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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N 한국지부 설립 10주년…“박해받는 교회 재건 위한 사명 재다짐”

박주현
입력일 2025-07-15 15:07:05 수정일 2025-07-16 10:34:14 발행일 2025-07-20 제 3451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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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 설립 10주년 맞아 기념 감사 미사 봉헌·심포지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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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열린 ACN 한국지부 설립 10주년 심포지엄과 감사 미사 후 (왼쪽 두 번째부터) ACN 본부 레지나 린치 수석대표, 부르키나파소 와가두구대교구 전임 교구장 필리프 우에드라오고 추기경, ACN 한국지부 이사장 정순택 대주교와 초대 이사장 염수정 추기경 등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주현 기자

교황청재단 고통받는 교회돕기(Aid to the Church in Need, 이하 ACN) 한국지부(이사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지부장 박기석 요한 사도 신부)는 7월 10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설립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고 감사 미사를 봉헌했다.

행사는 국제 ACN 네트워크의 일원으로서, 한국지부와 후원자들이 박해받는 교회를 위해 이어온 사목 원조의 의미를 되새기고, 더욱 깊은 연대와 지속적인 후원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감사 미사를 주례한 정순택 대주교는 “다른 원조단체와 달리 ACN은 종교적 이유와 정치적 상황으로 박해받는 가톨릭교회의 재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한국지부는 후원자들의 성원으로 그 특별한 사명에 동참할 수 있었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제1발표를 맡은 부르키나파소 와가두구대교구 전임 교구장 필리프 우에드라오고(Philippe Ouédraogo) 추기경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교회 공격과 테러로 인한 참혹한 현실을 증언했다. 부르키나파소에서는 2024년 기준 8000명 이상이 무장 충돌과 학살 등으로 사망했다. 220만 명 이상이 집을 잃은 채 고향을 떠났고, 학교 6000개가 폐쇄돼 100만 명 넘는 어린이가 교육받지 못하고 있다. 보건센터도 다수 파괴돼 의료 기반도 무너졌다.

우에드라오고 추기경은 “극단주의자들은 형제애라는 공동의 유산을 파괴하려 한다”라며 “그들은 종교가 아니라 증오라는 이데올로기로 무장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교회를 구심점으로 현재 종교 간 대화, 사회 통합과 평화 활동을 펼쳐 증오의 담론에 맞서고 있다”라며 “그런 우리를 돕는 한국지부 등 국제 ACN 네트워크 덕에 용기를 내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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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파밀리아채플에서 열린 ACN 한국지부 설립 10주년 심포지엄 중 부르키나파소 와가두구대교구 전임 교구장 우에드라오고 추기경이 이슬람 극단주의 박해에 맞선 부르키나파소 교회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박주현 기자

제2발표를 맡은 레지나 린치(Regina Lynch) ACN 본부 수석대표는 부르키나파소, 이라크, 시리아, 파키스탄, 나이지리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박해받는 신자들을 돕는 ACN의 역할을 소개했다.

린치 수석대표는 “ACN은 소리를 낼 수 없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그리스도인들의 고통에 대한 정보 플랫폼을 제공하며, 종교 자유와 그리스도인 박해 등 문제에 대해 국제 행사에서 현지 교회가 발언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라며 “많은 지원 사업과 캠페인에 10년간 적극 동참해 준 한국 후원자들에게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초대 이사장을 지낸 염수정 추기경(안드레아·전 서울대교구장)은 격려사에서 ‘박해받는 신자들은 예수님에 대한 그들의 믿음을 시험받지만 박해받지 않는 신자들은 그들이 간직한 예수님에 대한 사랑으로 시험받고 있다’는 ACN 설립자 베렌프리트 판 슈트라덴 신부의 가르침을 인용하며, “박해받던 순교자들의 믿음 위에 세워진 한국교회인 만큼, 박해 아래 도움을 청하는 다른 형제자매들을 적극적으로 돕자”라고 당부했다.

[인터뷰] 레지나 린치 ACN 본부 수석대표 - “한국교회의 적극적 관심이 기적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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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N 본부 레지나 린치 수석대표는 “자신의 박해 상처를 통해 박해받는 이웃 교회들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한국교회는 전체 ACN 네트워크에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 박주현 기자

한국지부 설립 10주년 행사 참석을 위해 방한한 레지나 린치 ACN 본부 수석대표는 “ACN 한국지부와 후원자들의 영적·물적 후원이 신앙을 지키기 위해 힘겹게 싸우는 전 세계 형제자매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라며 감사를 표했다. 이어 “한국교회는 해외 원조 측면에서 유럽 교회에 필적할 만큼 적극적이며, 이는 ACN 국제 네트워크 전체에 모범이 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45년간 ACN 본부에서 활동하며 세계교회의 고통과 희망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린치 수석대표는 “한국교회가 과거 박해의 상처를 잊지 않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박해받는 이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특별하다”라며 “그 공감이 곧 연대의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라크, 시리아, 부르키나파소 등 이슬람 극단주의로 심각한 박해를 겪고 있는 지역들을 언급하며, “한국교회의 공감이 더 많이 흘러 들어가야 할 이웃들”이라고 강조했다.

이라크 그리스도인은 대규모 납치와 살해로 인해 1300만 명에서 15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고, 시리아교회는 내전과 극단주의의 위협 속에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파키스탄 그리스도인들은 체포·폭행·사형 등 극단주의 폭력에 시달리며, 나이지리아 북부에서는 그리스도인의 사회 진출 기회가 거의 차단된 상황이다.

이처럼 박해가 일상인 지역에서 ACN은 고통받는 교회를 실질적으로 돕기 위해 다양한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부르키나파소의 경우 대피한 성직자들을 위한 쉼터를 마련하고, 미사예물과 생활비 등 긴급 재정을 지원했다. 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영성·심리 치료에도 도움을 주는 등 2024년 한 해 동안 부르키나파소 원조 사업에 약 230만 유로(약 36억8840만 원)를 지원했다.

린치 수석대표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교회 모두의 일치된 공감이 큰 기적을 만들고 있다”라며 “그 공감이 계속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난 10년간 묵묵히 헌신해 온 ACN 한국지부 관계자들에게 한국교회 신자들의 지속적인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ACN의 지원은 세계교회 신자들의 공감을 타고 전해지는 하느님의 현존을 통해 박해받는 신자들을 일으켜 세우고 있습니다. 특별한 공감의 은사를 받은 한국교회 신자들의 더 많은 기도를 청합니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