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존중받는 더 나은 세상 이뤄지길”
민주노총 활동 중 구속영장
영장실질심사 앞두고 분신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김시몬 시몬 신부)는 노조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며 분신해 숨진 민주노총 강원건설본부 3지대장 고(故) 양회동(미카엘) 열사의 장례미사를 6월 21일 오전 8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층 행사장에서 김시몬 신부 주례로 거행했다.
불법 하도급 등 건설 현장의 부조리함을 바꾸고자 노동조합에서 활동해 온 고인은 2022년 민주노총 강원건설본부 3지대장을 맡으며 동료들이 최소한의 노동조건이 지켜지는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애썼다.
그러나 그의 노조활동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공갈)’이라는 혐의가 씌워졌고 지난 4월 검찰은 양회동 지대장을 포함한 노조 간부 3명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춘천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1일 양회동 열사는 제 몸에 불을 댕겨 분신했고, 다음날 숨을 거뒀다. 그는 유서에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꼭 만들어달라”는 내용을 남겼다.
서울대교구와 부산·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빈민사목위원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JPIC분과, 한국천주교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연합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이 공동주관한 이날 장례미사는 유가족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정의당 심상정(마리아) 의원 등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미사를 주례한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시몬 신부는 “노동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주장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현실에 직면한 의로운 노동자가 하느님 나라로 가게 됐다”며 “이같이 안타까운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기에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다짐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5월 19일 오후 7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열린 양회동 열사 추모 촛불문화제에서 미사를 집전한 유경촌(티모테오) 주교는 “모든 인간이 존중받고 특히 노동자가 존중받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일 것”이라며 “포기하지 않고 투쟁할 때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노동으로 존중받는 사회가 올 것이고, 이는 깨어 있는 사람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