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준형 클래식 순례] 모차르트 <대관식 미사>

황혜원
입력일 2025-06-25 08:31:17 수정일 2025-06-25 08:31:17 발행일 2025-06-29 제 3448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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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은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입니다. 두 사도의 축일은 고대부터 중요하게 여겼는데, 특히 두 사도가 순교했으며, 도시의 주보 성인으로 공경하는 로마에서는 더욱 성대하게 지냈습니다. 

이날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는 교황이 새로 서임된 대주교들에게 팔리움을 수여합니다. 또 친교와 평화의 표시로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의 사절단이 미사에 참여합니다. 오늘은 유럽 음악의 해였던 1985년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에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있었던 특별한 미사를 다시 떠올리고자 합니다.

이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집전한 미사에는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악우협회 합창단이 전례에 참여해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를 연주했습니다.

이 미사는 여러모로 역사적인 이벤트로, 교황 비오 10세가 1903년 미사에서 오케스트라나 피아노 연주를 금지한 이래 처음으로 로마에서 오케스트라가 참여한 미사였기에 전 세계 각국에 실황 중계됐습니다.

교황 집전 미사에서 미사곡을 연주하는 것이 카라얀의 오랜 꿈이었는데, 1983년 오스트리아를 방문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게 처음 이를 제안했다고 합니다. 15년 만에 이탈리아를 방문한 카라얀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독창자들의 여비를 모두 부담했으며, 실황 음반의 수익금도 모두 자선단체에 기부했습니다.

실황 음반과 영상물에는 시스티나 성가대와 교황청 교회 음악원 학생들이 노래하는 그레고리오 성가를 비롯해서 독서와 복음서 낭독, 신자들의 기도, 교황님의 기도문 낭독도 모두 담겨 있어 일반 음악 애호가들이 미사곡이 실제 전례에서 어떻게 연주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안내자 역할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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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 자필 악보 첫 페이지. 폴란드 크라쿠프 야기에우워 도서관 소장

성 베드로 대성당이 워낙 큰 공간이라서 그런지 카라얀은 평소보다 템포를 살짝 느리게 잡았는데, 풍부한 잔향과 어우러져 독특한 감동을 줍니다. 실제 미사에서 접할 수 있는 현장감 역시 콘서트와는 전혀 다르지요.

이날 연주된 작품은 모차르트가 1779년에 쓴 <대관식 미사>였습니다. ‘대관식’이라는 별명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근교에 있는 마리아 플라인 성당의 성모상에 왕관을 씌워 드린 일(1751년)을 기념하는 예식을 위한 작품이라서 붙었다는 말도 있고, 또 19세기 초부터 빈 황실의 대관식에 쓰이면서 붙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별명은 작품과 큰 관련이 없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결국 실패로 끝난 1년 넘는 구직 여행을 다녀온 모차르트가(결국 구직에는 실패했고, 실연을 당했으며, 어머니는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파리와 만하임에서 접한 다채로운 오케스트라 구성과 섬세한 작곡 기법을 발휘해 쓴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쓰디쓴 인생 경험이 천재 모차르트를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었고, 여기에 다양한 예술적 경험이 더해져 만들어진 걸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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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