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들에게 있어 영혼의 가장 뿌리 깊은 욕구는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완전한 삶일 것이다. 그러나 마음을 어지럽히는 세상의 많은 제약과 방해물들 속에서 우리 스스로 그 목적지에 도착하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은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스승으로 중세의 독일 철학 내지는 독일 신비주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성 알베르토(1200~1280)가 건네는 ‘완전한 인간의 삶’을 위한 조언이다.
신학자, 교회학자, 자연 과학자, 철학자였던 성인은 당시 모든 학문 분야를 섭렵한 학자라는 면에서 ‘보편적 박사’(Doctor Universalis)라고 불렸다. 그런 성인에게 교회는 학문 규모가 방대하다는 뜻에서 이름에 ‘위대한’ 또는 ‘큰’(大) 의미의 ‘마뉴스’(Magnus)라는 칭호를 붙였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대 알베르토’라고도 한다.
성인이 말년에 쓴 책은 하느님과 합일될 수 있는 주요한 원리와 방법들을 단순하고 분명하게 제시한다. ‘가장 높은 곳으로 가는 길’과 ‘그와 하나가 되는 길’ 두 개 장으로 나뉘어 경구(警句) 같은 간결하고 예리한 말로 영적 삶으로 이끄는 가르침을 준다.
성인이 알려주는 이상은 ‘현세에 살면서도 이미 모든 제약을 떨쳐버린 듯이 가능한 한 자유롭게 하느님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다. 그것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포기한 우울한 삶이 아니라, 천국에 있는 복된 이들과 같은 삶이고 인간이 가장 완전하게 되는 삶이다.
우리가 선한 의지로 하느님을 스승으로 섬기고 따라간다면 모든 유혹은 ‘손으로 파리 쫓듯이’ 물리칠 수 있다고 성인은 말한다. 중요한 것은 코린토서 13장 말씀처럼 ‘사랑’이다.
“사랑의 힘만이 영혼을 지상에서 하느님께로 들어 올려준다. 사랑과 갈망의 날개가 없으면 영원한 지복에도 이르지 못한다.”
성인은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하고자 애를 쓸 때 ‘그 사랑’이 우리를 일치시키고 변화시킨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마치 이미 영원의 새벽이, 하느님의 끝없는 날이 밝아온 것처럼 당신 영혼의 은밀한 장소에서 고요히 하느님 안에 머물러라”고 밝힌다. 그리고 “어떤 시련과 사건이 닥치든, 그저 자기 영혼의 성전 안으로 들어가 유혹과 고통 속에 있는 우리를 돕는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찾으라”며 “자신을 낮추고 죄를 고백하며 아버지 하느님을 찬양하라”고 당부한다.
학문적 측면에서 성인이 기여한 부분을 꼽으라면 아리스토텔레스를 받아들인 것이었다. 당시 그때까지의 신학이 주로 플라톤 계통의 영향 아래 있었다면, 알베르토 성인은 그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아리스토텔레스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 주었다. 자연과학을 시작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이 그리스도교 신학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내다본 것이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 방향으로 더 나아가 꽃을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