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일본 첫 방문 평화순례

염지유 기자
입력일 2023-05-01 수정일 2023-05-01 발행일 2023-05-07 제 3342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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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역사 기억하고 화해·평화 위한 연대 염원
조선인 노동자 희생 넋 기려
세계평화기념성당 미사 봉헌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2023 일본 평화순례’ 순례단이 4월 26일 조세이탄광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제공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강주석 베드로 신부, 이하 의정부 민화위)는 4월 25~28일 강제강점기 조선인들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화해와 평화를 위한 한·일 연대를 염원하는 ‘2023 일본 평화순례’를 진행했다. 그동안 백두산과 조중접경지역 위주로 평화순례를 해온 의정부 민화위가 일본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순례단은 교구장 이기헌(베드로) 주교와 사제단, 민화위 위원 및 민족화해학교를 수료한 평화사도 30여 명으로 꾸려졌다. 일부 일정에는 예수회 나카이 준 신부와 일본 청년 신자도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일제강점기 희생자들의 발자취를 따르는 순례 여정은 후쿠오카, 야마구치, 히로시마 방문으로 이어졌다. 25~26일에는 해방 이후 조선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들이 모여 살던 빈민가 ‘똥굴마을’, 강제 징용된 조선인 노동자들이 위험한 작업 현장에 투입돼 목숨을 잃은 ‘간몬연락선 선착장’과 ‘조세이 탄광’ 등을 순례했다.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 3세, 4세가 다니는 조선학교 ‘야마구치 초중급학교’도 방문했다. 조선학교는 일본의 고교 무상교육에서 배제되는 등 오랜 시간 일본 정부와 지역 사회의 차별을 견디며 열악한 조건 속에 운영되고 있다.

27일에는 히로시마교구 주교좌성당인 세계평화기념성당에서 미사가 봉헌됐다. 미사에서 히로시마교구장 시라하마 미쓰루 주교는 “일제강점기에 많은 조선인이 고통을 받은 것과 일본이 시작한 전쟁으로 한반도가 분단된 것을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저녁 9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기도에 동참하겠다”면서 평화를 위한 연대 의지를 보였다.

미사 후 이기헌 주교와 미쓰루 주교는 과거를 극복하고 한국과 일본 가톨릭교회가 연대할 방안을 심도 있게 나눴다. 순례단은 한국인 원폭희생자위령비를 참배, 일본에 그리스도교를 들여온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를 기리는 하비에르 기념 성당도 방문해 일본 가톨릭교회를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주교는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돼 고통을 겪은 우리 민족의 역사를 다시 한번 새기는 동시에 과거 잘못을 반성하며 현재의 불의에 반대하는 일본의 평화운동가들도 볼 수 있었다”며 “평화의 원리인 연대의 의미를 깨닫고 실천하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강주석 신부는 “우리 민족의 분단과 한일관계를 살펴보고 민족의 화해라는 소명도 다시 한번 되새긴 순례가 됐다”고 전했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