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명문 스톡홀롬 경제대학을 졸업한 스웨덴인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는 다국적 회사에 입사해 최연소 임원이 된다. 그런데 그는 어느날 홀연 회사를 그만두고 태국의 숲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는 가장 엄격한 계율을 따르는 숲속의 승려가 된다. 자신의 스승인 아잔 자야사로 스님은 어느날 제자들을 모아 놓고 평생 그의 지침이 될 법문을 말한다.

“갈등의 싹이 트려고 할 때, 누군가와 맞서게 될 때, 이 주문을 마음 속으로 세 번만 반복하세요. 여러분의 근심은 여름날 아침 풀밭에 맺힌 이슬처럼 사라질 것입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올해 나는 예순살이다. 지난 겨울 후배들이 깜짝 환갑 파티를 열어 주었다. 환갑 기념으로 한 말씀하라기에 내가 말했다.

“젊은 시절에 비하면 현명해지고 너그러워지고 침착해졌다고 너희가 칭찬해주니 그게 참 기뻐. 그런데 이렇게 된 건 나이가 내게 준 것이 결코 아니야. 나이를 먹고 가만히 있으면 그저 퇴보할 뿐이야. 더 딱딱해지고 더 완고해지고 더 편협해지지. 자기가 바보가 된 줄도 모르는 바보가 되지. 만일 내게 예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진 면이 있다면 그건 성숙해지고자, 더 나아지고자 흘린 피눈물이 내게 준 거야. 쪽팔리고 속상했지만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할 때 피눈물이 흐르는 거 같았거든. 그런데 60이 된 오늘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제일 잘한 게 그거 같아. 칭찬해 내 피눈물!”

지금 돌아보니 젊은 시절 나약했던 친구들, ‘엄마가 아프셔’, ‘동생이 아직 어려’ 하며 매사에 단호하지 못한 처신으로 약진하는 대오에서 떨어져 나갔던 친구들–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은 얼마나 당연한가-이 40년이 지난 지금 제일 상식적이고 바른 인생을 살고 있는데 비해, 그때 신념에 가득찬 선배들과 친구들, 그리고 끝끝내 신념에 가득찼던 친구들, ‘어쩌면 저렇게 훌륭할까’ 우리를 감탄시켰던 선배들은 사실 가장 안 좋은 인생길을 가고 있다.

남 이야기만 할 것도 없이 나 자신에게도 그것은 똑같아서 어쩌면 내가 인생에서 제일 나쁜 선택을 했던 때가 바로 내가 옳다고 생각했을 때,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게 맞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내 신념에 한 치의 회의도 없었을 때 나는 제일 나쁜 선택지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래저래 돌아보니 나이를 먹어서 참 다행이다 싶다. 지금은 너무나 신념에 찬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가끔 “그건 백퍼야!”하고 내 스스로 되뇌이다가 소스라친다. 그리하여 가끔 이 세상 일에 심란할 때, 누군가 미울 때,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나는 다시 한번 되뇌어 본다. “내가 틀릴 수도 있어, 내가 다 알지는 못해”

그러면 신기하게도 내 분노와 미움이 약간 헐거워지고 그 사이로 한줄기 조용한 숨소리가 밀려들며 그제서야 내 영혼은 약간의 평화를 누리게 된다. 그러면 굳어졌던 어깨를 펴고 나도 생각해보는 것이다. 어쩌면 밀려드는 그 한줄기 숨결은 “판단하지 말라”는 예수님의 조용한 속삭임인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