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신앙인은 복음의 주역, 환대하고 경청하며 함께 걸어갑시다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 중요한 시기 교회 향한 청소년 영적 갈망 높아져 소수 청소년 사목 담당자 뿐 아니라 구성원 전체가 청소년에 귀 기울이고 가정과 본당 공동체 긴밀히 연결해야
교회를 통해 그리스도인이라는 신원을 확인하길 바라는 청소년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성당에 오지 않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듣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던 것일까? 아니면 청소년들을 시노드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했던 것일까? 한국교회에서는 이번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의 경청 과정에서 청소년들이 초대된 경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노드 전후로 이루어진 교회 내 여러 조사에서 청소년이 교회에서 중요한 존재이며 최우선 순위의 사목 대상이라고 꼽았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에게 시노달리타스를 직접 체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은 참 아쉬운 일이다. 이에 대해 한국교회는 “교회는 젊은이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정작 그들에게 다가가지 않으며, 함께한다고는 하는데 젊은이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노력이 부족했다. 젊은이들의 삶에 무관심하고 젊은이들의 부족한 신앙 교육을 방관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 소홀했던 교회가 이미 그들을 떠난 것은 아닌지”(한국교회 시노드 여정 종합의견서 2쪽)라는 뼈아픈 성찰을 했다. 사실상 교회가 청소년의 신앙 여정을 동행하지 못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어른들의 추측과는 다르게, 청소년들은 하느님을 갈망하고 신앙이 자기 삶의 나침반이 되어주길 바란다.(「한국 천주교 청소년사목 지침서」 마련을 위한 ‘질적-양적 연구 통합 보고서’ 참조)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삶의 중요한 시기에, 청소년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신원 의식을 교회 안에서 확인하길 바라고 그 길을 교회가 함께 걸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이와 같은 갈망을 들으며, 필자는 한국교회가 이제는 전과는 다른 국면에 진입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우리 교회의 사목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고 관리하기에 급급했고 신자들을 돌봐야 할 대상으로 여겼다. 그러나 한국교회 신자들은 더 이상 보살핌의 대상에 머무르길 바라지 않는다. 그리스도인으로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함께 토론하고 찾아나가기를 바라며, 교회 공동체에서는 역할을 통한 성취보다 현실의 삶 너머의 영성적인 삶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찾길 원한다. 청소년 사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은 교회에 수동적으로 존재할 바에는 떠나기를 선택할 것이다. 그러므로 청소년이 느끼는 하느님과 교회를 향한 영적 갈망에 응답하기 위해서 시노달리타스는 물러설 수 없는 선택이며 결단이다. 청소년이 시노달리타스를 살아가도록 하는 환경은 하느님 백성 전체가 함께 만드는 것 결단의 시작은 청소년이 시노달리타스를 체험하고 살아갈 수 있는 구조, 즉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환경 안에서 시노달리타스를 체험하는 것을 통해 청소년은 시노달리타스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2021년 주교회의에서 발간한 「한국 천주교 청소년 사목 지침서」(이하 지침서)는 청소년 사목을 한국교회 상황을 바탕으로 정의하고, 그 목표를 다섯 가지로 설정했는데, 이 정의와 목표를 통해 청소년 사목의 궁극적 모습이 시노달리타스의 모습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침서는 청소년이 세상에서 주체적으로 복음화 사명을 살아갈 수 있도록 교회가 동반하는 것을 청소년 사목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교회가, 청소년이 전인적 성장을 이루고, 하느님과 인격적 관계를 맺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로서 양성되고, 교회와 사회 공동체에 책임 있게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러한 청소년 사목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청소년 사목의 목표를 이루어 가는 주체는 교회여야 한다는 것이며, 특별히 하느님 백성인 어른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사제·주교)가 청소년을 복음의 주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 사목이 청소년 담당 신부나 교리교사, 또는 청소년 전문가에게만 맡겨진 것이 아니라 교회, 즉 하느님의 백성 전체가 해나가는 것이라는 의식 전환이 교회 구성원 전체에게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의식 전환을 바탕으로 청소년 주변의 어른들이 그들의 신앙 여정을 동반해 주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젊은이들의 신앙 여정을 ‘어른들이 동반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강조한다. 여기서 말하는 어른은 청소년 담당 사제, 수도자, 교리교사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의 삶을 궁금해하는 어른, 청소년의 신앙에 스스로 책임을 느끼는 어른, 청소년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자기 자신의 신앙도 성장시키려고 애쓰는 어른을 의미한다. 이러한 어른들은 청소년의 삶에서 하느님이 어떻게 움직이시는지 발견하고 그것을 청소년에게 일깨워 준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자신들을 환대하고 옹호해 주며, 삶을 통해 하느님을 드러내는 성숙한 어른들을 필요로 한다. 청소년을 환대하고 경청하는 것 또한 시노달리타스의 환경에 필수적이다. 청소년에게 환대는 세상의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기준에 따라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창조해 주신 모습 그대로 자신을 수용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좋아하고 필요할 거라고 추측하여 만든 것을 일방적으로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 원의와 필요를 묻고 판단 없이 들어주는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귀 기울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이 있는 곳에 함께하면서 그들의 일상 체험을 함께 나누는 것”(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5차 정기총회 「의안집」 64항)이고, “경청은 젊은이들이 교회에서 절실히 찾고 있는 가장 믿음직하고 용감한 언어”(65항)이므로, 교회는 청소년의 삶의 자리로 나아가서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사목자들과 신자들이 청소년에게 직접 다가가야 하며, 그것이 교회가 청소년들로 하여금 시노달리타스를 체험하게 북돋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마지막으로 청소년이 시노달리타스 체험을 지속해서 이어가게 하기 위해서는 청소년의 삶터인 가정을 본당 공동체와 연결해야 한다. 가정은 부모의 사랑과 동반으로 청소년이 하느님의 자녀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며, 본당은 가정들의 가정으로서 청소년이 복음과 성체성사의 신비를 나누는 가운데에 그리스도의 제자로 양성될 수 있는 공동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과 본당은 청소년이 지금 바로 시노달리타스 체험을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이며, 이 둘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될 때 비로소 신앙전수가 이루어지는 시노달리타스가 실현될 수 있다. 특히 본당과 가정을 연결하는 데 있어 청소년의 부모들을 청소년보다도 먼저 교회 공동체로 초대하고 개별 가정들이 교회 공동체와 떨어져 있지 않도록 사목적으로 돕는 것이 시급하다. 청소년은 가정과 본당 공동체의 삶을 함께 살아가는 가운데 시노달리타스로 초대받는다. 그리고 가정과 본당의 어른들과 더불어 시노달리타스를 함께 걷는 체험을 통해 청소년은 시노달리타스라는 교회의 삶의 양식을 체득하게 될 것이며, 그것은 곧 청소년 사목의 여정이 될 것이다.조재연 비오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