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특집 / 전세사기 특별법 무엇이 문제일까]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장 나충열 신부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3-06-05 수정일 2023-06-05 발행일 2023-06-11 제 3347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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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깡통전세는 국가적 재난
‘죽음의 순서’ 멈추는 ‘선 구제’ 시급

나충열 신부는 “전세사기 특별법은 실효적인 구제 방안이 될 수 없어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을 추가하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 나충열(요셉) 신부는 갈수록 국가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5월 25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시민사회와 종교계, 피해자들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비유하자면 서울 남산에 불이 나 산이 다 타고 있는데 산 밑에 있는 조그만 화단에만 물을 뿌리며 불을 끄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화단에 불이 옮겨 붙는 것은 막을 수 있겠지만 산에는 더 크게 불이 날 것입니다.”

나충열 신부는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피해자 문제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계약관계나 사적인 문제가 아닌 국가, 사회적인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전국적인 전세보증금 사고 금액이 지난해 1조1700억 원이 넘었고 올해는 피해 규모가 더 커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개인의 문제라고 보아서는 안 됩니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대출받아 집 사고, 대출받아 전세 살라는 정책을 폈고 이 정책이 현 정부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는 정부 정책과 금융제도, 여러 지역들이 얽혀 있는 국가적 재난입니다.”

나 신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 중 벌써 다섯 명이나 절망 속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죽음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다른 피해자가 또 나올 수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전세사기 특별법에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장 전세금을 잃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피해자들을 국가가 나서 숨을 쉴 수 있도록 ‘선 구제 후 회수’하는 구제방안이 빠진 전세사기 특별법은 실효성이 적습니다. 특별법 통과 즉시 시민사회와 피해자 단체가 법 개정 운동에 나섰고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도 연대하고 있습니다.”

나충열 신부는 교회가 전세사기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는 이유에 대해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됐기에 인간의 존엄성을 지닌다”며 “교회가 신자들에게 전세사기 문제가 곧 내 문제라는 사실을 알려 줌으로써 신자들이 문제를 식별,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