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10주년 국제학술심포지엄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23-06-13 수정일 2023-06-13 발행일 2023-06-18 제 3348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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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다종교 아시아에서 교회 나아갈 방향은 ‘시노달리타스’
하느님 백성 전체의 대화이자
모든 인류와의 대화인 시노드
다양한 문화와 만남 추구할 때
하느님 구원계획 따를 수 있어

6월 9일 경기도 용인 수원교구 영성교육원 대강당에서 열린 국제학술심포지엄 중 비말 티리만나 신부(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아시아 복음화를 기치로 설립 10주년을 맞은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원장 김동원 비오 신부)은 이를 기념해 6월 7~9일 경기도 용인 수원교구 영성교육원에서 ‘아시아교회의 시노달리타스를 위한 교류와 연대’를 주제로 국제학술심포지엄을 마련했다.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현 종교간대화부) 사무차장을 역임한 인도 바사이교구장 펠릭스 마차도 대주교를 비롯해 수원교구 심상태(요한 세례자) 몬시뇰, 교황청립 알퐁소 신학대학원 교수 비말 티리만나 신부, 가톨릭연합신학원 스티븐 베반스 신부 등 대화와 신학, 선교, 시노달리타스 분야 석학들이 참여한 이번 학술심포지엄은 아시아교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시노달리타스 현황을 확인하고 공동의 실천 방향을 도출하는 자리였다.

■ 교회다운 교회로 가는 길

학술심포지엄은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명예소장 심상태 몬시뇰의 기조강연으로 시작했다. 건강상 직접 참여하지 못한 심 몬시뇰을 대신해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소장 최영균(시몬) 신부가 강연문을 대독했다. ‘21세기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심 몬시뇰은 세상과 소통하며 세상과 함께 구원의 길을 걷는 시노달리타스는 ‘교회다운 교회’로 태어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심 몬시뇰은 “시노달리타스는 교회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되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연상시킨다”면서 “교회의 생생한 목소리들이 바티칸이 아닌 신앙의 현장에서 발해지며 보편교회로 수렴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령께서는 직면한 문제를 경청하고 식별하며 응답하려는 지역교회의 노력을 새로운 교회를 향한 화합과 성장으로 이끌어주실 것”이라면서 “시노달리타스는 교회다운 교회로 새로 나기 위한 노력이며 그 원동력은 교회를 세우시고 이끄시는 성령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아시아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직면하고 있는 전쟁과 양극화, 기후위기, 가정 파괴, 생명 경시 풍조 등의 문제를 지적한 심 몬시뇰은 관계성과 전일성(전체성), 감성을 중시하는 아시아인의 전통이 현대 인류가 화해와 협력을 이룰 수 있는 디딤돌을 제시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심 몬시뇰은 “아시아교회가 21세기 복음화라는 길에서 아시아인의 문화와 종교적 전통 및 감성을 충분히 살릴 때,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걸어가는 여정이 모두에게 풍족한 열매를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6월 9일 경기도 용인 수원교구 영성교육원 대강당에서 열린 국제학술심포지엄 중 발제자와 논평자들이 종합토론에 나서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 새로운 교회의 존재양식

비말 티리만나 신부는 ‘아시아의 공익을 위한 오늘날 교회의 새로운 존재양식으로서의 시노드적 교회’를 주제로 한 발제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과정이 아시아교회가 주장해 온 ‘새로운 교회의 존재양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티리만나 신부는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는 1990년 방콕에서 연 제5차 총회에서 기초교회공동체(basic ecclesial communities)를 통해 아시아교회에서 새로운 존재양식을 탄생시켰다”면서 “현재의 시노드 과정을 예견한 이 기초교회공동체는 교회의 삶과 선교, 특히 본당과 그리스도교 운동에 많은 평신도들의 참여를 장려했다”고 밝혔다.

특히 티리만나 신부는 FABC의 ‘삼중대화’는 현재의 경청을 중심으로 가톨릭교회뿐만 아니라 타종교, 비신자까지도 망라하는 시노달리타스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는 1970년대 창립 초기부터 아시아의 세 가지 주요 현실, 즉 고대 종교와 문화, 그리고 수많은 아시아의 빈민들과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면서 “격동하는 아시아 현실과 대화하고 포용한다는 FABC의 기본 비전은 현재 ‘천막 터를 넓히기’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세계주교시노드를 통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교황청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 신학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티리만나 신부는 “정의와 인권, 평화와 창조질서 보전을 증진하는 오늘날의 상황에서는 교회 공동체의 공동행동이 필요하다”면서 “선의의 모든 남녀와 연대해야만 아시아에서 교회 존재의 ‘새로운 방식’ 즉 시노드 방식이 아시아 사회의 공익을 달성하는 데 중요하고 현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6월 9일 경기도 용인 수원교구 영성교육원 대강당에서 열린 국제학술심포지엄 중 비말 티리만나 신부(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 대화, 시노달리타스로 가는 길

펠릭스 마차도 대주교도 7일 ‘아시아 공공선을 위한 삶의 대화를 통한 종교간 협력과 상호문화성 촉진’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차도 대주교는 “아시아 사회는 대부분 다문화 및 다종교 사회로 대화는 불가피하다”면서 “시노드 여정은 하느님 백성 전체의 대화인 동시에 타종교 신자를 포함해 다양성을 지닌 모든 인류와의 대화이기 때문에 온 인류 가족과 함께 여정을 떠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회가 타종교 신자들에게 대화의 손을 내밀 때 대립은 상호 존중으로 이어지며 평화를 향한 길이 열린다고 지적한 펠릭스 대주교는 “대화를 통해 우리는 상대방을 더 잘 알 수 있고 무엇보다 우리 자신과 우리의 신앙과 우리 신앙의 실천을 더 잘 알 수 있기 때문에, 대화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관련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선교와 시노달리타스: 21세기 세계에서의 형제애, 다원성 그리고 문화간 대화 촉진하기’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스티븐 베반스 신부는 “시노드적 교회가 되는 것, 심지어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조차 선교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베반스 신부는 “교회가 다양성과 문화를 넘어 우정의 친교를 증거할 때, 교회가 다양한 문화와의 만남을 추구할 때, 세상을 위한 하느님의 구원계획을 간직한 믿을 수 있는 표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이번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는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원장 김동원 신부가 한국교회의 아시아 선교 경험을 선교사들의 구술을 통해 전했으며,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이선이(아가타) 교수는 대화를 통해 역사적 화해와 일치를 향한 동행에 나서고 있는 ‘한일주교교류모임’의 역사와 의미를 살폈다. 이향만(베드로) 가톨릭대 전 교수는 중국의 천학이 한국교회에 미친 영향에 대해 발제했고, 서울대 박태균(가브리엘) 교수는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서 가톨릭교회의 역할을 조명했다.

김동원 신부는 이번 국제학술심포지엄의 의미에 대해 “아시아의 가톨릭교회는 여전히 소수집단에 불과하지만 초기교회의 모습을 간직하며 작은 씨앗, 적은 누룩처럼 복음화 사명을 수행해 왔다”면서 “시노달리타스라는 이 은총의 씨앗이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지난 활동을 점검하고 향후 교회가 나아갈 길을 찾는 연대와 장이었다”고 밝혔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