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공세리본당 성체거동 행사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3-06-13 수정일 2023-06-14 발행일 2023-06-18 제 3348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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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로 소홀했던 신앙 쇄신하고자
1935년 무렵부터 시작된 성체거동

6월 8일 대전교구 아산 공세리성당에서 열린 성체거동 행사에서 신자들이 성체를 모신 가마를 메고 성당을 향해 걷고 있다.

“덩 덩 덩따쿵따~ 더덩 덩 덩따쿵따~”

6월 8일 오전, 충남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 마을은 흥겨운 풍물가락 소리로 가득하다. 마을에서 큰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곳은 공세리성당(주임 홍광철 요한 세례자 신부)이다. 공세리본당은 6월 8일 오전 10시30분 “나를 따라오너라”(마태 4,19)를 주제로 성체거동 행사를 개최했다.

성당 앞에 길게 난 계단에서 시작된 행렬. 십자가를 따라 수십 명의 풍물패가 흥겨운 풍물 소리로 길을 연다. 풍물패 뒤를 따르는 신자들이 들고 있는 만장에는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나는 생명의 빵이다’ 등 성경구절이 적혀 있다. 수많은 인파들 사이로 우뚝 솟아 있는 황금색 가마. 가마 위 천사들 형상 위로 성체가 모셔져 있다. 성당 계단을 올라 마을, 성당 입구, 광장까지 이어지는 성체거동 여정에 150여 명이 넘는 신자들이 뒤따랐다. 감실에서 나와 우리와 함께 걷는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을 따르며 신자들은 마음속 깊이 성체신심을 되새겼다.

한국교회의 성체거동은 1903년 서울 용산의 예수성심신학교에서 처음 열린 뒤 서울 백동(현 혜화동)성당, 음성 장호원(현 감곡)성당, 대구 계산주교좌성당 등 전국에서 이어졌지만 현재는 대전교구 공세리성당과 원주교구 풍수원성당이 명맥을 잇고 있다.

공세리성당은 1935년 무렵부터 성체거동을 실시했다. 농업지역이었던 아산과 당진의 지역 주민들이 모내기를 끝내고 잠시 휴식을 갖는 동안 성체거동을 통해 농사일로 잠시 소홀했던 신앙을 쇄신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었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이 떠난 마을의 모습은 예전과 같지 않지만 공세리성당의 성체거동행사는 88년째 변하지 않고 신자들의 신앙을 지키고 있었다. 성체거동 전에 거행된 미사는 박재만(타대오·대전교구 성사전담) 신부가 주례하고 배방본당 주임 김홍식(이냐시오) 신부, 공세리본당 주임 홍광철 신부, 조명연(마태오·인천가톨릭대학교 성김대건본당 주임)·이정욱(다니엘·주교좌대흥동본당 보좌)·유현재(마르티노·공세리본당 보좌) 신부가 공동집전했다.

홍광철 신부는 “성체거동은 매일 성체를 모시고 살아가는 신앙인들이 늘 주님과 함께 승리의 행군을 한다는 것을 기억하게 함으로써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도록 열정을 키워준다”며 “내포의 성체거동에 함께하며 성체신심을 더욱 고취시키는 은총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성체거동 행사에 참석한 이지윤(루치아)씨는 “사람들과 함께 성체를 따르며 우리 곁에 현존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묵상하게 됐다”며 “매일의 삶이 작은 성체거동이 될 수 있는 신앙인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