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에파타본당, ‘청각장애인-비장애인’ 잇는 수어 봉사자 45명 양성

수어를 통해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잇는 ‘다리’가 될 봉사자 45명이 배출됐다.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들어 낸 결과여서 더욱 뜻깊다. 청각장애인 공동체인 서울대교구 에파타본당(주임 김현덕 요한 사도 신부)은 6월 19일 성당에서 수어 미사를 봉헌하고, 상반기 수어 교실 수료식을 열었다. 본당 수어 교실은 청각장애인이 직접 교육에 참여해 비장애인 수어 통역 봉사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언어 교육을 넘어 비장애인들이 교육 과정에서 청각장애인의 문화를 이해하고, 장애인 공동체와 친교를 이루며 봉사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본당은 1980년대 초 가톨릭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에서 시작된 수어 교실을 이어 2018년 준본당 승격 이후부터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수어 교실은 기초반·고급 회화반·가톨릭 수어반으로 구성되며, 각 교육은 6개월간 이뤄진다. 총 18개월 과정을 수료하면 수어 통역 봉사자로 활동할 수 있다. 이번에는 기초반 21명, 고급 회화반 11명, 가톨릭 수어반 13명 등 총 45명이 수료증을 받았다. 기초반 수료자 홍미화(루치아) 씨는 “6개월 동안 가르쳐주신 선생님과 이끌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며 “반 친구생들과 함께 고급 과정까지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현덕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이번 기회에 배운 수어를 이웃을 돕기 위해 사용한다면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참 좋은 사람이 될 것”이라며 “처음 마음을 간직하면서 계속해서 배움을 이어가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를 이어주길 바란다”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2019년 본당으로 승격된 에파타본당은 정기적으로 수어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청각장애인이 익숙한 언어로 하느님 말씀을 이해하고, 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현재 본당 수어봉사부에는 지금까지 수료한 교육생 중 약 10%에 해당하는 총 18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본당은 교구 내 다른 본당에서도 수어 통역과 자막 봉사자가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봉사자 양성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봉사자들이 단순히 수어 실력뿐 아니라 교리와 신앙 교육 측면에서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 청각장애 신자들이 교리를 보다 잘 이해하고 깊은 신앙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데도 힘쓸 방침이다.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5면

대구 월성본당 자부회, 아빠 사랑 담긴 ‘어린이만을 위한 포차’ 열어

대구대교구 월성본당(주임 김용민 안드레아 신부) 주일학교 아버지들이 ‘아빠 셰프’가 되어 자녀들에게 맛있는 음식과 추억을 선사했다. 본당 주일학교 자부회(회장 김학동 노엘)는 6월 21일 성당 문화관에서 ‘어린이만을 위한 포차(포장마차)’를 열었다. 주일학교 학생들은 이날 행사에서 한 학기 동안 정성과 노력으로 모아온 ‘칭찬카드’를 일일 화폐로 이용해 음식을 구입하고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꼈다. 자부회가 선보인 떡볶이, 튀김, 순대, 꼬치, 어묵, 솜사탕, 슬러시 등 다채로운 메뉴는 아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장준혁(미카엘·초6) 군은 “아빠들의 마음이 담겨 있어서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며 “평소에도 같이 놀아주셔서 늘 감사한 데, 맛있는 음식까지 만들어 주셔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2022년 결성한 본당 자부회는 ‘아이들을 신앙 안에서 성장시키는데 아버지들도 동참한다’는 취지로 주일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함께 놀면서 소통하는 별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평소 전례력에 맞게 주일학교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본당이 필요로 하는 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주일학교 학생들을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 지난 2년간 본당 신자들을 대상으로 포차 행사를 열어 온 자부회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 자녀들만을 위한 행사를 준비했다. 김학동 회장은 “이번 행사는 단순한 먹거리 제공을 넘어, 신앙 공동체 속에서 칭찬과 배려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체험하고, 어린이들도 본당 공동체의 소속감을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5면

진료소로 변신한 성당…이주민 위해 열리는 ‘행복마을’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충청남도의 외국인은 15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의 약 7%로, 전국에서 외국인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이러한 현실에 발맞춰 충남 논산에는 성당을 울타리 삼은 이주민 지원 공동체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논산 행복마을’이다. 6월 15일 충청남도 논산부창동성당(주임 김창선 안드레아 신부). 이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나눔을 하는 행복마을(촌장 임인식 요한)이 열렸다. 현장은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들과 봉사자들로 북적였다. 임인식 촌장은 “논산뿐 아니라 충청도 전역에서 매월 100명 가까운 이주민이 찾아온다”고 전했다. 행복마을은 2017년부터 대전 포콜라레와 대전교구 가톨릭 간호사회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매월 셋째 주 주일 성당에서 이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내과·치과·물리치료·한방 진료와 미용 봉사를 제공하며, 교구 사회복지국 산하 푸드뱅크는 식료품과 생필품을 나눈다. 마을은 포콜라레 창시자 끼아라 루빅(Chiara Lubich)의 가르침과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 40)라는 복음 말씀을 토대로 이주민을 향한 사랑 실천에 목표를 두고 있다. 대전교구 이주사목부 대전모이세 전담 이성진(다미아노) 신부는 “행복마을은 어려운 이웃을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한 사례”라며 “우리 손이 닿는 곳까지 이주민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 한 사람의 어려움도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신앙을 가진 이주민들이 성사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영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교우들이 모국어로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각 나라 사제들을 모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행복마을을 찾은 이주민들은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이주민을 위한 보다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에서 13년째 거주하고 있는 파키스탄 국적의 샤자한(바오로·논산부창동본당) 씨는 “고물가 시대에 행복마을은 큰 도움이 된다”며 “그러나 한국어를 몰라 어려움을 겪는 이주민이 많지만, 배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은 정작 턱없이 부족하다”고 어려움을 표했다. 현재 논산시의 이주민 대상 한국어 교육은 15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선착순 4개 기업에만 제공돼, 7000여 명이 넘는 이주민이 거주하는 현실에서는 충분하지 않다. 소규모 사업장의 이주민은 지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봉사자들은 행복마을이 널리 알려져 보다 많은 이주민이 혜택을 받기를 희망했다. 20여 년간 의료봉사한 황관옥(프란치스카·대전교구 유천동본당) 간호사는 “이주민들은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 병원 방문을 주저한다”며 “행복마을은 미등록 이주민도 안심하고 올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발행일 2025-06-22 제3447호 5면

서울대교구 청담동본당, 이콘 동호회 작품전시회 개최

서울대교구 청담동본당(주임 양장욱 베드로 신부) 이콘 동호회(회장 전중정 마리아, 지도 서성훈 바오로 신부)는 6월 13일 성당 1층 로사리오 카페에서 이콘 축복식을 거행하고 18일까지 제5회 작품전시회를 열었다. 2018년 9월 출범한 이콘 동호회는 이콘이 교회의 소중한 자산이자 ‘기도의 그림’임을 알리고, 작업 과정에서 개인 지향 기도와 피정을 마련하는 등 회원들의 신심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이콘은 그리스어로 ‘모상’, ‘형상’을 뜻하며, 신앙과 성경의 내용을 표현한 성화로 제2차 니케아공의회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콘 동호회는 <예언자 엘리아>, <만딜리온>, <자비의 성모>, <전능자 그리스도>, <구원의 십자가> 등 작품 15점을 선보였다. 이콘을 올해 처음 접한 박민경(엘리사벳·청담동본당) 씨는 “이콘 선생님께서 작품 제작 기간 동안 개인 지향 기도를 바칠 것을 권유해서 매일 기도를 드렸다”며 “이콘 덕분에 하느님과 더욱 가까워졌고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작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진희(일리나·청담동본당) 씨는 “이콘을 제작하는 것은 수련 과정과 같다”며 “수사님들이 묵상하는 것처럼 작품 내용을 묵상하며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당은 현재 이콘을 비롯해 마리아 전례무용, 도자기, 수필 등 24개 동호회를 운영하며 신자들이 문화 활동으로 신앙과 더욱 가까워지도록 힘쓰고 있다. 양장욱 신부는 “이콘 제작 과정에서의 묵상과 기도는 깊은 신앙 여정”이라며 “10주년까지 활동을 이어가면서 신자들이 이콘으로 신앙을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동호회원들을 격려했다.

발행일 2025-06-22 제3447호 5면

인천 논현동본당 베드로회, “하느님의 손발 되어 달려갑니다”

인천교구 논현동본당(주임 송용민 요한 사도 신부)에는 본당 일손 돕기를 넘어, 소외된 이웃까지 섬기는 40~60대 중년 남성 신자들의 봉사·친교 단체 ‘베드로회’(회장 박경모 스테파노)가 있다. 지난 3월 창단한 신생 단체지만, 회원 수가 10명도 채 되지 않는 가운데서도 지역 사회와 본당을 위한 봉사를 묵묵히 실천하고 있다. 베드로회는 본당이 기도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사회 속에서 더욱 활발하게 사랑을 실천하길 바란다’는 송용민 신부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창단 전부터 본당에서 봉사와 일손을 도맡았던 성인 복사단의 박경모 회장을 중심으로, 대자, 동료 단원 등 총 7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함께한 이유는 ‘행동하는 그리스도의 사랑만이 신자뿐 아니라 신앙이 없는 이들에게도 감동을 준다’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드로회는 성당 내외에서 다양한 봉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성당 내 환경 개선 활동, 물품 운반, 텐트 설치 등 주로 남성의 노동력이 필요한 작업을 도맡아 진행한다. 주일 오전 8시와 11시 미사 전후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 신자들을 위해 자가용을 이용해 집에서 성당까지 모셔다 드리는 차량 봉사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본당 사회복지분과의 봉사자들과 협력해 매달 한 번씩 지역 내 취약계층 가정을 방문해 쌀을 전달하는 나눔 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창단 전인 2024년 12월, 본당 김장 나눔 행사에서도 이들은 어려운 형편의 신자 가정을 직접 찾아 김치를 전달했다. 성당 내 작업은 시설분과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즉시 지원하며, 차량 봉사 또한 회원들이 자가 차량으로 감당하고 있다. 사회에서는 직장의 일원, 가정에서는 남편이자 아버지인 이들 회원들에게 봉사의 원동력은 ‘사람과의 따뜻한 교감 속에서 느끼는 소명 의식’이다. “몸과 마음이 함께 움직일 때, 사랑은 그 자체로 깊은 체험이 됩니다. 작고 보잘것없게 느껴졌던 호의도, 어느 순간 하느님의 부르심이 되더군요.” 회원 박국연(니콜라오·40) 씨는 차량 봉사를 받는 한 어르신이 “주일이면 피곤한 마음으로 성당에 오곤 했는데, 이제는 기쁘게 하느님을 뵐 수 있어 고맙다”고 전한 말을 특히 인상 깊게 기억한다. 박 씨는 “처음에는 단순히 ‘동네 몇 바퀴 도는 일’이라 여겼지만, 지금은 ‘하느님의 운전기사가 되어 드렸다’는 기쁨이 내 안에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앞으로 회원이 더 늘어난다면, 재능기부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봉사를 통해 더 많은 이웃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발행일 2025-06-15 제3446호 5면

“솜씨 어설퍼도 열정만큼은 나도 일류 셰프”

“고추장 한 스푼, 간장 한 스푼을 큼직한 볼에 담긴 고기에 넣고 고루 버무려주세요. 양념이 잘 배도록 살살 치대듯 섞은 뒤 잠시 재워둡니다. 이제 달궈진 후라이팬에 재운 고기를 올려 중불에서 천천히 볶아주세요. 고기에서 나온 육즙이 자작해졌다가 사라질 즈음, 맛있는 냄새가 퍼지기 시작할 거예요. 자, 이제 직접 한번 해볼까요?” 6월 5일 서울대교구 방배동성당 지하. 백발에 주름진 이마, 얼핏 봐도 연륜이 묻어 나는 나이 지긋한 남성 신자들이 모여 어색한 손놀림으로 조심스레 칼을 들고, 조리 도구를 만지작거리며 요리에 집중하고 있다. 방배동본당(주임 권철호 다니엘 신부)이 마련한 ‘집밥 프로젝트’ 현장이다. 본당은 이날부터 4주간 매주 목요일 남성 신자들을 위한 요리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고령의 남성 신자들이 집에서 스스로 한 끼쯤은 직접 차릴 수 있도록 간단한 요리법을 알려주는 것이 목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권철호 신부가 사제 연수 기간 제주도에서 혼자 식사를 준비하며 느꼈던 불편함에서 비롯됐다. ‘나도 이렇게 어려운데, 나이 많은 신자들은 더 힘들겠구나’ 하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본당은 이 요리 수업이 단순한 기술 전달을 넘어 신자들 간 정을 나누고 관계를 돈독히 하는 교류의 장이 되길 바란다. 함께 재료를 손질하고 조리하며 웃고 이야기하는 사이 신앙 공동체 안에서의 연대감도 자연스레 깊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은퇴 후 목적 없는 일상 속에 있던 신자들이 직접 음식을 완성하며 성취감을 느끼고, 자존감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향후 프로그램 정례화를 위해 참가자들의 의견도 수렴하고 있다. 박동호(스테파노) 씨는 “아내가 코로나19에 걸렸을 때도, 친구들과 여행 준비로 바쁠 때도 항상 가족들의 식사를 챙겨주는 걸 보고 마음이 쓰였다”며 “이번 기회에 요리를 배워 가족에게 직접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고령 신자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은데, 이렇게 본당에서 자리를 마련해줘서 감사하다”며 “오늘 형제님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누니 사이가 더욱 돈독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낙현(시몬) 씨도 “혼자 요리할 때 양 조절이 어려워 늘 막막했는데 여기서 요리 비법을 배워 딸에게도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본당의 65세 이상 신자 비율은 전체의 약 35%. 본당은 이에 맞춰 ‘집밥 프로젝트’ 외에도 고령 신자를 위한 다양한 사목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다. 매년 시니어 아카데미 회원들을 대상으로 단체 병자성사를 거행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권 신부는 “고령 신자들은 건강이 더 나빠지기 전에 병자성사를 받는 것이 중요한데, 팬데믹 이후 가정 방문 성사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며 “신자들이 건강할 때 편히 성사를 받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매년 단체로 병자성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5-06-15 제3446호 1면

[‘희망의 순례자’ 본당 공동체, 이웃에게 희망을] (3) 서울대교구 거여동본당 반찬 나눔 봉사

서울대교구 거여동본당(주임 유현상 스테파노 신부)은 2017년 4월부터 매주 화요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에게 직접 만든 반찬을 전하고 말벗이 돼주고 있다. 반찬 나눔 덕분에 홀몸노인과 장애인들은 영양가 높은 반찬으로 식사를 하고, 신자들과 인간관계를 이어가며 고립에서 벗어나고 있다. 봉사자들은 지역 주민센터·보건소와 협력해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지 못하거나, 병원비 등의 지출로 만성적인 생활난을 겪는 이웃들을 찾는다. 성당이 자리한 거여·마천 뉴타운 지역은 2016년 전까지 군부대가 있던 곳이라 개발이 제한돼 취약계층이 많다. 또 가정 파괴로 우울증을 앓고 있어도 사회와 단절돼 고독사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홀몸노인들은 법적 부양가족인 자녀들마저 타지에서 힘겹게 사느라 가족과 제도 양쪽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한다. 본당 사회사목분과 김정애(마리아) 총무는 “자녀 또한 똑같이 돌봄을 받아야 하는 취약계층인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본당의 반찬 나눔 봉사는 지원 대상자들을 정기적으로 살피며 적시 적소에 꼭 필요한 도움을 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2022년과 2024년에는 당장 의료적 조치가 필요함에도 병원에 갈 수 없어 방치됐던 중환자들을 찾아 교구 내 지원 사업 대상자로 추천하고 수술·치료비를 지원받도록 했다. 그 공로로 본당 사회사목분과 소속 반찬조리 봉사자 모임 마리아회(회장 정종석 소화 데레사) 등 봉사자들은 2024년 2월 송파구청으로부터 유공 구민 표창을 받았다. 봉사자들은 이를 교구의 지원과 본당의 활동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룬 덕택으로 여긴다. 2018년부터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진호 베드로 신부)의 예산 지원으로 회당 제공되는 반찬의 양을 늘리고, 질 좋은 육류와 생선 반찬을 매주 걱정 없이 준비할 수 있었다. 위생적인 조리를 위한 시설도 갖출 수 있었다. 2024년 12월에는 주임 유현상 신부와 여성구역 물품 판매와 카페 운영 수익금으로 낡은 냉동고도 교체했다. 마리아회 정종석 회장은 “특히 신부님께서 ‘좋은 일을 하시는데 최소한 음식이 상하지는 않게 보태고 싶다’면서 선뜻 큰 힘을 모아주신 덕에 우리도 힘내서 사랑을 실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척추 장애를 앓는 홀몸노인 조주일(가밀로·92) 씨는 5월 20일 반찬을 받으면서 “15년 전 아내와 사별한 후 막막함뿐이었는데, 본당 신자들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매일 미사를 봉헌할 만큼 밝게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5-06-08 제3445호 5면

대전교구 문창동본당, 탄소중립 ‘LUNA’ 인증

대전교구에 다섯 번째 탄소중립 본당이 탄생했다. 대전교구는 5월 26일 문창동성당에서 교구장 김종수(아우구스티노) 주교 주례로 ‘찬미받으소서 주간’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문창동본당(주임 김동훈 안토니오 신부)에 탄소중립 ‘LUNA’ 인증서를 수여했다. 김종수 주교는 강론에서 “인간이 공동의 집을 지키기 위한 탄소중립 활동은 곧 세상을 위한 활동”이라며 “하느님이 주신 세상을 하느님 뜻에 맞게 보존하는 것이 교회가 복음적으로 세상의 빛이 되는 길이자 우리가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본당은 탄소중립 목표 실현을 위해 생태환경 인식 개선 활동을 펼치며, 본당 시설을 친환경적으로 바꿔왔다. 태양광 발전 설비인 햇빛발전소를 설치하고, 기존의 전기·등유를 사용하는 OHP 방식 냉·난방기를 전기만 사용하는 EHP 방식으로 교체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신자 대상 ‘지구 살리기 실천 아이디어’도 공모했다. 고령 신자가 70~80%에 이르는 상황에 발맞춰, 피로감 덜한 실천 방안을 공모해 매주 하나씩 주보에 싣고 참여를 청했다. 본당은 앞으로 ‘SOL’ 인증 획득을 위해 공감대를 형성하며 공동체가 함께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대전교구는 2022년 ‘204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지난해부터 인증 기준을 충족한 본당에 탄소중립 인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탄소중립 인증은 전기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자원순환, 의식 전환 활동 등을 실천해 탄소중립 100%를 달성하는 ‘SOL’ 인증과, 전기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 경우 수여하는 ‘LUNA’ 인증으로 나뉜다. 교구는 인증을 위해 ▲의식 전환 ▲자원순환 ▲RE100 3개 분야 38개 항목을 평가한다. 이러한 평가를 거쳐 탄소중립 선언 2년 만인 2024년 갈마동본당이 ‘SOL’ 인증, 관저동·도마동·천안성정동본당이 ‘LUNA’ 인증을 받았다. 교구는 2030년까지 모든 본당과 기관이 ‘LUNA’ 인증을, 2040년까지는 ‘SOL’ 인증에 받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감축 계획을 수립하며, 교구 공동체 전체가 실천할 수 있도록 연구와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발행일 2025-06-08 제3445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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