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고 숨 안 쉬고 살 수 없듯, 기도도 그렇습니다

‘어떻게 하면 기도를 잘할 수 있을까.’ 이는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음에 품는 질문일 것이다. ‘기도할 때 자꾸 분심이 드는데’, ‘묵주기도 할 때 습관적으로 기도문을 외워서’ 등등, 기도를 떠올릴 때 연이어 줄줄이 마음속에 올라오는 고민도 마찬가지다. 저자 인만희 신부(마누엘·글라렛 선교 수도회)는 기도의 형식이나 방법을 알려주기보다는, 이처럼 마음먹은 대로 기도가 되지 않아 끙끙대는 이들을 따뜻이 위로하며 단순 명쾌한 해답을 건넨다. 그는 “기도는 여정이고 여정에는 출발지와 목적지가 있다”고 말한다. 출발지는 나의 목마름이고, 목적지는 하느님이다. 그리고 기도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하느님께서 당신 마음에 이미 들어오기 시작하셨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분심이 들 때는 어떻게 할까. “우리가 생각하는 큰 분심 마저도 기도의 대상”이라는 저자는 “기도가 하느님과의 대화라면 큰 분심도 대화의 주제로 가져와 주님 앞에 봉헌하고, 주님과 상의하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오랫동안 일선에서 피정 지도를 해온 경험과 깊은 기도 생활로 얻은 영적 통찰을 바탕삼아 기도에 관한 질문과 고민을 풀어준다. ‘바쁘다’는 말이 일상에서 떠나지 않는 우리는 ‘기도도 바빠서 못했다’고 자주 이야기하곤 한다. 이에 대해서는 “기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의 말”이라고 지적한 저자는 “기도는 여유가 있을 때 하는 일이 아니라, 매끼 밥을 먹는 일 또는 매 순간 숨을 쉬는 일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시간이 없어서 아예 밥을 먹지 않거나 바빠서 숨을 쉬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53쪽) 또 “고해소는 세탁실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의 장소”라고 강조한 저자는 “죄의식이란 그동안 저질렀던 잘못을 기억하는 것이라기보다, 하느님의 사랑을 알게 된 사람의 마음 상태를 말한다”고 전한다. 무엇보다 강조되는 것은 ‘자기 자신만의 기도를 찾으려면 먼저 하느님과 사랑에 빠져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우리들이 어떻게 하면 그분과 사랑에 빠질 수 있는지, 또 기도를 자칫 의무나 ‘일’로 여기지 않도록 도와준다. 3부로 나뉜 책은 1부에서 ‘나에게 맞는 기도 방법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와 ‘기도를 자꾸 미루고 싶어져요’ 등 기도에 대한 기본적인 고민을 다룬다. 2부에서는 묵주기도, 미사, 고해성사, 성체조배 등 기도 생활 안에서 부딪히는 궁금증을 나눈다. 3부는 사람들에게서 받은 상처, 외로움 등 삶의 전반에서 느끼는 물음에 대한 답변들이다. 던져지는 질문들이 친근해서, 마치 면담 사제와 마주 앉아 내 고민을 털어놓는 것 같다. 기도와 신앙생활의 쇄신을 소망하는 이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늘 하느님 앞에 있습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는 늘 하느님이 자기를 바라보고 계심을 압니다.”(161쪽)

2024-04-21

기도 부담을 ‘사랑 체험’으로 바꿔주는 묵상

철학 교수이자 가톨릭교리신학원 원장인 김진태(그레고리오) 신부가 신학생 시절 동료 신학생과 십자가의 길을 하며 나눴던 묵상을 내놓았다. 파일들을 뒤적이다 우연히 발견한 것이었는데, 그냥 묻어둘지 생각하다가 누군가의 묵상에 도움이 되고 삶에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출간을 결정했다.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묻혔던 십자가의 길에 대한 저자의 묵상이 깊은 숙성을 거친 향기로 다가온다. 십자가의 길 기도는 성당이나 야외에서 14처를 돌며 바치는 기도이면서, 바치는 시기가 주님 수난을 기리는 사순 시기에 주로 집중해 있어 부담이나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 십자가의 길은 예수님께서 수난과 죽음을 향해 걸으셨던 길이고, 그 길을 함께 걷는다는 것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더 나아가 부활의 삶에 참여한다는 의미다. 장소나 시간에 제한되어 있지도 않다. 14세기에 기도가 체계화된 이후 영적 순례에 기꺼이 동참하려던 이들이 즐겨 바치던 기도였다. 책은 조용한 장소에 혼자 앉아 각 처마다 수록된 그림을 보며 저자 묵상을 따라 기도 바치기에 좋을 듯하다. 14개 기도처를 옮겨가며 예수님 수난에 동참하는 철학자의 기도는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특별한 사랑의 체험을 나눠 준다. 저자는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을 때로는 예수님의 말로, 때로는 군중 속에 숨어 버린 그리스도인의 말을 통해, 혹은 키레네 사람 시몬의 말을 빈다. 또 2000년 후 자기 말로 전한다. “하오니 주님, 연약하여 이렇게 방황하지만, 미완성과 불충실의 꼬리표를 늘 숙명처럼 달고 다니지만, 사랑이 부재하고 주님이 부재하는 듯한 외로운 이 시간에도 저희가 충실한 사랑에 변함없이 몸 바치게 해 주소서.”(78쪽) “내 몸에 걸려 떨어진 바람들의 주검이 대지의 생명을 잉태하는 숨들과 섞여 있습니다. 하느님, 이 계절에 저희는 그래서 삶의 모든 갈등과 고통 속에서지만, ‘타는 목마름으로’, 그러나 ‘열기에 찬 조바심을 넘어’ 겸손하게 기다립니다. 그리하여 기도 안에서 영원을 받아 누립니다. 하느님의 아드님과 동형(同形)이기를 꿈꾸면서요.”(84쪽) 김형주(이멜다)와 김혜림(베아타) 화백의 그림은 각 처의 묵상과 의미를 돋운다.

2024-04-14

「모든 길은 로마로」…로마 ‘일곱 언덕’의 모든 것 담다

키케로와 세네카가 활동했고 로마제국의 이름난 황제들이 통치했던 곳, 성 베드로를 비롯한 그리스도교 역사의 초창기 신자들이 순교했으며 이후 많은 성인과 학자들이 한 번씩은 찾았던 곳. 3000년 동안 제국을 이었던 이탈리아 로마의 위용은 ‘영원의 도시’라 불리며 여전히 세계 역사 속에서 살아 숨 쉰다. 로마는 지리적으로 아펜니니 산맥의 허리와 알바노의 화산 자락이 맞닿는 곳에 있다. 로마에는 테베레강을 중심으로 팔라티노와 카피톨리노, 아벤티노, 첼리오, 에스퀼리노, 비미날레, 퀴리날레 등 일곱 개의 언덕이 있다. 그런 배경에서 로마는 ‘일곱 언덕’으로도 불렸다. 키케로는 로마를 ‘일곱 언덕으로 이뤄진 도시’라 했고, 프로페르치오는 ‘영원한 일곱 언덕의 도시’로, 또 베르길리우스는 ‘일곱 성채’라 했다. 로마의 모든 유적지는 테베레강 계곡 아래 이 언덕들을 중심으로 모여있다. 로마 문명의 요람이자 유럽문화의 기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은 일곱 언덕을 순서대로 살핀다. 각 언덕을 따라 로마의 유적지와 골목골목에 깃든 지식인 예술가의 자취와 신화와 전설을 살핀다. 또 역사 속에 감춰진 새로운 사실들을 밝히는 등 로마를 통해 제국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서양사 큰 흐름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게 한다. ‘여행’이라는 모티브로 일곱 언덕에서 출발해 테베레강과 함께 흐르는 로마의 문명사를 펼쳐내는 것도 특징이다. 그 속에서 로마 문화의 아름다움과 풍성함을 문학과 음악, 조각과 회화 작품들을 통해 만나는 묘미가 있다. 고대 로마의 역사를 가장 많이 간직한 ‘팔라티노’, 작지만 로마의 중심이 됐던 ‘카피톨리노’, 로마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자란 ‘아벤티노’, 그리스도교가 뿌리내린 ‘첼리오’, 일곱 언덕 중 가장 높고 면적이 큰 ‘에스퀼리노’, 오늘날 이탈리아 내무부가 자리하는 ‘비미날레’, 대통령 관저 퀴리날레 궁이 있는 ‘퀴리날레’ 등 각각의 일곱 언덕 이야기 속에 과거 로마의 영광과 현대 로마의 풍경들이 어우러진다. 책장을 넘기면서 로마 역사는 아직 진행형이라는 것, 그 길을 따라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가 한 부분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출판사 서평대로, 담을 수 있는 로마의 모든 것이 한 권의 책 속에 담겼다. 테베레강 서쪽에 있는 트라스테베레와 자니콜로 지역, 로마 역사에서 반드시 언급돼야 할 캄포 마르치오도 꼼꼼하게 소개했다. 여기에서는 성 바오로 대성당, 사도 바오로의 참수터, 카타콤바 등 성(城) 밖에 있는 성지들도 자세히 안내했다. 로마를 순례하는 신앙인들이 성지를 자세히 아는 데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저자 김혜경(세레나)씨는 서문에서 “로마제국 시절, 황제들의 울고 웃는 야욕 속에서도 키케로와 세네카, 베르길리우스와 메세나 등이 있었고 중세에서 근대에 걸쳐 로마를 찾은 학자, 예술가들의 발자취로 ‘로마 속 로마’, '역사의 역사'가 만들어졌다”며 “로마 역사와 문화를 깊숙이 들여다보며 우리보다 먼저 로마를 찾았던 수많은 학자와 예술가들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얼굴의 로마와 조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2024-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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