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에 희생된 생명… 사망 42일 만에 안식 누리다 각계각층서 1000여 명 참례 광화문광장에서 영결식도
민중집회 도중 경찰 물대포를 맞고 끝내 숨진 고(故) 백남기(임마누엘·전 한국가톨릭농민회 부회장) 농민 장례미사가 엄수됐다.
11월 5일 오전 9시 서울 명동주교좌성당에서 고 백남기 농민 장례미사가 봉헌됐다. 미사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주례했다.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전국 가톨릭농민회 담당 사제단 등이 공동 집전했다. 사제·수도자·평신도를 포함해 1000여 명이 참례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티모테오) 전 대표, 이종걸(그레고리오) 의원,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정치인들도 함께했다. 미사에 앞서 이날 오전 8시10분 경 백씨 관을 실은 운구차가 명동주교좌성당 앞에 도착했다. 고인의 아들 백두산(하상바오로)씨가 영정 사진을 들었다. 백남기투쟁본부측이 백씨의 관을 성전으로 운구했고 백씨 아내 박경숙(율리아나)씨, 딸 백도라지(모니카)·백민주화(유스티나)씨 등 유족들이 뒤따랐다. 염수정 추기경은 “백남기 농민에게 주님의 자비를 간절히 청한다”며 “일찍이 세상에서 주님을 따랐던 백씨가 고향에서 안식을 누리게 해주소서”라고 기도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 “백씨가 누울 장소는 침묵의 장소인 이곳이 아니라 누렇게 익은 벼를 바라볼 수 있는 들녘”이라며 “민주화와 농촌 현실에 무관심했던 우리가 그를 떠밀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아직 공식적인 사과조차 없는 처사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또 “국민을 보호해야 할 분이 책임지고 사태를 해결해 거리에서 권리회복을 외치는 사람들이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백씨 딸 백도라지씨는 “아버지가 세례를 받으셨던 이곳에서 장례미사를 치르게 돼 의미 있어 하실 것 같다”며 “아버지와 함께 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장례미사 후 이날 오후 2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영결식이 열렸다. 11월 6일 백씨 시신은 광주로 이동해 낮 12시 금남로에서 노제가 개최됐으며 오후 5시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 안장됐다. 백씨는 지난해 11월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지난 9월 25일 끝내 숨졌다. 백씨 사망원인을 놓고 경찰과 유족간 갈등이 계속돼 왔다. 경찰이 사망원인을 밝혀야 한다며 백씨 시신 부검 영장을 집행하려 하자 이에 반대하는 유족과 시민들의 격렬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방준식 기자 bj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