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드

“시노드 교회 위해 함께 침묵·기도하며 ‘성령 안에서 대화’ 이뤄야”

이주연
입력일 2025-07-09 09:51:39 수정일 2025-07-09 09:51:39 발행일 2025-07-13 제 3450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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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서 채택…생소하지만 한국교회 확산 중
시노달리타스 구현의 도구 ‘성령 안에서 대화’란…성령이 원하는 바 식별하는 ‘영적 대화’ 의미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이하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를 통해 소개되며, 시노달리타스 구현의 강력한 도구로 권장된 ‘성령 안에서 대화’가 한국교회 안에서도 점차 중요성을 더해 가고 있다. 6월 열린 ‘2025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의 설문 결과, 조별 ‘성령 안에서 대화’는 참가자의 78%가 만족하는 높은 호응을 얻었다. 같은 달 열린 제23차 소공동체 전국모임에서는 이 방식이 주요 프로그램으로 다뤄졌고, 7월 5일부터 이틀간 열린 한국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전반기 연수에서도 실습이 이뤄졌다. 
시노달리타스 선교사들을 비롯한 교회 관계자들은 한국교회가 시노드 이행 단계를 살아가는 여정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 ‘성령 안에서 대화’일까. 그 원리와 기원, 한국교회 안에서의 흐름을 살펴보고 시노달리타스 선교사인 노우재(미카엘·부산교구 서동본당 주임) 신부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망을 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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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29일 성 베네딕도 문화 영성 센터에서 열린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 중 조별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주연 기자 

‘성령 안에서 대화’는

교회 역사 안에서는 사도행전 15장의 사도회의 장면처럼, 교회 공동체 안의 문제를 ‘성령 안에서’ 논의하고 결정하는 모습이 있어 왔다. 보편 교회 차원의 공의회들과 지역 교구·관구 차원의 여러 회의에서도 이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안내 또는 규칙을 따르는’ 영적 대화는 1977년 캐나다에서 이를 개발하고 보급한 ISECP(이냐시오 영성 운동)가 기원이라 할 수 있다. 이후 몇 년 뒤 벨기에의 또 다른 예수회 그룹은 ESDAC(공동 사도 식별을 위한 영신 수련)를 결성하여 ISECP와 연속적으로 공동 사도 식별을 지향하는 영적 대화의 양식을 개발했다.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는 ESDAC가 써온 방식들과 더불어 최근 호주 전국 공의회(Plenary Council), 캐나다와 미국 지역 등에서 집단과 단체를 위해 사용하던 이냐시오 영신 수련 방법 등을 더욱 발전시켜 ‘성령 안에서 대화’를 대화의 방법론으로 채택했다.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개막과 함께 전 세계 교회에 보낸 예비 문서(Preparatory document), 편람(Vademecum) 등의 추가 자료를 통해 이를 영성적 대화 방안으로 안내하고, 전 세계 지역 교회가 경청 단계에서 적극 활용하도록 권고했다.

한국교회 확산 흐름

한국교회에서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제1회기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가 자료로 제안됐으나, 아무런 경험이 없던 상태에서 그 의미와 가치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제2회기가 전개되면서 서서히 물꼬가 트였다. 

제1회기 본회의에 한국교회 대표로 참석했던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가 주교단과 내용을 나눴고,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준비를 위한 젊은이 양성 과정 등 교구 여러 단위에서 시도됐다. 제2회기를 위한 한국교회 답변서 작성 과정에서도 이 방법이 사용됐다. 

2024년 9월 열린 ‘시노드를 위한 한국교회 본당 사제 모임’은 확산 계기가 됐다. 로마에서 열린 ‘시노드를 위한 본당 사제 국제 모임’에 참석했던 6명의 시노달리타스 선교사 사제들을 중심으로, 전국 각 교구 사제들이 ‘성령 안에서 대화’를 깊이 있게 체험했다. 

이는 군종교구와 춘천교구 등의 사제 연수와 모임 등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를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발전됐다. 이 외에도 여러 세미나와 심포지엄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를 진행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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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5일 전주교구 치명자산성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2025 전반기 연수회 중 성령 안에서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평단협 제공

원리와 방법  

‘성령 안에서 대화’는 자신의 생각이나 입장을 쏟아내며 이뤄지는 대화가 아니다. 일반적인 대화와 가장 다른 점은, 성령께서 내가 무엇을 말하기를 원하는지 듣고, 그것을 선물하는 마음으로 참석자들과 나누면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경청이 중요하다. 

대화의 신학적 바탕은 ‘신앙 감각’이다. 신앙 감각은 ‘올바른 그리스도교 교리와 실천을 파악하고 그에 동의하며, 잘못된 것을 배척하도록 해주는, 복음의 진리에 대한 본능’을 뜻한다.

아울러 이 대화는 나와 너에서 ‘우리’로 넘어가는 공동체 차원의 대화다. 개인적 차원을 없애지 않고, 이것을 인정하면서 공동체 차원에 포함시킨다. 

대화 과정은 세 번의 나눔으로 이뤄지는데, 모임 전 참가자들은 성찰과 개인적 묵상으로 공동 식별을 준비한다. 첫 번째 나눔에서는 자신의 체험에서 비롯되는 의견을 나눈다. 의견을 제시하는 것보다, 체험의 나눔이라 할 수 있다. 각자 발언 후에는 침묵과 기도의 시간을 가진다. 

계속해서 두 번째 나눔에서는 다른 이들의 발언 중에 무엇이 가장 깊은 울림이 있었는지 나눈다. 나눔을 마치면 다시 침묵과 기도 시간을 갖는다. 

세 번째 나눔은 ‘함께 이룩하기’다. 발언들에 나타난 핵심 사항을 확인하고 공동 작업의 열매에 대한 동의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다. 가장 자주 언급된 것을 열거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고, 소수 의견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의미를 찾는 ‘식별’이 요구된다.

[인터뷰] 시노달리타스 선교사 노우재 신부 - “대화 익숙지 않은 한국문화 고려해 함께 노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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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우재 신부는 “내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함께 침묵하고 기도하는 데서 성령 안에서 대화가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노우재 신부 제공

2024년 로마에서 열린 ‘시노드를 위한 본당 사제 국제 모임’에 참여한 노우재 신부는 전 세계에서 모인 193명의 사제와 함께 ‘성령 안에서 대화’를 통해 경청, 대화, 공동 식별의 체험을 나눴다.

당시 각국 사제가 정성스럽게 자신의 발언을 경청하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고, 그 경청과 존중은 자연스럽게 우정으로 이어졌다. 노 신부는 “4박 5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전 세계 신부들이 깊은 영적 우정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성령 안에서 대화 덕분”이라고 말했다.

“성령 안에서 대화는 단순한 대화 기법이 아니다"라고 전한 노 신부는 “내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함께 침묵하고 기도하는 데서 대화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당이나 단체 안에서 함께 침묵하고 기도하며 식별하는 경험이 부족한 한국교회 현실에서는 먼저 신앙의 근간을 키워나가야 성령 안에서 대화가 정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친교의 원천인 성체성사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노 신부는 “각 공동체의 상황에 맞는 대화 주제 설정과 ‘대화 봉사자(퍼실리테이터)’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본당 사제 모임에 참여한 신부님들이 교구와 본당에서 실제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시작이니 인식이 저조하고, ‘상호 위로와 공감만으로 끝난다’는 비판적인 평가도 있습니다. 공동 식별을 지향하지만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대화 문화가 미비한 한국 사회의 문화적 특성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성령 하느님께서 마음의 문을 두드리시며 우리를 인도하시고 변화시켜 주시는 분이라는 신앙 경험을 축적해야 합니다.”

노 신부는 “‘성령 안에서 대화’를 행사나 이벤트처럼 성급히 추진할 때 오히려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성령께서 오시기를 기다리며 함께 깨어 기도하는 신앙인의 자세를 먼저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요청된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