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기자노트] 벽지공소의 정초/최창우 기자

최창우 기자
입력일 2014-02-10 수정일 2014-02-10 발행일 1985-01-13 제 1438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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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8천여 주민들이 사는 골짜기가 신정연휴로 조용한 3일 오후였다.

선포제련소가 내려다보이는 동네에서 제련소 직원부부 4명이 손을 들어 부락 여기저기를 가리키며 새로 들어설 공소 후보자를 물색하고있었다. 『언덕배기 위 저기가 경관이 좋기에 적합하다』『부락 한복판에 위치한 여기가 사람들이 모이기에 편하다』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 원주교구 장성본당 석포공소 신자들은 5년전부터 두세가구의 신자들이 제련소 직원아파트에서 공소예절을 시작하다가 3년전 낡은 가정집을 구입해 손수 일하고 제련소에서 자재를 보조받으면서 형편닿는대로 1백만원을 부담、공소로 단장했다.

이 낡은 기와집은 제련소의 한 미신자가 어린 아들을 잃은 통렬한 아픔을 기도로 극복해가는 아내의 신앙에 감동、죽은 아들의 교육보험금 60만원을 믿음의 공동체에 기부한 돈으로 구입했다. 그의 네살박이 아들은 동네아이들을 따라 냇가 얼음위에서 놀다가 얼음사이의 구멍에 빠져 영영 가버린 것이다.

이렇게 세워진 공소가 이제 예비자 8명을 포함해 주일미사 참례자 30여명정도로 커지고보니 장래를 생각해 공소를 이전 신축하기 위해 대지라도 확보해 두려고 이네들은 새해 벽두부터 나선 길이다.

『적입해둔 1백 20여만원으로 널찍한 땅을 마련케됩니다마는 더 큰 문제는 도시본당에서나 흔한 세미나 등이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라고 공소회장 홍광표씨(석포제련소 대리)는 이곳 실정을 알린다.

그렇지만 아무리 돌보지않는 가운데서도 이네들은 지역민을 위한 활동을 하고있다. 이 작은 공동체는지난해 가난한 노부부가 사는 두가정에 쌀 한가마니를 전달하고 지역민 중 심장병에 걸린 어린이 수술비용에 보태기위해 불우이웃을 위한 적립금 중 10여만원을 희사하겠단다.

저녁 햇살속에서 밝기 그지 없는 이네들의 모습들은 가진것이 많아 주님 따르기에 힘겨워진 대도시 본당 신자들과는 퍽 대조적이었다. 초대교회의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최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