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고 흐느끼고 견디고」라는 책 제목은 ‘성공한 시인’, ‘사회 명사’로 설명되는 이력 뒤에 시인이 살아온 순탄치 않은 삶을 대변하고 있다. 2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등단했지만, 학업 및 결혼으로 작품을 쓰지 못하다가 서른 살에 첫 시집을 낸 그는 남편에 이어 시어머니까지 쓰러져 오랜 세월 병시중을 하며 보따리 장사 등으로 가정 생계를 꾸렸다. 남편이 병석에 누운 지 24년 만에 선종하자, 이번엔 자신이 유방암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에 들어갔다. 오랫동안 원했던 대학교수의 꿈은 우여곡절 끝에 50세가 되어서야 이뤘다. 미치고, 흐느끼고, 견뎠던 시간이 그려진다.
가혹한 삶의 질곡들 앞에서 강해져야만 했고 강해지고 싶었던 시인은 뭐든 잘해보겠다고 덤비는 과정에서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자신도 마음과 몸을 다쳤다. ‘잘못했다’는 말은 부족하고 모자란 주제에 운명과 싸워 이겨보겠다고 아등바등했던 자신에게, 주위 사람들에게 허리 굽히고 온몸을 낮게 엎드리며 밝히는 고백이다.
4장에 걸쳐 지나온 삶에 대한 묵상을 펼쳐내는 시인은 어느덧 팔순에 접어들어 ‘모든 게 아슴하고 피가 얼 듯한 고독도 없고 눈알이 터질 듯한 슬픔도 없고’, ‘온몸을 쥐어짜면서 통곡하는 울음도 없는’ 지금이 편안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해 준 모든 사람과 자연에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