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서울 명예시민 선정 엘렌 르브렝 수녀

김신혜 기자
입력일 2015-11-17 수정일 2015-11-17 발행일 2015-11-22 제 2970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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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소설 등 번역해 프랑스에 알리는 일 앞장
35년간 교육사업 매진
하비에르 국제학교 설립도
“‘섬기는 교사’ 되고자 한국 왔습니다”
엘렌 르브렝 수녀는 청소년들을 섬기기 위해 한국에 왔다며, 학생들이 열성을 다 하고 그들이 발견한 것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것을 볼 때 기쁘다고 말한다.
“프랑스 국적을 갖고 있지만 이제는 한국 시민이 됐습니다. 저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입니다.”

서울 하비에르 국제학교 명예교장 엘렌 르브렝 수녀(성프란치스코하비에르사도회)가 한국 땅을 밟은 지 35년 만에 서울시 명예시민으로 선정됐다. 르브렝 수녀는 1980년 9월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 총장이었던 전석재 신부 요청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이후 고려대·서강대 등에서 불어·라틴어·프랑스 고전문학 등을 가르치고 한국 소설을 프랑스어로 번역해 한국 문화를 알리는데 힘써왔다. 르브렝 수녀는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비롯, 서정인·김원일 소설 등을 번역했다.

“박완서 작가 책을 읽을 때 마다 그분의 감수성과 유머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리하게 현실을 비판하면서도 부정적인 단어나 말이 없습니다.”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소설, 시 등을 틈틈이 읽어 온 르브렝 수녀는 스스로를 한국말을 좋아하고 한국 문화 감수성을 프랑스인들에게 전달하는 사람 중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르브렝 수녀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교사로서의 역할’이다. 그는 한국에 들어오면서부터 줄곧 교육자의 길을 걸어왔다.

“청소년들을 섬기기 위해 불문학 선생으로 한국에 왔습니다. 제 제자들이 자기가 하는 일에 열성을 다하고 또 그들이 발견한 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을 보면 정말 기쁩니다.”

르브렝 수녀는 예수님이 군중 가운데 있었던 것처럼 2002년 설립한 하비에르 국제학교 내에서 늘 학생들과 같이 생활하고 있다. 그는 복음에서 사람을 대하는 예수님의 태도를 본받아 교사로서 권한을 유지하되 학생들을 존중하며 함께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행복하게 자라는 게 늘 제 꿈이었습니다. 변화무쌍한 이 세상에서 미래의 자신을 생각하며 책임의식을 지니고, 미래에 대비하도록 돕는 것이 제 임무입니다.”

현재 르브렝 수녀는 하비에르 국제학교에서 라틴어·번역 수업을 맡으며, 은희경 소설 「소년을 위로해줘」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김신혜 기자 (c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