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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설립 40년 수원교구 성우회…‘영원한 사제’ 돕는 일꾼들

수원교구 원로사목자 후원회인 ‘성우회’(회장 이순자 막달레나)가 설립 40주년을 맞아 6월 19일 제1대리구 율전동성당에서 감사 미사를 봉헌했다.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주례 미사에는 25명의 교구 성사 전담 사제와 회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용훈 주교는 강론에서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우회는 매년 성사 전담 사제의 축일을 챙기고 설과 추석에 명절 선물을 보내는 등 끊임없는 사랑과 헌신의 정신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병환 중에 있는 사제를 찾아가 말벗이 돼 주고 도움이 필요한 사제가 있으면 한걸음에 달려가 손발이 돼 주었다”며 “이러한 성우회의 그동안의 노고를 하느님께서 인자로이 굽어보시어 크신 은총으로 보답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신부님들을 위해 사랑과 희생을 실천하며 살아오신 성우회의 4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전했다. 미사 후 열린 기념식에서는 40년 동안 성우회를 이끌며 헌신한 이순자 회장에게 공로패가 수여됐다. 이 회장은 “성우회가 지난 40년 동안 이어온 모든 활동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희년 기도 중 ‘온 인류와 우주가 떨쳐 일어나도록 아버지의 은총으로 저희가 복음의 씨를 뿌리는 성실한 일꾼이 되게 하소서’라는 말씀에 대한 응답처럼 마음 깊이 다가온다”며, “비록 작은 봉사 단체이지만, 성우회가 지난 40년의 시간을 바탕으로 앞으로 교구 안에서 더욱 폭넓은 사명을 이어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성우회 초대 영성지도 정운택(안드레아) 신부는 기념식 축사에서 “40년 동안 일관된 활동을 했다는 것은 하느님의 은총과 인간적인 노력 없이는 이룰 수 없는 시간”이라며 “변하지 않는 사랑 그 하나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회장님과 후원회원들의 성실한 뚝심에 두 손 모아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성우회는 1985년 수원가톨릭대학교 신학생을 위한 장학회로 출범했으며, 이후 교구에 장학회가 설립되자 활동 방향을 전환해 원로 사목자를 위한 봉사단체로 거듭났다. 성우회는 ▲공동 활동을 통해 회원 간 사랑과 우정을 나누며 공동체 의식을 다지고 ▲원로 사목자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며, ▲연 1회 정기 모임에서 미사와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그분들을 기억하고 기도하는 것을 주요 활동 지침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정신에 따라 성우회는 병환 중인 원로 사목자를 찾아 기도하고, 선종 사제를 위한 연도를 바치는 한편, 경로잔치와 야유회, 명절 방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원로 사목자들을 물심양면으로 섬기며 정성을 다해 봉사하고 있다.

2025-06-24

대전 문창동본당, 재생에너지로 ‘자립’ 성공…“작은 실천의 힘 느꼈죠”

대전교구 문창동본당(주임 김동훈 안토니오 신부)이 공동체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자립, 교구 생태환경위원회로부터 탄소중립 ‘LUNA’(달) 인증을 받았다. 올해 교구 내 첫 탄소중립 인증이다. 성당 외부에서 드러나는 변화는 주차장과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정도에 불과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공동체 내에서는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기도와 나눔, 실천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작은 변화와 실천은 공동체 전체의 인식과 참여로 확산됐고, 탄소중립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하느님 보시기 좋은 공동체의 첫걸음 본당이 탄소중립을 위한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나서기 전, 문창동성당은 38년 전 건립 당시 사용하던 등유 보일러와 전기 설비를 그대로 유지해 오고 있었다. 특히 사제관과 성당의 창문도 옛날 그대로여서 단열 성능이 낮고 에너지 손실이 큰 상태였다. 등유 연료에만 매년 1천만 원 이상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본당은 내부 리모델링을 결정했다. 2022년 대전교구가 전 본당을 대상으로 ‘2040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본당의 리모델링도 단순한 유지 보수를 넘어 탄소중립과 에너지 절약을 핵심 방향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2023년 본당은 전면적인 에너지 리모델링에 착수했다. 먼저 사제관의 창틀을 이중창으로 교체했고, 건물 전체의 조명은 LED로 전환했다. 창틀 교체가 어려운 공간에는 단열 효과를 높이기 위해 커튼을 설치했다.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기도 공간과 나눔 공간을 분리해 필요시 부분 냉난방이 가능하도록 설계했고, 성전 내부의 냉난방기도 앞쪽과 뒤쪽으로 구역을 나눠 미사 참석 인원에 따라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가장 큰 변화는 난방 설비의 전면 교체였다. 기존의 GHP(Gas Heat Pump) 방식의 화석연료 기반 난방기를 EHP(Electric Heat Pump) 방식으로 바꿔,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전기 사용이 가능하게 했다. 무엇보다도, 101.4kW 용량의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며 본당은 실질적인 에너지 자립에 나섰다. 이는 교구의 탄소중립 목표 용량(67.27kW)의 1.5배를 초과하는 수치다. 지구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 탄소중립 실현의 원동력은 ‘소통’이었다. 이번 리모델링은 단순한 시설 개선이 아니라 장기적인 에너지 절약과 생태 전환을 위한 결정이었지만, 적잖은 비용이 드는 만큼 신자들의 공감과 참여가 필수적이었다. 본당 사회복음화분과는 신자들에게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과 시설 교체의 이유를 주기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전개했다. 적극적인 소통과 이해를 바탕으로, 큰 비용이 들어가는 리모델링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필요한 기금이 모였다. 재생에너지 전환도 중요한 변화였지만, 본당이 더욱 집중한 것은 ‘성당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신자 개개인의 생활 속 실천을 독려하는 데 힘을 쏟았다. 특히 150여 명이 활동하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을 중심으로, 소통과 실천이 활발한 조직망을 활용했다. 매주 활동 과제로 환경 관련 실천 사항을 제안해 작은 행동부터 하나씩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본당은 주보를 통해 매주 환경 실천 항목을 소개하며 전 신자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실천은 거창하지 않다. 일회용품 줄이기,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 뽑기, 비닐 대신 장바구니 사용, 텀블러 들고 다니기 등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이었다. 무엇보다 ‘혼자가 아닌 함께하고 있다’는 공동체의 결속력이 실천을 꾸준히 가능하게 했다. 환경보호를 위해 특별히 한 것이 없는 것 같았지만, 비닐 대신 장바구니,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한 하루는 다른 내일을 만들었다. 특히 매주 찾는 성당에서 그 주에 할 수 있는 환경 실천을 확인하며 신앙 안의 생활 습관이 되고 있다. 문혜영(율리안나) 씨는 “잊고 있었거나 귀찮아서 미뤘던 실천들을 주보나 레지오 활동 과제로 상기시킬 수 있다”며 “막연하게 지구를 위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자고 하는 것보다 구체적이고 쉬운 실천을 제안해 주니 성취감도 얻을 수 있고 뿌듯하다”고 밝혔다.

2025-06-25

5대 종단 종교환경회의, “인간 중심 ‘법 체계’ 넘어 지구 전체 고려해야”

‘인간과 자연이 공존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는 종교인들이, 개발 논리에 따른 무분별한 환경 파괴 앞에서 법적으로 자연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천주교, 기독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등 5대 종단 종교인들이 모인 종교환경회의(상임대표 원불교 오광선 교무)는 6월 20일 서울 용산구 원불교 서울교당에서 ‘지구법과 종교가 만나 환경영향평가를 바꾸자’ 주제로 대화마당을 열었다. 이번 대화마당은 지구법, 야생생물법,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강연과 토론으로 진행됐다. 이날 기조강연에서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태현 교수는 ‘지구법과 야생생물법’ 발표를 통해, 인간 중심의 법체계를 넘어 지구 전체를 고려하는 법적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구법은 ‘인간은 더 넓은 존재공동체의 한 부분으로, 그 공동체에 속하는 각 성원의 안녕은 전체로서 지구의 안녕에 의지한다는 사고에 토대를 두고 있는 법과 인간 거버넌스에 관한 철학 또는 사상’을 말한다. 박 교수는 “지구법은 지구공동체의 우선성에 기반한 관리 체계와 법률을 요구한다”며 “이를 위해 기존의 인간 중심적 규범에서 생명 중심, 지구 중심 규범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교수에 따르면, 지구법학의 핵심은 존재할 권리, 거주할 권리, 그리고 생태계 내에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권리 등 인간 외 생명체 역시 기본적인 권리를 가진 존재임을 인정하는 데 있다. 한국의 야생생물법이 이 같은 기준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짚은 박 교수는 “현행법은 멸종위기종을 지정하더라도, 필수 보존 서식지 지정이 자동으로 수반되지 않는다”며, “이후 별도 행정 절차와 행정청의 재량에 따라 보호구역이 지정되기 때문에 생물 보호에 실질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생생물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지구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존재 그 자체의 권리와 서식지에 대한 권리를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 후 이어진 토론에서 종교인들은 “모든 종교는 생명을 존중하라고 가르치지만, 우리는 왜 그 가르침을 실천하지 못하는가, 종교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성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동등한 관계를 회복하며 생태 감수성을 길러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했다.

2025-06-25

청소년 찾아가는 버스 ‘아지트’…“아이들 마음에 희망 심다”

2025년 희년을 맞아, 아이들을 지켜주는 트럭 ‘아.지.트’가 새롭게 단장한 ‘희년버스’로 다시 거리에 나섰다. 아지트는 안나의집(대표 김하종 빈첸시오 신부) 산하 성남시 남자단기청소년쉼터에서 운영하는 이동형 아웃리치(Outreach) 프로그램이다. 김하종 신부는 “희년 버스가 아이들이 희망의 문을 향해 들어가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6월 11일, 보라색 외관의 희년버스와 그 옆에 설치된 붉은 천막은 많은 청소년으로 북적였다. 휴대전화도, 자극적인 놀이도 없었지만, 천막 속 아이들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작고 낡은 천막 안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희망을 마주했을까? 희년 버스 타고 온 희망 “아지트에 오면 힘을 얻어요. ” 1년째 매주 아지트를 찾고 있는 정민재(18) 군은, 우울증으로 힘들던 시기에 이곳에서 다시 삶의 희망을 붙들었다. 6월 11일 오후 5시, 야탑역 1번 출구 앞. 빨간 천막에 가장 먼저 도착한 그는, 아지트에서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저 선생님이 건넨 간식을 먹으며, 뒤이어 온 친구와 소소한 일상을 나누었고, 6시 무렵 도착한 봉사자 선생님에게는 이성친구에 대한 고민도 거리낌 없이 털어놓았다. 그가 이곳에서 발견한 희망은 단순하지만 깊었다. “제 말을 편견 없이 들어주고, 믿어주는 어른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그 사실이 민재 군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천막을 세운 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10개 테이블이 모두 채워졌다. 어떤 중학생은 학원 가는 길에 자전거를 타고 들러 간식만 먹고 돌아갔고, 한 고등학생 커플은 봉사자 선생님에게 타로카드 상담을 받았다. 24살 청년은 청소년자립지원관에서 파견된 상담 선생님과 한 시간 넘게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중생 6명은 두 시간 넘도록 웃고 떠들며 천막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지트의 천막 안에서는 누구도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대신 사람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여긴 성적도, 집안환경도, 외모도 묻지 않는 공간이다. 대신 “요즘은 어떤 게 좋아?”, “언제 가장 행복해?” 같은 질문이 오가고, “네가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라는 따뜻한 말이 건네진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는 민재에게 한 봉사자 선생님이 해준 “네가 찍은 사진, 정말 멋지다”는 그에게 사진작가라는 새로운 꿈을 안겨줬다. 민재의 친구 진형준 군은 아지트에서 만난 사회복지사 선생님을 보며 “나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다. 2025년, 아지트에는 ‘희년버스’를 타고 온 희망이 조용히, 그러나 깊이 번지고 있었다. 예수님 여정과 닮은 아지트 활동 이동형 아웃리치(Outreach)는 청소년 밀집지역으로 직접 찾아가 위기 상황에 처한 청소년을 조기에 발견하고, 상담과 심리검사, 복지 서비스를 연계해주는 활동이다. 쉼터나 기관에 스스로 오기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다가가는 ‘찾아가는 돌봄’이다. 청소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공부방과 쉼터를 통해 오랜 시간 청소년을 도와온 김하종 신부는, 거리의 위기 청소년을 외면할 수 없었다. 2015년, 직접 거리로 나가는 아지트를 시작하게 된 이유다. “예수님은 성당을 지어놓고 사람들을 기다리지 않으셨어요. 이스라엘 전역을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기쁜 소식을 전하셨죠. 청소년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아지트 활동은 예수님의 여정과 닮아있습니다.” 아지트는 현재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학교 ▲야탑역 ▲신흥역 ▲경기도 광주시 경안동행정복지센터 등을 찾아간다. 2025년 1월부터 5월까지 이동형 아웃리치에 참여한 청소년은 총 6299명. 하루 평균 120~140명의 청소년들이 아지트 천막이나 버스를 방문한다. 이곳을 찾은 청소년들은 간식 등 먹거리뿐 아니라 특성화 교육, 심리상담, 의료상담, 기초생활 물품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지난해 동안 진행된 아지트의 상담은 1856건에 이르렀고, 필요한 경우 청소년의 상황에 맞는 유관 기관과 연계해 추가적인 지원이 이루어진다. 현재 아지트는 ▲성남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성매매피해상담소 WITHUS ▲성남시청소년쉼터(일시·중장기) ▲소아청소년상담센터 공감 ▲청소년자립지원관 등 43개 기관과 협력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아지트를 찾은 청소년들은 가장 먼저 이용 신청서를 작성한다. 이름과 연락처 같은 인적사항뿐 아니라 가출 여부, 현재 처한 상황을 함께 묻는 문항을 통해 위기 청소년 여부를 선별하고 필요한 지원을 신속하게 연결한다. 올해에만 아지트를 통해 발굴된 위기 청소년은 240명이다. 야외에 설치되는 붉은 천막 옆에는 늘 보라색 ‘희년버스’가 함께한다. 날씨가 좋지 않아 천막을 설치할 수 없는 날에도 청소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특히 올해는 희년을 기념해 더 큰 버스로 교체했고, 내부 공간도 보다 쾌적해졌다. 기존에는 간이 칸막이였던 상담 공간도 문이 설치된 독립 공간으로 바뀌었다. 버스 입구에 걸린 ‘희망의 문’ 이미지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나를 지켜주는 어른은 없다’고 느껴온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예수님의 마음을 닮은 어른들을 만나 희망을 향한 문을 열 수 있음을 나타낸다. 이름도 ‘아지트버스’에서 ‘희년버스’로 새롭게 바뀌었다. 김하종 신부는 “아지트는 몸과 마음의 상처로 아파하는 거리의 청소년들을 위한 치유의 야전병원이자 내 목소리를 가져본 적 없는 친구들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들어주는 경청의 공간”이라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희년을 선포하면서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말씀하신만큼 아지트는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 후원 계좌 농협 301-0121-1372-01(예금주 성남시남자단기청소년쉼터)

2025-06-17

2027 WYD 수원교구대회 ‘첫 준비 모임’ 열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수원교구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첫 모임이 6월 11일 경기도 의왕시 가톨릭교육문화회관 강당에서 열렸다. 2027 WYD 수원교구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문희종 요한 세례자 주교, 사무국장 현정수 요한 사도 신부)가 주관한 이번 준비 모임에는 각 지구의 WYD 담당 사제와 청년 담당 사제가 참석해 교구와 지구, 사무국 간 원활한 소통 방안을 논의했다. 수원교구대회 조직은 크게 DOC(Diocese Organizing Commitee·교구 조직위원회), VOC(Vicariate Organizing Commitee·지구 조직위원회), POC(Parish Organizing Commitee·본당 조직위원회)로 구성된다. 이 중 지구 조직위원회는 지구 단위 축제를 주관하고, 각 본당 참가자 현황을 파악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본당과 교구 조직위 사이의 연결고리로서 정보 전달과 조정, 중재 등의 임무도 맡는다. 준비 모임에서는 세 조직위원회의 역할을 명확히 설명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마련해 지구 담당 사제들과 나눴다. 교구대회는 본대회에 앞서 각 지역 교구에서 열리는 행사다. 2027 서울 WYD 본대회는 월요일부터 주일까지, 교구대회는 이에 앞서 목요일부터 주일까지 4일간 열릴 예정이다. 교구대회에서는 홈스테이, 지역 축제, 봉사활동, 신앙 고백, 문화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수원교구대회 조직위원회는 교구대회 참가자를 약 3만 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구 조직위원회는 지구 축제를 주관함과 동시에 참가자들을 위한 숙소 분배와 홈스테이 배정을 총괄하게 된다. 준비 모임에서는 지구 WYD 담당 사제들이 본당과 교구 사이에서 중간 허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관련 궁금증과 의견을 공유하며 향후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현정수 신부는 “수원교구대회 준비 과정에서 청년의 자발성과 주체성이 본당 분과 운영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도록 지구 담당 사제들이 격려하고 권고해주시길 바란다”며 “특히 본당은 지구와의 협력 구조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본당-지구-교구 간 유기적인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2025-06-17

“예수님 몸 이룰 귀한 밀알…기도와 정성으로 키웠죠”

“이 빵은 너희를 위하여 내어줄 내 몸이다.”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앞두고, 전북 김제 들녘에서 특별한 밀 수확이 있었다. 단순한 곡식 추수가 아닌, 성체의 첫걸음이었다. 우리농촌살리기공동네트워크(대표 심상준 아모스)는 6월 11일 제병을 만드는 데 사용할 우리 밀 품종 ‘고소밀’을 수확했다. 제병 전용 밀의 체계적 재배와 수확이 제병 전용 재배 단지에서 처음 구현된 사례다. 한국교회는 1991년부터 ‘우리밀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며 국산 밀로 제병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우리 밀은 수입 밀에 비해 제병처럼 얇고 균질한 반죽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이 박력분용 품종인 고소밀을 개발했고, 우리농촌살리기공동네트워크가 이를 제병 생산에 맞춰 재배한 것이다. 고소밀은 색이 밝고 단백질과 글루텐 함량이 낮아 과자용으로 적합하고 추위에 강해 국내 전역에서 재배할 수 있다. 특히 제병 제조에 필요한 얇고 균일한 반죽에 적합한 품종이라는 게 심상준 대표의 설명이다. 이번 수확은 한마음 영농조합(대표 장수용)과의 계약 재배를 통해, 농촌진흥청의 재배 설명서에 따라 비료의 양과 토양 상태까지 정밀하게 관리된 단지에서 이뤄졌다. 심 대표는 “이 밀이 제병용으로 쓰인다는 것을 알고 있어 작년 말 파종 때부터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키웠다”고 전했다. 우리농촌살리기공동네트워크는 이에 더해 2024년 전국에 네 곳의 우리 밀 전문 제분공장을 세웠다. 밀가루의 입도나 제분 방법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지는 특성을 고려해 제병에 최적화된 밀가루 가공 전문 시설을 갖춘 것이다. 고소밀은 제분공장에서 제병 맞춤형 밀가루로 가공된 후 전국 가르멜 수녀원에 공급된다. 가르멜 수도자들은 농부들이 정성껏 수확한 우리 밀가루에 기도와 정성을 담아 만든 제병을 전국 성당에 보낸다. 우리농촌살리기공동네트워크와 한마음 영농조합, 가르멜 수녀원은 향후 제병 전용 재배 단지를 확대하고, 고품질 우리 밀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심상준 대표는 “고소밀 수확은 제병을 만들기 위한 농산물 재배를 넘어 농민과 수도자, 유관기관 등 교회 공동체의 협력과 정성을 보태 신앙과 생명, 우리 농업의 가치를 지켜가는 노력의 결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밀 살리기 운동을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자급률은 2%를 넘지 못한다”며 “국산 밀로 만든 제병이 더 많은 신자에게 알려진다면, 우리 밀에 대한 신뢰와 소비도 함께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2025-06-18

[수원교구 성당 순례] 북수동성당

수원 화성행궁 건너편에 자리한 작은 성당.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시끌벅적한 화성행궁과 달리 아담하고 소박한 북수동성당은 고요하기만 하다. 일제 치하 암흑기와 해방, 6·25전쟁 등 격동기를 거치며 신자들의 피와 땀, 눈물과 굶주림을 보듬으며 세월을 함께한 북수동성당은 오랫동안 수원 지역 신자들의 신앙을 묵묵히 지켜주고 있다. 수원의 어머니 성당 올해로 설립 102주년이 된 북수동성당은 1923년 11월 23일 수원성당에서 출발했다. 설립 당시 성당 터를 잡을 때 천주교인들이 체포돼 심문을 받고 형이 집행됐던 토포청(중영) 자리로 정했다. 성당 건물이 지어진 것은 9년 뒤인 1932년이다. 4대 주임 폴리 데지레 신부가 고국 프랑스에서 건축비를 마련해 수원 지역 최초의 고딕식 성당을 지었다. 고딕식인 옛 성당의 규모는 247㎡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400명에 불과했다. 신자 수가 점차 증가하자 성당은 1979년 지금의 건물로 신축됐다. 성당 입구에 들어서면 황토색 벽돌에 왕관 모양의 건물이 신자들을 맞는다. 주교관(主敎冠)을 본떠 설계한 성당은 흙색으로 지어져 위압감보다는 따뜻하게 신자들을 품어주는 느낌이다. 옛 성당 외벽에 쓰였던 파벽돌을 성전 안 마감재로 재사용했고, 주교관 모양의 끝에 걸린 십자가도 구 성전에서 가져왔다. 소박한 외관이지만 곳곳에 남아있는 100여 년 전 수원 지역 교회 역사의 흔적들은 과거와 현재의 신자들을 연결해 주고 있다. 피와 눈물의 역사는 성전 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제대 뒤 벽에 20위 하느님의 종 명패를 걸어놓고 기도하며 시복시성을 염원한다. 이 중 데지레 폴리(Désiré Polly, 심응영 데시데라토) 신부, 유영근(兪榮根) 요한 세례자 신부, 장 콜랭(Jean Colin, 고일랑 요한) 신부 등 3명의 사제는 6·25전쟁 때 순교했다. 순교자의 흔적은 성전 밖 곳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성당 입구에서 신자들을 맞는 순교자 현양비는 열두 사도와 수원 순교자들을 상징하는 12개의 침목으로 만들어졌다. 수원화성 치성 구조인 ‘ㄷ’자 형으로 세워진 현양비는 순교자 믿음의 시작은 짧은 침목처럼 미약했지만, 주님 수난과 죽음, 부활을 체험하며 점차 크게 자란 것을 의미한다. 36대 주임이었던 나경환(시몬) 신부는 성당 마당에 야생화를 심어 성당을 도심 속 쉼터로 조성했다. 단풍나무와 느티나무, 조팝나무는 물론이고 야생화 800여 종을 심었다. 무명 순교자와 같은 낮은 자들의 순명과 순교를 보여주고자 야생화와 야생초를 심은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흙바닥이었던 운동장에 잔디를 심어 푸근하고 자연 친화적인 성당을 만들었다. 화성의 봉화대 모양으로 만들어진 묵주기도 길은 이색적인 기도 장소로 꼽힌다. 북수동성당 역사에서 데지레 폴리 신부는 빼놓을 수 없다. 1931년 당시 수원본당에 부임한 폴리 신부는 부인들로 구성된 명도회, 청년 신심단체 돈보스코회, 어린이 교리반을 만들어 전교에 박차를 가하면서 신자 수는 2600명으로 증가했고 관할 공소도 28개에 달했다. 그가 재임했던 시기는 일제 지배 하 암흑기였으나 선교와 교육, 성당 건축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된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들이 한글을 잊지 않도록 1934년 성당 옆에 소화강습소를 열어 아이들을 가르쳤다. 1946년 소화초등학교로 인가됐고 현재는 뽈리화랑으로 바뀌어 성당의 역사와 데지레 폴리 신부를 기억할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났다. 폴리 신부는 6·25전쟁 당시 인민군에게 체포돼 총살형으로 순교했고 성당은 그를 현양하고자 마당 한쪽에 기념비를 세웠다. 피로서 하느님 증거한 순교자들의 자취 수원 화성은 역사·문화적인 가치와 더불어 하느님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교자들의 고귀한 넋이 배어있는 장소다. 화성은 박해가 시작되면서 신자들의 처형지가 됐다. 성내 수원 유수부가 한강 이남과 경기도 전역, 충청도 일부 지역까지 관할했는데 서울과 경기도, 충청도 일대에서 체포된 이들이 이곳으로 압송돼 취조와 고문을 받고 순교했다. 이에 수원교구는 2000년 북수동성당과 그 일대를 수원성지로 선포했다. 수원화성에 19개 정도의 순교지가 있다고 전해지나 현재까지 확인된 순교지는 토포청, 형옥, 팔달문 밖 장터, 장안문 밖 등이다. 수원성지는 앵베르 주교와 모방 신부, 샤스탕 신부, 김성우(안토니오)의 머리카락과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의 발뼈, 최경환(프란치스코)의 오른쪽 다리뼈 등 한국 순교성인 6위의 유해를 소장하고 있다. 북수동성당에서는 매일 오전 11시 수원 순교자들의 시복시성을 위한 순례미사가 봉헌되며 매주 목요일 미사 전 성체 현시와 미사 후 성체강복이 거행된다. 순교자들의 흔적을 따라 걸으며 기도하는 달빛순례도 매월 첫째 주 금요일 열린다. 성지에서 시작해 방화수류길을 따라 화홍문, 방화수류정, 장안문(북문), 북서포루, 사형 터, 이아(貳衙) 터를 거쳐 성지로 돌아오기까지 세 시간가량 이어지는 순례를 통해 신자들은 달빛 아래서 순교자들을 위해 기도한다.

2025-06-10

“지루한 성경공부는 그만! 마음껏 뛰놀며 성경 익혀요”

어린이들이 하느님 말씀 안에서 마음껏 웃고 뛰어노는 기쁨의 시간이 펼쳐졌다. 수원교구 제2대리구 청소년1국(국장 조성경 프란치스코 신부)은 6월 1일 충북 음성 사랑의연수원 교육관에서 ‘2025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모두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가까이 모여들고 있다’(루카 15,1) 주제로 열린 올해 페스티벌은 루카 복음을 보다 깊이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초등부 주일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한 행사에는 41개 본당에서 약 800명의 어린이가 참여했다. 본당 인솔자와 봉사자까지 합하면 총 1500여 명이 자리를 함께하며 의미를 더했다. 보다 넓은 공간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도록 충북 음성 사랑의연수원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다양한 체험 부스와 활동으로 가득 채워졌다. 생태체험과 더불어 장애에 대한 공감을 키우는 체험, 흡연 예방 교육, 성가 이어부르기, 퍼즐 등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바이킹, 다람쥐통, 범퍼카, 트램블린 등 인기 놀이기구 체험은 큰 호응을 얻었다. 어린이들은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웃고 즐기며 하느님의 말씀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는 ‘골든벨’이었다. 루카 복음과 관련된 총 40문항이 출제된 골든벨 퀴즈는 난이도가 있었지만, 어린이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귀 기울이며 문제를 풀어 나갔다. 최종 1, 2위는 제2대리구 군포본당의 유성재(발렌티노·11), 김경민(다니엘·12) 군이 차지했다. 미사를 주례한 교구 총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는 강론에서 "백혈병 투병 중에도 인터넷을 통해 성체의 기적과 예수님을 향한 믿음을 널리 전했던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는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시복의 영광을 누렸다”며 “이 자리에 함께한 어린이들 역시 특별하지 않아도, 예수님을 사랑하고 말씀을 따라 실천한다면 복자나 성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올해는 특별히 제작된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 로고가 행사 곳곳에 활용돼 눈길을 끌었다. 홍승혜(율리아) 씨가 디자인한 로고는 성경 위에서 십자가를 쥐고 기뻐하는 어린이들을 형상화했다. 펼쳐진 성경은 아이들이 뛰노는 무대이자 축제의 장을, 서로 마주잡은 손은 화합 속에서 하느님을 향해 나아감을 뜻한다. 어린이들의 손끝에서 피어난 십자가는 거센 파도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게 돕는 돛처럼, 흔들림 없는 신앙의 나침반을 상징한다. 이는 어린이들이 흔들림 없이 굳건한 믿음을 지켜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조성경 신부는 “어린이들이 성경 말씀을 단 한 번이라도 더 접하는 경험을 통해, 성경이 낯설고 어려운 책이 아니라 친근하고 반가운 예수님의 말씀으로 어린 시절 추억 속에 새겨지기를 바란다”며 “특히 올해는 로고의 의미처럼, 맑은 공기와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뛰놀며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기쁨을 어린이 모두가 온전히 누렸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202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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