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교구 미혼부모기금위원회 위원장 이동익 신부
“교회가 사회 변화 이끈 것 같아 뿌듯”
“미혼으로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 비난받기보다는,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칭찬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정부와 기관이 함께하는 미성년 미혼부모·임신부 지원 협약은 교회가 우리 사회 안에서 생명을 키우는 미혼모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산하 미혼부모기금위원회(이하 위원회) 위원장 이동익 신부(레미지오·서울 방배4동본당 주임)는 2020년 위원회 설립의 산파 역할을 했다. 윤리신학자로서 또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원장, 교황청 생명학술원 회원 등으로 활동하며 생명의 존엄성을 알리고 교회 가르침을 설파해 온 이 신부는 그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생명을 보호하는 방안으로 미혼부모 지원을 떠올렸다.
그런 배경으로 2018년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본당에서 미혼모들을 위한 기금을 조성했다. 시설에서 보호받더라도 퇴소하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미혼모들에게 우유값, 기저귀값이라도 보태자는 생각에서였다. 이후 이 신부는 모인 기금을 바탕으로 교구 생명위원회 내에 미혼부모를 후원하고 지원하는 위원회의 공식 구성을 이끌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협약은 이 신부에게도 남다른 보람을 안긴다.
“낙태와 안락사 문제 등 생명과 관련된 여러 문제에 대해 교회가 소신 있게 꿋꿋하게 걸으며 사회가 따라올 수 있도록 노력한 것을 조금이나마 확인하는 자리로 여겨집니다.”
본당 사무실 앞에 미혼모 후원 신청서를 두고 신자들이 언제든 관심을 갖고 지원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는 이 신부는 “생명 사랑의 마음은 어떤 경계도 어떤 기준도 없다는 의식을 신자들부터 지니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이에 대한 본당 사제들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사회 흐름에 따라 결혼 밖 출산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성 윤리에 대한 교회 가르침은 변하지 않지만, 이런 변화에 대해 교회가 어떻게 숙고하고 대책을 마련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