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 그림으로 뚜벅뚜벅 하느님께 가는 사람.’ 백승주(미카엘라) 한지 그림 작가는 자신의 작업실 ‘여정… 뚜벅뚜벅’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현재 ‘여정… 뚜벅뚜벅’을 주제로 두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 그는 50세에 세례를 받아 올해로 영세한지 10년이 됐다.
“늦은 나이에 세례를 받았지만, 다른 사람의 속도와 상관없이 ‘나는 나대로’ 하느님 은총을 작품에 담으며 그분께 뚜벅뚜벅 가고 있다”고 전한 백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도 하느님께 가는 여정을 녹인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하나하나 염색된 한지를 캔버스에 밀가루 풀로 붙이며 작업하는 백 작가는 원래 한지 공예 작품을 만들었다. 건강상의 이유로 어느 날 공예를 하기 어려워진 그는 그림으로 방향을 전환했고, 아픈 상황에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리다가 ‘성경 통독’을 결심했다. 천주교를 향한 끌림이 있었지만, 그전에는 원가족과 배우자를 따라 절에 다녔던 그는 그때부터 신앙심을 꾸준히 키워 나갔다.
입원해서도 성경을 읽고 2013년에 세례를 받은 백 작가는 제주도 여행 중 하느님 은총을 그림에 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하느님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라’라는 강론 내용을 되새기던 그는 여행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아침 이슬을 발견했다. 이를 보며 세상 어디에나 하느님 은총이 있음을 그는 깊이 깨달았다.
“어디에나 있지만, 은총을 볼 수도 있고 보지 못할 수도 있는데, 저는 세상에 있지만,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하느님 은총을 한지 그림으로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신앙심이 커지며 삶도 많이 달라졌다고 전한 백 작가는 무엇보다 자신이 선해졌다고 밝혔다. 힘든 사람을 보면 그를 위해 기도하고, 작품을 만들면서도 작품 받을 사람의 행복과 신앙을 위해 기도한다는 그는 “착해지고 있고, 제가 살아가는 밑바탕은 모두 하느님이시라는 걸 많이 느낀다”라고 전했다.
이번 전시 수익금 일부도 본당의 성당 신축을 위해 봉헌할 예정이라고 밝힌 백 작가는 “하느님께 가는 길, 양손과 두 눈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한지 그림 작업을 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대표작 ‘뚜벅뚜벅’은 하느님 앞에 5살 꼬마 아이인 저를 표현한 마음의 초상화예요. 신부님 옷자락을 잡고, 그 옆에 딱 붙어 한눈팔지 않고 하느님께 잘 갈 수 있기만 간절히 바라고 그렇게 하겠다는 마음이에요. 그림을 마주하는 순간 잠시라도 구겨진 마음이 펴지기를, 하느님 나라가 아름답다는 걸 모두 알기를 바라고, 모든 신자분이 어린아이와 같이 하느님께 뚜벅뚜벅 향하면 좋겠어요.”
전시는 5월 25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