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성소자 감소 남의 일 아니다

입력일 2009-04-29 수정일 2009-04-29 발행일 2009-05-03 제 2646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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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주일(5월 3일)을 맞아 전국 각 교구 성소국과 대신학교들이 분주하다. 봉쇄 구역이었던 신학교들이 개방되고, 성소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하지만 올해에는 이러한 분주함에서 활기와 생동감 보다는 절박함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지난 2월, 서울대교구 사제평의회에선 성소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전체 회의 시간의 대부분을 성소 문제에 할애했다는 후문이다. 성소 급감이 그 이유다. 수년전부터 유럽교회를 바라보며 ‘언젠가는 우리도…’라고 했던 우려가 현실로 바짝 다가온 것이다.

성소에 대한 과거의 풍요로움을 영원히 ‘이대로’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한국사회는 급속한 경제성장과 이로 인한 의식변화, 종교에 대한 관심 감소,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 축소, 권위의 붕괴, 성(性) 개방, 출산율 저하 등 외국 교회 성소 급감 원인의 징후들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그만큼 성소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이제는 바꿔야 한다. 우물쭈물 하다가는 손가락 사이로 물 빠져나가듯, 그나마 남은 성소의 씨앗까지 썩힐 수 있다. 지금까지의 성소자 양성이 신자 개개인의 열성에 의지해 왔다면, 이제는 좀 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차원이 모색돼야 한다.

성소자에 대한 본당 관리 메뉴얼 마련, 성소후원회 활동의 확대 및 활성화, 예비신학생 프로그램의 다변화, 성소국내 연구기능 신설, 본당 내 성소분과 신설 의무화 등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성소 못자리, 본당 복사단에 대한 의욕적 접근도 아쉽다. 신학생들이 직접 맨투맨 방식으로 예비신학생들과 만남 및 교류를 갖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신학교 입학 때 학업 성적이 미달해서 성소의 꿈을 포기하는 이들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성소자들에게는 식별 및 영성 프로그램이 지원되어야 한다. 특목고 형식의 소신학교를 부활시키는 방안도 이제는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다.

아울러 이미 성소의 길에 들어선 신학생을 보호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본당 신학생은 방학 때 본당 사제와 함께 지내도록 해야 한다. 본당 여건이 어렵다면, 지구차원에서 공동 신학생관을 운용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안이 될 것이다.

한국교회 신앙 선조들은 사제를 영입하고 사제를 양성하는 일에 빛나는 모범을 남겼다. 그들은 자녀들의 성소를 위해 기도하고, 헌신했다. 자녀를 봉헌하는 것을 기쁨과 보람으로 여겼다. 신앙 선조들의 성소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