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하는 것이 즐겁다.
‘뽀드득 뽀드득~ ’
세제가 필요 없다. 물과 천연수세미 하나면 웬만한 기름기 묻은 그릇도 깨끗해진다. 물로만 설거지를 하니 맨손으로도 쓱쓱~ 손끝에서 느껴지는 개운함이 기분 좋다. 미세 플라스틱 걱정 없는 천연수세미가 무척이나 고맙다.
천연수세미의 매력을 알게 된 건 2년 전부터다. 내가 일하는 사무국 옥상에는 크고 작은 고무통에 흙을 채워 텃밭을 가꾸고 있다. 그곳에서 수세미와 바질, 토마토, 상추들이 자란다.
수세미가 덩굴을 뻗어 노란색 꽃을 피우면, 어느새 꿀벌들이 날아든다. 며칠 후 꽃이 지고, 이곳저곳에서 작은 수세미들이 열린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수세미가 자식처럼 귀하고 예쁘다. 직접 땅을 일구고 가꾸며 수확한 열매를 마주하는 기쁨이 이런 것이구나!
수세미가 자라듯 나의 생태적 감수성도 함께 자란 것일까? 밥을 할 때마다 농부의 애씀에 감사하게 되고, 설거지를 할 때마다 투박하고 거친 수세미가 고맙다. 매일 해가 뜨고 지는 일상이 소중하고, 묵묵히 본연의 자리를 지키며 조화를 이루고 있는 자연의 모습이 아름답다. 자연은 존재 자체로 선물이다.
자연에 대한 감사함에서 비롯된 마음은 나를 생태적 회심으로 이끌어 주었다. 깨진 그릇을 버리려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갔다. 세상에나! 새것 같은 텀블러가 세 개나 버려져 있다. 깨끗하게 씻어서 싱크대에 놓고 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텀블러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나 많았었나? 환경을 위한 실천이 오히려 쓰레기가 되어버린 셈이다.
기업은 친환경을 내세워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한다.
프랑스 소설가 폴 부르제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결국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고 말한다. 깨어있지 않으면 어느새 편리한 소비주의의 삶으로 되돌아간다. 세상의 흐름을 거슬러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지만 사는 대로 생각하지 않기 위해 오늘도 가방에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챙겨 넣는다.
시골에 계신 친정 엄마께 천연수세미 자랑을 실컷 늘어놓는다. 올봄에는 마당 한쪽에 수세미를 심으셨다고 한다. 담장 너머 수세미가 한가득 열리길 기대하며, 성 프란치스코의 기도 ‘태양의 찬가’를 노래한다.
“저의 주님, 찬미받으소서! 주님의 모든 피조물과 함께, 주님은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