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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기획 - 공소의 재발견] 춘천교구 방산공소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2-07-17 수정일 2012-07-17 발행일 2012-07-22 제 2805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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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아픔 서린 현장 체험하며
우리 민족의 평화통일·일치 염원
국토의 정중앙에 위치해 ‘우리나라의 배꼽’이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 양구. 하지만 동시에 양구는 남한의 북쪽 끝이기도 하다. 분단의 아픔을 끌어안고 있는 양구에는 한 공소가 청정의 자연 속에서 조용히 통일을 기다리고 있다. 춘천교구 양구본당(주임 홍기선 신부)이 관할하는 방산공소(강원도 양구군 방산면 장거리43길 16-12)가 바로 그곳이다. 무더운 여름, 신앙 안에서 통일도 기원하며 깨끗하고 시원한 계곡물을 만나고 싶다면 방산공소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뿌리 깊은 믿음으로

방산공소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공소(公所)’ 없는 공소공동체였다. 방산공소 신자들은 신자들의 집을 돌아가며 공소예절을 바치고 미사를 봉헌해왔다. 하지만 이 방산공소에 처음부터 공소건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방산공소 공동체의 신앙의 역사를 깊기만 하다. 1920년대 춘천 곰실공소가 본당으로 승격될 때 초대 주임신부였던 김유용 신부의 사목시절 문서를 보면 이 방산공소를 방문했다는 기록이 있고 1947년 양양본당 이광재 신부 당시에도 방산공소가 성사계획에 들어가 있었다는 내용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1960년 구인란 주교 사목방문 시 허름한 공소건물이 철거된 이래 2년 전 새 성전이 건축되기까지 50년 동안 성전 없는 신앙생활을 이어왔다. 그리고 하화식 신부가 양구본당 주임으로 사목하던 시절에 새 성전을 짓고 봉헌할 수 있었다.

반세기동안 성전 없이 신앙생활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뿌리 깊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방산공소 일대는 박해 시절 산속으로 숨어온 신자들이 교우촌을 형성했던 곳이다. 양질의 고령토로 옹기나 자기 따위를 만들기에 적합했던 방산지역은 옹기를 구우며 생활했던 신앙 선조들이 박해를 피해 자리 잡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아직도 방산면 이곳저곳에는 적지 않은 수의 가마와 가마터가 남아 있고 방산자기박물관 인근에는 옛 가마터를 발굴해 복원하기도 했다. 공소 바로 왼편에도 옛 가마가 보존돼 있어 신앙 선조들의 자취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공소 내부.
공소 옆 가마의 모습.

■ 통일을 기다리며

휴전선에서 불과 약 10km.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를 지척에 둔 방산공소. 방산공소는 2010년 새 성전을 지으며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의미로 봉헌된 성전이다. 이 일대는 6·25전쟁 중인 1951년 치열한 전투들이 끊임없이 벌어졌던 곳이다. 피의 능선 전투, 펀치볼 전투, 가칠봉 전투, 단장의 능선 전투, 백석산 전투 등 큰 전투를 비롯한 수많은 전투는 숱한 생명을 앗아가 전쟁의 상처를 남겼다. 현재 공소 뒤편으로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옛 공소 터에는 백석산 전투에서 전사한 이들을 위한 위령탑이 자리하고 있다.

또 공소 인근에는 분단의 아픔을 기억할 수 있는 장소도 많다. 서쪽으로는 평화의 댐이 자리하고 있고 동쪽으로는 제4땅굴과 을지 통일전망대가 있다. 또 전쟁 중 목숨을 잃은 이들을 기리는 위령비가 곳곳에 세워져 당시의 치열했던 전투를 기억하게 해준다. 또 두타연계곡 등 일부 지역에서는 철조망과 지뢰밭이 남아 있어 아직도 씻기지 않은 전쟁의 상처를 말해주기도 한다.

평화의 댐.

■ 천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조용한 산골 마을인 방산면은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깨끗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분단의 아픔을 말하는 비무장지대는 오히려 수려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켜냈다. 공소에서 도보로 10~20분 거리에는 직연폭포가 자리하고 있다. 불과 15m의 짧은 낙차지만 물줄기가 곧바로 떨어지는 모습이 아름다워 직연(直淵)이란 이름이 붙었다. 폭포는 그 자체도 아름답지만, 병풍처럼 펼쳐진 산세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또한, 주변에는 인공폭포와 산책로가 조성돼 있으며 폭포에 이어진 수입천을 따라 휴양지가 마련돼 있다.

공소에서 차량으로 20여 분 이동하면 두타연 계곡도 만날 수 있다. 철조망과 지뢰밭에 둘러싸여 사람의 흔적이 남지 않은 이 두타연 계곡에서는 금강산에서 흘러나온 맑은 물살이 폭포를 이루는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입장을 위해 최소 하루 전에는 군청 담당 부서에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는 하지만 푸른 숲과 하얀 암석, 수정처럼 맑은 물이 절묘하게 이루는 풍경을 마주하노라면 지극히 사소한 절차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이 천연의 아름다움을 만나기 위해 방산공소의 숙박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다. 숙박 가능한 곳은 방산공소 1층과 성전 옆 건물로 욕실, 주방 등의 시설이용도 가능하며 비용은 각각 15만 원(20명 수용 규모), 10만 원(10명 수용 규모)이다.

※ 방산공소 숙박이용문의 : 010-7179-8076 김영란(스텔라)

백석산 전투 위령탑. 옛 공소 건물이 있던 자리에는 현재 위령탑이 세워졌다.
직연폭포.

◆ ‘DMZ성당’을 아시나요?

“신앙도 챙기고 공소도 도와요”

‘DMZ성당’. 조금은 생소한 이름의 이 성당은 사실 본당이나 어떤 성당 건물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춘천교구 양구본당의 방산·동면·해안공소 3곳을 묶어 이르는 별칭이다.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에 면해 있는 공소들의 특징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DMZ성당’의 관할구역에는 그 이름에 걸맞게 이른바 ‘안보 관광지’가 많다. 방산면에는 평화의 댐에 가깝고 백석산전적비가 있으며 동면에는 피의 능선·펀치볼지구전적비, 해안면에는 제4땅굴, 을지전망대, 전쟁기념관, 양구통일관 등이 있어 분단의 현실과 통일을 염원하는 산 교육의 장이 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도 가득하다. 방산면에는 두타연, 직연폭포, 수입천휴양지, 독수리도래지 등이 유명하며 동면에서는 팔랑폭포, 생태식물원, 야생동물생태관을 만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DMZ성당’ 지역 어디에서도 푸른 산과 맑은 물의 빼어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또 ‘DMZ성당’ 인근 여행시에는 신앙생활도 챙기며 공소도 도울 수 있다. ‘DMZ성당’에서는 매주일 오전 8시30분(해안공소), 오전 10시30분(동면공소), 오후 2시(방산공소)에 미사를 봉헌하고 있으며 해안공소에는 토요일 특전미사(오후 8시30분)도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양구본당 보좌로 ‘DMZ성당’을 사목하고 있는 유창영 신부는 “공소는 ‘국내 선교지’나 다름없다”며 “아기가 성장할 때까지 모든 면에서 보살피는 것처럼 공소가 홀로서기 위해서도 지속적인 도움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공소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DMZ성당 후원 : 농협 35-0420-2815-53 (재)춘천교구

공소 외관.

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