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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야훼’와 ‘여호와’(상)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16-04-20 수정일 2016-04-20 발행일 2016-04-24 제 2991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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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이름은?

신자들 가운데 ‘여호와의 증인’이라고 불리는 이들과 곤혹스러운 만남을 가져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알고 지내던 교우가 ‘여호와의 증인’이 됐다는 소식을 접할 땐 당혹감마저 드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가톨릭교회에서 말하는 ‘야훼’와 ‘여호와의 증인’을 비롯한 많은 개신교에서 쓰고 있는 ‘여호와’가 본디 같은 이름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각기 다르게 부르고 있는 호칭은 구약성경에 나오는 하느님 이름입니다. 다른 이의 이름을 틀리게 말하는 것은 실례입니다. 하물며 지존하신 하느님 이름을 달리 부르는 것은 큰 결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사태의 배경에는 긴 역사와 아직까지도 완전히 풀리지 않는 어려운 문제가 들어있습니다. 오래전 이스라엘 사람들은 22자로 된 알파벳을 썼습니다. 이스라엘인들이 사용한 히브리말 알파벳은, 영어 알파벳과 달리 자음으로만 되어 있습니다. 한 예로 ‘정의(正義)’에 해당하는 히브리말은 ‘ㅊㄷㅋ’식으로만 썼던 것입니다. 또 우리와는 달리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썼습니다. 그리고 읽을 때는 이 자음들에 ‘ㅓ, ㅏ, ㅏ’ 모음을 붙여 ‘처다카’라고 발음했습니다. 구약성경 전체가 이런 식으로 기록되었습니다. 구약의 히브리말을 바탕으로 해서 만든 현대 히브리말도 같은 방식으로 쓰고 읽습니다.

말의 표기법이나 발음법은 시대가 흐르면서 변하기 마련입니다. 마치 오늘날 우리말에 있어 표준어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역사가 오랜 히브리말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원전 6세기 후반, 메소포타미아에 들어선 페르시아 제국과 더불어 히브리말과 비슷한 아람말이 전 근동지방의 관용어가 됩니다. 그래서 (제2경전을 빼고) 히브리말로 쓰인 성경에까지 아람말이 들어갑니다.(에즈 4,8-6,12와 다니 2,4-7,28 등) 이미 예수님 시대에는 유다인들이 아람말의 유다식 사투리를 일상어로 쓰고 있었습니다.

성경은 계속 히브리말로 봉독됐지만,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대중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회당에서 성경이 히브리말로 봉독되면, 곧바로 아람말로 통역을 했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이 하느님을 부르는 호칭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 것입니다.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