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수도 영성 체험하며 뜨거운 신앙 열정 되새긴 한마당
21일 서울 명동대성당 일대
34개 수도회 참가 부스 마련
기도 체험과 토크 콘서트
버스킹 공연 등 다채롭게 열려
‘좋기도 좋을시고 아기자기한지고, 형제들이 오순도순 한데 모여 사는 것!’ (시편 133,1 참조)
5월 21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일대에서 열린 ‘2023 수도회 큰잔치’는 통상 수도자들의 공동생활이 지닌 아름다움의 표현으로 꼽는 성경 말씀이 한 자리에 펼쳐진 시간이었다. 수도자들과 신자들 모두에게 수도 성소의 의미를 새롭게 한 이날 풍경의 이모저모를 담아본다.
◎… 명동대성당을 중심으로 설치된 34개 수도회 부스는 각 수도회가 지닌 다양한 고유 카리스마처럼 저마다의 톡톡 튀는 개성으로 수도회를 알리는 장이었다. 또 다채로운 체험 코너를 통해 카리스마를 새겨보는 기회였다.
한국 외방 선교 수녀회는 수녀회 진출 지역의 의상과 모자 등을 입고 써보는 ‘선교지 의상 입기 체험’ 코너를 만들어 인기를 끌었다. 성가 소비녀회는 생태환경에 초점을 맞춰 토종 씨앗 심기 체험을 하고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렸다.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는 성모동산에서 수도복 입어보기 체험장을 마련했고, 한국 순교 복자 수도회는 서울대교구에서 시복시성 추진을 결정한 창설자 방유룡(레오) 신부를 비롯한 브뤼기에르 주교,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과 사진을 찍도록 하며 시복시성 추진 소식을 알렸다.
◎… 각 수도회가 제작하는 고유 물품들이 판매돼 신자들은 모처럼 쿠키와 장아찌 등 수도자들이 직접 만든 홈메이드 제품과 손으로 빚은 수제품들을 구경하고 구매하느라 즐거운 표정이었다. 미리내 성 요셉 애덕 수녀회는 수도자들이 만든 간장, 고추장, 전통 된장, 청국장을 내놓아 발길을 모았다. 착한 목자 수녀회는 수녀회 내 환경동호회가 제작한 EM비누를 판매했다.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는 동백나무 열매 껍질로 만든 펜던트와 귀걸이, 브로치 등을 선보였고, 앉은뱅이 토종 밀과 고성 및 공주에서 농사지은 밀 쿠키를 내놓았다.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는 책갈피, 묵주, 신용카드 지갑, 손지갑, 앞치마 등 26개 종류의 친환경 수제 물품을 전시 판매했다. 한 수녀는 “공동체 모든 구성원이 한 분야씩을 맡아서 직접 손으로 뜨고 만들었다”며 “수세미 등도 삼베를 사다가 만드는 등 일상에서 「찬미받으소서」를 실천하는 모습을 나누고 싶었다”고 밝혔다.
◎… 수도회의 영성을 기도 안에서 체험하도록 하는 부스도 있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는 기도방에서 ‘기도하기’, 수도자들이 현장에서 성구를 손글씨로 쓴 ‘말씀품기’, ‘선교하기’ 등 체험 단계를 마련해 부스를 운영했다. 티 없으신 마리아 성심 수녀회는 성모 성심에 봉헌하는 기도 지향 쓰기, 마리아 성심을 표현한 거울 속에 얼굴을 담아 사진 찍는 체험 활동을 준비했다. 참가자들이 쓴 기도 지향은 다음 달 파티마 성지에 전달된다.
◎…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꼬스트홀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는 수도 성소와 수도 생활을 편안한 대화 속에 나누는 자리였다. 참석 수도자들이 다양한 성소 동기들을 소개할 때는 부르심과 응답에 대한 감동이 오갔다. 수도자들에게는 부르심과 수도원 일과를 얘기하며 같은 길을 가는 이들 간의 나눔이 됐다.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 강윤미(루치아) 수녀는 “자신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싶었던 사람도 예수님을 만나니 정말 값진 인생을 살게 된다는 걸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 명동대성당 앞 광장에서 오후 1~4시 열린 버스킹은 수도자들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무대였다.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의 춤 공연으로 시작된 버스킹에서는 10개 수도회가 참가한 가운데 노래, 밴드, 연극, 풍물놀이 등을 선보였다. 음악 소리에 이끌려 버스킹을 보게 됐다는 비신자 김효정(25)씨는 “수녀님들이 옷자락을 흩날리며 적극적으로 찬미하는 모습에서 천주교가 친근하게 느껴졌다”며 “언젠가 기회가 되면 성당에 나가 볼 마음이 생겼다”고 밝혔다.
◎… 이날 행사는 수도회와 수도자들 간의 친교 나눔이라는 면에서도 의미 있었다. 성 도미니코 선교 수녀회 안소근(실비아) 수녀는 “수도회들끼리 함께 즐겁게 지내는 분위기만으로도 매우 좋았다”며 “서로 다른 모습으로, 또 한편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살아가는 수도 생활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다”고 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 수도회 김정진(마티아) 수사는 “완전 ‘대박’ 행사”라며 “수도회들이 한껏 자기 집을 알리는 듯한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저도 이 자리를 너무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서광호(베네딕토) 신부는 “수도회들이 모여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까 회의하고 준비하는 자체가 친교였다”며 “전국적인 행사로 확장돼 더 많은 수도회가 참석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큰잔치’라는 말대로 명동대성당은 하루 종일 행사에 참여하는 신자들과 수도자들로 붐볐다. 오전과 교중, 오후에 봉헌된 총 5대 미사에 신자들이 가득 찼다. 이날 부스를 돌며 17개 도장을 받으면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이름이 새겨진 기념 묵주가 기념품으로 증정됐는데, 참여자들의 호응이 높았다. 수도회가 준비한 물품도 거의 소진됐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경우 무료 증정 물품은 모두 배포됐고, 유료 책자도 예상 부수보다 많이 판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