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발전 이면에 따라오는 어두운 현실 성찰해야
“반죽을 묻힌 닭고기를 로봇이 기름 솥으로 옮깁니다. 그리고 튀김 바구니를 흔들어 줍니다. 이런 식으로 튀김솥 6개를 돌려서 한 시간에 치킨 50마리까지 튀겨 냅니다. 로봇 임대료는 월 110만 원, 적잖은 돈이지만 인건비도 많이 오르고 사람들이 뜨거운 기름 앞에 서 있는 걸 꺼리는 분위기라서 로봇을 대안으로 택했다고 합니다.”(2023년 2월 26일 SBS 뉴스)
■ 실수는 적고 속도는 빨라 요즘 식당에 가면 이제 키오스크(무인주문결제 기계)는 기본이고 자율주행 서빙로봇도 많이 상용화됐습니다. 게다가 음식 조리도 로봇에게 맡기는 분위기입니다. 3.3㎡ 넓이의 주방에서 로봇 4대가 4종류의 메뉴를 1시간 동안 310인분이나 만들어 냅니다. 사람의 손이 전혀 필요 없는 건 아니지만 몇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로봇은 오차 없이 해냅니다. 로봇은 사업자에겐 높은 인건비에 대한 부담을 줄여 주고 그래서 고물가 시대에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합니다. 수많은 수하물을 취급하는 물류센터도 로봇이 100% 작업을 수행합니다. 덕분에 무겁고 힘든 물건을 사람이 직접 나르지 않아도 되는 데다 안전사고도 없고, 소비자 입장에서 배송도 훨씬 빨라졌습니다. 큰 공장의 생산직부터 동네의 무인 편의점까지 인공지능은 산업 모든 분야에 신속히 보급되고 있습니다. ■ 로봇을 맞이할 준비가 됐는지 이런 현상은 문명의 혜택을 누린다는 장점도 분명 있을 것이나 반대로 많은 일자리들이 사라질 것이고 일자리 감소는 구매력 감소로 이어져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단점 중 하나입니다. 더욱이 제조업과 대면 서비스 종사자가 많은 한국에서 국내 취업자의 43%가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란 예측도 있습니다.(2018년, LG 경제연구원) 이는 결국 구매력 저하로 인해 상품을 만들어도 팔 수 없는 이른바 시장의 붕괴 상황을 초래할 거라고 경고합니다. 그래서 한국보다 기술력이 우수한 외국도 인공지능 로봇 도입 속도를 일부러 제한하면서 기존의 고용을 보존하고 미래를 준비할 시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2016년 인구 1만 명당 로봇 수, 한국 531, 일본 305, 독일 301, 대만 190, 미국 176) 그런데 한국은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합니다. ■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예로부터 기술발전은 인류에게 빛과 어둠을 동시에 가져다주었습니다. 윤택한 문명과 삶의 풍요로움이라는 빛의 이면에는 나를 포함한 어느 누군가가 희생될 수 있다는 어두운 현실이 늘 따라다녔습니다. 그래서 공정의 실천이 중요하고 가톨릭교회는 공정을 위한 실천이 하느님의 뜻임을 강조해 왔습니다.(이사 56,1) 아마도 인공지능 로봇의 확산과 자동화는 향후 가속화될 겁니다. 그리고 장단점도 점차 드러날 겁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하느님 말씀과 이웃을 어떻게 대하느냐입니다. 사람이 만든 문명에만 몰두해서 살지, 아니면 하느님께서 초대하시는 복음적 삶을 선택해서 마음 뜨거운 사랑의 삶을 살지, 신앙인인 우리의 성찰이 중요합니다.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커다란 문제 가운데 첫 번째는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진리와 관련된 것이다. 자연과 기술과 도덕 사이의 경계와 관계는, 인간은 무엇이며 인간은 무엇을 성취할 수 있고 인간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와 같은 문제들에 어떠한 태도를 취할지에 대하여 개인적, 집단적인 책임을 요구한다.”(「간추린 사회교리」 16항)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