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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가톨릭신문사 중국 헤이룽장교구 방문 이모저모

곽승한 기자
입력일 2009-03-11 수정일 2009-03-11 발행일 2009-03-15 제 2639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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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교회 발전 위해 함께 노력해요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창영 신부와 중국 조선족 신자들이 미사 후 성모성심성당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국 둥베이지방 (헤이룽장성)
헤이룽장교구장 위에푸셩 신부
가톨릭신문이 중국 교회의 복음화와 일치를 위한 또 한 번의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창영 신부와 특별취재팀은 2월 21~22일 중국 헤이룽장성(黑龍江省, Heilongjiang) 하얼빈시(哈爾濱市, Harbin) 소재 ‘헤이룽장교구’를 방문, 교구장 위에푸셩(岳福生·44) 신부 등 교구청 사제단과 만나 형제적 친교와 연대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이창영 신부의 이번 중국 헤이룽장교구 방문은 교구장 위에푸셩 신부와 중국에 거주하는 최선옥 수녀(전 가톨릭대 성모자애병원장·한국순교복자수녀회)가 이신부를 공식 초청함에 따라 성사된 것이다.

이창영 신부는 1박2일동안 하얼빈시에 머물며 헤이룽장교구청과 최선옥 수녀가 운영하는 노인요양시설 ‘약슬정양원’(若瑟靜養院) 등을 둘러보고, 교구청 내 성모성심성당과 예수성심성당에서 중국 한족 및 조선족 신자들과 두 차례의 주일미사를 봉헌했다.

○…이창영 신부와 특별취재팀이 중국 하얼빈 공항에 도착한 2월 21일 오후. 흑룡강교구장 위에푸셩 신부를 비롯한 교구 관계자들은 공항까지 직접 마중 나와 손님들을 따뜻하게 맞았다. 특히 위에 신부는 또렷한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일행 모두와 악수를 나누고 포옹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방문 첫날 헤이룽장교구가 공식적으로 마련한 간담회와 만찬 자리는 한국과 중국 두 나라 교회의 형제적 관계를 거듭 확인하는 장이었다. 이창영 신부는 이날 헤이룽장교구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나아가 세계적으로도 역사적 의미가 깊은 장소를 방문하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찬란한 역사를 일궈온 중국과 중국 교회는 아시아 교회의 중심이며, 아시아 복음화를 위해 중요한 소명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신부는 또 “힘들고 어려운 지역을 위해 하느님께서 큰일을 하시리라 믿는다”며 “하나의 믿음 안에서 한 형제인 헤이룽장교구의 발전과 복음화를 위해 무슨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면서 지속적인 교류와 연대의 뜻을 전했다. 위에푸셩 신부는 “헤이룽장교구는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까울 뿐 아니라 헤이룽장에서 탄생한 한국인 사제도 많아 한국 교회와는 특별한 끈으로 이어져 있음을 느낀다”며 “여러 모로 교구에 도움을 주고 있는 한국 교회와 신자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화답했다. 그는 이어 교구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성소자 양성 방안과 복지시설 건립 계획 등을 설명하고 “중국 교회가 맞닥뜨린 사목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많이 기도해주길 바란다”며 한국 교회의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이창영 신부는 하얼빈 방문 이틀째인 2월 22일 오전 8시 교구청 3층 예수성심성당에서 헤이룽장교구 사제단과 주일미사를 봉헌, 중국 대륙에서 꿋꿋이 신앙의 여정을 걸어온 한족 신자들에게 형제적 사랑과 연대의 정신을 전했다.

이 신부는 이날 미사 강론에서 “올해 의거 100주년을 맞은 한국의 안중근 의사는 이곳 헤이룽장에서 순교자적 삶을 사신 분”이라고 강조하고, “중국, 나아가 아시아의 복음화는 안 의사와 같은 삶을 살아갈 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이어 “오늘날의 진정한 순교는 순교자적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이며, 순교 정신의 핵심은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과 용서의 삶에서 찾을 수 있다”면서 “사랑과 용서의 삶을 통해 이웃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 교구청 2층 성모성심성당에서는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면면히 신앙을 이어온 중국 조선족 신자들을 위한 공동체 미사가 봉헌됐다. 이 미사에는 헤이룽장교구의 유일한 조선족 사제인 리용철 신부와 하얼빈에서 유학중인 이헌우 신부(수원교구)를 비롯한 40여 명의 신자들이 함께 해 뜨거운 형제애를 확인했다.

이창영 신부는 미사 강론을 통해 “올해로 의거 100주년을 맞은 안중근 의사는 자신의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믿음을 증거한 시대의 참 애국자이자 신앙인이었다”며 “신앙 선조들이 보여주신 모범을 따라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며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공동체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헤이룽장교구’는

지린성(吉林省), 랴오닝성(遼寧省)과 함께 동북3성(東北三省)을 이루는 헤이룽장성은 중국 최북단 동북부에 위치한 성이다. 남쪽으로 지린성, 서쪽으로 네이멍구자치구와 닿아있으며, 러시아와도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면적은 46만㎢로 중국 국토의 4.8%를 차지하며, 성도(省都)는 하얼빈이다.

1931년 설정된 헤이룽장교구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국 교회 신자들의 발걸음이 빈번해진 곳 가운데 하나다. 특히 헤이룽장교구 주교좌성당과 해북진(海北鎭)성당을 한국 신자들의 도움으로 지을 정도로 한국 교회와는 오래 전부터 형제적 관계를 이어왔다.

2008년 현재 헤이룽장교구에는 교구장 위에푸셩 신부를 비롯해 39명의 신부가 사목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명은 90세를 넘어 사목 일선에서 은퇴했다. 일선에 있는 37명의 신부들 가운데 교구장과 교구장 비서로 활동하고 있는 3명의 신부를 제외한 33명의 신부들이 관할 사목구 내 110개 본당(공소 포함)에서 사목하고 있다. 신자 수는 약 6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헤이룽장교구의 한 축을 이루는 ‘하얼빈 조선족 천주교회’는 1920년대부터 공동체를 이뤄왔다. 19세기말 중국의 중동철도(中東鐵道) 부설과 더불어 폴란드 및 러시아 국적의 가톨릭 신자들이 하얼빈에 유입된 것이 근간이 됐다.

현재 헤이룽장교구청 2층 성모성심성당을 본당으로 두며, 리용철 신부를 중심으로 조선족 및 한국인 유학생 등 50여 명의 신자들이 신앙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 헤이룽장교구장 위에푸셩 신부

“한국 교회를 모범으로 삼겠습니다”

“헤이룽장교구는 한국 교회와 아주 친밀한 관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 교구가 걸어가는 길에 하느님께서 함께 하고 계심을 깊이 느낍니다.”

동토의 땅 시베리아와 국경을 맞댄 중국 최북단에 위치한 헤이룽장교구를 이끌고 있는 위에푸셩 신부는 한국 신자들이 방문한다는 소식에 직접 공항으로 마중 나올 정도로 따뜻하게 맞았다.

“헤이룽장교구가 관할하고 있는 지역 곳곳에는 항일운동에 앞장섰던 조선족들의 숨결이 배어 있고, 지금도 조선족과 한국인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지난 1988년 사제 서품을 받고 98년부터 헤이룽장교구 교구장직을 수행해오고 있는 위에 신부는 형제교회로서 한국 교회의 발전상을 높이 평가했다. 만남 내내 몇 번씩이나 한국 신자들을 따라 배우고 싶다는 뜻을 표할 정도로 한국 교회에 대한 그의 관심은 남달랐다. 청(靑)대부터, 중국에서 가장 복음화율이 높다는 허베이성 탕산(唐山)지역에서 신앙을 지켜온 구교우 집안에서 자란 그에게도 한국 신자들의 신앙은 특별하게 다가오는 모양이었다.

“헤이룽장교구는 이제 막 그림을 그려나가는 백지처럼 시작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한국 교회와 같은 좋은 본보기가 필요합니다.”

나고 자란 고향에서 수천 리나 떨어진 타향에서 문화혁명으로 초토화되다시피 한 교회를 다시 세워나가는 일이 힘에 부칠만한 데도 위에 신부는 낙관적인 모습이었다. 그 낙관이 ‘신앙’이라는 힘에서 나오는 것임을 아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힘겹고 고통스러운 가운데서도 삶에서 가장 좋은 몫으로 신앙을 택하고 그것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있기에 힘들지만 기쁘게 주님께서 열어주신 길을 걸어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교구장을 포함해 40명도 채 안 되는 사제들로 한국의 4.6배나 되는 넓이의 교구를 이끌어간다는 게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위에 신부는 ‘메이 원티(문제없다, 걱정없다는 뜻)’라는 말을 반복했다. 하느님을 믿기 때문이란다.

“주님께서 한 번 뿌리신 씨앗은 결코 쉽게 시들거나 사라지지 않습니다. 당신이 뿌리시고 당신께서 거두시리라 믿습니다.”

신앙을 먼저 받아들이고 전해준 교회이면서도, 불쑥 커버린 형제교회의 모습을 부러워하기보다 자신들 안에 뿌려진 씨앗의 힘을 믿는, 하나의 신앙을 믿는 위에 신부의 모습에서 중국 교회의 밝은 미래가 어렴풋하게나마 읽혔다.

곽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