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성미술 작가 다이어리] 장동문 작가

최용택
입력일 2024-07-01 수정일 2024-07-05 발행일 2024-07-07 제 3400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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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으로 이룬 화가의 꿈…"성미술 작품전 선보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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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별이되어’(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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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남터-순교’(2013)

독학으로 화가의 길 개척

제 아버지께서는 공무원이셨어요. 지방의 한 미군 부대 근처에서 살았는데, 초등학교 때 방학 숙제로 그림을 두 점 그렸어요. 미군들의 모습과 설경을 그렸죠.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깜짝 놀라시며 저를 목말을 태우고 교무실로 가셔서 다른 선생님들에게 자랑을 하셨어요. ‘선생님들 이거 보세요. 이 그림을 우리 동문이 그렸어요!’ 이렇게요. 그래서 ‘내가 그림을 잘 그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칭찬의 힘이 대단하죠? 어릴 때 받은 칭찬이 제 진로를 만들어 준 거죠.

그때부터 그림 그리는 일을 좋아했어요. 학교 다닐 때는 미화부장을 줄곧 맡아 교실 뒤에 그림을 그려 붙여 놓기도 했고요. 그런데 아쉬운 건 제가 어릴 적 미술학원에 다녀본 적이 없어요. 어릴 적부터 일반 회화를 배웠으면 ‘그림에 더 쉽게 눈을 뜰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집도 워낙 가난했고요. 아버지께서 공무원 일을 못하게 되면서 더 가난하게 됐어요. 공책 하나 살 돈이 없을 때도 있었고요.

미술학교 진학하고 싶었지만 어림도 없었죠. 고등학교를 공업학교에 갔지만 제대로 전공을 공부할 수도 없었어요. 그래도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제대로 그림을 배우지 못한 제가 그림으로 인정을 받기 위한 방법은 공모전밖에 없었어요. 당시 국전이 있었지만 심사 비리로 없어지고나서 몇 년 후 미술대전이 생겼어요. 미술대전에 공모했는데, 다행히도 입선했어요. 가능성이 보였죠. 다음에 파스텔로 인물화를 그려서 출품했는데, 또 입선했어요.

그런데 그림만 잘 그린다고 화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내 문제점이 뭔가 고민하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기도 했어요. 한동안 그림을 쉬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다시 미술대전에 출품을 했는데, 특선을 했어요. 이후로 연거푸 특선 4번을 받은 후, ‘구상전’이라는 단체에 들어가서 작업을 했어요. 계속 그림을 그리다 보니 여기저기서 심사위원으로 불러주기도 하더라고요. 나중에는 미술대전 심사위원장도 했었죠.

미술계에서 독학으로 그림을 그려 이름을 알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누군가가 끌어주고 당겨줄 인맥이 있어야 하죠. 대학에서 그림을 전공했냐 아니냐 이런 것도 따졌고요. 그러다가 나중에 미술대학에 들어가고, 홍익대 대학원에서 공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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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말 그림’ 하면 장동문

저는 태중 교우예요. 할머니께서 독실한 가톨릭신자셨어요. 부모님과 부모님의 형제들도 열심이셨고요. 고종사촌 형은 사제가 되기도 했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신앙 안에서 성장했어요. 아침, 저녁기도는 기본이었고요.

어릴 적에는 집 근처에 성당이 없어서, 주일에 미군 부대 안에 있는 성당에 다녔어요. 주일에는 일반인도 미군 부대 출입을 할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미사를 마치고 나면 음식을 주기도 하고요. 어느 주님 부활 대축일이었는데요, 미군 부대 기마대 사열을 볼 기회가 있었어요. 미군이 말을 타고 나오는데, 말이 너무 멋있는 거예요. 그때의 기억으로 강렬했었나봐요. 나중에 성인이 돼서 ‘구상전’에서 활동할 때, 말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것이 평생 이어질 줄은 몰랐어요.

처음에는 말갈퀴 하나하나 다 그려서 사실적으로 묘사를 했는데, 몇십 년을 말 그림을 그리다 보니 작업에 변화를 주고 있어요. 말의 개성적인 형태와 조형성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구상과 입체, 추상이 혼합된 그림을 그려요. 보통 사람들은 말을 옆으로 그리고 되는데요, 저는 말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구상을 통해 정면에서는 볼 수 없는 말의 엉덩이까지 다 표현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현대적인 구성으로 말의 배경도 처리하고요. 이제는 ‘말 그림이라고 하면 장동문 작가다’라는 말을 듣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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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성 베르뇌 시메온 주교, 성녀 소화데레사, 윤공희 대주교, 정진석 추기경, 성 다블뤼 안토니오 주교, 성 김 루치아 초상화

교회미술 발전에 헌신하고파

교회 미술은 주로 초상화를 그렸어요. 1986년쯤 당시 서울 주교좌명동본당 주임이었던 고(故) 김병도(프란치스코) 몬시뇰의 의뢰를 받아 서울대교구 역대 교구장 초상화를 그렸어요. 말을 사실적으로 그려온 제 화풍이 초상화를 그리는 데 도움이 됐어요. 성당 제의방에 제1대 교구장 브뤼기에르 주교에서부터 당시 교구장이었던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까지요. 나중에 정진석(니콜라오) 추기경까지 그렸죠.

그리고 중간중간 의뢰를 받아 서울 대방동성당에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와 성 정하상(바오로) 초상화를 그렸고, 수원교구 보정본당 주보성인화도 그렸어요. 몇 년 전에 주교회의에서 103위 성인화를 다시 제작할 때는 성 이소사(아가타)와 성 김 루치아 초상화를 맡아 그리기도 했고요. 욕심 같아서는 성당 십자가의 길 등을 구상 형태로 그려보고 싶고, 종교화 쪽으로도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데, 기회가 여의찮네요.

그래도 반구상식으로 다양한 종교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나름의 성미술 작품들을 모아 선보이는 전시회를 여는 가톨릭신자 작가들의 활동이 부러워요. 저도 언젠가는 한번 제 작품들을 모아 전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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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문(요한) 작가는
1952년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났다. 홍익대 미술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91년 첫 개인전 이래 국내외에서 42회의 개인전을 열고 400여 회의 단체전에 참가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한민국미술대전과 구상공모전, 일본 청추전에서 수상했다. 수원대 미술대학원 서양화과 주임교수, 한남대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