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하)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1-06-22 수정일 2021-06-22 발행일 2021-06-27 제 3251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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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고 일하며’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헌신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서울수녀원 성남분원의 수녀와 봉사자들이 독거노인들을 위해 도시락반찬을 만들고 있다.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서울 수녀원 제공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는 성 베네딕토의 가르침에 따른 수도의 삶을 통해 참으로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가운데 세상의 복음화를 위해 기여한다. 이런 수녀회의 영성은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라는 말로 구체화된다. 바로 기도와 공동생활, 그리고 일(선교활동)을 통해 표현되는 것이다.

수녀회는 베네딕도회 영성의 중심인 공동기도와 공동생활을 중시한다. 분원에서도 최소한 4명 이상의 수녀들이 함께 거주하며 공동으로 기도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예외도 있다. 특히 전례에 따른 기도에 충실하고, 성경을 읽고 기도하고 관상하는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도 중시하고 있다.

수녀회의 일, 곧 선교활동은 정해진 형태를 두지 않고 있다. 수녀회는 이 시대의 이 지역의 교회가 필요로 하는 모든 분야에서 베네딕도회의 기도생활과 공동생활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사도직에 종사한다.

수녀회는 1925년 한국 진출 당시부터 본당선교와 의료, 교육 분야에서 적극적인 사도직 활동을 펼쳐왔다. 원산 프리오랏(수녀원)은 신고산, 회령, 청진, 함흥, 흥남 등지에 분원을 설립하고 ‘성심의원’, ‘마리아 도움 시약소’, ‘해성학교·유치원’, ‘호수천신학교’ 등 다양한 의료·교육 기관을 운영했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교육도 했다.

원산 프리오랏은 1949년 북한 정부가 폐쇄시켰지만, 그 사도직은 대구와 서울 프리오랏에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1956년 원산 프리오랏에서 활동하던 수녀들이 대구로 다시 모여 대구 프리오랏을 세웠다. 대구 프리오랏의 수녀들은 원산에서 해온 활동에 이어 본당 선교와 함께 ‘대구·창원 파티마병원’, ‘김천 성의여중·고’, ‘함창 상지여중·고’ 등 의료·교육기관을 운영하며 선교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대구 프리오랏에서 수년간 준비하여 1987년 분가하여 서울 프리오랏이 설립되면서 수녀회의 사도직 영역은 더욱 다양화됐다. 서울 프리오랏은 제1차 총회에서 작성한 규범에서 ‘가난한 사람들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가능한 한 큰 사업체를 지양하고 본당사목을 비롯한 다양한 사도직을 통해 병자와 노인, 억압받는 이들과 소외된 이들에게 봉사하고 있다.

교구 내에는 서울 프리오랏 소속 분원들이 성남, 원곡, 기천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1975년부터 자리 잡은 성남 분원은 서울시내 판자촌 정리 사업으로 밀려난 철거민, 가난한 노동자들을 돕는 활동을 해왔고 현재도 상대원본당을 중심으로 사도직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건강한 자아형성을 위한 모래놀이 상담 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독거노인들을 위해 도시락반찬을 만들어 배달하며 시대에 발맞춰 힘없는 이들의 지렛대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1993년 설립된 원곡 분원은 청각언어장애 어르신을 위한 공동체인 ‘성요셉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2004년 기천리에 마련한 교육센터는 어린이들이 숲을 체험하며 자연을 배우고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시작했으나, 코로나19 이후 말씀에 갈증을 느끼는 이들에게 피정으로 신앙생활에 활력을 주고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