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카페 수익금 소외 이웃에 기부

13년간 카페 운영 수익금 약 2억 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해온 본당이 있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서울대교구 신천동본당(주임 김준철 토마스아퀴나스 신부)은 본당 카페 ‘카페나루’의 수익금 1000만 원을 11월 11일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명동밥집에 기부했다. 2011년 문을 연 카페나루는 그동안 노비따스 어린이 합창단,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등에 누적 총 1억 8600만 원을 기부해왔다. 김준철 신부는 “가까이 있는 이웃들의 어려움을 발견하고 고통을 함께 나누기를 바라는 신자들의 마음을 모아 명동밥집 기부를 결정했다”며 “춥고 힘든 시기이지만 함께 기도하고 나누는 우리가 있다는 점을 알리며 용기와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카페 수익금 기부는 카페 봉사자들의 활동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근 10년째 봉사를 하고 있는 카페나루 오혜미(세라피나) 회장은 “하느님께서 이어주신 끈끈한 공동체에서 오랜 기간 봉사하며 신앙심도 깊어졌다”며 “모아진 작은 정성이 뜻깊게 쓰여 보람있다” 말했다. 카페나루 윤현중(아폴로니아) 총무는 “신자분들께 맛있는 음료를 드리는 봉사만으로도 기쁜데 수익금이 좋은 곳에 쓰이니 더 힘이 나서 활동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웃 돕기로 이어지는 카페 이용에 대해 신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평소 카페나루를 자주 이용한다는 윤수년(아녜스) 씨는 “개인적으로는 기부할 기회가 적은데 공동으로 기부하니 정말 뿌듯하다”며 “명동밥집을 방문하시는 분들이 포근한 겨울을 보내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임명희(데레사) 씨는 “신자들과 친교하고 기부까지 하게 돼 일석이조라 카페나루에 자주 온다”며 “우리의 기본 정신인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기회라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2024-12-01

‘천원'으로 이룬 오병이어의 기적

“명동성당 신자분들이 모금으로 지원해 주신 노트북과 모니터, 정말 소중히 사용하겠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으로 대학교를 졸업해 우리 아이와 함께 씩씩하게 잘 생활하도록 하겠습니다.” 11월 24일 자 「서울주보」 주교좌명동대성당(주임 조성풍 아우구스티노 신부) 소식 코너에는 목포 성모의 집에서 아기를 키우며 대학에 다니는 한 엄마의 사연이 실렸다. 본당의 ‘천원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천사가 되자’(이하 ‘천원의 사랑 실천’) 프로젝트 지원을 받고 보내온 감사 편지였다. 이날 주보에는 11월 자오나 학교 후원에 고마움을 전하는 편지도 소개됐다. 지원금 덕분에 기숙사 컴퓨터를 최신식으로 바꿀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본당이 사회적 약자를 돕는 취지로 올해 2월부터 시작한 ‘천원의 사랑 실천’ 프로젝트가 10개월 동안 23곳에 사랑을 전하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이뤘다. 본당은 11월 23일 오후부터 성당 마당에 설치된 게시판을 통해 천원의 사랑 실천 후원금이 전해진 곳을 표시하고 각각 얼마의 성금이 기부됐는지 공유했다. 매달 마지막 주일, 당월 모금 내용과 봉헌 사항을 공지해 왔지만, 그동안 신자들이 전한 전체 후원금 규모를 알리고 내년 희년 한 해 동안 이웃 돕기 노력을 더 열심히 해보자는 취지다. 천원의 사랑 실천 프로젝트는 매달 첫째 주일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이 자율적으로 1000원을 ‘천사 바구니’에 봉헌하면, 본당은 봉헌금의 10%를 추가한 성금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명동 밥집 후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3개 시설·단체에 정성이 전해졌다. 신자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은 9934만원. 여기에 본당 지원액 10%와 기타 금액을 합친 총 1억1956만4300원이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에 쓰였다. 별도의 ‘천사가 되어주세요 위원회'(위원장 서범석 바오로)를 구성해 후원 대상과 선정 작업을 진행했던 본당은 직접 후보 기관을 방문해 상황을 살펴본 뒤 위원회 전체 회의로 지원을 확정했다. 지원도 대상자가 필요로 하는 물품 또는 그에 상응하는 현금을 지정 기탁하는 형식으로 해서 한 발 더 어려운 이웃 사정에 다가가려 노력했다. 신자들의 호응도 컸다. 시작한 지 5회째인 6월부터 모금액은 매달 천만 원을 넘어섰고 11월에는 1300여만 원이 모였다. 요즘은 기금을 모으는 ‘천사 바구니’에 1만 원권, 5만 원권도 다수 놓인다. 천원의 사랑 실천이 신자들에게 사랑 나눔과 복음 실천의 자긍심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조성풍 신부는 “프로젝트가 시작되며 처음에는 500여만 원이었던 모금액이 점점 커지는 모습을 보면서 작은 숯불이 모여 커다란 숯불을 이루는 것을 체험했다”며 “모두의 관심과 참여 덕분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예수님 사랑 실천과 이웃 사랑 실천이라는 면에서 더 많은 참여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4-12-01

“묵상하고 글 써보니 제 신앙이 또렷이 보였어요”

“영혼 깊은 곳까지 위로하시는 세례의 물방울은 신의 손길이 닿은 위로였을까…. 세례받던 그날의 눈물은 지금도 신비로움으로 가득하다.” 11월 15일 인천교구 서운동성당(주임 정인화 야고보 신부) 도서관 ‘빈숲’에서 열린 ‘내 마음 한 문장 쓰기’ 모임. ‘세례받던 날’을 주제로 한 모임에서 안명숙(마리아·인천교구 중3동본당) 씨는 30년 전 입교했던 당시를 회상하는 묵상으로 신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고 힘겨웠던 안 씨가 “돌이켜보면 ‘사랑하는 딸아’ 하며 품어 주신 그분의 뜨거운 사랑에 그토록 눈물이 났었구나” 하고 고백하자, 신자들은 “자매님 덕에 우리를 부르신 하느님 숨결이 새롭게 다가온다”며 은혜로움을 표했다. ‘내 마음 한 문장 쓰기’ 모임은 신자들이 삶에서 발견한 하느님 신비를 글로 나누며 영적 힘을 주고받는 자리다. 2022년 3월부터 꾸준히 가져온 책 읽기 모임에 이어, 올해 10월 25일부터 매주 금요일 열리고 있다. 함께하신 하느님을 독서로만 어렴풋이 생각하는 걸 넘어 글로 고백함으로써 신앙 체험을 더욱 깊이 완성해 나가는 취지다. 신앙을 중심에 두지 않은 나눔과는 무엇이 다를까. 피상적 경험으로만 남겨질 수 있던 일화들에 하느님 현존을 덧입히는 ‘묵상’으로 나아간다는 데 있다. 빈숲 담당 조정옥(크리스티나, 필명 조연수) 시인은 “하느님이 빠진 상태로 자신을 돌아보면 기쁜 일에는 그에 대한 감사밖에, 고통에서는 아픔만 읽어내기 마련”이라며 “관계 안에서 신비를 찾고, 고통 안에서까지 우리에게 말을 걸어 오신 하느님을 발견할 때 비로소 극복의 믿음을 갖게 됨을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라고 전했다. 신자들은 어렴풋한 감상이 글을 통해 보다 명확해진다는 것, 그리고 서로 나누며 신앙을 견고하게 다진다는 것이 여느 모임과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신부님의 찰고(察考) 때 틀리면 세례를 못 받을까 봐 걱정 반, 두려움 반, 떨림 반…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한 설렘 한 스푼.” 초등학생 때 입교한 백경하(데레사) 씨는 “세례받은 기억을 글로 표현하면서 그분을 향한 ‘설렘’에 집중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백 씨는 “그분을 잘 알기 전부터 뛰던 가슴을 묵상하자 신앙인이 된 건 그저 우연이 아님을 알았다”며 “이렇게 깊은 묵상을 할 수 있는 것을 보면 글은 하느님께서 당신을 만나라고 주신 선물인 것 같다”며 전했다. ◆ 미니 인터뷰 - 본당 도서관 ‘빈숲’ 담당 조정옥 시인 “책 읽는 공간 넘어 신앙 나눔 장소로" 조정옥 시인은 2007년 10월 도서관 ‘빈숲’이 개관한 이래 꾸준히 도서관을 지켜왔다. 그는 “사람들이 독서뿐 아니라 내면의 이야기를 나누며 삶 속 하느님 숨결을 찾아주는 공간이 성당에 있다는 것이 정말 소중하다”고 했다. 조 시인은 주중에는 지역 도서관, 학교 등의 글쓰기 강사로 출강하고 있다. 「아마, 토마토」, 「가시가 자라는 방식」, 「침묵을 대하는 방식」 등 시집도 꾸준히 출간하고 있다. 바쁜 일정에도 ‘빈숲지기’ 역할에 열정적인 이유에 대해 조 시인은 “글은 우리가 신앙을 깊이 있게 나누는 매개체가 되고, 도서관은 우리가 그런 글을 읽을뿐더러 쓸 기회를 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누구나 관계의 상처, 상실의 아픔을 떠안고 살잖아요. 글을 쓰는 사람은 그런 소회를 자연스럽게 성찰하고 솔직히 고백하게 되죠. ‘속생각’이나, 정돈되지 않은 감상만 내뱉게 되는 ‘말’과는 다를 수밖에 없어요.” 운영 및 관리 비용 문제로 빈숲이 문을 닫을 뻔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도서관이 ‘나눔의 공간’임에 공감하는 신부들과 신자들의 도움으로 빈숲을 지켜올 수 있었다. 덕분에 종교, 인문, 고전 등 8000여 권의 다양한 분야 도서를 소장할 수 있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 「작별하지 않는다」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코믹북 「흔한남매」 시리즈 등 신간도 꾸준히 들어온다. 이러한 나눔의 연장선에서 ‘내 마음 한 문장 써보기’ 등의 모임을 열어온 조 시인은 “모임에서 나눈 글을 회보처럼 만들어 주보 간지를 통해 전하기를 희망한다”며 “이웃의 신앙 고백인 만큼 다른 신자들에게도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는 더 큰 나눔이 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2024-12-01

버려진 공간에 ‘숨’ 불어넣어 지역민 쉼터로

지역의 슬럼화된 공간이 본당 공동체와 만나 밝은 빛을 되찾고 소통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서울대교구 서초동본당(주임 박성우 요한 사도 신부)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공간에 ‘서리풀정원’을 조성하고 지난 11월 10일 축복식을 가졌다. 성당 동편에 자리한 2400㎡ 면적의 녹지. 서리풀정원이 들어서기 전 벤치 몇 개가 놓여 있던 이곳은 성당 벽과 경부고속도로 방음벽에 가로막혀 밤에는 청소년들이 종종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버려진 쓰레기가 쌓여있기 일쑤였다. 본당은 지난 5월 21일 서울 서초구와의 녹지입양 협약식을 통해 서울시 1호 녹지입양 기관이 됐다. 녹지입양은 녹지에서 가까운 기관이나 단체에 관리 권한을 부여하고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본당은 협약에 따라 5년간 이 공간을 관리한다. 본당은 서초구의 지원으로 아름다운 꽃과 나무가 자리한 정원에 ‘십자가의 길’을 조성했다. 신자가 아닌 주민들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종교적인 색채를 절제한 14처 조각을 세우고, 신자들에게는 십자가의 길에 대한 해설집을 제공해 만족도를 높였다. 그동안 성당 안에서 십자가의 길을 바쳤던 신자들은 푸른 신록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시간을 통해 하느님과 보다 깊은 교감을 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공간을 본당 공동체가 함께 관리해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교회가 지향하는 연대성 실현에 한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됐다. 본당은 서리풀정원에서 시화전과 음악회 등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 계획이다. 박성우 신부는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 주셨던 예수님처럼 성당의 공간도 누구나 와서 기도하거나 소통할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서리풀정원은 신자가 아닌 누구나 오셔서 쉬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2024-12-01

서울대교구 태릉본당, ‘품격있는 폰사진 강좌’ 열어

“스마트폰 갤러리에 아무 사진이나 클릭한 다음, 화면 가운데 아래 ‘AI생성’을 눌러보세요~” 스마트폰 촬영 비법을 알려주는 강좌를 마련한 본당이 있어 눈길을 끈다. 서울대교구 태릉본당(주임 이철학 바오로 신부)은 11월 한 달 동안 매주 수요일 오전 ‘품격있는 폰사진 강좌 촬영편,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창세1,10 참조)를 열었다. 본당은 신자들이 모여 화합하고 유대관계를 다지는 것을 넘어 무언가 배우고 얻어갈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강좌를 마련했다. 본당 신자인 사진가 정기섭(미카엘) 작가가 본당의 강좌 개설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고 재능기부에 나섰다. 강좌에 참여한 신자들은 배우면 쉽지만 사용해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치법 한 스마트폰 촬영 기능들을 하나하나 배워 나갔다. 세 번째 강좌가 있던 11월 20일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꽃과 같은 피사체나 풍경, 파노라마와 야간모드 촬영 방법을 배우고 야외 실습도 했다. 사진을 편집하거나 수평·수직 방향으로 사진을 조정하는 등 후보정 방법을 배우고 사진 편집을 위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들을 소개받았다. 성당 마당의 성모상 앞과 벤치 등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직접 본인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촬영했다. 정 작가는 “하느님께서 빛으로 그리신 자연과 창조물인 우리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함으로써 하느님의 신비와 영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특별히 어르신 신자들이 자연은 물론 가족들의 모습도 스마트폰으로 예쁘게 찍어 소소한 행복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2024-12-01

제주 중앙주교좌본당, 설립 125주년 희년 폐막미사 봉헌

제주교구 중앙주교좌본당(주임 김석주 베드로 신부)은 11월 24일 설립 125주년 희년 폐막미사를 봉헌했다. 미사는 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가 주례하고 김석주 신부와 천주교 사도직회(팔로티회) 한국지부장 야렉 카미엔스키 신부 등이 공동 집전했다. 문 주교는 미사에서 교황청 내사원으로부터 수여된 본당 125주년 특별 전대사와 교황 강복을 참례자들에게 전달했다. 특별 전대사는 김석주 신부가 교구장 승인을 받고 교황청에 제출한 청원이 받아들여져 성사됐다. 125주년 개막미사가 봉헌된 2023년 12월 8일부터 폐막미사가 봉헌된 이 날까지가 전대사 유효 기간이었다. 김석주 신부는 감사 인사에서 “125주년 희년 폐막미사를 봉헌하며, 더불어 2025년 희년을 앞두고 주교좌본당이라는 이름의 엄청난 무게를 다시 한번 실감한다”면서 “외국의 많은 구도심의 중심이 주교좌본당이듯 우리 본당도 사람들이 기도하는 공간이자 동시에 제주시 ‘올드타운’의 중심이 돼야 하고 이를 위해 우리 신자들이 먼저 그에 걸맞은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당은 대한제국 시기인 1899년 4월 22일 설립됐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겪었다. 2000년에 는 제주 선교100주년 기념성당을 봉헌했으며 2018년에는 본당 120년사를 발간했다. 2023년 12월 8일 125주년 희년 개막미사와 함께 새 제대 축성과 독서대 축복식을 가졌다. 본당은 125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중앙주교좌본당 125주년 화보집’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2024-12-01

서울대교구 길음동본당 80주년 기념미사 봉헌

서울대교구 길음동본당(주임 오대일 요셉 신부)은 11월 3일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 주례로 본당 설립 8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는 역대 본당 주임 및 길음동본당 출신 사제단이 공동 집전했다. 구요비 주교는 강론에서 “지난 80년 동안 본당 발전을 위해 많은 신부님과 수녀님들이 헌신하셨다”면서 “특히 80주년을 맞기까지 본당 신자 한사람 한사람이 신앙의 모범이 되어 준 것에 대해 감사하고 아울러 축하를 드린다”고 전했다. 올해 설립 80주년을 맞은 본당은 지난 1년 동안 80년간 격변의 환경 안에서 서울에서 8번째로 설립된 본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시노드 교회의 주제인 친교, 참여, 사명의 시대적 요청에 응답하는 자세로 80주년을 준비했다.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구역미사를 봉헌하여, 코로나19로 단절되었던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기도했으며, 이는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재도약하는 기회가 되었다. 전 신자 화합을 다지기 위해 척사대회(6월), 성지순례(9월), 기념음악회(10월)를 개최, 공동체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했다. 또한 본당 신자들은 80주년이 되기까지 이끌어주신 주님의 은총에 감사의 마음과 새로운 다짐의 의미로, 소원을 적은 기도나무와 전 신자 성경 필사본을 기념미사에서 봉헌했다. 아울러 본당은 80년의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는 갤러리도 마련, 개관식도 열었다. 갤러리에는 그동안 흩어져 있던 초창기 세례대장과 혼인대장 등의 문서는 물론 설립 초창기에 사용된 미사 도구, 성물, 사진 자료가 전시 돼 있다. 앞으로 이 공간은 100년을 향한 여정을 준비하는 곳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길음동본당은 1944년 혜화동본당에서 분리돼 서울 지역 8번째 본당으로 설립됐다. 성북지역 복음화의 산실로 수유동본당(1967년 분리)과 정릉동·삼양동본당(현 미아동)·월곡동본당(1968년 분리)의 모본당이다.

2024-11-24

서울 서원동본당, ‘생명의 책’ 명패 마련

서울대교구 서원동본당(주임 양권식 시메온 신부) 성모상 앞에는 작은 잔디공원이 조성돼 있다. 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담벼락의 붉은 벽돌이 눈에 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벽돌이 아닌 명패다. 이름과 세례명, 태어난 날짜가 새겨져 있는 이곳에서 신자들은 살아있는 이를 위해, 죽은 이를 위해, 모든 생명을 위해 언제든 기도할 수 있다. “생명의 책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누구나 불 못에 던져졌습니다”(묵시 20,15)라는 성경 말씀에서 따온 ‘생명의 책’은 신앙과 삶을 되돌아보고 기억하는 공간이다. 신자, 비신자 제한 없이 누구나 일정 금액을 내고 20년간 생명의 책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성모님이 바라보는 자리에 세워진 명패는 총 1380개. 신자들은 자신이나 가족의 이름, 돌아가신 분의 이름과 태어난 날을 새기고 언제든 성당에 와서 기도할 수 있다. 가족의 묘소나 납골당이 멀리 있는 신자들은 생명의 책에 이름을 새기고 고인을 기억하고 자신의 삶 안에서 화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생명의 신비로움을 기억하는 잠깐의 시간은 하느님의 신비를 체험하고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의미 있는 순간을 제공하고 있다. 생명의 책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전영주(마리아) 씨는 “나 자신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어 성모님 바로 앞에 있는 명패에 이름을 새겨 넣었다”며 “내 이름 앞에서 잠깐 기도하는 순간이지만 하느님이 주신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삶이 더욱 풍요로워졌다”고 말했다.

2024-11-24

서울 성북동본당, 지역주민 위한 음악회 개최

서울대교구 성북동본당(주임 김형목 요셉 신부)이 본당을 넘어 주민들을 위한 음악회를 열어 눈길을 끈다. 본당은 11월 16일 서울 삼선동 분수마루광장에서 서울시가 후원하는 ‘성북구 주민을 위한 성북동성당 음악회’를 개최했다. 더불어 사진전과 다양한 체험 부스를 운영해 유동인구가 많은 성북천 일대에서 시민들에게 가톨릭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기회를 만들었다. 음악회 진행은 메인 MC 감동을 비롯해 스페셜 MC로 배우 노수산나(수산나)와 주보영(레지나) 씨가 맡았다. 특히 주보영 씨는 6개월 전에 세례를 받은 성북동본당 ‘새내기’ 신자다. 공연에는 본당 신자인 바리톤 송현우(로마노)와 뮤지컬 배우 김추리(모니카) 씨 외에도 첼로앙상블 ‘담교현’, 테너 이기업과 윤찬영, 색소포니스트 레이, 싱어송라이터 토드(TODD), 뮤지컬 갈라(Gala)팀 어쏘티드가 차례로 무대를 꾸몄다. 출연진은 이날 행사 취지답게 신자와 비신자가 어우러졌다. 공연뿐 아니라 행사장 내에 가톨릭출판사가 마련한 부스인 가톨릭 성물 부스를 비롯해 묵주 팔찌 만들기, 솜사탕 만들기, 페이스페인팅, 본당 사진전 부스도 열려 지나가던 주민 남녀노소가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참여했다. 주민들도 참여한 ‘열린’ 음악회는 본당이 내년에 맞게 될 본당 50주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의 종교계 주최 시민참여행사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본당 기획분과장 한경화(안젤라) 씨는 “시가 추진한 공모사업에 주임 신부님이 응모했는데 마침 선정돼서 이런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면서 “처음엔 익숙지 않은 행사라 어려움도 있었지만, 가톨릭을 시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행사 중에는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방문해 본당 신자들과 주민들에게 인사하기도 했다. 본당은 이번 음악회에 이어 12월 1일에는 성당 내에서 ‘여걸 강완숙 골롬바’ 연극과 50주년 사진전 등을 열 계획이다.

2024-11-24

경륜만큼 깊어진 신앙으로 ‘인생 후배’ 위해 기도

“‘연세가 들면서 기력이 많이 떨어지신 친정엄마가 수술받고 잘 버티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고 얼마나 혼자 가슴 졸였는지 몰라요. 그런 저와 한마음이 돼서 간절하게 기도해 주신 본당 어르신들이 아니었더라면 저희 모녀는 힘을 얻지 못했을 거예요.” 인천교구 시흥 은행동본당(주임 김태영 요한 사도 신부) 신자 박성해(율리아·54) 씨는 이렇듯 노쇠한 어머니의 인공관절 수술을 앞두고 걱정을 떠안고 있었다. 두려움 앞에 의지할 곳이 필요했던 박 씨는 본당 노인대학 ‘예수성심 아카데미’(학장 박종석 클레멘스) 어르신들에게 기도 부탁을 했고, 중보기도의 위로로 버틸 힘을 얻었다. 수술을 무사히 마친 박 씨 모녀는 “기댈 수 있는 느티나무가 돼주신 어르신들 공로가 가장 컸다”는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렇듯 예수성심 아카데미 어르신들은 올해 10월부터 본당 신자들을 위한 기도 봉사를 하고 있다. 본당 이웃에게 위로의 거처가 돼주고자 기도 요청을 받아 기도해 주는 기도 봉사다. 사무실 앞에 놓인 접수함에 신자들이 기도 요청서를 넣으면, 매주 목요일 수업 전 봉사자들이 어르신들에게 사연을 소개한다. 그러면 어르신들은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도 지향마다 한 달 정도씩 단체로 기도한다. 특별히 마음에 남은 지향에는 ‘기도 전담자’로 자원하는 어르신도 있다. 가정 성화, 선종 가족의 안식, 냉담 가족의 회심, 학업·사업·취업에 대한 일상적 지향도 많이 들어오지만 뇌종양이나 대장암, 공황장애 등 병고에서의 회복을 염원하는 간절한 지향도 많다. 학교 폭력으로 상처받은 아이, 입안의 건조증 때문에 물 없이는 성체를 못 모시는 가족 등 다양한 사연이 들어온다. 신점순(레나다·71) 어르신은 “이렇듯 어디서 이야기 꺼내기 힘든 사연을 떠안은 교우가 많음을 알기에 언제 어디서든 성호를 긋는다”며 묵주를 들어 보였다. 연로한 신자들이 무기력한 존재가 아니라 교회의 적극적인 일원임을 일깨워 주기 위한 기도 봉사는 어르신들이 가진 ‘공감’이라는 영적 보화를 빛내는 장이 된다. 인생의 황혼기, 자기 자신을 위한 기도보다 이웃들의 염원에 경청하는 사랑의 마음을 발휘할 기회가 된다. 박종석 학장은 “기도 신청자의 상황이 어떠할지, 어떤 기도가 필요할지 어르신들은 긴 설명이 없이도 이해하고 눈시울을 붉힌다”며 “경륜만큼 해를 거듭하며 깊어진 어르신들 신앙심에서 우리가 배울 것이 많다”고 말했다. 주임 김태영 신부는 “‘네가 홀로 외로워서 마음이 무너질 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라는 생활 성가 가사처럼 본당 어르신들은 신자들에게 희망의 징표가 되고 있고, 자신들 또한 여전히 쓸모 있는 존재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의 2025년 정기 희년 선포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14항을 언급하며 “노인들의 존재가 보물이며, 그분들의 삶의 경험들과 쌓아 온 지혜가 여전히 젊은 신자들에게 이해와 격려의 원천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고 당부했다.

202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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