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잦아진 대형산불 원인은 지구 온난화 가뭄 늘고 상대습도 낮아져 ‘강풍’과 ‘번개’ 빈번해져
3월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안동·청송·영양·영덕 등으로 번져 모든 것을 태웠다. 산불영향구역은 서울 면적의 75%가량인 4만5157㏊(헥타르). 경상북도에 따르면, 4월 10일 현재 신고 피해액은 1조435억 원, 신고 복구액은 2조6533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번 산불로 농축업 분야의 피해가 컸다. 10일 오전을 기준 산불 피해 현황은 농작물 3862㏊, 시설 하우스 783동, 축사 235동, 농기계 1만883대 등이다. 불길을 키운 것은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다.
전 세계적으로 대형산불이 잦아지고 있는 원인으로 지구온난화가 지목됐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오름에 따라 가뭄이 늘어나고 상대습도가 낮아지면서 강풍과 번개가 빈번해지게 된 것. 산불피해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진 가운데 “환경과 사회의 훼손은 특히 이 세상의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메시지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산불 ‘연중화’ 가속
실제로 우리나라의 산불발생율은 증가추세다. 산림청이 산불 추이를 분석한 결과, 1980년대 연평균 238건 발생하던 산불이 2020년대(2020∼2023년) 들어 연평균 580건 발생하고 있다. 산불 피해 면적은 1980년대 연평균 1112㏊에서 2020년대 연평균 8369㏊로 대폭 넓어졌다. 산림청은 “기후변화 등의 원인으로 전 세계적으로 초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해 산불이 범국제적 재난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불 발생율 증가와 함께 두드러지는 변화는 산불의 연중화다.
산림청에 따르면, 3월 중순에서 4월 중순에 집중됐던 산불이 12월과 1월에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겨울철에도 평균기온이 높아지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산불 위험이 증가한 것이다. 12월과 1월 평균 산불발생건수는 1990년대 38건에서 2000년대 57건, 2010년대 52건, 2020년부터 2024년까지는 75건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아카시아 꽃이 피는 5월 이후엔 산불이 나지 않는다”란 말이 있는데, 이는 나무들이 물을 머금어 수분함량이 많아지고 녹음이 짙어지는 5월 이후엔 산불이 나더라도 크게 번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 같은 정설이 무의미해졌다는 게 산림청의 설명이다.
최근 10년 5~6월 산불발생건수가 882건으로 전체 산불 중 16.2%를 차지하였으며, 산불조심기간 외에도 산불발생 비율이 28.3%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기후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산불조심기간 외 여름철, 겨울철에도 산불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중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대형산불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2019년 6월 산불이 발생해 6개월 만에 진화되면서 산림 1억1860만㏊를 불태웠다. 우리나라 국토 면적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의 산림이 불에 사라진 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2021년 7월 발생한 산불로 서울 면적의 6배가 넘는 38만9800㏊가 불탔다. ‘딕시’라는 별칭이 붙은 이 산불은 발생 약 3개월 만에 진화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 피해, 취악 계층에 악영향
비극 막기 위해 그리스도인 책임 있게 나서야
기후변화와 산불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1979년부터 2022년까지 약 43년간 일본을 포함한 여러 지역의 온도, 상대습도, 풍속 등의 기상 자료를 분석한 결과, 더운 날씨와 건조한 기상 조건이 산불 발생을 촉진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대기 순환에 영향을 주고,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발생해 산불 위험이 커졌다는 것이다.
또한 기온이 1.5℃ 높아지면 산불기상지수가 8.6% 상승하고 2.0℃ 오르면 상승 폭이 13.5%로 커진다고 밝혔다. 온도, 습도, 강수량, 풍속 등을 토대로 산출하는 이 지수는 0부터 99까지이며 숫자가 클수록 산불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같은 기관에서 1월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산불의 대형화 원인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첫 번째로 기상조건을 꼽았다. 2024년 5월 이후 LA 지역의 강수량은 평년의 4%에 불과할 정도로 건조했으며 이로 인해 탈 수 있는 연료가 말라 쉽게 발화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이밖에 지형조건, 주민생활권 확장과 연료량 증가, 산불의 연중화 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장기적인 영향과 단기적인 조건이 맞물려 산불의 규모와 강도를 증가시킨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오정학 과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시기를 가리지 않고 산불이 나는 연중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생활권 주변의 가연물질을 정리하고 숲을 가꿔야 산불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산불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늘려 기후변화를 촉진하기도 한다. 3월 21일부터 30일까지 경북·경남·울산 등에서 발생한 산불로 약 366만 톤CO2eq(이하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국립산림과학원은 밝혔다. 산불이 발생하면 나무의 잎과 가지가 불에 타면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데, 이러한 배출량은 산불 피해 면적 및 산림의 양을 바탕으로 산정할 수 있다.
이번 산불로 인한 잠정 산불영향구역은 4만8239ha로, 산불 발생으로 인해 이산화탄소(CO2) 324.5만 톤, 메탄(CH4) 27.2만 톤, 아산화질소(N2O) 14.3만 톤으로, 총 366만 톤이 배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온실가스 배출량 366만 톤은 2022년 기준 산림에서 흡수한 온실가스 순흡수량 3987만 톤의 약 9.2%에 해당하며, 이는 중형차 약 3436만 대가 서울과 부산을 왕복(800km)할 때 배출하는 양과 동일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환경이 변하고 결국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목격한 그리스도인들은 「찬미받으소서」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한다. “대부분 가난한 이들은 온난화와 관련된 현상에 특별한 영향을 받는 지역에서 살고 있으며 그들의 생계는 자연 보호 지역과 농업과 어업과 삼림업과 같은 생태계에 관련된 일에 크게 의존합니다. … 우리의 형제자매가 관련된 이 비극에 대한 우리의 부실한 대응은 모든 시민 사회의 기초인, 우리 이웃에 대한 책임감의 상실을 가리키고 있습니다.”(25항)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