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23) 새 사제의 영성 (2)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4-02-04 수정일 2014-02-04 발행일 2014-02-09 제 2881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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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은땀’ 흘리며 정성스럽게(?) 안수하는 새 사제
“아니, 무슨 대형 사고가 터진 거야? 그냥 제대 위에서 쓰러져버렸어?”

머리를 긁적이던 신부님은 웃으며,

“그게 아니라, 또 다시 아랫배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물 설사가 나오려는 거야!”

“아이고, 이런! 그래서 어쨌어?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은 다녀 온 거야?”

“형, 그러지 못했어. 제대 앞 계단에 연세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몸이 아프신 분들 이런 분들이 무릎을 꿇고 첫 강복을 기다리고 계신데, 그걸 보니 차마 제의 입고 화장실엘 달려 갈 수가 없었어!”

“그런데 물 설사가 참아져? 그게 가능해?”

“응, 형, 그게 가능하더라. 마음속으로 ‘주님, 주님’ 외치면서, 항문 끝에 힘을 꽉, 정말 어금니 꽉 깨물고 있으니 가능했어. 암튼 그렇게 안수를 주었지. 그렇게 대충 30분 정도 지나니 온 몸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얼굴은 하얗게 질리는 거 있지! 또한 한 시간 정도가 지나니 그냥 쓰러질 것 같았고, 강복 주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거야! 그런데 이런 나를 주임 신부님이 보신거야. 신부님이 오시더니, 신자들에게 ‘우리 신부님, 잠깐만 쉬고 할게요!’ 하면서 나를 사제관으로 데리고 가시는데, 사제관 문이 열리자마자, 이빨이 부러지듯 어금니를 꽉 깨문 입으로 ‘신부님, 사제관 화장실 사용해도 되나요?’ 그제야 사태를 다 파악하신 신부님은 내 손을 잡고 화장실로 인도해 주셨고, 거기서 제의를 벗음과 동시에 거대한 전쟁을 치렀지! 휴…. 그리고 화장실을 나오는데, 본능적으로 성호가 그어지면서,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고 소리친 거 있지!”

나는 눈물을 흘리며 웃다가 물었습니다.

“그렇게 배가 아팠으면 화장실 좀 다녀오지 그랬어?”

“말도 마, 형. 처음에 몇 분 안수를 주면서부터 땀이 줄줄 흐르더라. 그래서 도저히 못 참겠다 싶어, 고개를 들고, 잠깐 쉬는 척, 화장실을 가려는데, 신자들이 서로에게 ‘쉬쉬’하는 거야. 손은 떨고, 식은땀을 흘리며 안수를 주는 내 모습이 거룩해 보였는지, 내가 고개를 든 것조차, 주변이 소란스러워 그러는 줄 알고 신자들은 더 조용히 하라며, ‘쉬쉬’하는데! 화장실은 가고 싶어 죽겠고, ‘쉬쉬’ 소리까지 들으니, 그거 더 미치는 거 알지! 암튼 성당 안은 고요해 지고, 모든 분들이 조용히 눈을 감고 첫 강복 차례를 기다리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제의 입고 화장실 가기가! 정말 주님만 믿고, 꾹 참았지! 그리고 신자들 혹시 더 큰 소리로 ‘쉬쉬’ 할까봐!”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됐어?”

“뭐, 그 자리에 계신 분들에게 나는 영성적으로 거룩한 신부가 되어 버렸지. 화장실 다녀온 후 성당에 돌아오니, 신자들은 한 분도 미동하지 않고, 나를 기다리며 기도하고 계시더라. 그래서 더욱 정성을 다해 안수를 드렸지! 근데 배 아픈 걸 너무 참아서 그랬는지, 그 날 하루 종일 손은 부들부들 떨리더라. 손은 알더라,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바로 그 떨리는 손으로 강복을 주다 보니 거룩해 진거지!”

새 사제 영성, 신자들 한 분, 한 분이 너무나 소중하고, 기도하는 모습이 거룩하여, 생리적 현상까지 극복할 정도로 ‘믿음과 겸손이 강한 영성’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