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 ‘제가 왜 가야 하나요’ 하고 반문했더니 ‘가 보면 안다’고 응답하셨죠. 순례 여정이 못 이겨낼 고통이 아니라 제 상처들을 아물게 하시려고 계획하신 것일 줄은 그땐 몰랐답니다.”
본당 청년부 공지를 듣고 제20기 청년 도보성지순례에 참가한 이수민(발레리아·25·제2대리구 성포동본당)씨. 순례 경험은 어린 시절 복사단 피정뿐인 그가 7박8일 총 203㎞ 강행군을 스스로 나서 컨디션 난조에도 완주해낸 건 치기에서 나왔을까. 이씨는 앞서 고백했듯 “예수님의 알 수 없는 부르심이 진정한 동기”라고 밝혔다.
기도가 식별의 눈을 줬다. 가야 할 이유를 성체 조배 안에 내어맡기자 “예수님의 이끄심은 뭔가 다르다”는 영적 직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끄심은 순례 첫날부터 구체화했다. 발대미사 중 이씨의 묵상 속에 예수님께서 내면의 상처를 정확히 보고 계신다는 선명한 느낌이 다가온 것이다.
“정리해보니 인간관계의 아픔이었어요. 다른 것도 많지만 특히 제가 원망해 마지않는 어떤 사람에 대한 상처가 가장 컸죠.”
좋지 않은 몸 상태로 순례를 이어가던 이씨는 “그 사람도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고 전했다.
묵상은 다음날 아침 미사에서 치유 체험으로 이어졌다. 그 사람이 원망스럽지 않을 뿐더러 이씨의 오랜 슬픔도 가신 것이다.
“인간관계로 상처받아 자기 전에도, 자다 깨서도 울었어요. 그토록 쓰라렸던 마음이 아물자 미사 중 천천히 용서하고, 그만큼 많이 울었습니다.”
순례가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컨디션 난조에 폭염, 궂은 날씨를 무릅쓰고 하루 30㎞ 넘게 걷느라 고통이 컸다.
“4일차쯤 포기도 생각했다”는 이씨에게 힘을 준 건 이타심이었다. 이씨는 “도리어 어린 참가자가 ‘언니, 괜찮아?’ 하며 챙겨줄 때 부끄러웠다”며 “예수님이 자신을 세상에 심으신 소명을 말씀해주신 기억을 떠올려 고통 속에도 사람들을 도우며 이겨낼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부르심을 묵상하며 고된 순례를 완주한 이씨. 그는 ‘주님께서 주시는 사랑스러운 고통’이라는 노랫말처럼 청년들이 순례를 힘든 길보다 극복과 치유의 신비로 느끼길 희망했다.
“예수님은 100의 힘이 필요하면 85만 채워주세요. 우리가 이겨내는 경험을 원하시는 거죠. 부르심을 묵상하며 끝까지 걸으면 참된 치유를 체험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