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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가톨릭청년, 희망을 말한다 - 희망과 열정의 현장 / 서울 방배동본당 봉사활동 단체 ‘동살’

이우현 기자
입력일 2014-03-26 수정일 2014-03-26 발행일 2014-03-30 제 2888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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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가 아니라 신앙 실천 중이죠”
서울 방배동본당 청년 봉사활동 단체 ‘동살’단원들이 하상바오로의 집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앙을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실천해 나가려 노력하는 청년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교회의 희망이다.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스스로 신앙을 키우고 삶에서 교회의 가르침을 실천하려 노력하며 살아가는 청년들의 현장을 함께

만나보자.

서울 가락시장 내 노숙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소, 하상바오로의 집에는 매월 넷째 주 토요일이면 특별한 봉사활동팀이 찾아온다. 그 주인공은 2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서울대교구 방배동본당 청년 봉사활동 단체 ‘동살’(‘동녘햇살’의 줄임말)의 단원들이다.

지난 3월 23일, 다시금 하상바오로의 집을 찾은 ‘동살’은 실내 청소부터 열심이다. 힘 좋고 젊은 봉사자들이 많이 모인만큼 현장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봄맞이 대청소가 한창이다. 음식을 만드는 주방은 물론, 화장실까지 단원들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이쪽은 때가 잘 벗겨지지 않는데, 어떻게 하지?” “이렇게 문질러주면 때가 지워질 거예요. 좀 더 세게 문질러 보세요.”

혼잣말처럼 내뱉은 한마디에도 주위에 있던 친구들이 나서 도움을 준다. 너나 할 것 없이 내일처럼, 내 집처럼 적극적이다. 단원들의 빠른 손놀림이 지나간 자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깨끗하다.

하루 동안 단원들은 청소로 시작해 설거지 및 뒷정리까지 전 과정을 아우른다. 함께한 어르신 봉사자들이 음식의 맛을 담당한다면, 단원들에게는 주로 많은 힘과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 주어진다.

점심시간 훨씬 전부터 문 앞을 메우고 있던 이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단원들의 손놀림이 더욱 분주해진다. 식사가 끝난 식판을 받아들고는 설거지에 여념이 없다. 음식들의 잔해(?)가 식판에 어지럽게 붙어있어도 눈살 한 번 찌푸리지 않는다.

“항상 봉사하러 오는 날이 기다려져요. 하느님께서 제게 이렇게 봉사할 수 있도록 해주심에 감사할 따름이지요. 이곳에서 배불리 식사하시고 돌아가시는 분들을 뵐 때면 더욱 감사한 마음입니다.”

단원 전지성(레지나·31)씨는 오늘도 주방 벽에 붙은 ‘자원 봉사자를 위한 기도’를 되새겨 본다. 하루 250여 명. 일단 식사가 시작되면, 허리 한 번 펼 여유조차 없지만 단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한가득이다.

“주말 반나절의 여유를 버리고서 이렇게 찾아와 주는 청년들이 있다는 사실이 반갑고 대견합니다. 궂은 일도 불평없이, 책임감 있게 해내는 모습을 보니 더욱 예쁘네요. 그 모습들 덕분에 우리도 편하게 일거리를 부탁할 수 있어요. 이들 청년들을 통해 신앙을 가진 친구들은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봉사자들 틈에서 바쁘게 움직이던 하상바오로의집 김민희(글라라) 수녀(마리아의전교자프란치스코수녀회)도 한마디 던진다.

식사를 위한 발길이 뜸해질 무렵, 본격적인 뒷정리가 이어졌다. 하루일과를 마친 단원들에게는 무거운 주방기구들도 왠지 가볍게 느껴진다. 함께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봉사는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던 제가 건강한 신체를 통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점에 보람을 느낍니다. 처음에는 어렵게만 느껴지던 봉사활동도 함께 하는 이들이 있어 더 즐겁습니다. ‘동살’을 만들고 키워온 선배님들이 지금껏 함께 해 온 것처럼 우리도 그 마음을 끝까지 이어 나가야겠지요.”

‘동살’단원들의 봉사활동 모습.

이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