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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주 기자

phj@catimes.kr

수도자 위한 ‘전지적 기쁨 시점’ 3차 모임…“기쁨의 본질 재발견”

축성생활의 해를 맞아 남녀 수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하느님과의 깊은 관계 안에서 소명을 되새기며 고통마저 은총이 되는 ‘기쁨의 본질’을 다시 발견하는 여정을 함께했다. 한국 남자 수도회 사도 생활단 장상 협의회(회장 유덕현 야고보 아빠스)와 한국 천주교 여자 수도회 장상 연합회(회장 나현오 현오레지나 수녀)는 6월 21일부터 이틀간 충북 음성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에서 ‘전지적 기쁨 시점’ 3차 워크숍을 개최했다. 종신서원 1~10년 차 수도자 30여 명은 워크숍에서 ‘과거’ 속 은총과 그 안의 고통과 기쁨, ‘현재’의 기쁨과 어려움, ‘미래’에 펼쳐질 여정을 하느님과 어떻게 함께 나아갈 것인지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했다. 특히, 힘들었던 시간조차 하느님이 함께 계셨음을 깨달은 뒤 고통은 바로 은총을 체험한 진정한 기쁨이었음을 재발견한 시간이었다는 것과, 공동체 자체가 하느님께 나아가는 가장 큰 기쁨과 원동력이었음을 알게 됐다는 이야기에 공감했다.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 류지민(아녜스) 수녀는 “이곳에서 동료 수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가 가는 길이 교회와 수도 공동체, 내 개인의 삶 안에서 어떤 의미였는지를 다시금 깨달아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작은 형제회 이상학(힐라리오) 수사는 “‘미래 지도 그리기’를 하며 앞으로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고, 원래 가지고 있었던 기쁨과 일상에서의 하느님과의 관계를 재발견하는 힘을 얻어간다”고 말했다. 인보 성체 수도회 노윤희(마리아) 수녀는 “세상에서 조금 지쳐있었는데 ‘고민 적어 물에 녹이기’를 통해 나의 어려움이 가벼워짐을 느꼈고, 생활 안에서 희망과 기쁨을 찾는 법을 일깨우는 기회를 가졌다”고 전했다. 워크숍에는 유덕현 아빠스가 참석해 수도자들과 1박2일 프로그램을 함께했다. 유 아빠스는 “수도자들의 밝고 기쁜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많은 수도자가 ‘과거와 현재의 어려움 속에서도 하느님 안에서 온전히 기쁨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나눔을 통해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기로 결심한 것 같다”고 전했다. 아울러 파견 미사 강론에서 유 아빠스는 “축성된 빵과 포도주처럼, 서원한 우리들은 겉모습은 그대로이지만 본질은 그리스도의 것으로 변화됐다”며 “모든 것을 그리스도께 의탁하며 기쁘게 살자”고 당부했다. 전지적 기쁨 시점은 “주님 안에서 늘 기뻐하십시오.”(필리 4,4)를 주제로, 전능하신 하느님의 기쁨 시점에서 수도자들에게 기쁨의 원천인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기회를 주는 워크숍으로 축성생활의 해를 맞아 9월 30일까지 총 여덟 차례 마련된다.

2025-06-25

프로라이프 유럽 방한…“피부색·언어 달라도 ‘생명 운동’ 펼치는 마음은 하나”

“태아가 생명이 아니라면 무엇일까요?” 유럽 유일의 대학생 생명 운동 조직인 ‘프로라이프 유럽’(대표 마리아 체르닌)의 마누엘라 슈타이너는 “이 질문이 ‘태아는 생명입니다’라는 주장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연다”며 “우리가 길에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일대 일로 생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이런 질문은 일방적으로 의견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이 질문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해 볼 여지를 줄 수 있다”고 생명 운동 노하우를 전했다. 지난 6월 18일 서울대교구청 회의실에서 특별한 만남이 이뤄졌다. 프로라이프 유럽과 인천가톨릭대학교 프로라이프 동아리 ‘라비타’, 서울 의과대학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 등 청년 약 30명이 모여 ‘생명 운동’이라는 공통의 주제 아래 국경을 뛰어 넘어 열정과 경험을 나눈 것이다. 이 자리는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가 제19회 생명의 신비상 시상식 부대 행사로 마련한 ‘프로라이프 유럽과 한국 프로라이프 학생들과의 연계 워크숍’이었다. 이번 워크숍은 유럽의 ‘대화 중심’ 생명운동 방식과 한국의 ‘체험 중심’ 캠페인 방식을 서로 공유하고, 연대를 강화하는 자리였다. 프로라이프 유럽은 서울 생명위가 제정한 제19회 생명의 신비상 활동분야 본상 수상 팀이다. 2019년 유럽 각국의 젊은이들이 모여 창립한 단체로 공식 학생 봉사자 137명과 협력 봉사자 300명이 매주 생명 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리아 체르닌 대표는 “유럽에서는 프로라이프 운동 참여자 대부분이 신자인 반면 한국 학생들은 종교적 배경 없이도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고 밝혔다. 한국 청년들도 우리나라만의 효과적인 생명 운동 방식을 소개했다. 라비타 송승표(알베르토) 부회장은 “한국에서는 부스를 열어 임부 체험복을 입어보거나 태아 퍼즐 맞추기 같은 활동으로 먼저 사람들의 흥미를 유도한다”며 “참가자들이 재미와 체험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한 뒤, 우리가 설명을 보태 이해를 돕는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 생명위는 6월 17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서울에서 제19회 생명의 신비상 시상식은 개최했다. 시상식에서는 프로라이프 유럽을 비롯해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허준렬 교수(생명과학분야 본상) ▲포항공과대학교 장진아 교수(생명과학분야 장려상) ▲출판사 안온북스 대표 서효인 시인(인문사회과학분야 장려상)이 각각 수상했다. 본상 수상자에게는 서울대교구장 명의 상패와 상금 1억 원, 장려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패와 상금 3000만 원이 수여됐다.

2025-06-25

[수원교구 성당 순례] 평택성당

수원교구 평택본당(주임 김현중 요한 보스코 신부)은 하느님의 종 조제프 몰리마르 신부(Joseph Molimard, 牟 요셉, 1897~1950)에 의해 시작된 역사 연구와 보존, 몰리마르 신부의 유해 안치 등 성역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본당 공동체의 보금자리인 성당 또한 하느님이 사랑하신 아름다운 자연과 신자들의 기도를 돕는 성상 등이 자리한 ‘찾고 싶은’ 공간이다. 6·25 한국전쟁 때 순교한 몰리마르 신부가 사랑한 곳, 6월 끝자락에 더욱 의미가 깊은 평택성당을 찾았다. 땅에 모든 걱정 내려두고 한발한발 천국의 계단으로 유치원 건물을 지나 성당 안으로 들어오면 복잡한 바깥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나무와 꽃이 빽빽이 자리한 가운데, 성 김대건 안드레아 상, 루르드 성모와 성 베르나데트 조각상이 들어선 ‘하늘 섬’ 같은 이곳은 자연스레 신자들을 묵상의 길로 이끈다. 예수님 조각상이 맞이하는 한가운데 계단, 혹은 왼쪽의 십자가의 길이 놓인 둥근 오르막길에 의해 이곳 지상과 성당이 있는 천상이 분리된 듯하다. 땅에 모든 걱정을 내려두고 한발 한발 천국의 계단을 올라가 본다. 상부 공간의 성당 마당은 태초의 에덴동산이 생각날 만큼, 다른 곳에 비해 나무와 바위, 꽃이 울창하면서도 질서가 공존했다. 성당 건물 바로 앞에는 우람한 느티나무가 버티고 있다. 몇 년 전 고사 위기를 겪기도 했던 나무의 나이는 200살. 100년 가까이 된 성당의 모든 역사를 나무는 성당 터 한가운데에서 지켜봤다. 느티나무뿐 아니라 봄에는 이름 모를 들꽃까지 가득 피어 성당에 고운 빛을 더한다. 마당에는 놓인 의자와 테이블이 잠시 숨 고르고 쉬라고 반갑게 맞이한다.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성 마리아’ 주보로 모셔…파티마·루르드 성모상도 순례자 맞이 본당은 1928년 설립됐으며 현 성당은 1971년 재건축한 것이다. 본당 주보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성 마리아’ 부조가 성당 종탑 외벽에 걸려 있다. 성모님을 주보로 모신 본당답게 곳곳에는 다양한 성모님이 모셔져 있다. 성당 문 왼쪽에는 돌아가신 예수님을 안고 있는 피에타상이, 성당 안에는 파티마 성모상이 신자들을 맞이한다. 루르드 성모님도 계단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성당의 창문은 형형색색 스테인드글라스 대신 한국의 전통 격자무늬 한지 문을 그대로 가져와 성당의 100년 역사를 드러냈다. 창 옆에는 나무에 파스텔톤 색상을 입힌 십자가의 길을 놓아 바위에 무채색으로 새겨져 있던 마당 십자가의 길과 대조를 이룬다. 성당을 가운데 두고 왼쪽으로 사무실과 교실 등이 있는 몰리마르 관이 있고 오른쪽은 대강당이다. 몰리마르 관 앞에는 절개를 상징하는 소나무가 여러 그루 있다. 몰리마르 신부 흉상과 어우러져 순교의 의미를 더한다. 본당 역사의 시작 하느님의 종 몰리마르 신부…현양과 성역화 노력 지속 몰리마르 신부는 프랑스 님교구 보베르에서 태어났다. 1924년 사제품을 받은 뒤 파리 외방 전교회에 입회했고 1925년 한국에 파견됐다. 황해도 매화동본당, 경기도 병점 공소를 거쳐 1928년 비전리본당(현 평택본당) 초대 주임으로 부임했다. 그는 10여 년을 평택본당에서 사목했다. 부임 전 야산을 매입해 성당 건물을 지은 몰리마르 신부는 서정리(현 평택시 서정동)에 공소 경당을 신축하는 등 신앙의 중심인 성전 건립을 통해 전교에 힘썼다. 매월 본당 소식지인 「성모 월보」를 발행해 신자들을 교육하고 신심을 고취시켰으며, 어린이를 사랑하고 늘 근검절약하면서 청빈한 생활을 했다. 본국에서 휴가를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몰리마르 신부는 평택본당 3대 주임과 서정리본당 초대 주임을 역임한 뒤 1948년 대전지목구가 신설되며 충남 금사리본당 주임으로 임명됐다. 6·25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부여로 피신했던 그는 다시 성당으로 돌아와 교우들에게는 나오지 말라고 당부한 뒤 홀로 미사를 봉헌했다. 8월 말 인민군에게 체포된 몰리마르 신부는 대전 프란치스코 수도원으로 압송됐고 9월 23~26일 사이 수도원 뒤편 언덕에서 53세를 일기로 순교했다. 몰리마르 신부는 일찍이 유서를 통해 자신의 유산으로 부여나 규암에 성당이 건축되기를 희망했고, 유언에 따라 1955년 9월에 규암, 1972년 12월에는 부여에 본당이 설립됐다. 마당 끝 쪽에는 경건함이 느껴지는 묘가 있다. 본당 초대 주임 몰리마르 신부의 무덤이다. 오랜 노력 끝에 본당은 2003년 몰리마르 신부의 유해를 모셔 왔다. 교육관의 이름을 ‘몰리마르 관’으로 바꾸고 흉상을 세웠으며, 자료집 발간을 통해 몰리마르 신부를 현양하며 성당 성역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2025-06-25

[교황 주일 특집] ‘교황의 나라’ 바티칸 시국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이자 교회의 반석, 그리고 그리스도의 지상 대리자 교황. 우리는 미사 때마다 교황을 위해 기도하고 여러 매체를 통해 교황의 행보를 접한다. 교황 주일을 맞아,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황의 나라 바티칸 시국에 깃든 신앙과 일상의 모습, 그리고 교황이 손목에 찬 시계를 통해 전통과 변화, 영성과 인간미가 교차하는 교황의 새로운 면모를 살펴본다. 면적 0.44km², 남성 비율 95%…가장 작고 특별한 나라 교황의 나라 바티칸 시국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다. 면적은 0.44km²로 우리나라 경복궁(0.43km²)과 비슷하다. 경복궁과 마찬가지로 도보로 모든 곳을 둘러볼 수 있다. 엄연한 국가이기에 국기도 있다. 국기에는 황금과 은을 나타내는 노란색과 흰색 바탕에 황금 열쇠와 은 열쇠를 교차시키고 교황을 상징하는 삼중관을 배치했다. 열쇠는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주신 천국의 열쇠를 상징하며 황금 열쇠는 천상의 권위를, 은 열쇠는 지상의 권위를 나타낸다. 바티칸 시국 시민권자와행정직 직원과 가족 등을 합한 총 인구는 800여 명. 교황 외 성직자가 약 300명, 근위대는 140여 명, 일반 직원은 130여 명 등이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도 여기에 포함된다. 시민권자 약 600명 중 남성은 95%로 세계에서 남성 비율이 가장 높다. 시민권자 대부분이 성직자와 근위대원이기 때문이다. 성 베드로 대성당과 광장, 그 자체로 ‘천국 열쇠’…바티칸 정원에는 한국 성모님도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과 레오 14세 교황 선출 당시 가장 많이 언급된 곳은 성 베드로 대성당이다. 16~17세기에 초대 교황인 성 베드로 사도 무덤 위에 세워졌다. 교황은 이곳에서 부활이나 성탄, 성유 축성 미사 등 주요 미사를 주례한다. 레오 14세 교황은 교황 선출 직후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 등장했다. 대성당 북쪽 외벽에는 한진섭(요셉) 작가가 조각한 성 김대건(안드레아·1821~1846) 신부의 성상이 들어서 있다. 대성당과 성 베드로 광장, 그리고 로마 시내로 이어지는 도로는 하늘에서 보면 커다란 열쇠 모양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성 베드로에게 전한 천국의 열쇠를 형상화했다. 광장은 최대 8만 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바티칸 박물관의 한 해 방문자 수는 약 670만 명으로 프랑스 루르드 박물관에 이어 세계 2위다. 콘클라베가 열린 시스티나 경당의 천장화 <천지창조>와 벽화 <최후의 심판>, 라파엘로의 방에 있는 <아테네 학당>, 피오 클레멘티노 미술관의 <라오콘 군상> 등은 박물관을 찾는 이들이 꼭 봐야 할 작품으로 꼽힌다. 박물관과 연결된 사도궁에는 교황 집무실과 숙소를 비롯해 1000개 이상의 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기간 이곳이 아닌 성녀 마르타의 집에 머물렀다. 실제 촬영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영화 <두 교황>의 배경이 된 바티칸 정원은 바티칸 시국 전체 면적의 절반을 차지한다. 교황의 개인 산책로이자 명상 공간으로 일반인의 출입은 제한돼 있다. 자연 지형을 살린 영국식, 웅장하고 화려하며 분수 등을 설치한 프랑스식, 기하학적 구조와 대칭적 디자인으로 조각과 미로 등을 배치한 이탈리아식 정원이 혼합돼 있다. 2024년에는 <평화의 모후이신 한국 성모님 모자이크상>도 정원에 자리했다. 역과 슈퍼마켓, 우체국…눈길 끄는 일상 공간 바티칸 정원 남쪽에는 작은 역과 철도도 놓여 있다. 1934년 개통한 것으로 시국 내 약 300m 정도의 철길은 이탈리아 로마 산 피에트로 역과 연결된다. 성 요한 23세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실제로 이곳에서 출발해 아씨시로 이동했다. 슈퍼마켓도 있다. 근위대, 직원 등 상주 인구와 외교관들만 이용할 수 있다. 부가세가 없기에 상품 가격은 이탈리아 시중보다 20~30% 저렴하다. 바티칸 시국은 매년 바티칸 유로 주화, 금은화, 기념주화 등도 매년 발행한다. 수집 가치가 커 실제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주화에는 보통 교황의 초상화가 들어갔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7년부터 초상화를 교황 문장 등으로 대체했다. 이외에도 바티칸 시국에는 헬리콥터가 이착륙하는 헬리포트, 40개 언어로 교황청 소식을 전 세계에 송출하는 라디오 방송국뿐 아니라 인쇄소, 우체국도 있다. 연간 600만통의 엽서를 처리하는 우체국은 희년(Jubilee)을 앞둔 2024년 12월 성 베드로 광장 왼편 원형 회랑에 친환경 건축 재료를 사용한 새로운 이동식 우체국을 설치했다.

2025-06-25

“귀한 배우자 주신 하느님께 감사”…서울 생명위, ‘부부의 희년’ 맞아 혼인성사 갱신식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는 부부의 희년을 맞아 6월 18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금혼식, 은혼식 등 20년 이상 결혼 생활을 이어온 부부 15쌍의 혼인성사 갱신식을 열었다. 미사 중 열린 혼인성사 갱신식에서 참가 부부들은 다짐을 새로이 하고 하느님 앞에 서약했으며, 반지 축복도 함께 이뤄졌다. 이들은 5월부터 3주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사랑의 기쁨」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이번 갱신식을 준비해 왔다. 결혼 50주년을 맞은 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김윤진(요아킴)·고순애(엘리사벳) 씨 부부는 행사가 뜻깊고 감동적이었다고 전했다. 김 씨는 “혼인성사 갱신을 위한 교육을 받는 동안 신혼 초부터 지금까지 함께 겪어온 어려움과 기쁨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며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처음,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주님의 은총 덕분이라 생각하기에 마지막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 씨도 “많이 참고 기다려주며, 나를 아이들의 좋은 엄마로 이끌어준 남편에게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매일 평일 미사를 다니는 지금처럼 신앙생활을 함께 할 수 있는 귀한 배우자를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남은 생애도 주님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전했다. 결혼 31주년을 맞은 서울대교구 길음동본당 남상혁(율리아노)·진지원(율리아나) 씨 부부는 “부부의 의미를 되새긴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하며 신앙 안에서 잘 살아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미사를 주례한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는 강론에서 “부부의 삶은 때로 용서나 희생을 동반하지만 서로를 하느님께 이끄는 통로가 돼야 하는 여정”이라며 “여러분은 가정이라는 작은 교회 안에서 사랑과 생명의 복음을 세상에 전하는 사도직을 충실히 살아오셨다”고 격려했다.

2025-06-19

[우리 이웃 이야기] 수원교구 호계동본당 캔들 동호회 ‘빛그림’ 박충길 회장

“초는 스스로를 희생해 세상에 밝은 빛을 선사합니다. 어둠 속에서도 밝게 빛나는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요.” 제2대리구 호계동본당(주임 이승준 아우구스티노 신부) 캔들 동호회 ‘빛그림’ 박충길(안드레아) 회장은 “어느 날 성모님께 초를 봉헌하며 묵상하던 중 이 사실이 너무나 감동적으로 다가와 캔들 동호회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2024년 7월 창립된 빛그림은 현재 9명의 회원이 한 달에 한 번 성당 지하 교실에 모여 본당에서 성모님께 봉헌하는 컵 초 100~200개를 제작한다. 컵 초를 회원들이 직접 만든다는 것 외에 특별한 점은 또 있다. 바로 본당 신자들이 쓰고 남은 폐 초를 재활용한다는 점이다. 박 회장은 “축복된 초를 그냥 버린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며 “주위에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다는 걸 알고 본당 차원에서 폐 초를 수거해 컵 초 제작에 활용하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이승준 신부의 대대적인 홍보가 큰 도움이 돼 올해 하반기에 쓸 재료는 이미 충분히 모았다. 폐 초를 재활용해 만든 컵 초는 그 원료의 색상에 따라 보라색, 분홍색 등이 은은하게 비치는 아름다운 빛깔을 뽐냈다. 회원들의 기도와 정성이 담긴 자원 순환 컵 초라는 것을 아는 본당 신자들의 반응도 좋다.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쪼개 만든 예쁜 컵 초와 그것을 성모님께 봉헌하는 신자들도 대면하니 이 모든 게 큰 성취감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성모님께 봉헌하는 초라는 것이 박 회장에게는 의미가 깊다. 현재 본당 총회장을 맡으며 잠시 쉬고 있지만, 레지오 마리애 활동도 15년 이상 해왔다. “친 어머니가 나를 보살펴 주시는 것처럼 나를 돌보시는 성모 어머니께 의탁하고 따르면서 모든 것에 앞서 항상 여쭤보고 전구를 청한다”며 “우리 초가 더욱 밝게 성모님 앞에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사랑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간단한 하나의 컵 초는 전교 활동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박 회장은 “냉담 교우들을 찾아갈 때 초를 하나씩 선물로 들고 가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연히 성당에 들렀다가 성모님께 봉헌된 컵 초와 회원 모집 포스터를 보고 동호회에 들어온 비신자 회원의 입교도 긍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박 회장은 적극적으로 권면하면서도 모든 것이 자연스레 이루어지길 바란다. “앞으로도 초를 닮아 주님의 빛과 같은 자녀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하며 활동할 계획입니다.”

2025-06-25

[성체 성혈 대축일 특집] 포도주가 ‘미사주’ 되려면?

설탕이 든 포도주를 미사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요즘 유행하는 무알코올 포도주는 어떨까? 답은 원칙적으로 ‘사용 불가’다. 다만 우리나라 미사주 ‘마주앙’은 한국 포도 특성 상 주교회의 승인 하에 설탕을 첨가한다. 이처럼 미사주에는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성찬례 거행에 쓰일 포도주는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루카 22,18 참조) 것으로, 다른 물질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천연 포도주’여야 한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322항) 성경에 예수님께서 성찬례를 제정하실 때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사용하셨고 그 외 재료는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마태 26,27-29) 또한 포도주는 온전한 상태로 보존하여 시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고(「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323항) 부패하지 않아야 한다(「교회법전」 제924조).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신학대전」에서 “포도주가 부패해 식초가 되면 포도주의 형상은 남지 않기에 식초로 성사를 행할 수 없다”(제3부 문제 74, 제5문 반론에 대한 답변 2)고 했다. 예외적으로, 발효되지 않은 포도즙인 ‘무스툼(Mustum)’은 교구장의 인가를 받을 경우에 한해 사용할 수 있다. 교황청 경신성사부는 2017년 「성찬례에 쓰는 빵과 포도주에 관하여 주교들에게 보내는 회람」(제4항 ㄴ)에서 “신선한 포도즙이거나, 본질은 변화시키지 않고 발효만 막는 방법으로 보존된(예를 들면, 냉동) 포도즙(Mustum)은 성찬례 거행에 유효하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무알코올 포도주는 정상 발효된 포도주에서 인위적으로 알코올을 제거한 것이므로 허용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조건을 충족하는 포도주는 모두 미사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제조 과정을 완전히 통제하거나 세부 성분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교구장이나 교황청 인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롯데칠성의 ‘마주앙’ 브랜드만 미사주로 사용하고 있다. 포도주 소비와 종교적 수요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수십 종의 미사주 브랜드가 있다. 대형 회사뿐 아니라 수도회 와이너리 등도 소규모로 생산한다. 이탈리아는 지역 특화 브랜드가 많다. 시칠리아의 ‘Martinez’(마르티네즈) 등이 유명하다. 특히 바티칸은 교황의 여름 별장 부지 내 약 2만㎡ 규모의 포도원에서 자체적으로 포도주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 포도주는 2026년부터 교황청 라벨이 부착된 ‘HOLY SEE’ 브랜드 미사주로 사용될 예정이다. 한편 바티칸 인구 한 명의 평균 포도주 소비량은 연 약 79리터다. 영국의 세 배이자 세계 최고다. 이는 미사 전례와 공식 행사, 손님 접대 등으로 쓰이는 모든 포도주가 1000명에 미치지 않는 바티칸 인구가 소비한 것으로 집계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2025-06-18

“아빠와 함께 삶과 신앙 나누는 소중한 시간”

수원교구 제1대리구 보정본당(주임 양태영 스테파노 신부) 자부회인 요셉회(회장 김형석 아브라함)는 6월 1일 서울 합정동 절두산순교성지에서 ‘아빠와 함께하는 성지순례’를 열었다. 본당 첫영성체 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열린 이번 성지순례에는 어린이 30여명과 부모 등 70여명이 참가했다. 요셉회는 첫영성체를 하는 아이들에게 우리 조상들이 박해와 희생 속에 지킨 신앙의 소중함과 헌신을 일깨우기 위해 성지를 찾았다. 어린이들은 성지에서 미사와 십자가의 길 기도 봉헌, 박물관 관람, 성인 유해실 참배 등을 하며 평소 대화할 시간이 부족했던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기도했다. 김민수(안토니오) 씨는 “평소 바쁜 일정으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했는데 이번 성지순례를 통해 신앙과 삶을 함께 나누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며 “다음에도 이런 좋은 기회가 생기면 참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어른 못지않게 든든한 보호자 역할을 한 첫영성체 반 맏형인 중학교 1학년 김도영(요한) 군도 “뒤늦은 첫영성체인데 초등학생 동생들에게 우리나라 초기 교회에 대해 알려주며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다양한 가정을 수용하고자 보호자를 아빠만으로 제한 두지 않았기에 엄마 혹은 조부모와 함께 삼대가 참가한 가족도 있었다. 이철형(요한) 씨는 “아이들의 첫영성체를 준비하면서 나도 신앙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며 “오늘도 절두산순교성지에서 삼대가 다 같이 기도하며 신앙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부모와 함께 온 김휘(가브리엘) 군은 “엄마·아빠와 함께 성지에 와서 좋다”며 “신앙 선조들이 지켜주셔서 할 수 있는 첫영성체를 소중히 여겨야겠다”고 말했다. 성지순례를 기획한 김형석 회장은 “부모와 함께하는 신앙 교육은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며 “아이들의 신앙심은 화목한 가정으로부터 비롯되므로 이를 위한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깨닫는 시간이 됐길 바란다”고 했다. 요셉회는 매년 봄·가을로 ‘아빠와 함께하는 성지순례’를 열고 있으며, 평소 주일학교 봉사를 진행하고 부활이나 성탄 등의 시기에 미사와 다양한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2025-06-10

전주가톨릭순교현양원, 韓 교회사 ‘고산 교우촌’ 조명

복자 윤지헌(프란치스코·1764~1801)을 중심으로 형성된 전북 고산 저구리 신앙공동체가 한국 교회사에서 핵심 역할을 했음을 다룬 연구가 발표됐다. 전주가톨릭순교현양원(원장 김광태 야고보 신부)은 5월 29일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을 맞아 완주군청에서 ‘고산 교우촌이 한국 천주교회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완주 지역 천주교 신앙공동체 연구 1차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김두헌(로베르토) 박사는 ‘복자 윤지헌 프란치스코와 저구리 공동체’를 발제하며 “저구리 공동체가 한국 교회사에서 행한 역할과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고 강조했다. 저구리 공동체는 복자 윤지충(바오로·1759~1791)의 동생 윤지헌이 신해박해(1791) 직후 이주하며 형성됐으나 그가 신유박해(1801)로 순교하며 해체됐다. 김 박사는 “저구리 공동체는 신해박해로 해체된 조선 초기 전라도 천주교회 양대 산맥 중 하나였던 진산 장구동 공동체의 명맥을 이어 나갔다”며 “또한 신유박해 이전에는 전라도 북부 지역 거주 천주교인뿐만 아니라 일부 충청도 지역 거주 천주교인까지 포용하였으며, 신유박해 이후에는 경상도와 강원도 일부 지역에 천주교 신앙을 전파했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조선 천주교회 최대 사업이었던 선교사 영입을 위한 대박청래 사업을 전주 초남이 공동체뿐만 아니라 서울 공동체와 함께 주문모 신부 지도하에 추진해 나갔다”며 “대박청래 사업은 외세 의존적이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으나, 신앙의 자유와 평등 사회 구현이 그 목적에 내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근대 사회 전환의 배경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전주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는 격려사에서 “복자 윤지헌이 고산 지역으로 건너와 복음을 전하면서 이곳은 신자들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으로 변모하게 됐다”며 “오늘 심포지엄을 통해 당시 신앙인들의 열정을 함께 가슴에 간직하는 계기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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