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홍보주일 기획] 내 손 안의 교회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0-05-11 수정일 2010-05-11 발행일 2010-05-16 제 2697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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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한계 넘어 소통 이끄는 교회
서울 전산정보실서 배포한 아이폰 어플 5천여 명 다운 신자에 접근 방법 변화 해야
서울대교구 전산정보실 부실장 최양호 신부가 전산정보실에서 개발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 출시되면서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제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친구를 만나고 사귈 수 있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교회도 사제와 신자들에게 급변하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에 적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제44차 홍보주일 담화를 통해 사제들에게 일상 사목뿐 아니라 복음 선포를 위해 새로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물론 그 중심에는 ‘하느님의 말씀’이 있다.

# 사례 1. 대학생 이상원(프란치스코)씨는 미사를 봉헌할 때 ‘매일미사’책이나 ‘가톨릭성가집’을 챙기지 않는다. 아이폰이 있기 때문이다. 손바닥보다도 작은 스마트폰 속에 이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

# 사례 2. OO본당 OOO 주임신부는 최근 이사 온 신자가정을 방문했다. 가정을 축복하기 위해 경본이 있어야 하지만 깜박하고 사제관에 놓고 나왔다. 다행히 스마트폰이 있어 당황스럽지 않다. 스마트폰에 다운받은 ‘사목수첩’ 어플리케이션만 있으면 경본 없이도 축복을 할 수 있다.

■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보편교회

서울대교구는 4월 15일 KT와 무선인터넷 존 설치사업을 위한 조인식을 가졌다. 이로써 교구 내 본당 신자들은 성당에서도 무료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향후 전국 모든 본당에 무선인터넷 존이 설치될 예정이다.

모바일 복음화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조인식은 ‘인터넷’이 우리 삶과 신앙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알려준다.

2009년 5월 현재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수가 3만6580천명으로 인구의 77.2%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니 더 설명할 것도 없다.(한국인터넷진흥원)

사실 인터넷의 역사는 그다지 길지 않다. IT강국 한국에서도 사용한 지 몇 년안된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인터넷 없는 세상을 더 이상 꿈꿀 수 없게 됐다.

교회도 인터넷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았다. 많은 본당들은 한때 붐처럼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신앙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신자들에게 제공했다.

하지만 모든 본당의 홈페이지가 활성화되진 않았다. 홈페이지를 개설한 본당은 많지만 활발하게 운영되는 곳은 단 몇 개 본당에 불과하다. 일방적인 정보전달 환경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탓이었다.

항상 변화를 시도하는 인터넷 환경은 최근 또 다른 변화를 맞이했다. 양방향 네트워크가 가능한 2.0시대가 도래한 것. 덕분에 사용자들이 정보를 생성하고 공유하며 만들어가는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도 생성됐다. 블로그와 UCC, 트위터 등의 열풍도 소셜 미디어의 한 유형이다.

이 열풍은 당연히 교회에도 불어왔다. 아직까지 소수에 불과하지만 사제들은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통해서 신자들을 만나고, 신자들은 UCC를 만들어 업로드하고 종교관련 카페를 개설해 웹상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친교를 나눈다.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보편교회가 가능해진 것이다.

■ 하느님과 나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

소셜 네트워크의 핵심은 ‘관계’에 있다.

대화와 참여, 공유 등은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바빠지는 가운데에서도 관계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타인과 만난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인기를 끄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도구를 이용해서라도 타인과 연결되고 싶어 한다. 실시간으로 대화를 하고, 궁금증을 해결하면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한다. 신앙생활도 이와 마찬가지다. 현대 신앙인들은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서 하느님과의 끈을 이어가고 싶은 욕구를 표출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서울대교구 전산정보실에서 개발, 배포한 아이폰 어플리케이션 사용정보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한 달에 약 5000여 명의 신자들이 ▲매일미사 ▲가톨릭성경 ▲가톨릭성가 등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았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가 주최한 홍보주일 준비 세미나에서 ‘인터넷과 모바일 매체의 사목적 활용’을 주제로 발표한 최양호 신부(서울대교구 전산정보실 부실장)는 “사회적 관계를 스마트폰 안에서 유지하는데 익숙한 신자들은 하느님 말씀 또한 그 안에서 접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최 신부는 이어 “신자들의 이러한 요구는 교회가 신자들에게 직접 닿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교회의 끈, 하느님과의 관계를 지속시켜줄 도구를 활용하고 싶다는 열망의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보편성을 강조하는 교회는 오프라인 상에서의 소셜 네트워크다. 때문에 웹상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연결시켜주는 스마트폰을 사목적으로 활용할 때 그 시너지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더불어 활용한다면, 스마트폰은 신자들의 신앙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교회와 개인의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만들어주는 말 그대로 똑똑한 도구가 될 것이다.

■ 손 안에서 깊어지는 신앙

바티칸에서는 이미 트위터를 이용해 복음을 전송하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관심 있는 전 세계 신자들은 실시간으로 그 내용을 접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주교회의 미디어팀이 최근 블로그와 네이버 오픈캐스트 트위터 계정을 개설했다. 신자들은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 아바타에 성체대회 마크를 달고, 가톨릭 동호회를 형성하는 등 자신이 가톨릭신자임을 자랑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신자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필요로 하는 순간에 클릭 스마트폰은 큰 도움이 된다. 신앙인들이 신앙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용도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신자들에게 역사하시는 하느님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직 한국교회는 새로운 미디어를 사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적극적이지 않다. 이러한 아쉬움 속에서도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을 개발, 배포한 서울대교구 전산정보실의 발 빠른 행보가 고무적이다. 서울대교구는 안드로이드 폰, 삼성 무슨 폰 등의 출시와 발맞춰 아이폰 이외의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을 만들 계획이다.

■ 인터뷰 / 서울 전산정보실 최양호 신부

“인터넷·모바일 사목에 활용을”

“소셜 네트워크는 교회와 신자를 이어주는 좋은 끈이 될 수 있습니다. 복음적 측면에서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교회에서 꼭 이용해야 합니다.”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 개발에 앞장선 서울대교구 전산정보실 부실장 최양호 신부는 교회의 소셜 네트워크 활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존 웹시대를 기반으로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신자들을 교회와 연결시킬 수 있다고 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핸드폰은 10년 안에 스마트폰으로 전환될 것입니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이 도구는 터치만으로도 소셜 네트워크와 연결 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이점을 교회가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최 신부는 사목적 도구로 스마트폰 도입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그는 스마트폰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커피숍에 비유했다. 기존 인터넷 환경이 커피숍 게시판에 걸어 놓은 홍보물과 같다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커피숍에 있는 테이블이라고 설명했다. 즉, 테이블을 중심으로 사람과 마주 앉아 대화를 하고 이 대화는 누구한테나 개방돼 있어 언제든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성호도 긋지 않고 신자임을 알리려고 하지 않던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스스로 성체대회 마크를 달고 동호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어요. 그런 활동을 통해서 자신의 종교에 대한 자긍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 중요성을 인식한 최 신부는 아이폰이 처음 출시됐을 때부터 다솜아이앤씨 곽용진 대표이사와 함께 어플 개발에 힘썼다. 그의 노력이 있었기에 신자들은 현재 굿뉴스에서 매일미사, 성경, 성가 등 어플 8개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어플이 배포되기 시작하면서 청년들 가운데 개발의 열정을 보이며 연락해 오는 봉사자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이런 관심이 늘어나면서 아이폰뿐 아니라 안드로이드폰과 신비안 운영체계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어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제가 그 안에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에 따라서 만남의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없는 신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됩니다. 아직까지는 40대 미만의 젊은이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지만 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만 마련한다면 확산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신자들은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성경·매일미사 등을 펼쳐볼 수 있다. 문수영 (cpi88@catimes.kr)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