자는 취지였다. 일제강점기를 보내며 기해박해, 병오박해 순교자들의 시복식을 염원하던 한국교회도 박람회에 참가했다. 당시 일본교회에 소속되기를 거부하고 별도의 ‘조선주교회의’를 구성한 서울대목구 뮈텔 주교와 드브레드 보좌주교, 대구대목구 드망즈 주교, 원산대목구 사우어 주교는 박람회를 통해 100여 년 동안 지속된 박해와 순교의 역사를 지닌 조선의 신앙 공동체를 세계에 알리기로 했다. 박람회 개최 선포 이후 주교들은 1년여에 걸쳐 역할을 나눠 박람회를 준비했으며, 신자들은 한마음으로 출품할 물품들을 기증했다. 나라를 빼앗긴 아픔이 담긴 1000여 개의 출품작은 바티칸으로 향했고, 한국교회는 ‘조선관’이라는 이름으로 바티칸 선교박람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박람회 출품 목록을 토대로 국내 16곳의 박물관, 수도원과 바티칸 민족학 박물관에서 유물을 대여해 ‘조선관’을 재현했다. 전시에서는 원산대목구 성 베네딕도 수도회가 운영한 숭공학교에서 만든 기와집 모형, 드망즈 주교의 사진기와 그가 촬영하고 인쇄한 사진들, 천주성교예규와 천주성교공과, 성교요리문답 한글 목판본의 책판 등 270여 점이 공개된다. 또한 한국교회사연구소가 소장 중인 박람회 기부자 명단인 ‘라마박람회 조선출품자 물품금품씨명부’ 등이 처음 공개되며, 한국 최초 남자 수도원인 서울 백동 베네딕도 수도원에 선교사로 파견된 독일인 카니시우스 퀴겔겐(한국명 구걸근, 1884~1964) 신부가 지은 양봉 교육 교재 「양봉요지」 원본도 전시된다. 원종현 신부는 “이번 전시가 단순히 100년 전 바티칸 선교박람회에 출품됐던 유물과 예술품을 관람하는 자리가 아닌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깃든 ‘만남과 대화의 장’이 되길 바란다”며 “식민지에서 세계에서 손꼽히는 문화 강국으로 성장해 온 우리나라의 100년 여정을 돌아보고, 앞으로 우리가 국제사회 안에서 무엇을 나눌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14면

하느님 바라는 청년작가들의 ‘2027 서울 WYD’ 묵상전 개최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개최를 앞두고 대회의 주제 성구를 함께 묵상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2027 서울 WYD 조직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이하 조직위)는 7월 4일부터 13일까지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제2전시실에서 ‘겨자씨 닮은 용기로: 2027 서울 WYD 주제 성구 묵상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청년들의 신앙과 예술적 시선을 통해 오늘날의 사회 문제를 성찰하고, WYD 주제 성구가 담고 있는 ‘진리’, ‘사랑’, ‘평화’의 가치를 시각예술로 표현하고자 기획됐다. 2021~2024년 ‘갤러리1898 성미술 청년작가 공모전’ 수상 작가인 김미소진·김민정·김용덕·김유경·김태희·김하현·김현진·박은혜·박해나·배요한·배진희·서예희·이산하·임성연·정소희·정은정·홍눈솔 작가 등 총 17명이 참여해 서양화, 한국화, 일러스트, 조형, 스테인드글라스 등 다양한 현대 성미술 작품 23점을 선보인다. 김미소진(마리아·31·수원교구 분당성요한본당) 작가는 다양한 하느님의 피조물이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함께 나아가는 모습을 <함께, 더 멀리!> 등에 담았다. <부르심의 흔적> 등을 작업한 박은혜(로사·41·서울대교구 용마산본당) 작가는 “예수님은 작은 겨자씨는 자라서 큰 나무가 되고, 그 가지에는 하늘의 새들이 깃든다고 말씀하셨다”며 “그 말씀처럼 작고 미약해 보이는 신앙의 응답도 하느님 안에서 자라 열매를 맺는다는 믿음을 담았다”고 전했다. 개막식은 7월 5일 오후 2시에 열리며, 전시 기간 중에는 청년작가들에게 직접 작품에 관해 들을 수 있는 ‘성미술 청년작가와의 만남’, ‘나무에 용기 메시지 적기’ 등의 참여 프로그램과 함께 2027 서울 WYD 홍보 부스 운영 등 부대 행사도 마련된다. 정순택 대주교는 “2027 서울 WYD는 우리가 이루려는 진정한 화해와 평화의 의미, 그리고 그리스도를 통해 선포된 하느님의 사랑이 비그리스도교 문화 안에서도 여전히 참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증거하는 기회”라며 “이번 전시는 젊은이들이 교회와 세상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WYD의 구체적인 여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직위 사무총장 양주열(베드로)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전하신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는다’(로마 5,5)는 말씀처럼 2027 서울 WYD의 영성적 주제인 진리, 사랑, 평화에 대한 희망은 젊은이들을 부끄럽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작품으로 전하는 청년 17명의 고백이 온 세상에 전달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주제 성구는 생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선택한 구절로,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분단 현실을 안고 있는 한국교회, 그리고 오늘날의 청년들이 처한 상황을 깊이 이해하고 위로하는 뜻이 담겨 있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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