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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 ‘선교와 희망’ 주제 토크콘서트

재단법인 ‘같이 걷는 길’ 박용만 이사장(실바노·두산그룹 전 회장)은 6월 18일 서울대교구 세검정성당에서 ‘선교, 순례의 희망’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열고 자신이 추진해온 ‘선교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박 이사장은 “젊은이들이 세례를 받고도 성당을 나오지 않는 현실을 접하고 난 뒤 우리가 더 쉽고 재미있게 신앙에 다가가는 방법이 없을까 항상 고민해왔다"며 “그러던 중 한 사람의 신자로서 주어진 ‘선교의 의무’를 다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박 이사장은 이날 선교 활동 일환으로 추진한 ‘구르마 십자가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어릴 적 봤던 동대문시장의 구르마(손수레)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용되는 모습을 보고, 직접 구입한 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나무 부품으로 12개의 십자가를 만들었다”고 설명한 그는 “노동의 고됨과 인간의 존엄이 담긴 나무 십자가와 제작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해 전시회를 열고, 사람들이 오가며 이 의미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그는 낡은 수녀복으로 만든 치유 배게와 기도 방석, DMZ 철조망을 활용한 ‘평화 기원 십자가’ 등의 프로젝트도 함께 소개했다. 박 이사장이 소개한 작품은 신자들이 직접 볼 수 있도록 성당에 전시됐다.

2025-06-25

“교회는 청년의 희망 될 수 있나”…서강대 신학연구소 학술대회 개최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소장 이진현 라파엘 신부)는 6월 21일 교내 다산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2025년 정기 희년 선포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를 바탕으로 상반기 학술대회 ‘희망의 희년, 우리는 무엇을 희망하는가’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특히 최근 교회 안팎에서 주목받는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교회가 이들에게 어떤 희망이 될 수 있는지를 성찰하는 다양한 발표가 이어졌다. 제1발표자로 나선 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유정원(로사) 박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교회는 자신의 길을 고민하고 찾아 나서는 청년들이 존재 그대로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영적이고 문화적인 비옥함 속에서 희망의 순례를 하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대학 또한 학문적 내용만을 가르치는 ‘머리의 언어’ 교육을 넘어 ‘마음의 언어’, '손의 언어, 곧 행함의 언어’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박사는 “칙서에 따르면 오늘날 청년들은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관계가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지는 시대에 서 있으며, 급변하는 인터넷 환경과 빅데이터 기술 속에 어느 한 곳에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칙서는 열정, 회복력, 미래에 대한 관찰 등 청년들의 긍정적인 특성들을 언급하는데, 이는 한국 사회와 교회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동행하며 희망을 긍정하는 한국 청년들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며 “다만 칙서가 우려하는 정치와 탈진실, 가짜뉴스들로 인해 가난한 자나 이민자들을 혐오하는 등의 청년 극우화 현상은 한국 사회 내에도 만연한 문제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유 박사는 또 “한국교회가 과거 순교자 등에 대한 시복시성이나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에만 몰입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그들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도록 해 청년들이 진정한 ‘희망의 순례자’로 살아가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청년과 순례 ▲분단과 평화 ▲인권과 생태 ▲교황 프란치스코의 유산 등 네 개 분야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 김용해(요셉) 신부,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부소장 김민(요한) 신부,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 홍태희(스테파노) 선임연구원, 박수현(로사리아·교회법) 박사 등 사제와 평신도 전문가들이 발표자로 참여했다. 서강대 신학연구소장 이진현 신부는 개회사에서 “희망은 나와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낯설고 약한 이들, 소외된 이들을 위한 공동선을 꿈꾸는 것이자 다음 세대를 위하는 것”이라며 “이런 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발표하신 희년 선포 칙서는 우리에게 큰 통찰을 주고, 이를 토대로 희망을 탐구하는 오늘 학술대회가 함께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교회 공동체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25-06-25

군종교구, “호국영령들의 영원한 안식 위해 기도합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군종교구(교구장 서상범 티토 주교)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의 영원한 안식을 빌고, 장병들의 호국 의지를 높였다. 아울러 5월 29일 해상초계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군종교구는 6월 12일 대전광역시 갑동 국립대전현충원 현충관에서 교구장 서상범 주교와 군종교구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호국영령을 위한 합동 위령미사’를 봉헌하고, 현충원 참배와 묘역 방문·헌화, 기도 등의 추모 행사를 열었다. 서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전쟁터 혹은 공무를 수행하다가 국민과 이웃을 위해 목숨을 바치신 분들만큼 더 큰 사랑의 완성은 없을 것”이라며 “이들은 말로만이 아니라 삶과 실천으로 사랑을 보여주신 분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회는 이것을 선하게 생을 마쳤다는 의미로 ‘선종’(善終)이라고 부르는데, 우리 모두도 세상 삶의 마지막이 죽음이 아닌 새로운 삶으로 넘어간다는 진리를 주위에 풍기며 ‘선종’할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서 주교는 또 “우리가 대전현충원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지만 국립서울현충원과 국립영천호국원 등에 묻히신 모든 호국영령을 위해, 특히 얼마 전 해상초계기 추락으로 선종한 순직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한다”고 했다. 미사 참례자들은 이날 호국영령들을 위한 기도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민족 화해를 기원하고, 전쟁으로 희생된 무고한 영혼들도 기억하며 하느님의 위로와 자비를 구했다. 서 주교와 사제단은 미사에 앞서 현충원 내 현충탑 앞에서 참배했다. 참배 후 서 주교는 현충탑 방명록에 ‘벗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습니다’(요한 15,13 참조)라는 말씀을 적고 서명했다. 미사 후 서 주교와 사제단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호국영령들의 묘역을 방문해 추모하며 묵주기도를 봉헌했다. 군종교구는 매년 6월과 위령 성월인 11월 두 차례 합동 추모 행사를 마련한다. 오는 11월에는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와 헌화를 하고, 위령미사를 봉헌한다.

2025-06-17

의정부평협, 여성 사목회장 간담회 개최

의정부교구가 교구 여성 사목회장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어 평신도 여성 지도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앞으로의 교구 사목 방향에 반영하기로 했다. 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고진철 라우렌시오)는 6월 11일 교구청 회의실에서 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와 사제, 교구 여성 사목회장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여성 사목회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한국교회 안에서 여성이 사목회장을 맡는 것이 흔치 않은 현실 속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극복 과정, 그리고 봉사 안에서 느낀 기쁨과 보람을 나눴다. 아울러 여성 리더십의 강점과 전망 등 폭넓은 주제를 공유했다. 덕정본당 차순자(미카엘라) 사목회장은 “그동안 한 번도 여성이 사목회장을 맡은 적이 없는 본당이어서 신자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했다”며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신자분들도 이제 응원과 격려를 보내고, 무엇보다도 기도로 큰 힘을 얻어 지금은 자신감을 가지고 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발산본당 박미경(세라피나) 사목회장은 “신자들을 세심하게 돌보는 데 있어 여성 사목회장의 장점이 드러난다”며 “평일 미사 후 신자들이 찾아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때 그들의 사정을 섬세하게 살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참석자들은 본당에서 종종 요구되는 보수 공사나 건축 관련 업무처럼 여성에게 생소한 분야는 남성 신자들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손희송 주교는 “교회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길을 걸어가고 있다”며 “여성의 리더십 확대는 우연이 아니라 성령의 이끄심”이라고 했다. 이어 “교회는 갈등을 넘어 화합을 이루는 공동체로서 사회에 ‘본보기’를 제시해야 한다"며 "여성 사목회장님들이 가지고 있는 섬세한 신앙 감각으로 주님 안에 하나 되는 본당 공동체를 잘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2025-06-17

‘수도자·청년’ 함께하는 시간…“오세요”(OSEYO) 개최

‘축성생활의 해’를 보내고 있는 남·녀 수도회가 청년 세대와 친교를 나누고 신앙을 증진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한국 남자 수도회 사도 생활단 장상 협의회(회장 유덕현 야고보 아빠스)와 한국 천주교 여자 수도회 장상 연합회(회장 나현오 현오레지나 수녀)는 오는 9월 20·21일 양일간 충청남도 천안의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오세요’(OSEYO)를 개최한다. 대상은 비신자를 포함해 39세 이하 미혼 청년 200명, 축성생활자 200명 총 400명이다. ‘오세요’는 ‘Open Space Every YOuth’의 줄임말로, ‘교회 청년들에게 활짝 열려있는 축성생활자들의 마음 자리’를 의미한다. 의미에 걸맞게 청년과 수도자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함께 숨을 고르며 이야기를 나누고 하느님을 바라보는 시간으로 꾸며진다. 세부 일정은 ▲토크콘서트 ▲수도자 빌리지 ▲성시간과 고해성사 ▲함께 걷는 엠마오 ▲미사 등으로 구성됐다. ‘축성생활의 해 청년위원회’는 “축성생활자들과 청년들이 ‘숨’을 고르고 신앙생활의 본질과 의미를 되새겨 이들이 주님을 향해 함께 걷는 동반자로서 서로 관심과 사랑을 나누도록 주제와 일정을 정했다”며 “삶의 방향을 묻는 이들, 신앙 안에서 쉼을 찾고픈 이들이 길을 찾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 모집 기간은 6월 30일까지며, 축성생활자 모집은 오는 7월 1일부터 7월 20일까지 선착순으로 받는다. 참가비는 7만 원.

2025-06-17

의정부·제주교구 평협, 황사영·정난주 순례지 활성화 위해 맞손

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고진철 라우렌시오)가 하느님의 종 황사영(알렉시오)의 아내인 증거자 정난주(마리아)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제주교구를 방문했다. 경기도 양주에 자리한 황사영순교순례지 성역화를 추진하고 있는 의정부교구가 제주교구와 함께 두 교구 순례지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고, 부부의 영성을 배우며 부부를 가정 성화의 본보기로 삼겠다는 의지다. 의정부교구 평협 임원들과 제주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이남준 요셉) 임원들은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제주교구 ‘정난주길’ 등을 함께 순례했다. 참가자들은 ‘정난주길’의 시작점이자 정난주의 묘가 있는 서귀포 대정성지에서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의 강의를 들은 뒤 문 주교의 주례로 미사를 봉헌했다. 이튿날에는 제주시 소재 정난주성당과 용수성지 등을 방문하고 31일에는 김기량 순교기념관을 찾았다. 순례에는 제주교구 선교사목위원회 회장 김태정(베드로) 신부도 함께해 두 교구의 연대의식을 확인했다. 의정부교구 황사영순교순례지 담당 민형기(안셀모) 신부는 “(황사영의 후손들이) 200여년 만에 처가에 방문했다”고 농담을 건네며 “남편 황사영은 우리나라 북쪽 끝에, 아내 정난주는 남쪽 끝에 묻혀있다는 사실은 오늘날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고 말했다. 민 신부는 이어 “많은 신자가 이 애틋하고 아름다운 순례지들을 방문하며 부부 순교자의 신앙을 배우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여정은 한국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의 지원을 받아 양 교구 평협이 함께 기획했다. 올해 9월에는 제주교구 평협 임원들이 의정부교구 황사영순교순례지를 방문할 예정이다. 황사영은 일명 ‘황사영 백서(帛書) 사건’으로 1801년 체포돼 그해 11월 서소문 밖에서 순교했다. 아내 정난주는 이 사건으로 인해 제주도로 유배를 가 관비(官婢)로 살다가 1838년 병으로 숨을 거뒀다. 황사영은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에 포함돼 현재 시복을 위한 예비 심사 중이다.

2025-06-10

의정부교구 소년 레지오 교구대회…“미래의 주역 ‘청소년’과 친교 나눠”

의정부교구 애덕의 모후 레지아(단장 강정식 요셉)는 6월 6일 경기 양주시 한마음청소년수련원에서 ‘2025년 의정부교구 소년 레지오 교구대회’를 열었다. ‘사랑하올 어머니’ 꼬미시움, ‘103위 성인의 모친’ 꼬미시움, ‘하늘의 문’ 꼬미시움, ‘희망의 모후’ 꼬미시움 등에 소속된 청소년과 학부모 150여 명이 참가한 대회는 본당 쁘레시디움을 넘어 교구에서 활동하는 모든 단원들이 친교 안에서 일치를 구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대회 참가자들은 청팀과 백팀으로 나뉘어 ‘한마음 성모 골든벨’, ‘한마음 명랑 운동회’ 등의 프로그램을 함께했다. 청소년 단원뿐 아니라 학부모·본당 사제들도 게임에 참여하거나 응원전에 동참했다. 특히 운동회 마지막 게임인 ‘공 굴리기’에서는 넘어지고 뒹구는 선수들과 이를 지켜보는 참가자들의 응원과 함성이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을 연출했다. 현장을 찾아 교구의 미래인 청소년 단원들을 격려하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의정부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는 참가자들과 함께 파견 미사를 봉헌했다. 손 주교는 강론에서 “단원 여러분 모두가 성모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며 “성모님을 사랑하면 그분이 사랑하신 예수님에 대한 사랑도 꽃피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조금씩이라도 성경 말씀을 읽고 기도하는 신앙인으로 살아간다면 그 어떤 힘든 일도 넘어설 수 있는 힘과 희망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4년 간 열리지 못했던 소년 레지오 교구대회는 팬데믹 이후 청소년들의 레지오 마리애 활동이 점차 회복되며 지난해 재개됐다. 교구는 청소년 단원들의 화합과 교류를 통한 신앙생활 증진을 위해 내년에도 교구대회를 추진할 예정이다. 강정식 단장은 “교구에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청소년들이 레지오 마리애 활동을 하고 있다”며 “한마음청소년수련원 관계자 등 많은 분의 도움으로 청소년 단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교구대회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2025-06-10

[르네상스 성당 스케치] 몬토리오의 산 피에트로 템피에토

로마의 자니콜로(Gianicolo) 언덕 남쪽 자락에서 ‘트라스테베레의 산타 마리아 대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in Trastevere)에 못미처, ‘몬토리오의 산 피에트로 성당’(Chiesa di San Pietro in Montorio)이 있습니다. ‘몬토리오’는 자니콜로 언덕의 옛 이름으로 ‘몬테 아우레오’(Monte Aureo)에서 줄여진 말입니다. 이는 ‘황금 언덕’이란 뜻인데 이곳의 흙이 태양 빛을 받으면 황금색으로 빛이 났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이 성당의 안뜰 한가운데에 르네상스의 가장 중요한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히는 ‘브라만테의 템피에토’(Tempietto del Bramante)가 세워져 있습니다. 이 템피에토(작은 신전)는 스페인의 가톨릭 왕 카스티야의 이사벨 1세와 아라곤의 페르디난드 2세가 브라만테에게 의뢰한 건물입니다. 자니콜로 언덕은 성 베드로 사도의 순교 장소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브라만테는 이 성당을 순교를 기념하는 신전의 형태로 설계했습니다. 성당의 평면 계획은 크게 선형 평면(라틴 크로스)과 중앙집중형 평면(그릭 크로스)으로 구분됩니다. 초기 그리스도교회는 처음 성당을 지을 때 당시의 종교 건축물이었던 신전의 형태를 취하지 않고 로마 제국의 공공건물인 바실리카의 형태를 취했습니다. 이는 종교의 자유화 이후로 신자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장소로서의 성당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대 교회 이후로 중세의 로마네스크 성당과 고딕 성당에서 주를 이루는 평면 형태는 바실리카양식의 선형 공간(라틴 크로스)이었습니다. 이러한 전통은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서서 브루넬레스키에 의해서 계승되었습니다. 하지만 브루넬레스키는 초기 작품에서 이미 바실리카양식의 선형 공간에 중앙집중형 공간을 더하는 배치를 시도하였고, 후기에 와서는 중앙집중형 공간이 선형 공간을 압도하는 구성을 완성하였습니다. 이후로 알베르티를 거쳐 전성기에 이르면서 르네상스 건축의 형태는 선형 평면이 점점 줄어들고 중앙집중형 평면이 대세를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그리스도교의 성당 건축이 고대 교회 당시의 바실리카 형태인 선형 평면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신앙의 자유가 없었던 초기 교회 시기에 교회가 신앙의 모범으로 공경한 대상은 순교자들이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순교자들의 무덤 위에 성당이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심한 박해로 드러내놓고 많은 신자가 모일 수 없었으므로 성당의 규모는 작았고 무덤 주위에 모여서 기도할 수 있는 중앙집중형 평면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교가 공인되기 전, 그리스도교 성당 건축의 시작은 많은 회중을 위한 바실리카 평면의 성당이 아니라 순교자를 기념하는 중앙집중형 성당이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스페인의 왕들이 성 베드로가 십자가형을 받은 장소에 그의 순교를 기념하는 작은 성당을 원했을 때, 브라만테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평면의 형태는 중앙집중형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브라만테의 이 선택은 고대 로마의 고전을 로마 가톨릭교회 건축의 근간으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였습니다. 따라서 템피에토는 중앙집중형 평면 형태인데, 일반적인 형태인 정사각형이 아닌 원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원형 평면의 구성 요소들은 동심원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 중심에는 원형의 셀라(cella, 신전의 중앙에 있는 방으로 신상이 안치됨)가 있고 밖에는 16개의 페리스타일(peristyle, 셀라를 둘러싼 외부의 기둥 열) 원기둥들이 있습니다. 반면에 템피에토가 있는 안뜰의 윤곽은 원형이 아닌 정사각형이고 네 모퉁이에 삼엽형의 작은 공간이 있습니다. 템피에토의 평면 크기는 입면의 크기와 기하학적인 비례를 이룹니다. 먼저 페리스타일의 원지름은 셀라의 높이와 같습니다. 곧 템피에토의 너비는 돔을 제외한 본체의 높이와 같습니다. 그리고 돔을 포함한 건물 전체의 높이는 페리스타일이 받치고 있는 엔태블러처(처마처럼 기둥을 받치는 수평 부재로 아키트레이브, 프리즈, 코니스로 구성)에서 정확히 이등분됩니다. 그리고 돔의 높이는 그것의 절반으로 건물 전체 높이의 4분의 1이 되고, 셀라의 높이는 건물 전체 높이의 4분의 3이 됩니다. 브라만테는 템피에토를 설계하면서 티볼리의 시빌 신전(Tempio della Sibilla)과 로마의 헤라클레스 빅터 신전(Tempio di Ercole Vincitore) 등 고대 로마의 신전과 비트루비우스의 원형 신전의 설명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비트루비우스의 이론에 따르면 신전은 해당 신을 모시는 것이 주목적이므로 신에 따라서 그 모습이 다른데, 티볼리의 시빌 신전처럼 여신을 모시는 신전은 코린트식 오더를 사용하고 로마의 헤라클레스 신전처럼 영웅적 남성 신을 모실 때는 도리스식 오더를 사용합니다. 따라서 브라만테는 성 베드로의 순교를 기념하는 템피에토를 설계하면서 로마의 도리스식 오더에 해당하는 토스카나식 오더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화강암으로 만든 고대 로마의 토스카나식 원기둥에 대리석 기단과 주두를 추가하였습니다. 또한 도리스식 프리즈(엔태블러처에서 장식 문양이 들어간 부분)에서는 보통 제의 도구들이 장식으로 새겨지는데, 그는 템피에토의 프리즈에 그리스도교의 전례 도구를 새겨넣었습니다. 브라만테는 성 베드로의 위엄을 드러내기 위해서 토스카나식 오더를 사용하였고, 그럼으로써 템피에토는 범접할 수 없는 권위와 품위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브라만테는 고대 로마의 건축을 본보기로 르네상스 건축을 발전시켰습니다. 따라서 브라만테의 템피에토는 규모 면에서는 보잘것없는 건축물로 보이지만 그가 성 베드로 대성당 개축을 시작하였을 때 템피에토는 대성당 설계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세바스티아노 세를리오(1475~1554)와 안드레아 팔라디오(1508~1580)는 브라만테의 템피에토가 고대 로마의 건축물들과 나란히 견줄만한 가치가 있다고 호평했고, 이후의 르네상스 건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라파엘로가 ‘성모 마리아의 결혼’(1504년)을 작업할 때 그 배경에 브라만테의 템피에토와 거의 유사한 성당을 그린 것은 전성기 르네상스에서 이 성당이 차지하는 위치를 말해줍니다. 글 _ 강한수 가롤로 신부(의정부교구 건축신학연구소 소장)

2025-06-04

고(故) 유수일 주교, 검소한 삶 마치고 ‘주님 품으로’

한국교회 두 번째 수도회 출신 주교이자 제3대 군종교구장을 지낸 유수일(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주교가 검소하고 소박한 영성을 몸소 실천한 삶을 마치고 5월 28일 오후 1시 16분 선종했다. 향년 80세. 유 주교의 장례 미사는 5월 30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군종교구장 서상범(티토) 주교와 한국 주교단·사제단 공동집전으로 봉헌됐다. 장례 미사에는 작은형제회를 비롯한 수도회·각 교구 사제, 재속프란치스코회 회원 등이 참례했다. 장지는 충청남도 천안 성거산 작은형제회 관구 묘역. 서상범 주교는 강론에서 “주교님께서 군종교구장으로 임명되셨을 때, 교구청 식구들과의 첫 만남을 멋지게 해드리기 위해 새 양복과 새 구두를 권해드렸지만 한사코 거절하셨다”며 “뒷굽이 뭉개진 낡은 구두 한 켤레로 전·후방 각지를 돌며 장병들을 찾아 다니실 정도로 가난과 검소함을 몸소 사셨다”고 전했다. 서 주교는 이어 “군종교구가 더 영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던 시기에 주교님께서는 깊이 있는 감동과 성령의 능력이 가득 찬 가르침으로 군 신자 용사들의 영적 목마름을 해소해 주셨다”고 했다. 주한 교황대사 대리 페르난도 헤이스 몬시뇰은 레오 14세 교황과 교황청 복음화부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의 위로 조전을 대독했다. 레오14세 교황은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을 통해 보낸 조전에서 “유수일 주교님의 영혼과 장례 미사에 참석한 모든 분, 부활의 확고한 희망을 간직한 채 애도하는 모든 이들을 착한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사랑과 자비에 맡겨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대교구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등이 추도사로 고인을 회고하며 애도했다. 고별식은 작은형제회 한국관구장 김상욱(요셉) 신부가 주례했다. 미사에서는 유 주교의 약력 소개와 함께 작은형제회가 제작한 추모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1945년 3월 23일 충청남도 논산에서 태어난 유수일 주교는 1969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73년 작은형제회에 입회했다. 1979년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이듬해 사제품을 받았다. 유 주교는 수원교구 세류동본당, 마산교구 칠암동본당 등에서 사목했다. 1982년부터 1985년까지 작은형제회 한국 준관구장이자 명도원 원장 소임을 맡았다. 1990년 미국 뉴욕 성 보나벤투라 대학교에서 영성신학 석사학위를 받은 유 주교는 1991년부터 1997년까지 작은형제회 한국 관구장, 1997년부터 2003년까지 로마 본부 총평의원을 지냈다. 2010년 제3대 군종교구장으로 임명된 유 주교는 같은 해 10월부터 주교회의 보건사목 담당과 선교사목주교위원회 위원을 겸했다. 2021년 2월 교구장 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유 주교는 10년 6개월 간의 재임 동안 일관되게 성경 말씀을 중심에 둔 신앙,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구세주로 받아들이는 삼위일체 신앙을 강조했다.

202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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