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안에서 처음으로 탄생한 한국인 수도회 ‘서울 성가소비녀(小婢女)회’가 창설 50주년을 맞는다.
명칭 그대로 예수, 마리아, 요셉의 나자렛 성가정을 받드는 작은 여종으로서 특이 가난한 이들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진 성가소비녀회는 오는 10월4일 서울 길음동성당에서 ‘50주년 기념미사’ 봉헌 및 행사를 갖는다.
‘50주년 기념화보집’과 창립자인 성재덕 신부의 말씀과 글을 담은 ‘기념자료집’ 등을 발간한 소비녀회는 10월3일에는 ‘초청기와 창립자 정신’ ‘한국 사회복지사 안에서 본 성가소비녀회의 역할’을 주제로 세미나도 실시한다.
제2차 세계대전과 대동아전쟁으로 수많은 사상자와 전쟁고아가 속출하던 일제말기, 교회가 먼저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한 성가소비녀회는 지금까지 전쟁후 사회재건과 경제발전, 민주화, 사회복지 등 각 시대 요구에 개방적이고 적극적으로 투신해 왔다는데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내게 해준 것”이라는 성서말씀대로 가장 불쌍하고 무의무탁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선택, 간호하고 수용하는 사도직에 투신한 소비녀들은 노인과 아동을 위한 복지사업, 의료사업 및 교육사업 등을 통해 교회 사회복지사업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해 왔다.
소비녀의 탄생은 1943년 12월25일 예수탄생일에 창립자인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성재덕 신부(베드로·92년 선종)앞에서 2명의 지원자가 순명서약을 하고 이듬해 혜화동성당 구내에서 가난하고 소박한 공동생활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사상자 보호와 고아들, 홀로 남은 불우노인들을 돌보는 일에 앞장선 소비녀들은 전쟁 후 ‘성가보육원’ ‘성가양로원’ 등을 인수, 운영하고 여성들의 사회진출과 교육을 위해 ‘나자렛 기술학원’ ‘미망인 양재소’를 세우는 등 원호사업을 펼치기도 했다.
또한 양로원과 고아원의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수도회 자립병원의 필요성을 느낀 소비녀들은 58년 현재의 길음동성당 옆에 ‘성가의원’을 개원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초기의 사도직 활동들은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고유의 정신은 그대로 간직한 채 그 모습과 성격도 점차 변해갔다.
‘성가의원’을 효시로 세워진 성가병원은 이후 월곡동으로 다시 부천으로 이전돼 꾸준한 성장과 발전을 보이고 있으며 지난 90년 수녀회 내의 공동체 식별에 따라 월곡동에 무료자선병원인 ‘성가복지병원’을 탄생시키게 된다.
특히 86년 ‘서울 성가소비녀회’로 정식 교회인준을 받은 다음 수도회의 정체성 확립 작업에 들어간 소비녀들은 공동체 식별 세미나를 통해 지난 1962년 인수, 30년간이나 운영해 오던 부천 소명여자중고등학교를 인천교구에 무상 양도하기에 이른다.
성가소비녀회의 공헌은 이러한 복지사업 이외에도 본당 전교활동에도 있다.
70년대 이후 급격한 교세의 확장으로 본당에 많은 회원들을 파견한 서울 성가소비녀회는 지난해 12월 현재 4백9명에 다다르는 회원 중 1백13명의 회원이 본당 전교수녀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수도성소가 부족한 해외에도 수녀들을 파견, 3명의 수녀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교구장 초청으로 원주민 병원에서 원목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편 이번 50주년을 기념한 미사봉헌과 행사에 앞서 성가소비녀회는 지난 6월부터 본원 마당에서 매주 한번 꼴로 성대한 잔치를 벌여왔다.
‘나자렛 어린이집’ 아이들과 지역 어린이들, ‘안나의 집’ ‘제주 성 요셉의 집’ 할머니들과 지역노인들, ‘희망의 집’ 결핵환자들과 ‘상록촌’ 나환자들을 교회의 어느 귀빈보다 먼저 초청해 반세기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 ‘신비체 가족’ 축제야말로 성가소비녀회의 영성과 사도직 활동이 과연 어떤 것이지 잘 설명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