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시민들 표정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6-12-13 수정일 2016-12-13 발행일 2016-12-18 제 3024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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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제1조 확인한 날”
결과 확인하자 장미꽃 나눠주며 환호
정동영 의원 “국회 마땅한 의무 다해”
7차 촛불집회도 100만 명 넘게 참여

국민의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자 대형 태극기를 들고 국회 광장을 행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12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는 영하의 날씨에 아랑곳없이 오전부터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점심 무렵 수천 명까지 불어나더니 탄핵안 찬반 투표가 이뤄지는 본회의가 개의한 오후 3시에는 1만 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박순희(아녜스·70)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지도위원장 등 천주교 신자들도 박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국회 정문에 자리했다. 방송인 김제동(프란치스코)씨 등 유명인들도 눈에 띄었다.

국회와 경찰은 국회 정문을 굳게 잠그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시민들은 광화문 촛불집회에서와 마찬가지로 평화적으로 질서를 지켜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는 일은 없었다.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단체 회원들도 소수 국회 정문에 나오긴 했지만 탄핵안 찬성 목소리에 묻혀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시민들은 스마트폰으로 생중계 되는 탄핵안 표결 과정을 긴장감 속에 지켜보면서도 한 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즉각 퇴진’ 등의 구호를 외쳤고 ‘아침이슬’과 ‘아빠의 청춘’을 목소리 높여 부르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단에 올라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탄핵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즉석 연설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오후 4시10분 스마트폰 화면에 ‘탄핵안 표결 결과 곧 발표’라는 안내 문구가 뜨자 국회 앞은 잠시 침묵에 빠지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검표 위원이 한 쪽 손을 번쩍 드는 장면이 포착되자 몇몇 시민들은 탄핵안 통과를 직감하고 환호성을 터뜨렸다. 환호성은 폭발적으로 확산되며 국회 앞은 일순간에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탄핵안이 당연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부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우려했던 시민들은 찬성 234표라는 압도적 결과를 확인하자 다시 한 번 환호했다. 천정연 소속 신자들은 미리 준비한 ‘박근혜 탄핵을 축하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걸었고 장미꽃을 나눠주거나 노란 풍선을 하늘로 올리는 시민들도 있었다. 서로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어깨동무를 하고 원을 만들어 국민 승리를 만끽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이날 오전부터 탄핵안 통과 발표 순간까지 자리를 지킨 박 위원장은 “오늘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확인한 날”이라고 말했다. 또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고 마냥 기뻐할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국민과 교회의 힘을 다시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가톨릭신도의원회 정동영(다윗·63·서울 양재동본당) 국민의당 국회의원은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 발표된 뒤 국회의사당 밖으로 나와 “광장에서 표출된 국민의 요구를 국회가 받아 올렸다”며 “국회는 마땅한 의무를 다했다”고 탄핵안 통과 소감을 전했다. 이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국격이 떨어져 국민은 물론 해외동포들도 상실감이 큰 상황에서 국회가 탄핵안을 통과시켜 국격을 회복했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국민의당 의원, 당직자들과 대형 태극기를 들고 국회 광장을 행진하며 애국가를 부르고 탄핵안 국회 통과를 자축했다.

박 대통령 탄핵안 국회 통과 다음날인 12월 10일에도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는 1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제7차 촛불집회에 참석해 헌법재판소에 신속한 탄핵 심판을 요구하는 한편 박 대통령 즉각 퇴진 목소리를 높였다. 촛불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 일부는 거주하는 아파트나 사업장에 박 대통령 퇴진 문구를 적은 미니 현수막을 내걸고 있어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 촛불 민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탄핵안 통과 관련 교회 활동 경과

- 10월 28일: 수원가톨릭대학교 신학생 시국선언. 이후 각 교구 가톨릭대 신학생 시국선언 이어짐

- 10월 29일: 서울 광화문 제1차 촛불집회 후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과 지방에서 박 대통령 즉각 퇴진 요구하는 촛불집회 열림

- 11월 1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평화는 정의의 열매이다’ 제목의 시국선언문 발표. “대통령은 과오를 뉘우치고 책임 있는 결단 내릴 것” 촉구

- 11월 중: 전국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남녀 수도회가 박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시국미사 봉헌

- 11월 18일: 동남아시아 한인사제단 박 대통령 하야 요구 등 해외 한인 사제들 시국선언에 동참

- 11월 29일: 박근혜 대통령 “대통령 진퇴 문제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는 제3차 대국민 담화 발표. 교회 내외에서 국민적 저항 더 거세짐

- 12월 3일: 국회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발의

- 12월 7일: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한국 천주교회의 입장’ 발표. “대통령은 자신의 퇴진에 관해 정략적 타산으로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아야 한다. 국회는 국민이 부여한 탄핵소추권을 행사할 의무가 있다” 강조

- 12월 9일: 국회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찬성 234표, 반대 56표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