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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공동기획 -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 (7) 개인주의적인 신앙 2 - 소공동체, 왜곡된 개인주의적 신앙의 대안 될 수 있을까

오혜민 기자
입력일 2012-12-11 수정일 2012-12-11 발행일 2012-12-16 제 2824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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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기도하면 자연스럽게 이웃 위해 기도”
왜곡된 개인주의에 대한
가시적 대안으로 가능성 있어
자발적 참여로 공동체성 강화
“한 신자가 제게 ‘판공성사를 봐야 하느냐’고 묻더군요. 죄도 짓지 않고 아침·저녁으로 묵주기도도 바치고 미사도 빠지지 않는데 왜 판공성사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요. 그래서 제가 ‘가난한 이들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 ‘고통 받는 이를 위해 기도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신자가 반문했습니다. ‘그런 것도 저희 의무냐’고요.”

한 본당 사제가 고백하는 신앙의 개인주의의 모습은 이러하다. 사제는 이러한 모습을 볼 때마다 ‘잘못됐다’고 말하기보다 ‘아쉬움이 든다’고 표현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는 공동체의 기도를 바치면서, 그 기도를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만 바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소공동체는 왜곡된 개인주의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눈길을 끈다. 공동체적 친교의 제고, 삶과 신앙의 일치, 평신도 자발성의 강화 등이 기치였으며, 그 자체로 사목대안이었기 때문이다.

1984년 한국 천주교 200주년 기념 사목위원회 사회조사보고서는 “한국 천주교회의 많은 신자들이 개인적 믿음과 구원, 미사와 성사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사회정의를 위해 활동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신자들이 많았다”고 적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서울대교구의 소공동체 도입 배경을 여기에서 찾고 있다.

소공동체는 자발성 결여와 단체와 소공동체 간의 갈등 등 여러 어려움을 안고 있기도 하지만 왜곡된 개인주의에 대한 가시적 대안으로써 여전한 가능성이 있다. 전원 신부(서울 제기동본당 주임)는 2007년 「사목」의 ‘소공동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라는 글에서 바람직한 소공동체의 방향을 모색하면서도, 소공동체에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이후의 교회 정신을 가장 잘 담고 있다는 것 ▲가난한 이들을 놓치지 않고 공동체의 중심에 둘 수 있는 구조라는 것 ▲복음적 기쁨과 친교를 살게 한다는 것 등 작은 공동체가 품은 소중한 성분이 있다고 밝힌다.

소공동체는 초기교회 공동체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양업교회사연구소장 차기진 박사는 “한국교회 신앙선조들의 신심활동은 단지 자신의 구원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그들은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위험 속에서도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이러한 이전의 소공동체 정신은 본당을 중심으로 한 공소 공동체 정신으로 변하게 됐다”며 “공소가 폐지되고 교우촌 신자들은 가정, 본당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하게 됐으며 신앙적 소외감이 생겨났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구 혹은 본당별로 이뤄지는 소공동체 활동을 통해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활력을 찾는 신자들도 많다. 소공동체 교육과 교리재교육, 초청강의, 단합대회, 성령세미나, 여행, 운동회 등 신자들이 원하는 프로그램과 자발적 참여로 친교를 이루며 활성화된 소공동체들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600여 명의 봉사인원이 참여하며 활발한 소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는 수원교구 평택대리구 화성지구 소공동체는 농촌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소공동체 모임은 이런 모습으로 합시다’하는 영상 교육자료를 각 반모임을 중심으로 스스로 만들며 자발적인 공동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화성지구 소공동체 담당 문석훈 신부는 “소공동체는 함께 기도하는 곳으로 개인적인 기도가 아니라 공동체의 기도를 함께 바치게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소공동체 모임은 자연스럽게 내가 아닌 남을 위해 기도하게 되고, 나아가 공동체적 신앙을 배울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