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소수 종교 탄압 수단으로 악용되는 신성모독법에 항거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존 조셉 주교의 ‘희생’ 25주년을 맞아 그의 정신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지적들이 현지에서 일고 있다.
대표적인 인권운동가였던 존 조셉 주교는 파이살라바드교구장이던 1998년 5월 6일 이슬람교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가톨릭신자인 아유브 마시브(25)가 사형선고를 받았던 사히왈시 법원 복도에서 권총으로 자살했다.
당시 교회 안에서는 가톨릭 윤리와 교의에 배치되는 자살이라는 형태로 종교 자유와 인권 탄압에 항거했다는 점에서 많은 논란이 됐다. 하지만 모든 형태의 항거가 무위로 돌아간 후 최후의 수단으로 자신의 목숨을 희생했다는 점에 대한 공감대가 많은 이들 사이에서 폭넓게 자리잡았다.
라호르대교구장 세바스찬 쇼 대주교는 5월 3일 “우리는 그의 마지막 선택을 찬양하지는 않지만, 그는 교회의 다른 순교자와 성인들에 버금가는 삶을 살았다”며 “인권 수호와 종교 자유에 헌신한 그의 가르침을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셉 주교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의 현실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특히 신성모독법은 사형까지 이어지는 중죄로 취급된다. 소수 종교 비율은 파키스탄 전체 인구의 3.52%에 불과하지만 신성모독법으로 재판에 넘겨진 혐의자 52%가 소수 종교에 속한다. 2022년 한 해에만 171명이 신성모독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고, 1987년부터 2022년까지 총 2120명이 이 법에 따라 재판을 받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