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안에서 대화하며 친교로 함께하는 교회 위한 의견 모아” 시노드 본래의 의미 반영하는 양적·질적 특별한 분위기 느껴 회의 막간마다 주님의 뜻 묵상 수평적 친교 중요성 부각하고 소수자에 대한 배려 잊지 않아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10월 4~29일 교황청에서 열린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제1회기에 한국교회를 대표해 대의원으로 참석했다. 정순택 대주교는 이번 세계주교시노드가 무엇보다 경청과 상호 이해의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2018년 10월 ‘젊은이, 신앙과 성소 식별’을 주제로 진행됐던 제15차 세계주교시노드에도 당시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으로 참석했던 정 대주교는 제16차 정기총회는 이전 세계주교시노드와는 외형과 내용 모든 면에서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정 대주교를 11월 9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장 접견실에서 만나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제1회기에 대의원으로 참석한 소감과 주요 논의사항, 향후 계획 등을 들었다.■ 가장 시노드적인 시노드
정 대주교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를 “진행방식 자체가 시노드를 지향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전 시노드와 비교해 큰 틀에서는 비슷한 면도 있지만 세부적인 면에서는 교회 모든 구성원이 함께 걸어간다는 ‘시노드’ 본래의 의미를 적극 반영했다는 것이다. “세계주교시노드는 전 세계 모든 주교들이 참석하는 공의회와는 달리 나라마다 주교 25명당 1명꼴로 참석하는 방식입니다. 2018년에 이어 두 번째 세계주교시노드 참석인데 큰 틀에서 본다면 소그룹 나눔과 전체회의가 반복된다는 면에서 진행 방식은 이전 세계주교시노드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 대주교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에서 느낀 가장 뚜렷한 특징은 참석자 규모가 역대 최대라는 점이다. 최대라는 것은 양과 질 모두를 지칭한다. “이번 세계주교시노드에서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은 총 365명이고, 그 중에는 여성도 54명이 포함돼 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특히 5년 전 세계주교시노드에서는 세계남자수도회장상연합회에서 수도회 총장 10명이 투표권을 갖고 참여했지만, 남자 수도자들보다 더 많은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에는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투표권을 가진 남자 수도자 5명, 여자 수도자 5명이 동등하게 참석했습니다. 5년 전과는 다른 점입니다. 투표권 없는 참관인이나 회의 진행 실무를 맡는 분들까지 포함하면 전체 참여자는 430~440명 정도입니다.” 정 대주교는 이번 세계주교시노드가 규모면에서는 물론 ‘분위기’에서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5년 전에 세계주교시노드가 열렸던 교황청 시노드홀은 좌석이 극장식으로 돼 있습니다. 앞줄에 추기경, 그 뒤에 주교, 그 뒤에 수도자, 그 뒤에 청년들 순서로 앉았습니다. 이번에는 추기경, 주교, 사제, 평신도가 모두 섞인 11~12명이 한 조가 돼서 원탁에 둘러앉아 회의를 했습니다. 원탁은 ‘함께 가는 교회’를 구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원탁별로 앉은 조원들은 자신들의 관심사를 선택해 논의하기 때문에 다른 원탁 조에서는 어떤 주제로 논의하는지 알 수 없다. 다른 조에서 논의한 사항들은 전체회의에서 듣고 서로가 공유했다. 정 대주교는 시노드를 “하느님께 부름받아 성령 안에서 대화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성령 안에서 세밀하게 이뤄졌다는 점을 설명했다. “30~40분 회의하면 꼭 4분 동안 절대 침묵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묵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개막미사, 폐막미사 외에도 미사가 꾸준히 이어졌고, 영성강의도 중간 중간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세계주교시노드는 다수결로 결정하는 의회와는 다를 뿐만 아니라, 성령 안에서 경청하고 함께 나아가는 자리라는 사실을 강조하셨습니다. 시노드적 교회란 하느님 중심으로 성령 안에서 식별하는 과정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셨습니다.” ■ 주요 논의사항과 향후 계획 정 대주교는 10월 28일 「종합 보고서」 채택을 위한 투표에 참여했다. 최종문서가 아닌 「종합 보고서」가 나온 것은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하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가 그 중요성을 감안해 올해 10월 제1회기와 내년 10월 제2회기로 두 차례 열리기 때문이다. 최종문서는 내년 제2회기가 끝나고 나오게 된다. 정 대주교는 「종합 보고서」 내용 중 여성 부제직과 사제직 허용 여부에 교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에 대해 세계주교시노드에서 여성 부제직이나 사제직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방식으로 논의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여성들이 교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떻게 더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여성들의 직책을 더 만들고 역할을 고양할 수 있는지 등 교회 안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더 커야 한다는 원칙적인 토의를 했습니다. 여성 부제직과 사제직에 대한 사목적, 신학적 연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대의원들 사이에서 교회 내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는 항목에 상대적으로 반대표가 많이 나왔습니다. 반대 수치가 높다고 해서 주교들이 여성들의 교회 내 권한이 커져야 한다는 기본 취지에 반대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기본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종합 보고서」 문구 표현에 이견을 제기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제1회기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에는 성소수자(LGBTQ+)가 언급돼 있지만 「종합 보고서」에는 성소수자가 별도로 언급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성소수자들을 교회가 포용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말해 온 교황의 의중이 대의원들 사이에서 수용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정 대주교는 다르게 해석했다. “「종합 보고서」에 성소수자가 명시적으로 표현돼 있지 않다고 해서 대의원들이 다루지 않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성소수자나 LGBTQ+ 같은 단어를 사용해서 특정 성향의 사람들을 카테고리화 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그들에 대한 배려일 수 있습니다. 성소수자가 논외일 수 없습니다. 시노드적인 교회는 우리 모두가 함께 가는 교회입니다.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수직적 친교를 근본으로 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수평적인 친교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정 대주교는 내년 10월 교황청에서 이어지는 제2회기에도 참석한다. 그 사이에 자신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는 “저를 대의원으로 파견해 주신 한국교회 주교님들과 신자들에게 제1회기 논의 경과와 내용을 정리해 보고를 올리려고 한다”며 “다른 나라 대의원들과도 계속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2024년 서울대교구 사목교서에도 시노드적 교회로 나아가자는 호소를 담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순택 대주교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주제의 한국어 번역인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에서 ‘사명’(Mission)은 외연이 넓기 때문에 주교회의에서 논의를 거쳐 ‘선교’라는 선명한 의미의 단어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