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환경사목위·툿칭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수녀원 신앙인의 생태적 회개 위한 십자가의 길 기도 제안
그리스도인들은 주님 부활 대축일을 기다리는 사순 시기,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참회와 희생, 극기와 회개를 실천한다. 특히 생태 위기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태적 회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교황은 “신심이 깊고 기도하는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일부는 현실주의와 실용주의를 내세워 환경에 대한 관심을 우습게 여기고 있음도 인정해야 합니다. … 생태적 회개는 예수님과의 만남의 결실이 그들을 둘러싼 세상과의 관계에서 온전히 드러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217항)라고 밝힌다.
극기와 회개를 실천하는 시순 시기, 생태적 회개를 실천할 수 있는 십자가의 길 기도 책을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위원장 이재돈 요한 세례자)가 발간했다. 하느님께서 지으신 창조 질서의 회복과 생태계의 치유를 위해, 기후위기가 초래한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생태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생태 사도가 될 것에 지향을 두고 시작하는 십자가의 길은 14처에 걸쳐 자연을 돌보지 못한 우리의 삶을 성찰한다.
제1처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예수님의 고통을 묵상하며 우리의 벗인 숲이 사형선고를 받고 야생동물들에게 지워진 십자가를 기억한다. 또한 예수님께서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심을 묵상하는 3처에서는 건강한 생태계가 무너진 지구를 위해 기도한다. 기력이 다한 예수님의 두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하면서는 착취와 가난이 만연하고 다른 편에서는 과소비와 과잉 육식이 성행하는 불평등의 고리를 함께 묵상한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을 묵상하는 8처에서는 농부들이 피땀으로 일구어 가꾼 생명의 먹을거리가 주는 위안을 기억한다.
이재돈 신부는 “하느님께서 만드신 아름다운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삶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삶의 변화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내 마음의 회개가 선행돼야 하므로 이번 사순 시기에는 생태적 회개를 실천할 수 있는 십자가의 길을 통해 마음으로부터 생태적 회개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수녀원(원장 이일경 베타니아 수녀)에서도 생태적 회개를 하며 사순 시기를 보낼 수 있는 ‘「찬미받으소서」와 함께하는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함께하고 있다. 「찬미받으소서」를 묵상하며 바치는 이 십자가의 길은 ‘금욕주의를 실천해 후손에게 건강하게 지구를 물려줄 것’, ‘자녀를 배불리시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굶주리는 형제들을 외면하지 않게 일깨워 줄 것’을 묵상한다.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 짐을 묵상하는 5처에서는 노동을 실천하며 환경을 더욱 잘 돌보는 시몬과 같은 이들을 기억하는 기도를 바친다. 또한 예수님께서 두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하는 7처에서는 쓰레기 더미에 눌려 신음하는 지구를 기억하며 ‘자발적으로 불편함을 견디고 자원을 재사용, 재활용 할 것’을 권한다.
끝으로 14처에서는 ‘영성은 몸이나 자연, 또는 세상 현실 안에서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과 일치를 이루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며 저희가 생태적 회심을 하도록 이끌어 달라’고 기도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태적 회개를 위한 태도를 이같이 설명한다. “이러한 회개에는 여러 가지 태도가 필요한데, 이러한 태도들이 서로 어우러져 관대하고 부드러움이 넘치는 돌봄의 정신을 촉진하는 것입니다. 먼저 감사와 무상성의 태도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께서 세상을 사랑으로 선물하셨음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이 아무도 보지 않고 인정하지 않더라도 거저 주는 희생의 태도와 관대한 행위를 일으킵니다.”(「찬미받으소서」 220항)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