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YOUTH] 인터넷 중독

조대형 기자
입력일 2012-10-23 수정일 2012-10-23 발행일 2012-10-28 제 2817호 12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자녀와 대화하며 중독 위험성 알려야
# 사례1

중학생 신현철(가명·14)군은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와 곧장 컴퓨터를 켠다. 신군이 즐겨 하는 게임은 1인칭슈팅게임(FPS). 쉽게 말해 총싸움 게임이다. 신군은 빠르게 전환되는 게임 화면에 금세 몰입됐다. 신군이 조종하는 캐릭터의 총구가 적의 머리를 향해 불을 뿜자 화면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부모가 맞벌이인 까닭에 집에 홀로 있는 시간이 대부분인 신군은 저녁 식사도 거른 채 매일 밤 게임 삼매경에 빠진다. 인터넷 게임으로 인해 신군의 학교생활은 엉망이 됐고, 상위권이었던 성적도 곤두박질쳤다.

# 사례2

고등학생 이명희(가명·17)양은 틈날 때마다 컴퓨터 앞에 앉는다. 과제를 하기 위해 접속한 인터넷에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연예 뉴스를 하릴없이 클릭하며 시간을 때운다. 개인 블로그를 관리하고, 중간 중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댓글을 살피느라 이양이 잡은 마우스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애초 인터넷 접속 이유였던 과제는 뒷전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이양은 자신이 인터넷 중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청소년 10명 중 1명이 인터넷 중독이라는 통계자료가 발표됐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2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11년 청소년(10~19세) 인터넷 중독률은 10.4%로 나타났다. 또 10대 청소년의 97.8%가 하루 1회 이상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인터넷 중독으로 야기되는 사회적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많은 전문가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청소년들의 폭력적인 성향, 왕따, 우울증 등의 원인으로 인터넷 중독을 꼽고 있다.

■ 인터넷 중독의 원인

왜 아이들은 인터넷에 빠져들게 될까. 시립보라매 청소년수련관 인터넷 중독 예방상담센터(IWill) 김혜미 팀장은 “아이들마다 인터넷 사용 욕구는 조금씩 다르지만 주로 스트레스 해소와 현실 도피 수단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학원에 치여 사는 요즘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놀이 문화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아이들 사이에서는 PC방 가서 함께 게임을 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됐다”고 지적했다. 또 빠른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온라인상에서는 오프라인과는 달리 별다른 노력이나 어려움 없이 관계를 맺고 끊기가 쉽다는 점도 중독의 한 가지 원인이다.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을수록 인터넷에 쉽게 중독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서울 성동구 청소년상담지원센터 박혜경 팀장은 “부모와 의사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거나 관계가 좋지 않은 아이들일수록 인터넷에 쉽게 중독된다”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부모 가정(10.5%)과 맞벌이 가정(10.4%)에서 청소년 인터넷 중독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2011 인터넷 중독 실태 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 인터넷 중독 무엇이 문제인가

이미 오래전부터 인터넷으로 대인관계 악화, 과다사용으로 인한 생활리듬 파괴, 공격성 증가 등 중독으로 인한 각종 문제점들은 다양한 사례와 통계를 통해 널리 지적돼 왔다.

최근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이 정상적인 지능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관심을 끌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대진·박민현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해력과 어휘력 부분에서 인터넷 중독 청소년들이 일반 청소년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 중독 청소년(59명)과 일반 청소년(43명)을 대상으로 지능검사 비교결과 이해력 항목에서 중독 청소년의 점수가 9.92로 일반청소년의 11.65에 비해 낮았다. 또 인터넷 중독 여중생 만을 따로 분류해 일반 여중생과 비교해 본 결과 어휘력 항목에서도 인터넷 중독 여중생(13)은 일반 여중생(14.5)보다 크게 못 미쳤다.

김대진 교수는 “인간의 뇌는 청소년기에도 활발하게 발달하며, 특히 초기 청소년기는 추상적 사고와 사회적 판단능력이 발달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인터넷 과다사용으로 적절한 학습 기회를 가지지 못해 인지기능이 미숙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아이가 인터넷 중독이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중독에 걸린 아이의 뇌를 하루빨리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인터넷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많은 전문가들은 부모들이 아이의 인터넷 사용을 무조건 나쁘게 바라보고 통제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아이들의 인터넷 과다 사용을 지적하기에 앞서 아이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인터넷 중독 예방상담센터 IWII 김혜미 팀장은 “가정 안에서 자녀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며 “부모는 자녀와 평소 인터넷 사용 습관에 대해 자주 대화하며, 중독의 위험성을 인식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성동구 청소년상담지원센터 박혜경 팀장은 “인터넷 대신 할 수 있는 대안 활동을 고민해야 봐야 한다”며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단체 운동이 좋은 예”라고 말했다.

그 밖에 인터넷 사용일지 작성, 일주일에 한 번 인터넷 휴요일 지정 등도 건전한 인터넷 사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다.

외부기관을 통해서도 인터넷 중독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인터넷 중독대응센터(1599-0075)와 Help call 청소년전화 1388에서는 인터넷 중독 24시간 상담콜센터를 운영 중이다. (재)서울가톨릭청소년회가 서울시로부터 위탁 받아 운영하는 시립보라매청소년수련관 IWii 센터(02-836-1387)의 다양한 치료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조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