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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순례자’ 본당 공동체, 이웃에게 희망을] (3) 서울대교구 거여동본당 반찬 나눔 봉사

박주현
입력일 2025-06-02 17:10:19 수정일 2025-06-02 17:10:34 발행일 2025-06-08 제 3445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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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이웃 돌봄 8년째…“영육의 배고픔 모두 채워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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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서울대교구 거여동본당 사회사목분과 소속 반찬조리 봉사자 모임 마리아회 회원들과 본당 수녀가 성당 지하 주방에서 반찬을 만들어 통에 담고 있다. 박주현 기자

서울대교구 거여동본당(주임 유현상 스테파노 신부)은 2017년 4월부터 매주 화요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에게 직접 만든 반찬을 전하고 말벗이 돼주고 있다. 반찬 나눔 덕분에  홀몸노인과 장애인들은 영양가 높은 반찬으로 식사를 하고, 신자들과 인간관계를 이어가며 고립에서 벗어나고 있다.

봉사자들은 지역 주민센터·보건소와 협력해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지 못하거나, 병원비 등의 지출로 만성적인 생활난을 겪는 이웃들을 찾는다. 성당이 자리한 거여·마천 뉴타운 지역은 2016년 전까지 군부대가 있던 곳이라 개발이 제한돼 취약계층이 많다. 또 가정 파괴로 우울증을 앓고 있어도 사회와 단절돼 고독사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홀몸노인들은 법적 부양가족인 자녀들마저 타지에서 힘겹게 사느라 가족과 제도 양쪽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한다. 본당 사회사목분과 김정애(마리아) 총무는 “자녀 또한 똑같이 돌봄을 받아야 하는 취약계층인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본당의 반찬 나눔 봉사는 지원 대상자들을 정기적으로 살피며 적시 적소에 꼭 필요한 도움을 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2022년과 2024년에는 당장 의료적 조치가 필요함에도 병원에 갈 수 없어 방치됐던 중환자들을 찾아 교구 내 지원 사업 대상자로 추천하고 수술·치료비를 지원받도록 했다. 그 공로로 본당 사회사목분과 소속 반찬조리 봉사자 모임 마리아회(회장 정종석 소화 데레사) 등 봉사자들은 2024년 2월 송파구청으로부터 유공 구민 표창을 받았다.

봉사자들은 이를 교구의 지원과 본당의 활동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룬 덕택으로 여긴다. 2018년부터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진호 베드로 신부)의 예산 지원으로 회당 제공되는 반찬의 양을 늘리고, 질 좋은 육류와 생선 반찬을 매주 걱정 없이 준비할 수 있었다. 위생적인 조리를 위한 시설도 갖출 수 있었다.

2024년 12월에는 주임 유현상 신부와 몇몇 본당 신자들의 도움으로 낡은 냉동고도 교체했다. 마리아회 정종석 회장은 “특히 신부님께서 ‘좋은 일을 하시는데 최소한 음식이 상하지는 않게 보태고 싶다’면서 선뜻 큰 힘을 모아주신 덕에 우리도 힘내서 사랑을 실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척추 장애를 앓는 홀몸노인 조주일(가밀로·92) 씨는 5월 20일 반찬을 받으면서 “15년 전 아내와 사별한 후 막막함뿐이었는데, 본당 신자들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매일 미사를 봉헌할 만큼 밝게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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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서울대교구 거여동본당 반찬 나눔 배달 봉사자(오른쪽)가 지원 대상자의 집을 찾아 반찬을 배달하고 있다. 박주현 기자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