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WYD 상징물 전달식…2027 서울 WYD 공식 여정 시작의 신호탄
11월 24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지난해 세계청년대회를 주최한 포르투갈의 청년들이 세계청년대회(이하 WYD) 상징물인 WYD 십자가와 ‘로마 백성의 구원자’ 성모 이콘을 2027년 다음 WYD를 주최하는 한국의 청년들에게 전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이번 WYD 상징물 전달식은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이자 제39차 세계 젊은이의 날인 11월 24일 오전 8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하는 미사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이었지만,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들어가기 위해 모인 신자들은 끊임없이 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해 줄을 기다렸다.
미사 전 성당을 가득 메운 신자들은 먼저 묵주 기도를 바쳤다. 의정부교구의 김예나(로사) 씨는 한국어로 묵주 기도 한 단을 선창하기도 했다. 미사 전 교황은 한국의 WYD 상징물 전달식 순례단 청년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이어 제대 왼편에 WYD 상징물인 WYD 십자가와 성모 이콘이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미사가 시작됐다. 이날 미사의 성찬례는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장관 케빈 패럴 추기경이 집전했다. 한국에서 온 청년과 사제, 수도자 60여 명은 양편의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와 서울 WYD 지역조직위원회 총괄 코디네이터 이경상(바오로) 주교도 제대 위에 올라 성찬례를 공동집전했다.
영성체 후 WYD 상징물 전달식이 이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달식에 앞서 특별한 기도를 올렸다. WYD 상징물이 전쟁과 폭력의 시대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위로와 힘의 원천이 되어 달라고 간구한 것이다. 교황은 “어디든지 이 WYD 십자가와 성모 이콘이 닿는 곳은 사람들 사이에 하느님 사랑과 형제애가 샘솟아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르투갈 청년 15명이 제대 곁에 세워져 있던 십자가와 성모 이콘을 들고 제대 앞으로 나왔고, 한국 청년 15명이 십자가와 이콘을 받아 제대 앞에 세웠다. 2027 서울 WYD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십자가를 나눠 진 인천교구 강수민(리드비나) 씨는 “많이 무거울 줄 알았는데, 여러 명이 같이 드니 십자가가 전혀 무겁지 않았다”면서 “십자가를 지고 옮기는 동안 계속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본당 주일학교 교사인 강 씨는 “학생들에게 신앙을 알리는 교사로서 책임감이 더 커지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희망은 더 멀리 내다보게 한다’는 교황님의 말씀을 되새겨 제가 맡고 있는 학생들을 또 다른 청년 사도로 키울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 중에는 제2독서와 예물 봉헌에 한국 순례단원이 참여했다. 독서자로 나선 서울대교구 김시홍(모세) 씨는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전례봉사에 참여하면서 그동안 제가 성악가로서 교구 청년밴드에서 노래를 부르는 등 그간 살아온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인도하신 것이라는 것을 크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WYD라는 행사가 한 청년, 사제, 교구의 힘으로는 절대 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모두가 관심을 갖고 힘을 합쳐야 할 것 같다“면서 “저도 그 안에서 함께 노력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한복을 차려입고 예물 봉헌에 나섰던 광주대교구 민성경(실비아) 씨는 “가톨릭교회의 중심인 로마에서 교회에 관해 배우는 좋은 시간을 보냈다”면서 “특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예물 봉헌에 나선 것은 가톨릭신자로서 가장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또 “미사 후 대성당을 나서는 교황님께서 다정한 할아버지처럼 아이들에게 과자 등을 챙겨주시는 모습에 감명받았다”고 덧붙였다. 청년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민 씨는 “WYD에서 교구대회도 많이 중요한 만큼 광주를 알리는 데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미사 후 성 베드로 광장에서 이뤄진 삼종기도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집무실에 인천교구 유현민(마르티노) 씨와 수원교구 강은비(아녜스) 씨 등 두 명의 한국 청년이 초대됐다. 두 청년들은 교황이 삼종기도를 주례하는 중간 교황 곁에 섰다. 교황은 “오늘 이 두 한국 청년이 WYD 십자가를 받아가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한다”면서 “한국의 청년들에게 박수를 보내달라”고 말했고, 광장을 가득 채운 순례자들은 환호와 박수로 서울 WYD의 시작을 환영했다.
주교회의 WYD 교구대회 준비위원회 위원장 김종강(시몬) 주교는 순례단에게 “오늘 WYD 십자가와 성모 이콘을 전달받았다”면서 “특히 천사의 알림을 마음속 깊이 새겼던 성모님께서 예수님의 어머니가 되신 것처럼 우리가 오늘 받은 감동을 가슴속에 깊이 새기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오늘의 이 감동을 깊이 새겨 우리 이웃에 복음을 증거하고 사랑을 전하며 WYD에 임하자”고 덧붙였다.
■ WYD 십자가와 성모 이콘의 유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이 세상에 구원을 선포한지 1950년째가 되던 1983년 구원의 해를 선포했다. 당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상징인 십자가를 모두가 잘 볼 수 있도록 높이 3.8 미터의 십자가를 성 베드로 대성당 제대에 설치했다.
구원의 해가 끝나며 성 베드로 대성당의 성문을 닫은 교황은 이 십자가를 전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맡겼고, 성 베드로 대성당 인근에 있던 산 로렌조 청년센터가 이 십자가를 보관하도록 했다.
당시 교황은 “희년을 마치며 이 희년의 상징인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젊은이들에게 맡긴다”면서 “인류를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여주는 이 십자가를 세상에 짊어지고 나아가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만 구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선포하라”고 당부했다.
산 로렌조 청년센터는 이 십자가를 관리하며 세상에 선보였다. 첫 번째 순례는 1984년 독일 뮌헨에서 열린 ‘가톨릭의 날’ 행사였다. 이어 프랑스의 루르드로 순례를 떠났다. 같은 해 당시 공산 치하에 있던 체코에도 선을 보였다.
유엔이 정한 세계 청년의 해였던 1985년 성지 주일 약 30만 명의 청년들이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만났는데 그 때에도 이 십자가가 놓여 있었다. 그해 12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매년 성지 주일을 세계 젊은이의 날로 정했고, 1987년에는 전 세계 청년들이 모이는 세계청년대회를 개최했다. 이때부터 이 십자가는 WYD 십자가로 불리게 됐다.
WYD 십자가는 계속해서 전 세계를 순례했는데, 1989년 서울에서 열린 제42차 세계성체대회 중 열린 ‘젊은이의 성찬례’를 위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1996년부터는 WYD 개최국 청년들에게 십자가가 전달되는 전통이 시작됐다. 2008년 시드니 WYD를 앞둔 2007년, 아시아태평양 순례 도중 두 번째로 한국을 순례했고, 이번이 세 번째 한국행이다.
‘로마 백성의 구원자’(Salus Populi Romani) 성모 이콘은 2000년 대희년에 로마에서 열린 WYD 철야 기도와 교황 미사에서 처음 선보였다. 이후 2003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WYD 십자가’의 순례 여정에 ‘로마 백성의 구원자’ 성모 이콘을 함께하도록 했다. 이콘의 원본은 로마 성모대성당에 보관되어 있으며, 화가들의 수호성인인 루카 복음사가가 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