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성음악위원회 산하 극단 앗숨도미네, 2025년 희년 맞아 창작 뮤지컬 첫선 소규모 공연 가능하도록 구성…“관람 통해 기도·묵상 기회 얻길”
수원교구 성음악위원회 산하 뮤지컬 극단 앗숨도미네(총감독 정애란 베로니카, 영성지도 서용운 미카엘 신부)가 2025년 희년을 맞아 창작 뮤지컬 <비아 도미니(Via Domini)-주님의 길>(이하 <비아 도미니>)을 3월 28일 화성 동탄복합문화센터에서 첫선을 보였다. 수난, 죽음, 그리고 부활에 이르는 예수님의 길을 따라 걷는 <비아 도미니>를 소개한다.
주님의 길, 우리의 길
<비아 도미니>는 수난 전날, 제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시는 장면을 시작으로 주님의 수난, 그리고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를 담은 뮤지컬이다. 그러나 <비아 도미니>는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그저 2000년 전, 성경 속의 사건을 재연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주님의 길’이 2000년 전 이스라엘에서 주님이 걸어가시고 끝난 길이 아니라 오늘 이곳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이 걷는 ‘우리의 길’로 함께하도록 이끈다.
약 80분의 공연 시간 중에는 주님의 수난과 십자가가 우리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곱씹을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특히 예수님의 고뇌와 수난의 장면과 오늘날의 고통을 오버랩시키는 등의 연출이 인상적이다. 극은 이를 통해 예수님께서 참 하느님이시지만, 동시에 우리의 모습으로, 바로 참 인간으로 세상에 오셨고, 인간이기에 지금 이 시간, 우리가 겪는 고통과 고뇌를 마찬가지로 겪으셨음을 느끼게 해준다. 이를 통해 예수님께서 그 인간적 고뇌와 고통을 마침내 이겨내고 부활하셨듯이 우리 신앙인들도 그 부활에 동참하리라는 희망을 전해준다.
서용운 신부는 “이번 <비아 도미니>는 그동안 앗숨도미네가 선보였던 작품들과는 또 다른 깊이를 지니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이 뮤지컬이 단순히 예수님의 고난을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길로 이어지게 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설명했다. 서 신부는 “삶의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주님을 기억하며 희망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디서든 공연될 수 있는 뮤지컬
이렇듯 주님의 길이 우리 곁에 있음을 느끼도록, 우리도 주님과 함께 그 길을 걸어가도록 이끄는 공연이기에 공연이 관객 가까이에서 열릴 수 있도록 기획되기도 했다.
뮤지컬은 특성상 큰 무대가 필요하다. 무대장치와 조명, 음향 등 장치적인 요소들도 필요하지만, 음악, 노래, 군무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앗숨도미네는 그동안 현장에서 연주자들이 직접 뮤지컬 곡을 연주하도록 하는 등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뮤지컬의 다양한 요소들을 적극 활용해 왔다. 이런 규모가 큰 공연은 관람에는 좋지만, 큰 무대와 시설이 갖춰진 공연장에서밖에 공연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비아 도미니>는 대공연장은 물론이고, 소극장이나 일반 성당에서도 공연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극 중 노래들을 녹음한 음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반주자들과 호흡을 맞추는 기존 방식과 달리 정해진 음원에 맞춰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연기를 완성하기 위해 기존 작품보다도 더 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비아 도미니>의 극본을 쓴 오현승(가브리엘 포센티) 앗숨도미네 단장은 “공연 내내 예수님께서는 가시관을 쓰시고, 온몸이 채찍에 찢긴 채 십자가를 지고 우리 곁을 지나가신다”면서 “고통 속에서도 ‘힘을 내거라. 걱정하지 말거라. 용기를 잃지 말아라. 용서하거라. 그리고 늘 감사하여라’고 말씀하시는 그분의 숨결을, 체온을, 크신 사랑을 가까이서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묵상으로 빚은 뮤지컬
앗숨도미네의 7번째 작품인 <비아 도미니>는 특별히 묵상음악극으로서의 요소를 강화시킨 작품이다.
극 중에는 단순히 예수님의 일화를 공연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극 중간중간에 묵상의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노성호(요한 보스코) 신부가 작곡한 음악과 묵상글로, 방금 공연을 통해 만난 주님의 모습이 우리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도록 초대한다. 이를 통해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십자가는 무엇인가? 우리는 지금, 그 길 위에 서 있는가?”를 성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극의 마지막 무대인사에 이르는 장면도 주님의 부활을 묵상할 수 있도록 고요한 성가 중에 기도하는 듯 마무리된다.
묵상극을 준비하기 위해 배우에서 스태프에 이르기까지 앗숨도미네 단원들은 모임마다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는 기도’와 가톨릭성가 199번 <예수 마음>을 부르며 연습에 임했다. 그저 연기, 그저 뮤지컬이 아니라 기도가 되고, 묵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뮤지컬을 준비하면서 단원들도 영적으로 성숙해 나가고자 노력했다.
예수님 역을 맡은 김승현(대건 안드레아·31) 씨는 “예수님 역을 맡기 위해 살을 10kg정도 감량했는데, 이를 위해 단식과 기도를 하고, 또 예수님의 모습을 연기하면서 예수님께 더 다가간 것 같다”면서 “예수님이 신적인 모습도 보여주시지만, 인간적으로 괴로워하시는 모습들을 통해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마음을 느꼈고, 고통이 있기에 행복도 있고, 부활도 있음을 다시금 묵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애란 감독은 “예수님을 배신한 유다의 모습이, 묵상을 하면서 ‘호산나’라며 예수님을 환호하다 갑자기 돌아서서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치는 모습이 나의 모습이 아닌가 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신앙인으로 정말 제대로 살고 있는지를 묵상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관객분들이 예수님의 고통에서 슬퍼만 하지 말고 그 고통을 통해서 내가 예수님께 받은 사랑과 믿음을 다시 전하면서 예수님의 삶을 살아가시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