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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CUM] 서울 중계동본당 유소년 축구단 이야기

임양미 기자
입력일 2010-06-15 수정일 2010-06-15 발행일 2010-06-20 제 2702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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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와 함께 꿈도 커간다
비가 왔다. 그래도 운동장으로 나갔다. 눈이 내렸다. 그래도 공을 굴렸다. 영하 15도 강추위가 닥쳤다. 그래도 축구를 하기 위해 운동화 끈을 맸다.

2002년 꿈의 월드컵 이후, 지난 8년간 우리들은 또 한 번 ‘꿈은 이루어진다’고 굳게 믿어 왔다. 그 믿음과 희망을 고스란히 품은 아이들이 모여 지난 8년간 유소년 축구단을 꾸려왔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꿈과 희망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은 서울 중계동본당 유소년 축구단을 통해 아이들이 갖고 있는 ‘월드컵의 꿈’을 엿봤다.

달려라! 미래의 태극전사들!

서울 중계동본당 이경원(제노비오·11) 군의 꿈은 미래의 태극전사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중계동본당 유소년 축구단에 가입하면서 축구를 알게 됐고 꿈을 만났다.

“저의 꿈은 축구선수가 돼 월드컵에 나가는 것이에요. 박지성, 박주영, 이청용, 이영표, 기성룡 등 태극전사들이 필드를 누비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뛰어요. 저도 열심히 노력해서 꼭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될 거예요!”

초등학교 5학년인 경원 군은 학교에서도 계발활동으로 축구를 하고 있고, 일요일에는 오전 9~12시 진행되는 축구단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성당 축구단을 통해 월드컵 출전의 꿈을 꾸게 된 것은 경원 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서울 보인고에서 축구 선수의 꿈을 끼우고 있는 강주호 학생이나 최진백(요한) 학생도 모두 중계동본당 유소년 축구단을 통해 자신의 꿈을 찾았고, 한국 축구 미래 유망주로 각광받고 있다.

2002년 서울 중계동본당 유소년 축구단을 창단해 5년간 감독을 맡아온 초대감독 조창규(이레네오) 씨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호연지기를 기르고 축구를 통한 선교도 해 보자는 취지로 2002년 중계동본당 유소년 축구단을 창단했다”면서 “처음엔 장난삼아 찾아오던 아이들의 눈빛이 점점 진지해지더니 그 중 대한민국 유소년국가대표로 활동하는 친구들도 나왔다”며 뿌듯해했다.

경원 군의 아버지 이창복(프란치스코)씨는 “늦잠꾸러기였던 경원이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요일 아침이면 축구를 하겠다고 스스로 일어나 축구화를 챙기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다”면서 “축구를 통해 의젓하게 성장해가고 또 꿈을 찾아가는 경원이의 모습을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통해 세상에 마음을 열어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고 했다.

나만의 꿈을 안고 달려라!

중계동본당 유소년 축구단에서 뛰고 있는 아이들이 모두 국가대표 축구선수를 꿈꾸는 것은 아니다. 모두 ‘각자의 꿈’을 안고 뛰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축구단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장준호(가브리엘·13) 군의 꿈은 ‘의사’다.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축구선수가 되길 꿈꿨지만, 편찮으신 할머니를 보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의사가 돼야 겠다고 다짐했단다. 이제 내년이면 조금 더 공부에 매진해야 할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준호 군은 “형, 친구, 동생들과 함께 땀 흘리며 축구 연습을 하고 또 축구대회에 나가 우승을 했던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면서 “축구를 통한 운동도 저의 꿈을 이루기 위한 자기 관리의 일환이고, 무엇보다 축구단 생활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기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축구 연습에 쏟은 열정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파티쉐(제과제빵사)가 되는 것이 꿈인 김종훈(10·예비신자) 군은 축구를 하면서 창의력을 기르고 있다.

“축구를 하면 새로운 생각들이 마구 떠올라요. ‘축구공 모양의 케이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등의 신기한 아이디어들이 저도 모르게 생각이 나거든요. 아마도 축구를 하면서 저의 상상력이나 창의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 아닐까요?”

종훈 군의 어머니 박정희(세실리아) 씨는 “종훈이가 축구를 하면서부터 성격도 활발해지고 대인관계도 좋아졌다”면서 “아마도 그런 면들이 종훈이가 다양하고 자유로운 사고를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교의 꿈은 이루어진다

‘축구를 통한 선교’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요리사가 꿈인 임환규(유스티노·11) 군은 중계동본당 축구단에 가입하기 위해 성당을 찾았다. 환규 군의 어머니 김미경(라파엘라) 씨는 “환규가 중계동본당 축구부에서 활동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세례를 받게 했고, 그 덕분에 우리 온 가족이 점차 세례를 받게 됐다”면서 “믿을 수 있는 곳에서 몸과 마음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하면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 성당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들 교육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아무 비용도 들지 않고 신앙심까지 함께 기를 수 있는 중계동본당 유소년 축구단을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환규 군은 “요리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지금부터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축구 덕분에 성당도 다니게 됐고 주일학교에 나가 교리를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조창규(이레네오·중계동 유소년축구단 초대감독) 씨는 “주일미사 때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성당에 오는 것을 즐거워한다”면서 “특히 성당에 다니지 않던 아이들도 친구들과 어울려 축구를 하기 위해 성당에 왔다가 세례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축구의 선교효과에 대해 강조했다.

“아이들이 이 축구단 활동을 통해 축구 선수로서의 길을 걷게 되든 각자의 꿈을 향해 가든 바로 이 공간에서 아이들은 이미 ‘축구선수의 꿈’을 이루는 셈입니다. 아이들은 운동장 위에서 ‘나’와 ‘너’가 아닌 ‘우리’로 존재하며 하나가 됩니다. 각자의 꿈을 안고 뛰는 아이들을 응원해 주십시오. 그리고 그들이 청소년으로서의 기개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그들의 운동장이 돼 주십시오.”

6월 13일 오전 10시, 이틀간 내리던 비가 그치자 중계동본당 유소년 축구단 아이들이 유니폼을 맞춰 입고 운동장으로 뛰어나왔다.

“형! 여기로 패스!”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아이들이 공을 굴린다. 서툰 드리블이지만 골문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향해 응원을 날린다.

“달려라! 꿈은 이루어진다!”

임양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