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3년 동안 이어진 시노드 교회를 향한 하느님 백성의 긴 여정이었다. 10월 2일부터 27일까지 교황청에서 열린 제2회기를 마치면서, 시노드 대의원들은 최종문서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제출했다. 이어 교황은 별도로 자신의 사도적 권고를 발표하지 않고 이 최종문서를 그대로 승인해 보편교회가 실천할 수 있도록 즉각 공포했다. 3년간의 시노드 여정, 그 결실을 담은 최종문서의 자세한 내용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 글 싣는 순서
1. 시노달리타스의 핵심
2. 배 위에서 함께 – 관계의 전환
3.그물을 던져라 – 과정의 전환
4. 풍성한 수확 – 유대의 전환
5. “나도 너희를 보낸다” - 제자들에게 사명을 부여하시다
최종문서 제2부는 주님과 형제자매들, 사회와 교회, 교회들 사이에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를 다룬다.
더 큰 관계 형성의 능력을 갖춘 교회
문서는 2부 맨 앞에서 시노드 여정이 ‘더 큰 관계 형성 능력을 갖춘 교회’(50항)에 대한 요청이었음을 강조한다. 이는 곧 “주님과의 관계, 남녀 간의 관계, 가족 내 관계, 지역 사회 내에서, 사회 집단과 종교 간, 그리고 지구와의 관계를 포함한 것”이다. 많은 참가자들이 이 여정에 초대받고,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을 놀라워했다. 하지만 동시에 “일부는 혼인 상태, 정체성, 성적 지향으로 인해 여전히 배제되거나 판단받는 고통”을 경험했음도 고백했다.
그래서, 시노드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각 개인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진정한 관계적 전환을 위해 우리 자신을 열어야 하며, 관계에 대한 관심이 단순한 전략이나 조직적 효율성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것을 복음으로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관계와 유대는 성부께서 예수님과 성령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신 수단”이다. “우리의 관계가, 비록 완전하지 못하다고 할지라도, 그리스도의 은총, 성부의 사랑, 성령의 친교를 빛나게 할 때, 우리는 삶으로써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는 것이다.”
시노드 정신을 갖춘 교회 되려면
복음으로부터 관계적 전환 배워야
누구든지 만나 경청하고 대화했던
예수님 모습이 회개 여정 모범답안
다양한 맥락에서의 관계
문서는 복음 안에서 우리의 회개의 여정을 찾는다. 즉, 예수는 누구도 그냥 보내지 않고 모두를 만나 경청하고 대화했다. 그럼에도 “시노드 과정 동안, 모든 지역과 대륙의 평신도와 성직자, 여성들이 표현한 고통과 아픔은 우리가 얼마나 자주 이 비전을 충족하지 못했는지를 보여준다”(52항).
특히 “주님 안에서 새롭게 된 관계를 향한 부름은 제자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맥락 속에서 꽃피며”, “문화의 다양성은 각 문화적 맥락의 고유성을 고려해야 함을 요구”하지만 다양한 문화적 맥락을 가진 사람들이 상호작용할 때 복음에 어긋나는 왜곡된 관계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관계의 실패는 죄의 구조로” 변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구조를 직면해 “복음의 빛에서 관계의 전환의 길을 나서야 한다.”(53항)
문서는 “우리 세상을 괴롭히는 악들이… 이러한 역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가장 근본적이고 극단적인 거부는 인간 생명 자체에 대한 거부로, 이는 태아와 노인을 포함한 모든 생명에 대한 거부로 이어진다”고 밝힌다.(54항)
교회 안에서도 드러나는 악들
세상을 괴롭히는 악은 교회 안에서도 발견된다. 다양한 학대의 체험은 피해자와 생존자, 공동체에 고통을 안겨왔다. 여기에는 “성적, 영적, 경제적, 제도적 학대뿐만 아니라 성직자나 교회 내 역할을 가진 이들의 권력과 양심 남용이 포함된다.(55항) 경청은 치유와 회개의 여정에 본질적 요소이고, 교회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겸허하게 용서를 구하고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소외와 배제로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상처받은 관계의 짐을 짊어지는 것이 교회의 사명’임을 자각하게 한다. 이는 살아계신 주님께서 그 관계를 치유하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것이 교회가 “하느님과의 친밀한 결합과 모든 인류의 일치를 위한 성사이자 도구적 표지”로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56항)
사명을 위한 은사, 소명과 직무들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은사와 소명, 그리고 교회 안의 직무들(57~67항)은 문서의 핵심을 이룬다. 여기에서는 특히 평신도 남성과 여성의 교회 생활 참여 확대에 중점을 둔다. 성직자의 직무는 ‘조화의 섬김’(68항)에 있고, 주교의 직무는 성령의 은사를 “식별하고 일치로 이끄는 것”(69~71항)을 목표로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개인과 공동체로서 은사를 나누고 복음의 증인이 되라는 부름을 받는다. 여기에서 문서는 여성들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명한다. “여성들은 교회 생활의 여러 영역에서 자신들의 은사, 소명, 역할이 더 완전하게 인정받는 데 여전히 장애물을 만난다.”(60항)
성직자 직무, 조화와 섬김에 있고
주교는 식별하고 일치로 이끌며
평신도, 특히 여성은 교회 참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청
특별히 시노드는 “여성의 역할에 관해 이미 교회법에 제공된 모든 기회를 특히 미개척된 분야에서 전면적으로 실행할 것을 요청”하고 “성령으로부터 오는 것을 막을 이유나 장애물은 없어야 한다”(60항)고 규정한다. 또한 “여성의 부제직 접근에 관한 문제는 여전히 열려 있으며, 이러한 식별은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문서는 이어 어린이, 청년, 장애인, 부부, 봉헌 생활자 등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의 다양한 구성원들의 은사와 소명, 교회의 발전을 위한 공동 책임 등을 규명한다. 특히 문서는 “평신도 남녀의 첫 번째 임무는 복음의 정신을 지상 현실에 스며들게 해 변화시키는 것”임을 강조한다.(66항) “선교적인 시노드 교회는 더 많은 형태의 평신도 직무, 즉 성품성사를 요하지 않는 직무들을 장려하며, 이는 전례 영역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도 적용된다.”(66항)
성직자와 주교의 직무
“주교의 과제는 지역 교회를 주재하여 그 교회의 가시적 일치의 원칙이 되고 모든 교회와의 결속을 강화하는 것”(69항)이고, “주교의 봉사는 공동체 내에서, 공동체와 함께, 그리고 공동체를 위한 봉사”다. 그 때문에 시노드는 “하느님 백성이 주교를 선택하는 데 더 큰 발언권을 가질 것을 원한다.”(70항)
사제와 부제는 “시노드 교회 내에서 성직자 간의 협력”을 위해 주교와 함께 봉사한다.(74항) 따라서 “시노드 영성”의 경험이 중요하며, “개인적 및 공동체적 차원에서 영적 깊이가 부족할 경우, 시노달리타스는 단순한 조직적 편의로 축소된다.”(44절)
“‘성직주의’는 성직자들이나 평신도들에 의해 권력이 남용되는 형태로서, 이는 교회의 권위가 하느님과 백성을 섬기는 목적을 왜곡하는 행위이다.”(74항) “성직주의는 사제들 스스로나 평신도들에 의해 조장되었을 때 교회 몸에 단절을 일으키며, 우리가 오늘날 정죄하고 있는 많은 악행을 영속시킨다.”(74항)
모두 함께 사명을 위해
교회는 공동체와 선교의 필요에 따라 서품된 직무 외에도 다른 직무들을 채택해 왔다. 문서는 특별히 오늘날 남녀 평신도들이 새로운 봉사와 직무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몇 가지 구체적인 필요를 제시했다. 이는 다음과 같다.
▲교회 식별 과정과 모든 의사결정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평신도 남녀의 참여 확대 ▲교구와 교회 기관, 연구소 및 신학 대학에서 평신도 남녀의 책임 있는 위치에 대한 접근 기회 확대 및 이와 관련된 기존 규정을 더 완전하게 실행 ▲봉헌된 남녀의 삶과 은사에 대한 더 큰 인정과 지원 및 교회 내 책임있는 직책에서의 활동 ▲모든 교회 법정 절차에서 자격을 갖춘 평신도가 판사로 활동할 기회 확대 ▲교회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존엄성과 권리에 대한 실제적인 인정.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